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말씀]
안녕하세요, 처음 글로써 인사드립니다. 과거에는 가끔 댓글을 달기도 했습니다만, 커뮤니티에 글을 쓰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라 지금껏 그 어떤 글도 쓰지 않고 눈팅만 해온 유저입니다. 회원으로서 첫 글을 이런 내용으로 작성하는 순간이 굳이 오지는 않았으면 했지만, 이제 다른 선택지가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곧 성범죄 전과자가 될 운명입니다. 지난 목요일 제 항소가 기각되었습니다. 상고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상고심에서 제 운명이 뒤바뀔 가능성은 없을 듯합니다. 판결이 확정되고 나면 저는 500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납부해야 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할 것입니다. 참작이라는 이름의 농락에 불과한 아동, 청소년, 장애인 관련 기관에 대한 취업제한은 면제되었으나, 10년간 신상정보를 등록해야 하기에 1년에 한 번씩 관할 경찰서에 드나들어야 합니다.
굳이 첫 글부터 제가 성범죄 전과자가 될 것임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아실 것입니다. 저는 공소사실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바가 없으며, 부실한 수사와 잘못된 판결의 피해자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제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있는 사실 그대로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들어가며]
우선 밝히고 싶은 것은, 이 글은 제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아닙니다. 말씀드렸듯, 저는 항소 기각 판결을 받았고 제게 남은 것은 상고, 즉 대법원에서 법리만을 다툴 수 있는 기회가 유일합니다. 이 글을 통해 어떠한 여론이 형성되게 될지, 얼마만큼의 파급이 생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저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론이 형성되더라도 제게 결국 내려지게 될 성범죄자의 낙인을 막아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야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고 말씀드리면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떤 외부적인 요소가 제 사건에 관한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설령 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라도 사건과 무관한 요소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통제해왔습니다. 그래서 처음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날 사건 현장 CCTV를 확인한 이후, 이것은 무고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론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지금껏 그 어떤 공개적인 곳에도 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제가 받는 혐의에 해당하는 행위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힘을 빌릴 필요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 갖고 다투더라도 충분히 결백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검찰에서 약식기소 후 법원에서 직권으로 정식 재판으로 회부했을 때도 재판부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스스로의 힘으로 방어했으며, 1심 판결 이후에는 항소심 재판부에 희망을 걸고 또 한 번 스스로의 힘으로 싸우기를 택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싸움에 패하고 별 의미 없는 마지막 한 번의 싸움이 남은 상태입니다.
어쩌면 저는 이 글을 통해 또 한 번 일말의 희망을 얻기 위한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 남기실 몇 줄의 위로로 얄궂은 운명을 받아들일 힘을 얻으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게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분노하지 않으셔도, 공감하지 않으셔도, 어떠한 말씀도 남기지 않으시더라도 괜찮습니다. 다만, 제 글이 다소 길지라도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고, 또 그 주인공이 스스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언제나 몸을 사리며 살아가시기를 바라며 상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긴 글이 될 것이기에, 시간을 내서 모든 내용을 읽으시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니 제가 이 모든 일을 겪으며 얻게 된 교훈을 먼저 전달하겠습니다. 전체를 읽지 않으시더라도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한 번쯤 읽어보시고 꼭 새기시어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야겠지만 혹여 그런 일이 여러분께 발생한다면 시행착오 없이 대응하여 저와 같은 부당함을 겪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1 경찰 조사 단계부터 변호사를 대동하십시오.
조사는 당장 받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돌아가셔서 변호사와 상담하여 상황을 잘 풀어줄 수 있는 변호사를 찾아서 도움을 받으십시오. 그 어떤 잘못을 하지 않았더라도 스스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지 않으시는 것이 상황을 풀어가는 것에는 더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물론 법률 서비스는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것이지만, 저는 타고난 성격이 남에게 도움을 받거나 신세를 지는 것을 잘 안하려고 해 스스로를 너무 믿은 탓에 결과적으로는 스스로 불리한 상황으로 끌고 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비용 측면에서도 결과적으로 가장 효율적임을 꼭 기억하십시오.
