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훈= 치킨 광고는 왜 거절한 겁니까. 배우로서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고?
일남= (손사래를 치며) 아니야, 아니야. 완곡히 고사를 하기는 했지만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어. 내가 한 말이 아니야. 억울해…. 그 말 때문에 마치 내가 상업적인 것은 전혀 안 하고, 마치 순수 예술만 추구하는 사람처럼 보인 것 같은데…. 전에도 이동통신 광고도 찍고 TV 나 영화도 다 했는데 무슨…. 이순재, 신구 선배가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도 들고…. 그분들도 다 광고 찍고 하는데 내가 뭐라고. 그렇게 써서 내가 아주 이상해졌어.
기훈= 그럼 왜 거절한 겁니까.
일남= 이유가… 구슬치기할 때 자네가 나를 속여서 거의 다 땄잖아. 그걸 알면서도 나는 자네에게 마지막 구슬을 주고 죽음을 선택했지. ‘우린 깐부잖아’ 하며…. 깐부끼리는 내 것, 네 것이 없는 거니까. 서로 간의 신뢰와 배신, 인간성 상실과 애정 이런 인간관계를 모두 녹여 함축한 말이 ‘깐부’야. 작품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고. 난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 싶어서 혼신의 힘을 다해 깐부 연기를 했어. 그런데 내가 닭다리를 들고 ‘○○치킨 맛있어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깐부에서 뭘 연상하겠어? 그건 작품이 지향하고자 하는 뜻도 훼손시키는 것이고…. 그래서 안 한다고 한 거지. 내가 광고니 뭐니 아무것도 안 하고 오직 배우로서의 길만 걷기 위해서 안 하겠다는 게 아니거든.
기훈= 당신은… 돈이 아쉽지 않습니까. 쉽게 벌어온 삶도 아닐 텐데.
일남= 자네도 벌어봤으니 알 테지. 그게 쉽던가? 내가 왜 돈을 생각하지 않겠나. 집사람이 그러더군. ‘좀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내 뜻을 이해해줘 다행이지. 요 근래에는 광고가 많이 들어오긴 해. 그래도 할 만한 걸 해야지 들어온다고 다 할 수는 없잖아? 좀 가벼운 광고가 많았거든. 그래서 ‘콘티를 좀 보고 얘기하자’ 이런 식으로 완곡하게 고사한 것도 여러 편이 있어. 지금 얘기가 오가는 것도 있지만…. 내가 광고는 다 안 한다고 한 게 아니야. 단지 내 손으로 ‘깐부’의 의미를 훼손시킬 수는 없다는 거지.
프로란 이런 것이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군요.
재밌었거든
기훈=꼭 해보고 싶은 역이 있습니까.
일남=파우스트 박사 역. 30대 중반에 한 번 하고 지금껏 못 했는데, 그때 내가 죽을 쒔거든. 젊을 땐데도 지쳐서 공연 중에 잠깐 의식을 잃었지. 한 30초 정도 멈췄을 거야. 사실 파우스트라는 인물을 30대 중반에 연기한다는 게 무리한 거지. 인생에 대해 뭘 안다고…. 이 나이가 되니까 좀 알 것 같은데 아직 기회가 없어.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바람이지. 그리고 지금껏 받은 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도 싶고…. 나는 아직도 사람을 믿으니까.
기훈=사람을… 믿는다?
일남=내가 지금껏 존재할 수 있는 건 크든 작든 사람들에게 뭐든 받았기 때문이겠지. 나를 믿으니까 줬을 테고…. 지금 이렇게 인터뷰 자리가 생긴 것도 다 내가 받는 거 아닌가? 이제는 나도 그동안 받은 것만큼 뭔가를 줘야겠지.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는 일남.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얼굴 C.U.)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110150002001#c2b
본문 기사를 보시면 인터뷰이(기자)와 인터뷰어(오영수 배우님) 이름이 오징어 게임 극중 역할명인 기훈과 일남으로 되어 있습니다. 본문의 기사 발췌는 경향이 아니라 동아일보였고 그 기사를 찾아서 위에 추가했습니다.
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11018/109751631/1
출연 작품들을 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생각해 볼만한 말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럼 배우님이 웃으며 "우린 깐부잖아~" 이런 장면이면 찰떡아닐까요. ㅎㅎ
먹는 광고랑은 다르게요.
배우님이 치킨을 들고 카메라를 보거나 취식하는 장면은 전혀 넣지않는거죠.
치킨은 서로가 깐부임을 느낄수있게하는 도구로..ㅎㅎ
자 이제 이동통신, 핸드폰, 자동차, 커피, 화장품 등등의 광고를 찍으시면 됩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18/109751631/1
-- 오징어 게임 안본 1인-
우린 깐부잖아 하면서 깐부치킨 광고 하며 대박일듯.. ㅎㅎㅎ
놀면 뭐하니 나오셨을때 힘과 울림을 느꼈어요
꽃 얘기 하실때 괜시리 울컥해졌습니다
진짜 제가 요즘 그런거 같더라고요 ㅎㅎ
참 신념이 멋진 분이신거 같아요
존경합니다
저승사자 캐릭을 자기 혼자 만든게 아닌데 광고로 소모 시키기 싫다고.
다양한 작품에서 오래오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광고하셔서 돈 버시고 좋은 작품으로 다시 와주세요..
아름다운 인생 살아야겠어요
솔직히 오영수 배우님이 특별한게 아니라 어찌보면 모든 배우들이 저런 자세를 갖는게 맞다고 봅니다 최소한 스스로 배우라고 칭한다면 말이죠
인기좀 얻었다고, 물 들어올때 노 젓는디고, 오직 돈만 생각하고 온갖 광고에 얼굴 다 들이미는 배우들...
그게 진짜 배우인가요? 배우는 혼자 존재 하는게 아니라 작품과 함께 존재하는 것이죠 그러니 개인의 이미지나 득실뿐만 아니라 작품들의 의미도 고려해야 하고 그것이 함께 일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해요 더 나아가 관객들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요
당연한 것이 특별하게 보이는 것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상업적이고 천박한 배우들의 모습에 (사실 진정한 배우라기보다는 연예인일뿐이죠) 익숙해져있는지 반증하는것 같네요
긴 연륜동안 보아오신 그 길이 맞는 길이겠죠?
방망이 깎는 노인 생각나게 하시네요.
그 약효는 정말 있는듯 없는듯한데 마치 잇몸을 튼튼하게 해준다고 광고하는거 보면
실망감도 적진 않습니다. 유럽에서는 그 약이 편의점에서 파는 정도의 보조영양제? 뭐 그렇다던데...
암튼 뭐 그쪽의 전문 지식이 없어서 딱히 단정할 순 없지만 그 외에도
일부 광고 모델들이 생각없이 광고모델 나와서 과장광고하는거 보면 정말 실망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