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여초커뮤니티에서 활동했었습니다.
거의 15년 가까이?
지금은 유령회원이 됐지만요.
여초커뮤니티 중에서도 선구적으로 '그쪽 성향' 이던 곳 이었습니다.
메갈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은 '페미' 조차도 그게 머야 하던 시절 얘깁니다.
저야 나름 조신하게 활동했기에 그냥 저냥 지냈습니다만.
그 시절 한가지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습니다.
일명 '아기사진' 논란이었는데요.
그 커뮤니티도 나름 연차가 쌓이자 회원중 기혼자가 늘어나고 자기 아기 사진을 올리면서 자랑하는 글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던 중 "아기사진 보기 싫다. 그런 거 불편해하는 비혼자, 독신자, 딩크족, 성소수자들 있다. 올리려면 피해갈 수 있게 [아기사진] 말머리 달고 올려라." 라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아기 사진이 혐짤도 아니고 상식적이지 않은 주장입니다. 당시 그 커뮤니티에서의 일반적인 분위기로도요.
당연히 그런 상식적인 반론들이 제기되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쪽 부류들이 논쟁에서 승리했습니다.
'불편함 호소 선빵의 법칙(?)'이 여지없이 작용했으니까요.
그래서 한동안은 아기사진을 말머리 붙여서 올리다가, 결국은 아무도 아기사진 따위 올리지 않게 됐습니다.
질시의 눈길 속에 스스로 딱지 붙여가며 올릴 이유 전혀 없으니 당연합니다.
저는 당시 논쟁에 참여하지 않았는데요.
관전자로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커뮤니티 내부의 찻잔속 태풍 같지만, 이게 미래 한국 사회의 모습 아닐까?
'결혼, 출산, 육아, 행복한 가정에 대한 혐오가 넘쳐나는 사회'
어제의 추천글, 추천 50개 이상 받으며 대문에 올라간 글과 거기에 달린 공감들을 보니
불행히도 그 예감이 맞아들어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p.s. 관련해서 해당 여초커뮤니티의 재미있는(...) 기억 중 하나로 이런 것도 있습니다.
회원 중 기혼자 회원이 자신의 신혼 생활과 육아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긍정적으로 글을 썼어요.
남편은 믿음직하고, 아기는 사랑스럽고, 가정을 꾸리는 행복을 표현하는 글.
(비혼자, 독신자 등등 폄하하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었습니다.)
어떤 반응이 있었을까요.
"이런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태도는 집어치워라. 가부장제를 규탄하기도 바쁜데 이게 뭔소리냐. 비혼자, 독신자, 성소수자들 보기 불쾌하다. 결혼과 육아가 그리 행복하면, 비혼자는 불행하다는 거냐?" 는 식의 반응이 무더기로, 댓글로 별도 글로 올라왔습니다.
그 회원은 결국 사과문 올리고, 글 지우고, 얼마후 회원 활동 접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그 커뮤니티의 선진적 문화가 십여년 시차로 다른 커뮤니티에도 표면화하는 듯 하니,
아마 클리앙도 곧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있습니다.
p.s.2 글 쓰고 다시 가보니 그 십여분 사이에 추천이 4개 늘었네요?
아이 자랑 보기 싫다는 글이 클리앙에서 60개의 추천을 받다니 ...
그쪽은 하나의 담론이 굳어지면 그게 룰이 되지만
보통 다른 사이트는 "운영자가 제한한거 아닌데 뭐 어쩌라고" 하는 마인드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항상 뭔가에 취해 있으려 하고, 빅브라더들은 취하고 싶은 뭔가를 대중에게 제공합니다.
옛날에는 폭탄주를 그렇게 마셔대더니....요즘 사람들은 혐오에 취해 있습니다.
나를 무시한다 라고 생각하는
잘못된…피해자의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는 한 어쩔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