#2 사건 초기에 필요한 증거들을 최대한 수집하십시오.
뭐가 됐든 상관없습니다. CCTV 화면이든, 사진이든, 녹취든, 증인이든,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료를 수집하십시오. 저는 수사기관도 수집하지 않은 원본 CCTV 파일을 수집했고, 거기에는 제가 추행한 것이 전혀 드러나 있지 않았음에도 1, 2심 모두 유죄로 인정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CCTV 화면조차 확보하지 못했더라면, (비록 공소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피고인이 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해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증명을 해볼 기회 자체가 없었을 것입니다.
#3 가능하다면, 인근 경찰서 혹은 법원으로 사건을 옮기십시오.
저는 그러지를 못했고, 꽤나 먼 거리를 많은 시간과 돈을 써가며 조사와 재판을 위해 수 차례 오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사회활동을 하고 계실 텐데, 이렇게 뺏기는 시간과 에너지가 쌓이면 쌓일수록 결국 본인에게만 손해입니다. 스스로에게 어떤 측면이 됐든 유리한 지점을 만들 수 있다면 그러지 않을 이유는 없습니다.
#4 수사에 협조하되, 신뢰하지 마십시오.
경찰이, 혹은 검찰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실 분들은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혹시나 한마디 말을 잘못해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 큰일이 될 수 있습니다. 묻는 말의 의도가 무엇일지,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대답을 하지 않아야 할지를 숙고하여 대응하십시오. 물론 이러한 의사 결정을 일반인으로서 유리한 방향으로 내린다는 것이 어려우므로 결국 처음 말씀드렸듯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또한, 담당 수사관이 부당한 대우를 한다거나, 편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수사관기피신청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불행히도 수사관기피신청을 할 타이밍을 놓쳤고, 결과적으로는 해당 수사관의 의견 변경으로(최초에는 불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습니다.) 인해 이 모든 일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5 스스로 사건의 전문가가 되십시오.
약간 다른 결의 이야기를 먼저 드리면, 저는 수사단계에서 사선 변호사를 선임하지는 않았으나, 변호사 선임의 실익에 대해 수사단계와 재판단계의 매 순간 고민해왔습니다. 제가 수사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던 것은 명백히 내가 하지 않았음이 드러난 물증이 있으니 굳이 고도의 법률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고, 비용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생각은 최초로는 불기소의견으로 송치되었기 때문에 다시 기소의견으로 송치되기 직전까지의 제한적으로는 옳은 의사 결정이었습니다(요즘은 경찰에서 자체적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있으므로 만약 요즘에 제 사건이 일어났다면 결과적으로도 옳은 의사 결정이 될 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재판단계에서는 변호인을 선임하게 됩니다만, 여전히 명백한 증거가 있고, 그렇게 당당히 항의하며 신고했던 여성들의 대응은 피해자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이었던 터라 재판부에서 이 상황을 그냥 곧이곧대로만 봐주더라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비용 투입 없이 국선변호인을 통해 재판에 대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서, 재판 단계에서 저는 변호사들로부터 제가 알지 못하고, 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만, 국선변호인들의 경우도 담당하는 사건이 한 가지가 아니며, 피고인으로서 국선변호인에게 직접 충분한 비용을 부담한 것도 아니니 사선변호인을 쓰는 것처럼 많은 것에 대해 물어본다거나, 무언가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게 느껴집니다. 물론 제 사건을 담당하셨던 두 분 변호사께서는 충분히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제 문의에 대해서도 충분히 답변해주시고 방어 논리도 구성해주셨지만, 결과적으로는 제가 사건에 관한 진술과 영상에 대해 분석하고 찾아낸 피해 주장의 모순점들과 접촉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증거를 담은 피고인 의견서와 항소이유서 등의 내용에 기반하여 사건에 대한 파악과 대응이 이루어졌습니다.
