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들어가기 앞서서.. 여기는 한국의 부동산과는 아마 사정이 많이 다를 겁니다. 일단 이곳은 전세가 없고, 집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도
조금 다르며.. 다만 제가 집을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드림으로써.. 비슷한 상황에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볼까.. 해서 써봅니다.
너무 구체적인 숫자 나열에 개인적인 정보가 많아서 예고 없이 펑 할 수도 있습니다. (.....)
아시다시피 샌프란시스코는.. 월세가 엄청나게 살인적인 동네입니다. 아마 전세계에서 손꼽히는 동네일꺼에요. 한국식의 신축
아파트 같은 곳에서 사려면 방두개짜리에 보통 월세로 4000~5000불 정도는 줘야 하죠.
(이것도 시내 한복판은 아니고 좀 지하철 타고 나와야 이 가격이 나옵니다)
방하나 짜리라고 뭐 드라마틱하게 싸지는건 또 아니어서 대략 3천에서 3천5백불.
그래서 저같이 혼자 벌어서 혼자 사는 직장인의 경우...
이 정도 금액을 월세로 내는 건 너무 아까우니 보통 이렇게 좋은 주거 환경에서 살지 않고, 보통 집의 차고를 개조해서 세놓는
방하나짜리에 2천불 초반대 가격에 살거나, 아니면 좀 낡은 (대략 지은지 50년에서 100년은 된) 아파트 방 하나짜리 마찬가지로
2천불 초반에.. 살곤 합니다.
저는 집 운이 정말 드럽게도 없었어서.. 이걸로 썰 풀자면 정말 한트럭인데.. 남의 집 세들어 사는 설움이랄까.
20대 였을때는 뭐 그럭저럭 살았는데, 30대가 되고 나니 좀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스멀 스멀 올라오더군요.
그게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더 심해졌는데.. (벌써 2년째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집에만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데 집이 편하고 좋은 게 굉장히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코로나가 터졌을 당시에는 정말 위험한 지역의 신축 타운하우스 4천불짜리를 친구와 렌트해서 살았었습니다.
이게 정말 위험한 지역의 사이드를 아예 밀어버리고 신축 타운하우스들을 무쟈게 지어놓고.. 서서히 그 일대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인데, 아직 그 첫번째 타운 하우스들만 들어간 상황이라.. 우리 커뮤니티를 나가면 바로 무법지대가 형성되는.. (.....)
차 안타고는 어디 함부로 가면 안되는 그런 동네였었는데, 코로나 때 지내기는 제법 좋았습니다. 3층집이었고, 차도 두대나
주차할 수 있었고, 4천불에 전기, 물, 인터넷 모든 공과금이 포함된 가격이었었거든요.
방도 두개에 화장실도 두개라 친구와 각자 하나씩 쓰면 되었었고.
이 집에서 살때 코로나가 터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집 계약은 끝나고 친구와 더 이상 같이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다시 혼자서 아파트를 알아보게 됩니다. 근데 새로 지은 타운하우스에서 살다보니.. 도저히 옛날의 그 남의 집 차고를
개조한 그런 집에 살고 싶지가 않더군요. 그래서 아파트를 알아보게 되는데.. 당시 샌프란과 그 주변 일대는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모든 테크 기업들이 다 재택근무를 선언하니.. 샌프란의 아파트들에선 아무도 살고 싶어하지
않았던 거죠. 그도 그럴게.. 샌프란의 신축 아파트들은.. 정말 숨도 못쉴 거 같이 지어놨더라고요.
워낙에 땅값이 비싼 동네라서 600 스퀘어 핏 정도 되는 작은 공간에 방하나 짜리 아파트를 만들어 놓고 (새로 지은 고급 아파트들이라
인테리어나 집 자체는 엄청 고급 스럽긴 했습니다) 3천~3천5백불에, 저는 차도 있었으므로 주차 비용 300불 추가 요구..
거기에 강아지를 기르고 있었으므로 강아지 비용 100불 추가 요구.. 뭐 이런식이 되더군요.
