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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수능 영어와 한국 영어 교육의 문제점 13

6
2021-11-24 21:37:58 수정일 : 2021-11-24 23:24:11 119.♡.163.220
RPhF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6717370?c=true#130422890CLIEN


오늘 이 글을 보고 내친김에 수능 영어영역과 한국의 주된 영어 교육 방식에 대해서 제 의견을 써 봅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능 영어 영역은 영어 시험이 아니라 문해력 시험이며 지문들은 거의 문제가 없다.

2. 시험만을 목표로 문제 푸는 기술만 가르치는 영어 교육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간혹 수능 영어 영역 지문을 영어 원어민들에게 보여주고 그 반응을 보면서 "이런 시험 문제가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냐" 하고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수능의 목적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비난입니다. 아시다시피 수능 지문은 출제자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영어로 쓰인 책에서 뽑아내는 겁니다. 대체로 한 문단씩 떼어오기 때문에 그냥 보면 이상할 수도 있는데 문장이 묘할지언정 말이 안 되는 문장은 없습니다. 당연히 신간들이 대체로 글이 단순하고 명쾌한 경향이 있는데 80년대에 쓰인 책들만 봐도 수능 영어 지문보다 더 현란한 문어체 문장들이 천지삐까리이고 평소에 책 읽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도 다들 문제없이 읽습니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수능 영어 시험은 문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에요. 말 그대로 "대학수학능력시험"입니다. 대학 입학해서 공부하려면 원서도 봐야 할 테고, 논문 쓰려면 영어로 적힌 다른 논문들도 읽어야 하고, 영어로 논문을 써야 할 수도 있는데 논문 보면서 "실생활에서 안 쓰이는 문어체로 복잡하게 쓰여서 못 읽겠다" 하면 안 되는 거죠. 부족하긴 하지만 이걸 할 수 있는지 평가하려고 만든 시험이 수능이에요. 


어려운 단어도 마찬가지에요. 일단 수능영어에 쓰이는 단어들이 어렵다 해도 사실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에요. 영어 뉴스 기사만 몇 개 읽어봐도 대학 전공 서적에도 안 나올 단어들이 허다한데요. 수능에서는 다들 모를 만한 어려운 단어들은 몰라도 문제 푸는 데에 상관이 없어요. 책이나 논문 읽으면서 단어 하나하나 읽고 뜻풀이하면서 읽나요? 문단 하나를 통째로 훓어보고 반드시 알아야 하는 용어가 아닌 이상에야 잘 모르는 단어는 대충 짐작해서 넘어가고 읽고 있는 글이 뭘 의미하는지 알아야죠. 저도 고등학교 3년 동안 모의고사 치면서 영어 영역에서 거의 한 문제씩만 틀렸는데 단어 공부를 한 적은 없어요. 지문만 잘 읽으면 단어 몇 개 몰라도 대충 때려맞추면 되니까요. 수능영어는 이러한 독해력을 평가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어요. 시험 문제를 꼬아서 내는 게 잘못됐다 할 수는 있어도 문해력 평가에서 변별력을 높이려면 달리 수가 있나요. IELTS 같은 영어 시험에도 그 정도로 꼬인 문제는 나옵니다.


그렇다고 한국 영어 교육에 문제가 없다는 건 아니에요.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 영어 수업이랍시고 한 건 수능 영어 문제집 펼쳐놓고 문장 분석하는 것 밖에 없었어요. 요즘도 이런 식으로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진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겁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 후에 토플 치겠다고 유명한 영어 학원에 갔더니 강사들이 또 이 짓거리를 하더군요. 그래서 등록했다가 하루만에 취소하고 혼자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왜 영어 교육이 이따위가 됐는지 이해는 됩니다. 영어 실력이나 문해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람들 시험 점수 올려주는 데엔 문제 푸는 스킬을 주입해주는 것만큼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외국어도 결국 어릴 때부터 모어로라도 책 많이 읽은 사람들이 잘 하는 거에요. 문해력은 누가 가르쳐 준다고 올라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책을 많이 읽어서 기르는 수밖에 없죠.