변호사만 선임했다고 모든 것은 변호사가 다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생각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 될 것입니다. 변호사는 내가 알지 못하고, 해줄 수 없는 전문적인 영역에서 보완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사건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하십시오. 어떤 변호사는 생각하는 것처럼 충분히 변호인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충분한 변호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 때문에 사법적 불이익을 받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그때는 이미 늦은 것입니다. 사건은 끝날 때까지 자신의 일이지, 선임 즉시 변호사의 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 사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사기록 및 재판기록을 스스로 확보하고 검토하셔야 합니다. 사선의 경우는 알지 못하나 국선변호인의 경우 사건 기록을 피고인에게 대신 복사해서 제공해준다든가 하는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진행 과정에서 국선변호인이 선정되기 전에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미리 수사기록 또는 재판기록을 복사하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하기도 합니다. 변호인 선정 이후에도 변론 기일마다 진행된 재판 속기록을 복사해서 보고 다음 재판을 준비해야 합니다. 수사기록을 포함한 모든 기록은 법원에서 열람 및 복사가 가능하며, 우편으로는 받을 수 없고 직접 수령해야 하며, 비용이 발생합니다.
#6 국민참여재판도 고려하십시오.
저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고려할 수 있는 시간이 지난 이후 국참을 알게 되었고, 알게 된 이후에도 사실 국참을 신청하지 못한 것에 대해 그리 아쉬운 마음은 없었습니다. 이유는 배심원으로 참여할 사람들의 성향을 다 알 수 없는데, 설령 판사는 무죄를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 배심원들의 의견이 그렇지 않은 쪽이 많다면 그것 역시 마냥 좋은 상황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려를 하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런 사건의 경우 국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무죄 판결을 받을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높다는 내용의 기사를 확인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판사의 양심에 맡긴다는 것이 날이 갈수록 위험한 생각임이 드러나는 요즘, 국참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하의 내용은 사건 발생부터 현재까지 약 2년여간의 내용을 담고 있어 상당히 깁니다. 사건 흐름까지 알고 싶지 않거나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맨 아래의 3줄 요약만 읽고 지나가셔도 되겠습니다.
[1. 사건 발생 및 1심 재판 전까지]
2019년 8월, 친구들과 찾은 노래방에서 화장실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한 여성과 부딪친 후 방에 돌아오게 됩니다. 당시 저는 꽤 취해있었던 터라 그 여성과 부딪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 부딪친 여성을 포함한 총 3명의 여성이 제가 있는 방에 찾아와 자신들을 만지고 가지 않았느냐며 따졌고, 저는 그러한 사실이 없으니 CCTV 확인을 해보면 될 것 아니냐며 신고하려거든 신고하라고 말했습니다.
여성들은 저를 신고했고, 저는 경찰이 오기 전 이미 인사불성이 되어 결과적으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지구대 및 경찰서로 이송되는 동안 필름이 끊깁니다. 경찰서에 도착해서는 정신이 들었고, 조사를 받고 가겠냐는 경찰에 말에 술이 완전히 깬 것은 아니지만 조사를 받을 정도의 정신은 된다고 생각하여 조사를 받고 나왔습니다.