다만 언급했다 시피 코로나로 이 지역은 초토화가 되어 있었고, 아파트들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미친듯한 할인을 퍼주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다운타운의 경우는 할인을 받아서 가격을 맞추더라도 너무 좁고 답답했고, 일단 다운타운에 살고 싶지가
않더군요. 어차피 출근도 안할건데 말이죠. (옛날 같았으면 집은 잠만 자는 곳이었으니 그 것도 감지덕지 였습니다만,
요즘에는 집은 사무실이요 놀이터요 휴식공간인데 절대적인 크기가 중요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다운타운에서 조금 나온 비교적 한적하고 깨끗한 동네에 집을 구하게 되고.. 이 집은 제가 처음 들어가는, 말그대로 초초초
신축이었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도저히 돈아까워서 못들어 갔을.. 한달에 원래 월세 3300불, 주차 125불, 강아지 65불 해서 거의
3500불을 내야 하는 곳이었는데.. 집세는 3천불로 깎아주고, 들어갈때 7000불의 크레딧을 줬습니다. 대충 한달에 2600불의
주거 비용이 나오더군요. 뭐 나쁘지 않았습니다. 방하나 짜리에 크기는 조금 있어서 800 스퀘어 피트 정도였고, (대충 20평 정도
될까요..?) 발코니도 있어서 강아지 기르기는 나쁘지 않은..
근데 문제는 그 집에서 1년을 다 살고 갱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였습니다. 내년부터는 더 이상 그런 할인 폭은 적용되지
않을 것이고, (다시 샌프란에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어서요) 그럼 주거 비용이 많이 오를 거라서요. 제 예상대로...
1년 계약이 끝나 갈때 쯔음 갱신시 월세는 3300불로 올린다고 통보가 옵니다.
그렇게 되면 원래대로 주차 + 강아지 포함 3500불에 살아야 하는 건데.. 2600 -> 3500불로 뛰는 건
좀 너무 가파르잖아요. 무엇보다, 그 집이 생각만큼 좋지가 않았습니다. 북향이어서 햇빛은 거의 보지도 못했고,
집을 어떻게 지었는지 층간소음이... 생각보다 심했습니다. 당시 태어난지 한 오개월된 강아지를 기르고 있었는데
얘가 하도 힘이 넘쳐서 집안에서 엄청 뛰어 다니는데.. 층간 소음 때문에 엄청 신경이 쓰이더군요. 그래서 하루에 산책을 두시간
세시간씩 해서 힘을 빼놓아야 좀 마음이 편한 생활을.. (ㅠㅜㅠㅜ)
그래서 이 글의 본론인.. 집 구매를 알아 보게 됩니다. (서론이 엄청 길었죠. 죄송합니다.)
저는 집을 살때 최소 방 두개가 되는 집을 원했습니다. 그도 그럴게, 집에서 일을 앞으로도 계속 하게 될텐데 (설사 회사가 문을
열어도 보통 일주일에 한두번 출근 하는 걸로 예상이 됩니다 앞으로는) 오피스 공간은 따로 만들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침실에 일하는 공간을 두었다가 이게 수면에 엄청 안좋아서.. 결국 거실로 빼서 일했는데, 이왕이면 거실말고
독립된 곳에서 일하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계산기를 두드려 봅니다. 대충 80만불짜리 집을, 20% 내돈으로 내고 80% 대출을 받아서 사면 (미국에선 가장 흔한
비율입니다) 대충 한달에 이자 + 원금 2900불 정도, 보유세가 한달에 900불 정도, HOA라고 한국의 관리비 같이 내는게 있는데
(관리비와 다른 점은 전기나 물같은 공과금은 전혀 포함이 안된, 순수하게 아파트 관리비용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그게 아파트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충 400~500불 정도. 얼추 한달에 내는 돈이 4200불.. 어우야...
다만, 생각을 좀 달리해 보았습니다. 제 세금을 해주시는 분이 이야기 해주시기를, 대충 80만불짜리 집을 모기지를 끼고
샀을 경우 제 경우 1년에 낸 이자에 대한 세금혜택이 만불 정도 있답니다. 그 돈을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거죠.
그걸로 보유세는 퉁쳐봅니다. 그리고 원금+이자 중, 원금은 뭐 저축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 돈이 어디 가는 건 아니니까요.