그런데 정말로 "영어 교육"을 하겠다면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겁니다. 언어를 익히려면 그 언어를 무조건 많이 사용해야 해요. 특히 직접 대화하고 글을 읽고 쓰면서 그 언어 특유의 표현과 사고방식을 느끼고 익히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저도 학교 다닐 때엔 말하고 쓰는 교육을 전혀 못 받았죠. 제가 겪은 바로는 교사 본인들이 영어로 대화하고 수준 높은 글을 쓸 능력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RPhF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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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
대학찰옥수수
IP 211.♡.140.52
11-24 2021-11-24 21:45:00
·
말씀하시는 내용은 영어교육 뿐만 아니라 한국 교육의 전반적인 문제점이라고 햐도 틀리지 않는것 같습니다
주우
IP 58.♡.14.178
11-24 2021-11-24 21:45:07 / 수정일: 2021-11-24 21:45:22
·
수준높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은 교사를 하는게 아니라 글을 써서 돈을 벌겠지요
RPhF
IP 119.♡.163.220
11-24 2021-11-24 21:52:19
·
@주우님 그렇긴 한데 영어 교육에 대한 사람들의 불만을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 논술 가르치는 것만큼이라도 영어 글쓰기 교육도 해야 하겠죠.
KJaden
IP 125.♡.195.122
11-24 2021-11-24 21:55:45
·
현직 영어교사입니다. 우리 과 기준으로 90년대 중후반 학번들 부터는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 수업할 수 있을 겁니다.. 학부에서 한국어로 영어수업하는 걸 거의 죄악시하다 시피 했으니깐요.. 지금 40대 중후반 됐겠네요.. 초임 때 그렇게 수업하면 자기만족은 높았죠.. 있어 보이고… 근데 그러면 진도를 못 빼죠… 저희 동네에서는 수업 듣는 학생들 중 10%정도만 따라오겠네요.. 그래도 계속 영어로 영어 수업하는 게 맞을까 잘 모르겠습니다…
RPhF
IP 119.♡.163.220
11-24 2021-11-24 22:07:27 / 수정일: 2021-11-24 22:07:49
·
@KJaden님 제가 학교 다녔을 때에도 젊은 교사들은 어찌됐든 수업을 영어로 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게 눈에 보였는데 수업 내용이 시험 범위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게 큰 문제 같았어요. 그리고 한국 교육의 평등지상주의가 문제가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mairoo
IP 49.♡.28.157
11-24 2021-11-24 21:56:28
·
비단 영어 말고도 다른 과목 포함 수능의 목적이 큰 불평불만 없이 차례로 줄 잘 세우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정시/수능 비중이 수시보다 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펀치옥수수
IP 59.♡.95.65
11-24 2021-11-24 21:59:18
·
영포자가 많이 생기는 거 보면 교육 수정이 필요 해보이긴 합니다.
PS44444
IP 39.♡.25.27
11-24 2021-11-24 22:02:45 / 수정일: 2021-11-24 22:09:32
·
언어에서 쓰기와 읽기는 말하기와 듣기보다 더 높은 능력입니다. 누구나 한국어 소통에 문제가 없지만 쓰기와 읽기(문해력)을 갖춘 사람은 적죠.

한국 사람이 영어를 배우기엔 알파벳을 쓰는 나라에 비해 어렵습니다. 반대로 알파벳 쓰는 나라 외국인이 한국어 배우기는 더 어렵죠. 근본적으로 말하기 듣기를 배우기 어려운 상황에 영어 문해력을 측정하려는 시도가 여러 폐해를 만든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문해력은 언어영역에서만 다루고 외국어 영역은 말하기와 듣기 향상하는데 주안점을 두면 되지 않냐라는 물음에는 또 답을 못하겠네요. 왜냐면 시험이라는 포맷은 말하기와 듣기를 향상하기엔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 제 아무리 IELTS, 토플, 캠브릿지 prep이라도 유창하게 영어 못해도 점수를 받는 방법이 있고 또 고안하기 때문이죠. 이런 방법은 대개 소요기간이 짧아서 (일종의 다크포스) 점수가 필요한 대부분이 이쪽을 택하게 됩니다.