조사 당시에는 경찰이 아직 CCTV 영상을 넘겨받지 못했지만, 현장 출동한 경찰관이 확인했다며 3명의 여성이 제게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 여성은 엉덩이를 한 번, 또 다른 여성은 두 번, 그리고 또 한 여성은 음부를 추행 당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취중이었으나 여성들이 따지러 왔을 때 그런 일이 없다고 강하게 말했을 만큼 단순히 화장실을 갔다 왔고 어떤 추행도 하지 않았지만, 취중이었기에(이후 CCTV 화면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 여성과 부딪친 사실을 알게 되었던 만큼) 어쩌면 어떤 접촉이 있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혹시 어떤 접촉이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의도적으로 추행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조사를 마쳤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와 사건이 일어난 노래방에 전화를 걸어 CCTV 화면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고, 영업이 종료되었으니 저녁에 찾아오라는 말을 듣고 영상을 확인하러 갔습니다. 술자리에 동석하지 않은 다른 친구와 CCTV 화면을 같이 확인했고, 저와 친구 역시 화면을 모두 확인한 즉시 ‘이건 무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화면에는 제가 어떠한 추행을 하는 장면도 찍혀있지 않았습니다. 화면은 한가지 각도로 찍혀있어 모든 상황을 세세하게 비추고 있지는 못했지만, 그 누가 보더라도 세 여성이 주장하는 그러한 추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평범한 모습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후 업주에게 CCTV 화면 제공이 가능하냐고 물었으나, 초상권 관련 이유로 거절을 당하고 돌아옵니다. 저는 필요하면 변호사를 선임하여 대응하기 위해 우선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에게 상담을 요청하였고, 그 변호사는 어떻게든 CCTV 화면을 확보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조언을 듣고 다시 노래방을 찾아 이로 인한 피해가 없게 하겠다는 각서 한 장을 써준 후 CCTV 원본 파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추행은 어떤 장면에서도 드러나지 않았기에, 잘못한 것도 없는데 굳이 비용을 들여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결과적으로 수사단계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때 그냥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응하는 것이 나았습니다.).
사건이 있은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어느 날, 2차로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갔고 첫 조사 때와는 달리 여성 수사관에게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경찰은 제가 그간 확보할 수 있었던 원본 CCTV 파일은 확보하지도 않았으며, 영상은 보여주지 않고 저화질의 캡쳐 화면만 보여줄 뿐이었습니다(이후 재판단계에서 국선변호인을 통해 현장 CCTV화면을 단순히 핸드폰으로 찍은 짧은 영상 2개를 증거로서 확보하여 제출한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조사 끝에 수사관이 말하길, 세 여성 중 한 여성은 출석 조사를 받고 갔으나, 나머지 두 여성은 조사에 불응하여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할 생각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해당 수사관은 조사 중에 제가 하는 논리적인 지적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며 편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으나, 결론적으로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할 것이라고 하니 결국 사건은 잘 마무리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조사를 마쳤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서는 불기소의견 송치를 하였으나, 검찰에서 재수사지휘가 내려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담당 수사관에게 연락하여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조사 불응한 두 여성을 추가로 조사하라는 지시이며, 느낌상 검사가 기소의견을 송치하길 바라는 것 같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어야만 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해당 수사관은 영상을 보았을 때 기소를 해도 무리가 없었다고 이야기하며, 화면상 제 손과 여성의 신체 거리를 가늠할 수 없어 접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함에도 최초 접촉이 있었다고 단정하고 오히려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는 것이 무리가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2차 조사 당시의 태도와 비교하여 한층 더 편향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수사관의 이런 태도로 인해 이후 저는 수사관기피신청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작성해두었습니다.
통화 말미에 여성들이 허락한다면 연락처를 전달해달라 부탁했고, 이후 조사를 받고 간 여성과 나머지 한 여성의 연락처를 전달받게 됩니다. 마지막 남은 한 여성은 저와 부딪쳤던 그 여성인데, 결과적으로 해당 여성은 경찰의 연락을 전혀 받지 않아 연락처를 얻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앞서의 두 여성의 연락처를 받으며 나머지 한 여성의 연락처도 협조 되는대로 부탁한다는 답을 했으나, 이날의 연락이 있고 난 이후 달리 연락이 없이 경찰은 같은 영상 화면에 대한 의견을 달리하여 엉덩이를 추행하고 지나가는 것이 확인되었다며(해당 여성은 음부 추행만을 주장하였고, 해당 추행은 없었던 것으로 1심 재판 당시 증인신문에서 해당 여성에 의해 확인됩니다.) 저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게 되고, 그 여성의 연락처를 기다리고 있었던 저는 그렇게 수사관기피신청을 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담당검사는 추가 조사 한 차례 없이 저를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를 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제 사건을 정식 재판으로 회부하였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2. 1심 재판]
지금부터는 편의상 아래와 같이 기호로 표기하도록 하겠습니다.
