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아파트 단지의 획일화와 단절성에 대한 글이 하나 있더군요. 저는 한국 아파트 단지가 그렇게 생겨먹은 원인에 대해 한번 말해보려 합니다.
사실 한국의 아파트는 처음부터 이랬던 것도 반드시 이렇게 생겨먹어야만 했던 것도 아닙니다. 마포 아파트나 세운 상가는 단지형 아파트보다 앞서 만들어진 것들로 담장이나 폐쇄성이 보이지 않고 보행 친화적입니다.
마포 아파트(1962). 현대의 '주차장 공원'들는 달리 보행친화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고 서울이 점차 발전하면서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모든 현대 도시계획과 포스트 포디즘 경제의 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이것은 바로...
자동차입니다.
정확히는 출퇴근용 승용차이지요. 승용차가 등장하고 중산층에게 널리 쓰이게 되면서 세계의 도시는 보행/철도 중심에서 자동차 전용도로 중심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도시가 확장하는 동시에 직주간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게 되고 업무는 업무끼리 주거는 주거끼리 뭉치기 시작하지요. 그리고 도로폭과 주차장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나게 됩니다.
시대의 변화에 맟춰 신세대 아파트들이 해법으로 채택한 것은 바로 미국 교외(suburb)에 사용된 레드번 계획 또는 페리의 근린주구 이론이었습니다.
레드번 근린주구 계획. 기본원리는 간선도로가 수퍼블록을 둘러싸고 간선로와 통하는 쿨데삭과 가운데의 보행자 전용도로를 통해 보차분리를 실행합니다. 차량의 외곽에서 진입/주차할 수 있고 보행자는 빗금쳐진 보행공간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요.
페리의 근린주구계획은 분당과 일산과 같은 신도시 아파트 단지계획에도 적용되었고 여기에서는 보차분리, 보행 연결성 등의 원래 목적에 맞게 어느정도 잘 작동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울내 재개발로 이루어진 뉴타운 또는 뉴 타운 인 타운 개발은 기존의 신도시들과는 달리 비교적 소규모에 기존의 도시조직 안에 이식되는 아파트 단지들이었고 주변과의 연결성 확보가 까다로웠습니다.
2021년 은평구 지적도. 산자락에 있는 대필지들은 대부분 아파트 단지입니다. 그러나 단일단지를 개발하는 아파트 건설사들은 단지계획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태만히 복사 붙여넣기를 반복했기 때문에 서울의 몇몇 아파트 단지는 도시안의 섬으로써 주변 도시조직과 분절되어 존재하고 있습니다.
결론으로 출구정책에 대해 좀 생각해 보자면 근본적으로 단지계획에 더 디자인적 신경을 써야겠고 이것을 강제하기 위해 도시계획 규제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지계획을 허가제로 강화하고 연결성을 강화할 지표들과 평가할 공적인력들이 필요합니다. 시발점으로는 서울시에서 시범케이스로 공공아파트 단지계획을 공모하거나 연구 개발할 수도 있겠네요.
ps. 차량중심의 도시에서 과거와 같은 상호 연결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잘 계획하더라도 모서리는 많이 생기겠지요. 하지만 적어도 모든 도시매스가 완전히 분절되지는 않게 연속적으로 연결하는 식으로 노력할 수는 있겠지요.
도시계획계 건축계 뿐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서울에 대한 건설적 담론에 참여하게 됬으면 좋겠네요.
추천도서입니다!
박인석, 아파트 한국사회.
서울의 아파트, 특히 '단지'에 대한 경제적, 도시적 관점에서 총체적 비평입니다. 연결성이나, 집값, 공적공간/사적공간에 대한 해석 등 흥미로운 관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집값에 대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적 해석방식같이 의문이 생기는 내용도 있어서 비판적 독서가 중요할것 같습니다. (한국경제와 서울이 성장하면서 주거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했다는 것을 적용하지 못해 오류를 범한 것 같더군요)
장림종, 대한민국 아파트 발굴사
마포아파트, 여러 상가아파트 등 변종을 포함한 한국 아파트 사례집입니다.