너무 좋은 글 써주셔서 저도 제 생각을 두서없이 나열했습니다.
민중의지팡이
IP 113.♡.194.3
11-24 2021-11-24 22:09:01 / 수정일: 2021-11-24 22:09:12
·
사실 외국에서 거주하는 입장에서 한국에서 쭉 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영어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그야말로 대학에서 필요한 능력(문해력)을 평가하지, 영어(언어적 능력) 자체를 평가하는거는 아니잖아요? 진짜 해외에 나갈 사람들이나 영어가 꼭 필요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아니면 현재의 한국 영어교육은 딱히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다들 고등학교 졸업하고 토익치면 600-700은 그냥 나오는게 현실이고, 대학 전공서나 논문정도는 충분히 이해 가능하잖아요. 그정도면 충분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언어는 생활속에서 접하는 환경이 아니면(해외거주자라던가 영어권 사용자와 일을 한다거나) 학습자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은 유창해지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에 있으면서 한국인들이랑 한국어로 대화하면서 영어가 자연스럽게 늘기 바라는거는 이상한거죠.
RPhF
IP 119.♡.163.220
11-24 2021-11-24 22:26:01
·
@민중의지팡이님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살면서 영어를 쓸 일이 없을 사람들이 각종 영어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쏟아붓는 돈과 에너지가 사회적으로 굉장한 낭비이죠. 모든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게 현실임은 분명하니까요. 말씀하신 대로 언어는 직접 쓰고 부딪치고 깨지면서 배우는 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제가 글에서 밝혔다시피 수능 영어 영역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 괜찮은 시험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사람들에겐 항상 불만이 있겠죠.
도톨
IP 218.♡.88.70
11-25 2021-11-25 00:29:27
·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를 모두 가르치고 시험보려면, 영어 수업시간과 교사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해놓고 4대영역을 다 시험을 보면, 당연히 사교육 주욱 받은 애들이 다른 애들 압살하겠죠.
그래서 못 하는 겁니다.
우울한하루
IP 116.♡.61.126
11-25 2021-11-25 18:46:01
·
영어교육론에 보면 국가의 영어 환경에 따라 영어를 보는 관점이 있습니다. ESL(제2언어로서의 영어ㅡ인도) EFL(외국어로서의 영어ㅡ우리나라). 우리나라는 EFL이기 때문에 영어교육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요. EFL인 나라에서 생활영어가 가능하려면 영어 노출이 엄청 많아야해요. 그냥 하루종일 영어에 노출되야하는데 가정에서 그게 가능한가요? 학생들이 학교에서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 받을 수있나요? EfL에서 생활영어가 가능하다는거는 사실 거의 불능해요. 초등학교만 해도 주당 수업이 120분 밖에 안 되요. 애들 영어 노출시간이 거의 없는겁니다. 물론 가능하게 만들수 있습니다. 아는 지인이 외국어 독학(2~3년)을 했는데 아침에 눈 뜨고 자기전까지 계속 그 언어 방송 보고 관련 수업 듣고 혼잣말로 계속 중얼거리더라고요. 한국 환경자체가 듣기 말하기 교육이 어려운거예요. 그래서 그런 환경으로 어학연수를보내는거고요,
지우당
IP 61.♡.124.17
11-30 2021-11-30 12:27:34
·
영어 수능은

국어 수능의 영어 버젼이였음 좋겠어요.

예를 들어서

1. 아래 지문을 읽고 작가가 처한 시대의 철학적 논쟁을 가장 잘 표현한 답을 찾으시오.

예제 - 영어 지문으로 16세기 문학 지문

보기 1. 2. 3. 4. 5 영어 단어로 표기.


예제가 어려운 단어가 아니라 고전 영문학의 일부를 가지고 오면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정말 읽기 쓰기 말하기 쉬운 영어로만 만들어진 문장들로 유추해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시험이 있었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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