- 저와 부딪치고 처음 공개적으로 피해 주장을 한 여성 = A(음부 추행 주장)
- 경찰 출석 조사를 받은 여성 = B(엉덩이 한 차례 추행 주장)
- 저와 통화를 했었던 여성 = C(엉덩이 두 차례 추행 주장)
1심 재판은 법원 사정과 개인 사정으로 인해 2020년 4월이 되어서야 첫 공판이 열리게 됩니다. 검찰은 세 여성 모두를 증인신청하였으나, A와 B가 출석하였고, C는 출석하지 않았습니다(C의 경우 경찰에서 연락처를 받은 이후 통화가 이루어졌고, 직접 만나서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약속까지 했으나 C측에서 일정에 대해서 다시 알려주겠다고 한 이후 연락이 없었고, 그 후 한 달 가량이 지나 다시 연락했을 때 C는 경찰에게도 사건에 대해서 아무것도 진행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증인 출석은 하게 됩니다.).
출석한 여성들은 당연히 제가 추행한 것이 맞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B의 경우 굉장히 감정적인 대응까지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추후 피고인 의견서 및 항소이유서에서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당시 해당 여성들의 태도와 진술은 이해하기 어렵고 모순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A의 경우 사건 현장에서 작성한 최초 진술서에 ‘주물러서 추행 당했다.’라고 주장하였으나, 증인 진술 당시에는 ‘스치는 것도 아니고 음부를 손으로 아래에서 위로 훑듯이 만졌다.’라고 번복하여 변호인이 재차 ‘피고인이 증인의 음부를 주물거린 사실이 있느냐’는 물었고, ‘주물거리지 않고 그냥 스쳤다.’라며 또 한 번 직전 진술과는 정반대의 묘사를 하며 일관되지 못한 진술을 하였습니다(행위 태양에 대한 각 표현 정도에 현저한 차이가 있고, 일관되지 않은 진술임에도 1심과 2심 모두는 결국 같은 행위에 대해 표현이 달랐을 뿐이라며 일관된 진술로 판결에 그 이유를 제시합니다.). 또한, A는 당시 가장 주도적으로 항의하고 신고에 행동을 옮겼음에도 그간 경찰의 조사 요청에 대해 협조하지 않았던 이유를 ‘귀찮아서 불응하였다.’라고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B의 경우 해당 기일에 출석하여 CCTV 화면을 통해 본인을 특정하고 나서야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영상으로는 B가 주장하는 추행이 드러나지도 않으며, 추행이 있기도 어려운 찰나의 시간 동안 그 옆을 잠깐 스쳐 지나갑니다. B는 경찰 조사 당시 추행 직후 즉시 항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착각했나 싶어서 긴가민가했다고 한 후, 고의로 만졌다고 확인하게 된 계기가 다른 사람들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확신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추행이 확실하다면 긴가민가하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그 확신을 가질 이유가 없으나 B는 이러한 진술을 하였고, 변호인이 B의 피해 주장과 화면이 불일치하는 점에 지적하자 변호인에게 감정적 대응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해당 변론기일이 끝나고, 법원은 C에 대해서 2차례 더 출석 요청을 하며 과태료 부과를 하였고, 저는 그 기일마다 증인이 출석하지 않아 다음 기일로 연기된다는 이야기만 듣고 먼 길을 돌아와야 했습니다. 2번의 기일이 연기된 이후 C는 결국 출석하였고, 법원은 출석하였으니 과태료 부과는 취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C는 전화 통화 당시에는 어떠한 것도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는 하였으나, 기일에 출석해서는 다른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제가 추행한 것이 맞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습니다. 또한, C 역시 B와 마찬가지로 기일 당일에야 화면을 통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게 되었는데 C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본인이라고 짚었고, 역시나 그 어떤 추행 장면도 확인할 수 없었으며 추행이라 의심할만한 상황조차 없었습니다.