제인 제이콥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차량중심 도시계획의 약점에 대한 정말 훌륭한 예언서지만 너무 두꺼운 분량에 비해 필수적인 내용은 일부뿐이라 추천하기가 좀 망설여지는 책이지요. 여유가 되시면 도전해보세요!
얀겔, 삶이 있는 도시디자인
보행도시의 도시학, 인구학이나 설계방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비평에서 실질적인 해결법으로 넘어가고 싶을 때 좋은 책. 특히나 코펜하겐이라는 자전거, 보행중심도시의 실제 사례가 있으니까요.
전원도시, 레드번 같은것은 수업으로 훑은 것들이라 특별한 책을 추천드리긴 그렇네요. 추천하더라도 도서관의 많은 개론서와 크게 나을 것 같지는 않아서요.
보행/철도중심에서 승용차 중심으로의 변화는 개인적으로 포스트 포디즘의 시작을 알리는 지표이자 미국 스프롤식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원인이고 한국 아파트단지, 쇼핑센터, 신도시 개발의 어머니라 생각하는데 그 전후과정을 다루는 책은 아직 발견을 못했습니다.
저도 대학생 동지를 만나 기쁘네요!
한강변을 다니거나 남산에 올라가면 아파트 공화국을 실감합니다
결국 이러한 모양새는 언젠가 주거질의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반가운 마음에 끄적여 봅니다
저는 아직 건축학과 학부 다니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3학년에 도시 이론, 4학년에 도시설계 실습해요.
마지막 결론은 희망사항으로 잘되면 창의적 해결방법이 나오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실수를 반복해 계속 블록화가 심해지거나, 보다못해 도심은 보존구역으로 설정되고 경기도로 신도시가 무한확장되는 미래가 될 것 같기도 하네요.
전문지식이 없다보니 외부와의 단절과 아파트의 고립화를 이야기 하기 어렵더라구요.
유례없는 부동산 폭등상황이니 어거지로 청약했지만 예전 같았으면 미달 날 단지죠.....
남의 돈 가지고 이런거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TT
정말 남의돈이라고 아야기하고 싶으시면 조합설립해서 땅사고 시행사에 도면 공모하고 해야 말이 되겠죠.
입주하는데 돈 낸다고 남의돈으로 이상한짓한다는 생각 자체가 전 더 이상해 보이네요. 주거의 특수성을 생각해도 만들어진걸 판다는 점 에서는 공산품과 다를바 없게 보는게 더 맞지 않아요 ??
말씀하신대로 선택의 문제인거죠. 선택의 문제라는 점은 공감하는데 남의 돈으로 이상한 짓한다는 생각은 전혀 공감 할 수 없네요.
요즘 신도시급의 보차분리나 설계는 아파트공화국의 현실에서는 수준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건 소위 구도심이라 부르는 곳들인데 재건축이니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보차분리, 보행연결성 등의 설계가 지하주차장 진입강제, 지상의 공원화로 설계에는 반영되지만 기껏해야 단지나 크게 봐도 재개발지구범위로 끝난다는 점이 아닐까 합니다.
재개발이라는 것이 단독주택이나 구획정리정도로 끝나는게 아니라 모두 대단지 아파트를 원하고 있으니 최신 설계든 좋은 아이디어가 몽땅 그 단지내에서 끝나버리는 겁니다.
거기에 대단지는 또 하나의 부르그를 형성하니까 아파트 거주자들은 부르주아가 되고 외부와의 소통은 차단되는 거 아닐까요. 예전에 살던 동네도 재건축, 재개발이 이루어지면서 모두가 각자의 벽(담장)을 두르게 되고, 보안의 필요성이라는 이름으로 입주 후에도 출입구에 또 다시 담장을 둘러버리는 일이 흔했습니다.
지금도 단지내 공공보행로를 임의로 폐쇄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커뮤니티 기능이 강화되어가는 요즘 아파트의 추세로 볼 때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겠죠.