대충 2900불중에서 1100불 정도가 원금이고 1800불이 이자더군요. (이 비율은 지금은 그렇고 나중에는 원금의 비중이
더 늘어나겠죠.) 그러면.. 실제로 월세와 비교가 될만한 돈은 이자 1800불, HOA 400~500불.. 합치면 2300~2400불로...
오???? 개이득?!?! ....은 아니고 (....)
월세보다는 괜찮다는.. 일종의 정신승리 비슷한 계산이 나오더군요. 여기에 더불어 제가 구매한 집은 삼층짜리 집으로
타운하우스형 아파트 였습니다. 지은지는 20년 정도 된.. 한국 기준에선 꽤 구축입니다만, 미국 기준에선
꽤 신축입니다. (......) 1층은 차가 두대 들어가는 차고가 있고, 2층은 거실과 주방, 3층은 방두개와 화장실 두개.
화장실은 각 방에 하나씩 있고, 2층에도 하나 있어서 총 세개.
거기다가 엄청난 남향이라 햇빛도 엄청 잘 들고 발코니도 있으며, 지역은 안전하고 깨끗합니다. 그리고 집 구조상...
강아지가 어떤 난리를 쳐도 다른 집에 피해를 줄수가 없습니다. (......)
주거 편의성이 기존과는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거기다가.. 무엇보다.. 매년 월세 오를 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겁니다. 여기는 렌트 컨트롤이 안될 경우 월세가 매년 200~300불씩
오르는 경우가 수두룩 한데.. (저는 2300불에 살던 집을 2700불까지 단숨에 올려버리는 일도 당해봤습니다.) 그래서 샌프란에서
살면서는 거의 매년 이사를 다녔습니다. 그래서 인테리어고 뭐고 집꾸미는 건 상상도 못했고요..
근데 집을 구매하고 나서는 오를게 뭐 보유세 정도..? 근데 그마저도 매년 2~3%이상으로는 올리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불정도가 보유세로 나가니 매년 2~300불 올라봐야 12개월로 나누면 크게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었던 거죠.
여러가지로 집 구매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은 매달 내야 하는 주거비용 때문에 부담이 되긴 하지만..
1~2년만 지나면 매달 부담하는 비용은 똑같은데, 제 월급은 계속 올라갈테니.. 널뛰기 하는 월세 감당하는 거 보다야...
한국은 전세라는 선택지가 있어서, 전세로 들어가서 남는 돈으로 주식하는 등으로 돈을 굴리는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샌프란시스코는 월세가 워낙에 센 동네라 집을 구매하지 않으면 정말 월세 내다가 끝날 것 같더라고요.
미국은 한국과는 또 달라서 타운하우스 형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든 아파트는 아파트라.. 하우스 만큼 집값이 잘 오르지는 않습니다만..
그 말도 안되는 주거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만족합니다. (......)
집 사신건 축하드려요!! ㅎ
이제 먹고, 입고 살만은 하니 주거가 가장 큰 문제긴 하네요.
옛날에 저 살때는 돈없어서 오클랜드에 있었는데.. 요즘은 오클랜드도 제생각 수준 렌트나 집값이 아니더라구여 ㄷㄷㄷ
일찌감치 베이 에어리어에 집사서 살고있는 친구는 이제 재벌급으로 우러보고 있습니다 ㄷㄷㄷ
저 살때 오클랜드가 미국 강도1위 도시의 위엄이였는데. 그래도 요즘은 6위정도로 내려오긴?했나보네여 ㅋ
요즘은 핫한 동네가 되었다고 합니다? ㄷㄷㄷ
이사비용도 만만찮아서 월세가 올랐을때 이사비용이랑 비교하면 엇비슷할 때도 있었을 듯한데, 매년 이사를 다니신 건가요?
그런 의미에서 1년 단위 계약은 좀 거시기 하네요. (최소 2년은 보장해주는 것이....)
버는 돈 모두 월세로 나가는 경험을 했지만 정말 재밌는 동네긴 합니다ㅎㅎ
/Vollago
원배드 1500불 그당시 집주인이 엄청 싸게 랜트해줬었어요
금문교도 살짝 보이고..
벌써 10년전이네요
지금은 가격 장난아니군요 ㅠㅠ
저도 월세 살다가 이번에 매매해서 담달에 이사가는데 이자랑 계산해보니까 더 이득이더라구요.