C는 경찰과의 전화조사에서 B와 마찬가지로, 긴가민가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피해 주장을 해서 고의로 만졌다는 생각이 든다는 진술을 했으나, 증인 진술에서는 긴가민가해서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서 신고하지 않았다며 진술을 번복합니다. 또한, 정확히 화면상에서 어느 시점에 추행을 당했냐고 묻는 변호인의 말에 시점을 특정하지 못하고 ‘제가 화장실에서 나와서 계단을 내려오기 전’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 범위로 진술하기도 했습니다.
증인신문이 끝나고 한 번의 공판이 더 잡혔고, 마지막 공판 이전에 저는 29페이지에 달하는 피고인 의견서를 작성하여 수사단계 및 재판단계에서의 해당 여성들의 모순된 진술을 지적하고, CCTV 화면과 여성들의 주장을 대조하여 추행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내용을 담아, 원본 CCTV 영상 파일과 함께 제출하였습니다.
앞서 무고에 대해 언급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여성들이 무고한 것이라고는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된 제가 생각하기에도 서로 처음 본 여성들이(해당 여성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알게 되어 같은 모임에 참석하게 된 일행이었습니다.) 저에 대해 무고할 납득할만한 동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물론 무고한 일들이 많고, 그래서 처음에는 무고라 생각했습니다.). 사건 이후 해당 여성들은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한 사실도 없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따라서 제 주장의 요지는 추행을 주장하는 순서 B-C-A에서 A가 피해 주장을 하자, 나머지 B와 C가 제가 지나가면서 이루어진 혹은 다른 접촉을 추행이라 인식하게 된 것이고, A가 피해 주장을 하지 않았다면 B와 C 역시 추행이라 인식하여 공동으로 신고할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A, B, C 모두에 대해 추행이 없었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하고, 최초 A의 착오에 의해 모든 일이 일어나게 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제 사건이 무고가 아니라면 그런 시각에서만 일어난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심 재판부는 ‘여성들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고 모순됨이 없으며, 피해 장면이 찍혀있지 않은 것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고, ‘긴가민가’라는 표현을 들어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할 수 없으며, 피해자들은 이미 사건 당일 피고인의 신체 접촉을 우연한 실수로 보지 않고 있었고, 제가 A와 부딪친 이후 방으로 돌아가며 복도에 있던 사람과는 부딪치지 않고 잘 지나갔기 때문에 제가 주장하는 것처럼 실수로 부딪치고 간 것인지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라며 서두에서 언급한 내용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3. 항소심 재판]
1심 선고 이후 우선 항소장과 국선변호인선정청구를 제출했고, 항소이유서를 제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1주일 남짓이면 선정되어야 할 국선변호인이 선정이 되지 않고 있었고, 저는 항소이유서 제출 기한을 맞추기 위해 스스로 항소이유서를 작성하여 제출했습니다. 항소이유는 앞서 문단에서의 판결 내용을 1대 1로 반박하는 내용을 근거와 함께 제시했습니다.
왜 재판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인지 한 차례 법원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으나, 재판부가 바뀌는 중이라 시간이 좀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고 그 이후 몇 달의 시간이 흘러 올해 7월이 되어서야 국선변호인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변호인은 상담 일정을 잡기 위해 제게 건 첫 전화에서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한숨을 많이 쉬며 이야기를 했고, 정리하면 ‘어려운 사건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대면 상담에서도 기록상 불리하다며 사건의 어려움을 토로하였으나, 싸워볼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며 저를 안심시키기도 하였습니다.