주상복합에 대해서는.. 확실히 주상복합들은 담장을 최소화하고 대지계획을 잘 풀어낸 것들이 많더군요. 소규모 아파트 단지는 탑상형 주상복합을 의무화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실망했던 건 단지 한글이 너무 적어서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이유였습니다만. ㅋㅋ 그 외에도 사실 전시의 목적이나 방향이 뚜렷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있습니다.
오 DDP에서 하는군요. 솔직히 저도 가지 못해서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ㅎㅎ
아직 배운 게 적어서 여러 이론과 사레에 대해 틈날때마다 읽어보고 있긴 한데 트렌드에는 약합니다;; 별로라고 하시긴 하셨지만 소개받은 김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지식과 관점, 감사합니다.
놀랍게도 40년대에 지어진 집과 아파트인데 여전히 현역이죠.
내진 설계도 되었다하니...사는 동안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마 괜찮겠다싶은 단지는 투자의 기대효과가 적어 또 막상 망설여지구요.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이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밖에선 답답해 보여도 빈공간 없이 집으로 꽉꽉 채워야 그나마 빛 보는 집이 늘어나겠죠.
건폐율 낮춰서 지으면 되겠지만 한국에 어느 건설사가 그럴까요.
2종 250% 용적율 풀지 않으면 지금보다 건폐율 더 적게 가져가는데 한계가 있고요.
단지 내외부를 가르는 그리고 내 집과 다른 집을 가르는 강력한 폐쇄성을 다른 누구도 아닌 집주인인 주민들이 원합니다.
그런거 완화하려고 공개공지로 꼬시고 하지만 결국 등기치고 나면 단지 진입구에는 휀스랑 게이트 설치되고요.
결국 설계쟁이 계속 하시다보면 나중에 실무 가셔서 느끼실 벽이긴 한데...
설계비 수십~수백억씩 들여 날고기는 양반들이 그려낸게 결국 이따위인가!
...라고 까기에는 현실적 이유가 있는거죠.
결과는 불편해서 못살겠다+왜 옆단지가 우리단지를 통행로로 쓰냐하고 단지끼리 싸웁니다.. 이론 몇개로 결론내릴 쉬운 문제는 아니에요.
단지계획이라는 건 건축사, 시공사의 이야기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그걸 허가하는 시와 행정부처와도 엮였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그냥 어떤 질문을 해도 생각외로 아는 분들 입장에서는 그게 왜? 같은 것도 있던데... 그닥 잘 와닿질 않네요.
일산의 저 계획된 곳을 짐작이 가게 설명해 보면,
대형 공원을 조성하고 아파트 단지 4개를 4귀퉁이에 박고, 그 안의 녹지에 학교를 두는 겁니다.
아이들은 차길을 건너지 않고 학교에 가고 방과 후 그냥 공원에서 놀면 됩니다 .
애들과 강아지 키우기 딱 좋죠.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iitmddnrii&logNo=110186249661
정말 오랜만에 도시계획 건축관련 정보를 잘 보고 갑니다. 유비쿼터스, 에코폴리스, 소위 친환경 생태도시 같은 컨셉의 키워드들이 출몰하는 시대가 됐군요.
모든걸 공유하도록 설계 되었지요.
마당(단지내 공원)/경비원/수도시설 등...
단지내에 외지인들 들어와 있다면 내 집 마당에 타인이 들어와있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왜냐, 아파트 공간은 사유지니까요. (땅이 왜 개인꺼냐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아파트는 사유지입니다.)
근린주구이론은 어떤 도시계획을 하든 기본적인 삶의 영위를 위한 기본 개념 이죠..
(글에는 설명이 안나와있지만 근린주구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 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현재 서울에 대입하기는 매우 어렵죠. 건축, 교통 기술이 발전하고 도시기능이 고도화 되면서 뉴어바니즘, TOD, 콤팩트, essd 같은 계획요소를 더합니다.
