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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글을 보고 내친김에 수능 영어영역과 한국의 주된 영어 교육 방식에 대해서 제 의견을 써 봅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능 영어 영역은 영어 시험이 아니라 문해력 시험이며 지문들은 거의 문제가 없다.
2. 시험만을 목표로 문제 푸는 기술만 가르치는 영어 교육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간혹 수능 영어 영역 지문을 영어 원어민들에게 보여주고 그 반응을 보면서 "이런 시험 문제가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냐" 하고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수능의 목적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비난입니다. 아시다시피 수능 지문은 출제자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영어로 쓰인 책에서 뽑아내는 겁니다. 대체로 한 문단씩 떼어오기 때문에 그냥 보면 이상할 수도 있는데 문장이 묘할지언정 말이 안 되는 문장은 없습니다. 당연히 신간들이 대체로 글이 단순하고 명쾌한 경향이 있는데 80년대에 쓰인 책들만 봐도 수능 영어 지문보다 더 현란한 문어체 문장들이 천지삐까리이고 평소에 책 읽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도 다들 문제없이 읽습니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수능 영어 시험은 문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에요.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입니다. 대학 입학해서 공부하려면 원서도 봐야 할 테고, 논문 쓰려면 영어로 적힌 다른 논문들도 읽어야 하고, 영어로 논문을 써야 할 수도 있는데 논문 보면서 "실생활에서 안 쓰이는 문어체로 복잡하게 쓰여서 못 읽겠다" 하면 안 되는 거죠. 부족하긴 하지만 이걸 할 수 있는지 평가하려고 만든 시험이 수능이에요.
어려운 단어도 마찬가지에요. 일단 수능영어에 쓰이는 단어들이 어렵다 해도 사실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에요. 영어 뉴스 기사만 몇 개 읽어봐도 대학 전공 서적에도 안 나올 단어들이 허다한데요. 수능에서는 다들 모를 만한 어려운 단어들은 몰라도 문제 푸는 데에 상관이 없어요. 책이나 논문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 읽고 뜻풀이하면서 읽나요? 문단 하나를 통째로 훓어보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용어가 아닌 이상에야 잘 모르는 단어는 대충 짐작해서 넘어가고 읽고 있는 글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야죠. 저도 고등학교 3년 동안 모의고사 치면서 영어 영역에서 거의 한 문제씩만 틀렸는데 단어 공부를 한 적은 없어요. 지문만 잘 읽으면 단어 몇 개 몰라도 대충 때려맞추면 되니까요. 수능영어는 이러한 독해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어요. 시험 문제를 꼬아서 내는 게 잘못됐다 할 수는 있어도 문해력 평가에서 변별력을 높이려면 달리 수가 있나요. IELTS 같은 영어 시험에도 그 정도로 꼬인 문제는 나옵니다.
그렇다고 한국 영어 교육에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에요.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 영어 수업이랍시고 한 건 수능 영어 문제집 펼쳐놓고 문장 분석하는 것 밖에 없었어요. 요즘도 이런 식으로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 후에 토플 치겠다고 유명한 영어 학원에 갔더니 강사들이 또 이 짓거리를 하더군요. 그래서 등록했다가 하루만에 취소하고 혼자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왜 영어 교육이 이따위가 됐는지 이해는 됩니다. 영어 실력이나 문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들 시험 점수 올려주는 데엔 문제 푸는 스킬을 주입해주는 것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외국어도 결국 어릴 때부터 모어로라도 책 많이 읽은 사람들이 잘 하는 거에요. 문해력은 누가 가르쳐 준다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책을 많이 읽어서 기르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정말로 "영어 교육"을 하겠다면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언어를 익히려면 그 언어를 무조건 많이 사용해야 해요. 특히 직접 대화하고 글을 읽고 쓰면서 그 언어 특유의 표현과 사고방식을 느끼고 익히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저도 학교 다닐 때엔 말하고 쓰는 교육을 전혀 못 받았죠. 제가 겪은 바로는 교사 본인들이 영어로 대화하고 수준 높은 글을 쓸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정시/수능 비중이 수시보다 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이 영어를 배우기엔 알파벳을 쓰는 나라에 비해 어렵습니다. 반대로 알파벳 쓰는 나라 외국인이 한국어 배우기는 더 어렵죠. 근본적으로 말하기 듣기를 배우기 어려운 상황에 영어 문해력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여러 폐해를 만든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문해력은 언어영역에서만 다루고 외국어 영역은 말하기와 듣기 향상하는데 주안점을 두면 되지 않냐라는 물음에는 또 답을 못하겠네요. 왜냐면 시험이라는 포맷은 말하기와 듣기를 향상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제 아무리 IELTS, 토플, 캠브릿지 prep이라도 유창하게 영어 못해도 점수를 받는 방법이 있고 또 고안하기 때문이죠. 이런 방법은 대개 소요기간이 짧아서 (일종의 다크포스) 점수가 필요한 대부분이 이쪽을 택하게 됩니다.
너무 좋은 글 써주셔서 저도 제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했습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그야말로 대학에서 필요한 능력(문해력)을 평가하지, 영어(언어적 능력) 자체를 평가하는거는 아니잖아요? 진짜 해외에 나갈 사람들이나 영어가 꼭 필요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아니면 현재의 한국 영어교육은 딱히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다들 고등학교 졸업하고 토익치면 600-700은 그냥 나오는게 현실이고, 대학 전공서나 논문정도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잖아요. 그정도면 충분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언어는 생활속에서 접하는 환경이 아니면(해외거주자라던가 영어권 사용자와 일을 한다거나) 학습자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은 유창해지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인들이랑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영어가 자연스럽게 늘기 바라는거는 이상한거죠.
제가 글에서 밝혔다시피 수능 영어 영역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 괜찮은 시험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사람들에겐 항상 불만이 있겠죠.
문제는, 그렇게 해놓고 4대영역을 다 시험을 보면, 당연히 사교육 주욱 받은 애들이 다른 애들 압살하겠죠.
그래서 못 하는 겁니다.
국어 수능의 영어 버젼이였음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1. 아래 지문을 읽고 작가가 처한 시대의 철학적 논쟁을 가장 잘 표현한 답을 찾으시오.
예제 - 영어 지문으로 16세기 문학 지문
보기 1. 2. 3. 4. 5 영어 단어로 표기.
예제가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고전 영문학의 일부를 가지고 오면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읽기 쓰기 말하기 쉬운 영어로만 만들어진 문장들로 유추해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시험이 있었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