항소심 변호인은 항소이유서를 새로 만들어 제출하였고, 제가 추가로 작성한 피고인 의견서를 재판부 제출에 적합한 형태로 첨삭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이후 항소심 공판기일에서는 제가 항소이유서와 피고인 의견서에 강하게 주장한 CCTV 영상을 면밀히 살펴달라는 요구에 응하여 CCTV 화면을 몇 차례 확인하였습니다. 재판부에서는 ‘영상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했다.’라는 1심 재판부에 대해서인지, 아니면 제 주장들에 대해서인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재판에 들어오는 공판검사들의 경우 사실 사건 하나하나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 재판이 진행되면서 여실히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화면상에 나오는 여성이 A인지 B인지 C인지도 모르고, 화면을 설명해줄 수 있냐는 재판부의 요청에 어렵겠다는 대답을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재판부도 그것이 으레 일어나는 일인 것처럼 자연스레 피고인인 저에게 설명을 요청했습니다.
변호인은 저에게 최후진술서를 써오라고 이야기했고, 재판부에서 마지막으로 진술하고 싶은 것을 진술하라고 하여 써간 내용을 읽었습니다. 최후진술서를 작성하면서 최초에는 지금껏 하지 않았던 내가 왜 범죄와 무관한지를 호소할 수 있는 개인적인 내용들을 담아 진술하려 했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을 접고 단순하게 줄여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미 제출한 서류에 충분히 했으며, 이만 보통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취지로 짧게 작성한 내용을 읽었습니다.
변론이 종료되고, 법정에서 나와 변호인과 잠깐 대화를 나누면서 ‘일반적으로 항소심에서 CCTV 영상을 확인하는 경우는 없다. 이런 것 보면 무죄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라는 말과 실제로 재판이 진행되면서 제가 지금껏 수사단계와 재판단계에서 느껴본 적 없었던, 그나마 제 요구를 들어주려 하는 태도를 처음 느꼈기 때문에 이번에는 결백함이 밝혀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안도감으로 선고까지 한 달 남짓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론은 아시는 것처럼 항소 기각이었습니다. 희망적으로 생각했던 것들은 결국 가장(假裝)에 불과했던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웃기게도 1심 판결문을 들으며 한번 뒤통수를 맞는 경험을 해서인지 2심 선고를 들으면서는 ‘2심도 별반 다를 바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는 결국 몇 명의 사람들이 결정한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선고 당시 판결 내용은 길다며 일부만 읽어주었고, 아직 판결등본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라 내용을 쓰지 못하는 점은 양해 바랍니다.
[마치며]
우선 귀한 주말 시간을 내어 여기까지 모든 내용을 읽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렇게나 긴 내용이지만, 2년 넘게 이어진 일에 대한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결백함을 더 드러내는 내용들도 있을 것이고, 어떤 내용들은 오히려 저를 더 의심하게 될 내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작성한 내용은 개인적 유불리에 따라서 더하고 뺀 것은 아니며, 흐름상 필요한 이야기들만 담았고,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1심 선고 이후 항소를 하여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벌금을 낼 필요도, 교육 프로그램 이수도 할 필요가 없었던 시점에 무지하여 교육 신청을 하러 관할 준법지원센터에 방문하여 서류까지 작성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담당자께서 전산 기입을 마친 후 제가 항소를 했다는 말을 꺼내자, 항소를 한 경우에는 올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담당자는 실수인지 진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중에 다시 오시면 또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라는 말을 했고, 저는 ’다시 올 일 없을 겁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리 흘러가고 있습니다.
법원에서 2번의 판결을 받는 동안, 판사 역시 사람으로서 어떠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닌, 마치 배당된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는 설령 어떠한 일이 없었던 것을 충분히 논리적으로 증명하더라도 피고인 측의 증명이 충분치 않다는 식의, 결국은 사실과 다른 한 방향으로의 결론을 어떻게든 내려버리는 것이 ‘신’이 무언가를 정해버리는 것 같은, 권위적인 태도를 느꼈습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굉장한 숙고 하에 그러한 의사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은 하는 것 같습니다만, 실상은 자신들도 사람에 불과하고, 따라서 모든 것에 대해 알거나 결정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있다고는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습니다.