건설사들 문제를 떠나, 해당 지자체가 지구단위계획의 여러 기법을 이용해 도시계획을 잘 했으면 됐지요. 건설사들은 가이드에 따라서 계획하고 지을 뿐입니다. 과거 비전문가로 이루어진 공공기관의 한계로 보시면 됩니다. (심의를 하는 위원들도 딱히ㅋ)
단지계획을 허가제로 강화한다는 것은 내용을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재건축 재개발 등 이미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어서 규제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다만, 요즘의 도시계획 트랜드가 시민이 원하는 도시계획이기 때문에, 자꾸 고밀, 수퍼블럭으로 가는 것이죠. 저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훌륭한 관점을 가진 시장과 심의위원회가 어느 정도 강하게 컨트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사람들은 욕심으로 가득차 있기때문에 들어주다보면 도시의 질은 나락갑니다. 클리앙에도 많아요.
마지막 연결성 문제는 단지를 해결해서 얻는게 아니라, 도시를 관통하는 선형과 면으로 이루어진 녹지축으로 제시하고 있지요. 그게 합리적이고요.
재개발로 아파트가 생겨날때 이전에 있던 골목길이나 통행로의 기능을 큰 울타리와 벽으로 막아버리기 때문에 해당지역의 이동 다양성은 손상됩니다.
이것은 이동통행로의 극단적인 몰이를 통해 도로의 기능성을 제한해버립니다. 보행친화적인것 같지만 보행의 이유와 다양성을 제한해서 벗어나고싶게 만듭니다.
아파트 단지가 생겨남으로인해 도로폭이 정비되지만 한편으로 보행가능한 골목이 사라져 외지인은 아파트를 빙 둘러 보행해야 하게됩니다. 일부단지는 보행을 제한하거나 유리문등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유럽의 영지와 지주제도를 생각나게 합니다.
결국 다양한 타입의 아파트는 만들 수는 있으나 분양의 문제가 있었기에 건설사나 개발사들이 판상형의 남향 아파트로 획일화 되어버린 것이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죠.
이런 예로 센트럴파크 같은 공윈이나 도서관, 광장이 어떻게 도시의 허브 역활을 하는지 분석한 책은 쌓여 있죠
기본적인 횡단보도 마저도 반대편으로 건너가려면 그야 말로 도시 어드벤쳐 였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동시점멸등이 되어서 매우 좋아졌지만요
그리고 80년대 우후죽순 지어진 빌라들이 그저 노후화된 집이 아니라 계급적으로 분리된거 역시 주거정책의 실패이자 인구정책의 실패로 이어진 단서라고 생각듭니다
우선 테트리스같이 죄대한의 크기로 지어지면서 이웃집과 구분을 높은 담벼락으로 쳤고 주차는 골목으로 요령을 부리는게 상식화 됬습니다
즉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받고 생활을 영휘하고 싶은 인문적 접근 부터가 시장의 논리에 떠맞겨진거고 주차장으로 써야될 공간이 임대화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주거환경 소음이나 주거 권리등이 확보 안됬으니 아파트를 가더라도 똑같은 갈등이 생길수 밖에요
즉 이렇게 난립되기 시작하고 베이비붐을 겪으면서 국민 보편적 주거공간 확보가 실패했습니다 전국민이 서로 지켜줘야 한다는 의식과 법이 없으면 주거보급률은 시공사의 돈주머니죠
의식주의 확립에서 주거가 해결안되면 당연히 둥지없는 새가 되는거고 출산률 추락은 당연히 따라옵니다 모든 신혼부부나 싱글들이 첨부터 아파트에 입주할수 있는게 가능이나 할까요
이런 보장들이 국가 사회적으로 담보되지 않으니 아파트 공화국이 되서 중세 시대적인 패쇄성과 이기주의를 보일 수 밖에 없게됬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의 상식과 법을 반하더라도 집값을 지켜야만 과거 빌라처럼 휴지조각이 안되고 자녀에게 물려줄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국가의 부와 노동력이 부동산에 몰빵된 이상 계층화를 넘어 초양극화로 계급적 카르텔화되고 그안에서도 약자를 찾아낼겁니다
지방이 서울의 식민지가 되버린 상황도 여기서 기인한다고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