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살로 돌아가신지 이제 8개월쯤 되었습니다.
경황도 없고 상황도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이게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사망하신 날로부터 몇개월을 보낸거 같네요.
혹시 저와 같은 일을 겪으실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용기내서 글을 좀 적어 봅니다.
1. 가족중에 자살이 발생하면 우선 가족끼리 뭉쳐야 합니다.
최근에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 녹취를 들어 보고 있었는데, 이상한점을 발견 합니다.
아버지의 사망 시점은 3월 13일.
저와 아무 문제 없는 정상 통화를 나눈게 3월 8일/3월 12일(3회)/3월 13일 입니다.
대충 눈치를 채시겠지만, 예고를 주고 사건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고 발생시점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시간에 누구와 연락 했는가부터 시작해서 누가 부담을 주었는가에 대한 많은 생각이 오가겠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가려는 사람은 이미 훨씬 전부터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냥 그날 버스를 탔을 뿐입니다.
그 누구도 탓하지 말고 가족끼리 뭉쳐야 합니다. 저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가족과 몇개월간 지냈습니다.하루에도 몇번씩 특히 늦은 새벽에 아버지가 떠나신 그 장소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고 아버지처럼 가려고 끈도 준비해두었습니다. 왜 어쩌다 끈을 사게 되었는지는 지금 생각하면 잘 모르겠지만 늦은 밤이면 아버지가 떠난 그곳에서 저도 생을 마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들었고, 이는 저 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여동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경제적인것에 좀 허덕이기는 합니다만, 약 6개월간 일을 쉰 것이 저희 가족을 보호했다고 생각합니다.
2. 서로 탓 하는건 아무 의미가 없다.
돌아가신분의 머리속을 우리는 모릅니다. 따라서 단편적으로 나오는 단서를 손에 쥐고 니가 죽였다 내가 죽였다 왈가 왈부 하는거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책임 회피를 하려고 몰아가는 경우가 생기는데... 사람을 평가하는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누구에게는 좋은 아버지고 남편일 수 있기 떄문에, 다각도로 사람을 평가하는건... 어렵습니다.
3. 생각을 나게 하는 물건은 모두 폐기하라.
아버지가 돌아 가신 후 저희 가족을 가장 힘들게 했던건 생전 아버지의 유품입니다. 감정을 힘들게 바로 잡아도 시도 때도 없이 아버지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기 까지.. 생전의 유품은 좋은 영향을 준게 없습니다. 특히나 저는 장남이라 아버지의 유품을 많이 손에 쥐고 있었는데, 늦은 밤에 아버지의 체취가 나는 물건을 만지면 따라가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는게 쉬운일이 아니였습니다. 지금은 최소한의 물건만을 제가 대표로 소장하고 있습니다.
4. 치유까지는 장시간의 치료 기간이 필요하다.
저도 아직도 가끔 아버지의 생각이 밀려올때면,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막 밀려 와서 감당 못할때가 있습니다. 실수를 피하려면, 최우선 적으로 술을 멀리 해야 합니다. 술은 항상 실수를 만들고 떄로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도 만듭니다.
이게 단순히 저희 가족의 문제는 아닌게 유튜브에 찾아보면 자살 유가족들 모임도 있고 어떻게 버텨냈는지에 대한 내용이 많이 있더라구요. 자살 유가족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감정의 혼동에 휘말리게 되어 있고, 어디서 정보를 얻고 대응하기에는 샘플이 많이 없어서저와같이 힘든 시기를 다들 겪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말은... 가족과 많이 대화 하시고 피부로 많이 부딪히세요.
사진은 오늘 런닝하다가 지나친 울산의 한.. 강가입니다. 아버지가 이 밑에서 낚시하면서 저를 쳐다보고 웃으실거 같은 느낌에 울면서 지나친 곳 입니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나을지는 잘 모르겠는데, 6개월차는 아직도 이렇습니다.
좋은일만 있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자살은 남은 가족들에게 '더 큰 숙제'를 안겨준다고 하죠.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아드님이 굳게 마음을 다가잡고 중심을 잡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 무게를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지마세요.
이처럼 힘든 시기에 온라인상으로나마 응원해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이 무게를 가족하고 온전하게 다 나누지 못합니다... 어떤 후폭풍이 있을지 몰라서.. 말씀이라도 감사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족하고 전부 다 나눌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겠지요..ㅎㅎㅎ 댓글 쓰면서 펑펑 우는군요. ㅎㅎ
라고 조용히 위로를 보내드립니다.
시간이 흘러도 술 한 잔 기울이며 허허 하실 수 없으실 것이지만 아버지 생각하시면서 눈물이 아닌 그리움으로 대신하실 날이 올 것입니다.
아버지의 떠나심으로 온 가족이 아프시겠지만 가장 아프신 분은 어머니이실테니 많이 위로해 드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래도 힘내셔요 ㅠㅠ
편지만 거진 책 한권 분량을 남기셨더라구요.
제 제일 친한 친구였습니다. 아버지가요. 그런데 갑자기 가셨습니다.
