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에 넷플릭스 오리지날로 공개된 드라마 '지옥'을 보고 제가 느낀 점은, 가톨릭 신자로서 지금의 종교 단체들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고민해야 할 부분을 '지옥'이라는 드라마가 잘 말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고지'와 '시연'은 천사가 나타나서 시연이 일어날 시간을 '고지'하고, 그 시간이 되면 틀림없이 '시연'이 행해집니다. 작품 내에서는 이를 크게 두가지로 정의합니다. 한가지는 새진리회가 주장하는 '죄를 짓는 자가 받는 신의 형벌'입니다. 신에게는 의도가 있고, 이를 벗어나면 죄를 짓는 것이기에 신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죄인을 벌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한가지는 소도에서 주장하는 '자연재해, 사고, 질병과 같은 불행한 현상'입니다. 신의 의지 따위가 아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불행한 사건인 것이죠.
만약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새진리회의 해석이 조금 더 익숙할테고, 무신론자에다가 특히 이공계 종사자라면 소도의 해석이 조금 더 익숙할 것입니다. 그러나 작품 내에서는 두 해석 모두가 한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교리의 핵심인 '신의 의도'에 맞지 않는 고지와 시연이 존재함은 물론이고 신의 의도를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사건을 인위적으로 조작까지 합니다. 이는 최소 새진리회가 정의한 '신의 의도'가 틀렸음을 의미하고 최악의 경우엔 '신의 형벌'이 아닐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가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수사는 답은 커녕 단서 조차 주지 못했습니다(피의자 증거는 고사하고 피해자 조차 밝힐 수 없었죠.). 결국 사람들은 조작이라는 것이 들통 날 때까지 맹목적으로 새진리회를 믿습니다.
한편, 자연과학은 지금까지 눈부시게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은 행하는 인간의 한계 때문에 모든 현상을 완벽하게 밝힐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해석되지 못하는 현상은 (혹은 해석 되더라도) 의미가 붙어 종교화가 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이 점 때문에 종교는 영원성을 가진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종교 자체가 영원하다고해서 특정 종교가 영원한 것은 아니며 이는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의 새진리회는 세가지 한계성을 보입니다. 첫번째는 신의 의도를 해석하는데 거짓요소가 들어간 점이고, 두번째는 그 신의 의도라는 것이 형벌과 같이 부정적인 것이고, 끝으로는 인간들이 나름대로 정해놓은 약속인 사회시스템을 무시한 점입니다. 이 거대하고 명확한 한계성 때문에 이후 새진리회의 말로가 어떨지 예상이 되고, 작품 밖 현실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가톨릭을 믿는 종교인으로서, 기성 종교들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세가지 한계성에 대해서 심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교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말할 수 있는데 막 생겨난 신흥종교가 아니라면 나름대로 체계가 잡혀있기 때문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특정한 교리를 위해서 취사선택을 하면 안된다는 거지요. 차라리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훨씬 와닿습니다. 인간이 신의 뜻을 확실하게 안다는 것 자체가 저는 이미 오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두번째는 교리의 내용입니다. 현재 주를 이루는 종말이나 심판, 구원과 선민의식보다는 지금 이 시점에서 행복 할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어야하고 나 뿐만이 아니라 가능하면 인류 모두가 행복 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비종교인 혹은 다른 종교인과의 공생입니다. 나의 믿음에 대해 확신이 있는 만큼 상대방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모든 종교가 행복을 추구한다면, 과연 서로 헐뜯으면서까지 경쟁 할 필요가 있을까요?
넷플릭스에 공개되기 전에 이미 웹툰으로 작품을 다 본 상태에서, 원작과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우려했었는데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종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줘서 저에겐 참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
P.S.: 저는 지옥을 닫힌 결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박정자가 부활하는거 보고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시즌2가 되어도 감독 특성상 고지와 시연과 부활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겠죠? 어떤 작품으로 돌아올지 정말 기대되고 우려됩니다. (그냥 안돌아왔으면...ㅋㅋ)
행복이란 괴로움이 없는 상태라고 하니까요.
신부님중에서도 기도와 명상을 비교 공부하시다가 불교 넘어가신 분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천주교에서 사랑이 제일이라고 했는데, 참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에서 신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고지와 시연의 최종 목적이 뭘까 궁금하네요.
뭐 주사위 돌려서 결정한다고 해도 내용상은 맞죠. 그러고 보니 의미를 부여하고 있네요.ㅋ
그래서 저는 만약 신의 형벌이 맞다면 일단 새진리회가 말하는 신의 의도는 틀린 해석이고, 더 나아가 해석하지 못하는 자연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나에게 그런일이 닥치면 어떻게든 이유를 찾고 싶긴 할 것 같아요.
이후 행패부리는 누군가에 대해 (스포피할려니 힘드네요 ㅠㅠ) 사자가 등장할때, 등장모습과 시연시 폭력적인 행동이 이전의 사자들과는 달리 뭔가 급하고 분노에 찬 모습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쿠키영상도 이로인한 변화가 아닌가 싶구요.
‘신을 믿어서 구원받을지 말지 선택의 주권은 인간에게 있는 것(자유의지 혹은 자율성)이 아니라 오롯하게 하느님에게 있어서(예정설) 인간이 인지하지 못할 뿐, 이미 태어날때부터 구원의 여부는 결정되어 있다.’로 알고 있거든요.
만약 예정론이 맞다면 시즌2에서 어찌 풀어낼지 상당히 기대가 됩니다.
대부분 신을 인격화함으로써 오류를 만들어내니 '의도' 같은 걸 해석할려고 종교가 생기는거죠.
애시당초 신이 절대적이라면 '의도'같은게 생길 일도 없잖아요.
더군다나 절대자라는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신은 절대자일리가 없죠.
절대자가 어떻게 이렇게 개허접스런 인간을 만들수 있죠?
절대자가 만들어내는것은 절대적이어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