한국은 보유세도 적어서 부담이 없드라구요.
/samsung family out
"제 월급은 계속 오를테니" 군요.
한국도 집값 물가 오르는 만큼
월급도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급등하는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그렇게 받아 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자본주의 물이 덜 들었나 봅니다(?)
근데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종부세는 혜자네요.
(관리비와 다른 점은 전기나 물같은 공과금은 전혀 포함이 안된, 순수하게 아파트 관리비용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그게 아파트에
따라서 다르지만 대충 400~500불 정도.
======================
이부분에서 충격이네요. 한국에서 종부세가 10배 올랐네 징징이들이 깜짝 놀랄듯합니다
"1년에 낸 이자에 대한 세금혜택이 만불 정도 있답니다. 그 돈을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는 거죠.
그걸로 보유세는 퉁쳐봅니다. "
이 내용도 같이 보셔야죠. 세법이라는게 각 나라마다 사연과 역사가 꼬이고 꼬여서 정말로 복잡한데 하나만 보고 어찌 직접적인 비교가 되겠습니까.
우리나라는 이런 경우 세액공제도 아니고 소득공제인데 그마저도 5억 이하 주택만 해주니
사실 이자부담에 대한 세금 지원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요.
다른 썰도 풀어주시면, 감사히 읽겠습니다 :)
그런 경우 그 해에 장기수선충당금을 확 올리더군요. 엘리베이터 교체는 꼭 해야하니까요.
대략 월 2-3천원씩 걷다가 2-3만원씩 걷는 경우를 겪었습니다.
혹시 거실에 있는 등이 다이슨의 뭐시기 하는 전등인가요?
혹시 맞다면 만족도가 어떠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답변 감사합니다! ^^
한국도 경기도 땅값 싼곳에도 이정도 타운하우스 7~8억 정도할텐데...
미국 이민가신건가요??
맘에 맞는 세입자 한명 구하면, 개이득이 되실듯 ㅎ
자기집을 가진다는것만큼
큰 기쁨도 없지 싶습니다^^
좋은 집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가시기를 바래봅니다.
한국에 비하면 엄청나군요
샌프란시스코 면 직장을 옮겨도 근처실테니 사볼만할것 같네요
언젠가는 저도 거기서 집 사고싶네요
우리나라도 9억짜리 집에 1년에 보유세 1200만원씩 내고 집 못사는 사람들은 한달에 월세 300-500씩내면서 사는 세상이 오면 과연 좋을까 싶네요...
샌프란시스코 9억짜리 집 한달에 월세 273만원 내는 셈치고(이자+HOA),
이자내는 모기지 방식으로 구매함 (연간 2,570만원. 나머지는 원리금 지급 방식이어서 집 대출에서 차감)
기존에 주거 환경도 더 안좋은 렌트는 매월 416만원이 나갔기 때문에 주거환경 UP↑
기대 수익은 집값 상승시 투자 수익이 있을 수 있고, (하락시엔 반대로 하락 손실이 있겠죠)
전세와 마찬가지로 렌트 관련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겠네요.
축하드립니다. :)
그런데, 제가 알기론 제산세에서 대출이자 공제 따로, 보유세 공제 따로 인 걸로 아는데, 보유세 공제는 안 받으시나요?
그런데 모기지 대출을 80%나 해주다니 한국과는 사뭇 다르네요
요즘엔 집을 사는데 다른것보다 경쟁이 너무 심해서 오퍼 조차 뚫기 힘든게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하는데 무사히 구매 마치신것 같아 다행이고 축하드립니다. 저도 첫 집을 구매했을 때 그 설레임이 아직도 생각나네요 ㅎㅎ
더구나 집값이 올라도 별로 오르지 않는다니 향후 현금흐름을 예측 관리할 수 있어 좋은 제도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모든 주택에 매수가격의 1% 보유세 부과하고 미국처럼 관리하면 좋겠네요.
진짜 거주비용 감당못해서 노숙자로 쫒겨가는건 일도 아니겠네요. 영화에 맨날 그런얘기나오던데 현실이었군요
살벌합니다 ㄷㄷㄷ
요제품입니다.
내 집 마련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