원래는 더 일찍 가려고 다 계획했는데 곧 태어나는 손주 얼굴은 보고 가야겠다는 말씀을 남기셨어요. 아버지 가신 뒤에 남은 식구들끼리 얼싸안고 울고 웃다보니 6년이 지났습니다.
부디 본인과 가족들을 살피세요. 상담도 도움이 됩니다. 왜 먼저 가셨는지. 이야기라도 하셨으면 어케든 붙들어봤을텐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말로는 표현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당신 심정은 이해가 됩니다. 제 나름대로 보낼 건 보내고 가슴에 품을 건 품은 모양입니다.
베일리스님과 가족분들도 서로 보듬고 잘 지내길 바랍니다.
되돌아보면 그 결정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작성자분과는 다른, 원래 제게 없던 것에대한 공허를 느낍니다.
상실감이 정말 크시리라 유추할 뿐입니다.
계속 좋은 아들로 건강히 지내시기 바랍니다.
힘내세요.
뭔가 낌새는 있었지만 진짜 실행할줄은 몰랐네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말씀하신대로 저희 가족은 서로 탓을 하지 않고 뭉쳐서 잘 지냈습니다만
일년이 지난 후 저 스스로의 죄책감으로 무너져서 우울증이 오더라고요
지금 많이 이겨냈다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말씀하신대로 치유까지는 장기간이 필요합니다
가족분들과 baileys님 모두 앞으로도 잘 이겨내시길 기원합니다.
덧글을 쓰고보니 제가 주제넘게 충고하는 글이 된 것 같아서 죄송스럽네요. 글 재주가 없어서 그러니 이해 부탁드립니다.
절대 충고가 아닌 부디 편안해지시길 바라며 드리는 글입니다
첫 한달은 두문불출했습니다. 하염없이 그냥 방안에서 울고 자고 먹고 했었던것 같네요 (정말 기억이 잘 안나오 그시기만)
본가에 가면 어머니가 제가 우는것보고 속상하실까봐, 한 2-3개월은 따로 지냈습니다.
2-3개월이 지나도, 지하철에서도 갑자기 대성통곡하고 저랑 같은 칸에 타셨던 분들도 너무 놀래하시더군요...
감정 조절이 안된요
이러다가 정말 큰일날뻔한게, 술먹고 너무 슬퍼서 도로에 뛰어든적도 있습니다. 당시 자살하려고 했었던거 같아요
다행히 사고는 안났지만요...
글쓴분 얼른 마음추스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댓글이라도 달아야 할것만 같아 일단 쓰고 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20대에 제일 친하게 지냈던 6촌(아버지끼리 4촌이지만 친형제보다 더 가까운)이 정말정말 꽃같은 나이 23에 자살을 했습니다. 이유는...우울증이었구요.
저랑 1주일에 2-3회 제 친구들과 어울릴 정도로 자주 보던 녀석인데, 당시 이놈이 키가 183에 얼굴이 너무 훤칠해서 주변 여자들한테 받은 연애편지만도 박스로 있었고 남자답게 돈도 잘쓰고 잘노는 당최 죽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허무하게 소주한병 놓인 나무밑에서 목을 매었습니다.
엊그제까지 나랑 깔깔대다가 갑자기?? 여친이랑 아무 트러블도 없고 결혼할거라고 신나하다가??? 시나리오를 만개는 더 머릿속에서 써본 것 같습니다.
20년 지났지만 저는 아직도 그 시절이 종종 떠오르고 죽음을 문득 떠올립니다. 저도 극외향적이지만 혼자 있는 순간부터 우울함을 느끼기에 공감도 가고, 집안 유전인거 같기도 하고...
여튼 치료를 받으러 다녔지만 본질적으로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금연자들이 평생 참으며 살 듯, 충동조절이란걸 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힘내요...
본문중에 술 이 있지만, 끝까지 멀리 하시길 응원합니다
잘 이겨내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좋은 경험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들 키우느라 정신 없어서 그런지 제 성격에 우울감이 심했을 텐데 다행이 아이들 보며 잘 버티고 있는거 같습니다. 착한 신랑도 옆에서 잘 지켜봐주고 있고 어머니 남동생 언니도 워낙 바쁜 사람들이라 열심히들 잘 살고 있는거 같아요.
아버지가 저희집에서 차로 2분거리에 잠들어 계시는데 돌아가시고 몇달은 거의 매일간거같네요. 다른분들보다 마음놓고 슬퍼 했어서 인지 가족들을 챙길 수 있는 힘이 생겼고 한동안은 몸이 몇개라도 부족하게 다른 식구들 챙기며 살았네요. 점점 지치니 다시 제 일상으로 돌아왔구요.
그렇게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살려고 아등 바등 했구나 싶어요. 저는 생각이 많기도 하고 우울증이 취약하다고 전부터 생각해 왔거든요.
부디 baileys님 가족분들과 서로 보듬고 힘든 시기 잘 이겨내세요. 응원합니다.
가슴에 평생 묻고 갈 상처이지만, 구성원 분 모두 평온한 일상으로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손톱만큼의 이해는 됩니다.
가족분들의 몸과마음이 건강해지시길 기원합니다
용기내어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힘내시고 가족분들의 건강과 안녕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