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언제 누가 정치용어로 쓰기 시작했을까요.
갈라치기는 상당히 편리한 용어입니다. 과거, "지역갈등", "세대갈등", "남녀갈등" 등 각각 개별적인 이름을 가지고 있던 갈등들을 한마디로 정리하고 우리편의 분열 방지와 결집을 유도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거든요. 이렇게 단어를 만들고 유행시키는건 웬만한 인기 연예인들도 하기 힘든 일이죠.
그러면서도 저에겐 어감이 상당히 어색한(?) 용어인데 널리 유행한게 좀 신기했습니다. 제가 용어를 만들어야 했다면 아마 이미 존재하던 비슷한 의미의 용어인 분할정복, 기존 용어를 쓸 수 없었다면 '분열 유도' 정도로 했을 것 같거든요. 아무래도 바둑용어라는게 요즘 세대에게는 널리 익숙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 용어가 대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궁금해 져 검색을 좀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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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갈라치기라는 단어 자체는 신조어가 아니라 과거부터 존재하던 바둑 용어로 보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어있네요.
의미 자체는 정치 용어로서 쓰이고 있는 갈라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상대방을 분열시켜 무너뜨리려는, 즉 분할정복을 뜻하는 의미로 보입니다.
2. 이게 언제부터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게 되었는지 구글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구글 검색은 결과물의 기간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검색을 해 보면서 첫번째로 알게 된 것은 국내 언론사 사이트들의 정보 오염이 꽤나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반 글이라고 결과가 나와서 열어보면 과거 기사 뒤에 최근 글의 내용이 덧붙으면서 검색이 되어버리는 건들이 상당하네요.

2007년 검색결과라고 나오지만 실제 내용을 열어보면 "갈라치기"에 대해서 언급한 부분은 최근 기사입니다.
이런 건들을 제외하면 바둑용어가 아니면서 갈라치기를 언급한 첫번째 글은 "통일뉴스"에서 작성한 2008년 5월 29일자 기사입니다.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8599
2007년 검색결과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서 작성한 아래 글이 나오긴 하는데 이것도 열어보면 2013년 작성된 글이더군요.
http://klsi.org/bbs/board.php?bo_table=B07&wr_id=1345
갈라치기라는 용어가 기사들에 등장하는 건수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대략 2010년대 초반으로 보입니다. 2013년쯤 되면 검색결과에 바둑은 거의 사라지고, 2014년이 되면 검색되는 결과 수가 꽤 증가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정치 기사, 또는 블로그 글이네요.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대체로 2015년 즈음으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2015~2017년의 기간동안은 그리 널리 사용되었던 단어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다가 2018년이 되면서 검색결과의 최상단에 커뮤니티 글들이 포함되기 시작하네요. 아마 2017~18년 즈음에 갈라치기라는 용어가 널리 확산되는 계기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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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국어에 대한(특히 이런 어원을 밝히는 일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없는지라 구글 검색을 이용해서 상당히 거칠게 조사를 해 보았는데, 아마도 2008년 이전에도 운동권 내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던 용어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다가 2018년 경 계기가 되는 사건이 있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널리 퍼지게 된 것으로 보이구요.
더 자세한 조사 결과나 제 결과에 대한 지적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