월요일, 언제나처럼 일이 늦습니다.
항상 그렇죠.
급한 이슈, 급한일에 한 손 한 발 담그다보면
어느새 출근하면서 '오늘은 이거하고, 그 다음엔 그걸해야지' 했던 일들은 퇴근시간쯤에도 온전히 남아, 다시 저를 지긋이 쳐다봅니다.
그냥 집에 갈까요.
내일은 할수 있을까요.
그래, 제일 맘에 걸리는 거 하나만 하고 가자, 하고
다시 일을 손에 잡습니다.
안하고 가면 내일 제 면이 안서기도 할테니까요.
조용한 사무실에 겨울이라 밖도 어느새 어둑어둑합니다.
야근하다 열어본 스마트폰에서 구글채팅 새 메세지가 뜹니다.
- 서은 : "오늘 늦어?" 19:46 pm
이미 잠들었을 시간이지만 답을 남깁니다. 늦어서 봤지만 아빠는 답을 했다라고 내일 항변은 해야합니다.
- 아빠 : 응 미안!
저도.. 집에 가고 싶어집니다. 혼자하는 야근이라 적막하네요.
주말에 찍어놓은 둘째가 잔치국수 먹는 동영상을 틀어놓고 봅니다. 둘째가 뿅 하고 나타나 후루룩 하고 면 한그릇을 대차게 흡입합니다. 아빠 엄마가 놀라는 모습에 잔뜩 신이 나 있습니다.
"봤지? 봤지? 한입에 다 먹었다!"
일을 조금 더 해봅니다. 기왕 일을 했으니 담당자에게 전달까지 해야 일을 한 표가 날테니 마무리를 해봅니다.
톡이 옵니다.
- 연이 : 많이 늦어? 애들은 기다리다가 잔다. 순대국 남겨놨어 밥 말아 먹어. 먼저 잔다.
시간를 보니 슬슬 일어나야 할 시간입니다. 가야죠. 집에.
현관에서 대충 옷 벗어던지고 주방으로 갑니다. 배가 고픕니다. 렌지위에서 식은 순대국 냄비를 찾아 따뜻한 밥 반그릇을 말아넣습니다. 어우.... 들깨가루 잔뜩넣은 순대국 냄새가 죽입니다. ..모양도 죽... 입니다?
순대국 냄비에 숫가락 꽂아 왼손에 들고
냉장고에서 김치 한접시 꺼내 젓가락을 얹어 오른손에 듭니다.거실로 갑니다. 아싸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저녁입니다.
힝힝~ 콧노래를 부르며 오른쪽 팔꿈치로 거실등 버튼을 눌러 불을 켭니다.
'퓩' 불이 켜집니다.
어라
식탁 제가 늘 앉는 자리에 웬 종이들이 놓여있습니다.
가까이가서보니, 상장입니다.
"베스트노력상" 1학년 나은
옆엔 제가 맨날 오늘은 썻니? 하고 물어보는 일기장이 반듯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11월 29일..두 페이지나 썼네요.
수학문제 답안지로 추정되는 종이도 있습니다. 아마..다 맞았나 봅니다.
베스트노력상,
아마, 처음 받아온 상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상장을 줄만한 곳에 보낸적이 없거든요. 가끔 얻어걸린 상장을 들고와서 칭찬받는 언니가 정말 엄청 부러웠나봅니다.
아빠 보라고 식탁 위에 쫙 펼쳐놓은 일곱살 둘째의 포트폴리오를 한참 바라보다가 순대국에 김치를 거실 바닥에 내려놓고 사진을 찍습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아빠가 늦게 들어오다가 보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그래서 이렇게 사진도 찍어놨다고
정말 잘했다고 껴안고 뽀뽀를 해줘야겠습니다.
내일은 좀 늦게 출근을 해봐야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아빠 딸 모두 이쁨이쁨합니다 ㅎㅎ
덕분에 아침을 웃으면서 시작합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이 따의 모든 아빠들, 화이팅입니다~.!!
학교에서 딸내미가 처음 받아왔는데 벌써 애들 다 키운 느낌나고 정말 마음이 찡하죠
오늘도 열심히 애들위해 일하시는 엄마아빠들 화이팅입니다
애들 키우려 어쩔수없이 일하는건지
결국 원인도 결과도 같지만 과정에 차이가 있는거죠.
가족은 동행인거같아요.
감동있는글 감사합니다.
저도 가끔 늦을때 전화해서 뭐하냐는 목소리에 새삼 힘이 나곤 합니다.
모든 아빠 엄마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