어떠한 생각과 판단을 한 해당 판사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하고 판결하느냐고 직접 따져 물을 수 있는 시스템은 현재 존재하지 않고, 다음 심급에서 다른 판사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3심은 법률심이니 사실 관계와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따질 수 있는 기회는 사실상 한 번에 불과한 것입니다. 나에게 부당한 행위를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기는커녕 직접 따져 물을 수도 없는 이 상황은 잘못된 판결의 피해자가 되고 나서야 새삼 그 잘못됨이 크게 느껴지며, 옥고를 치렀던, 또 치르고 있는 몇 분이 생각나게 합니다.
어떻게든 제 주장과 반대되는 상황에 무게를 두고 결정을 해버리는 사법기관에게 이제 더는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기존 판결이 뒤집히는 일이 생기는 것을 기대하는 것도 욕심에 불과할 뿐입니다. 결국 이렇게 성범죄자의 낙인이 찍혀버리겠지만, 그냥 클리앙에라도 제 결백함을 토로하고, 비슷한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썼습니다.
내야 할 벌금도, 교육도, 신상 등록도 모두 걱정이지만 실질적으로 받게 될 사회적 불이익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물론 제 삶은 2년간 아주 잘 망가져 왔음에도 더 망가져야 할 현실이 개탄스럽습니다. 전과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 누군가에게 드러나게 되어도, 제 이런 억울한 사정을 헤아려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의견과 질문과 위로의 말씀을 환영하며, 감사드립니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제외하고는 모든 궁금한 부분에 대해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여나 제 상황에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지금은 감사히 그 도움을 받을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이제서야 게시글에 공감을 남길 수가 있게 되네요.
* CCTV 영상 공개는 고민 중입니다. 글로만 드린 상황 설명을 쉽게 수긍하고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로서도 화면을 그냥 공개하는 것이 훨씬 속시원하고 이렇게나 길게 쓴 글이 몇 초의 영상으로 설명될 것이 다소 허탈하기도 합니다.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공개하게 될 경우 인물들에 대한 블러처리 등 편집작업이 필요하여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추행으로 볼 수 있는 화면이 찍혀있지 않다는 그 사실에 대해 의심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씀을 자신 있게 드리며, 상담했던 모든 변호사 및 제 주변에 영상을 본 모든 사람, 그리고 사건 담당 여성 수사관조차 (기소의견 송치를 위해 추행이 있다고 잘못 판단한 부분을 제외하면) 추행 장면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3줄 요약]
여성 3명이 성추행 주장하며 신고함.
CCTV 화면상 그런 사실 없음.
기소의견 송치 -> 약식기소 -> 1심 유죄 -> 2심 유죄.
이게 제대로 된 시스템이고, 제대로 된 국가입니까?
행정부나 사법부나 이걸 방관 아니 권장하고 있는데 아무리 우리 국민들이 착하다고 해도 결국 사적구제가 판치는 날이 오게 될겁니다.
힘든 과정이었으리라 생각하고 힘내시라 전합니다.
다만 궁금한건, 열 페이지의 글보다 10초 영상의 힘이 더 큰데, 그 영상을 보고도 재판부가 그런 판결을 내린 이유가 궁금합니다.
엉상을 올려주셨더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힘내세요.
아무리 그래도 엉덩이와 음부 만진 장면이 안 보이는데 왜 재판부는 증거 자체를 무시했을까 싶습니다.
경찰 뿐 아니라 검찰, 법원, 모두 마찬가지죠.
조사없이 약식기소 때리는 검사=기소 건수만 올리려는 전형적인 무능 공무원
무죄추정의 원칙은 개나줘버린 헌법을 모르는 판사=악의 축
변호사가 붙어도 상당히 쉽지 않습니다.
글에 나온것처럼, 대부분 성범죄의 경우 이미 피의자 내지 피고인이 스스로 무죄를 입증해야하는 것으로 실무상 관례가 정착되었습니다.
최근에는 헤어진 여자친구가 남자에게 차인뒤
사귈 당시의 애무가 사전 동의 없었다며 성범죄로 고소한 사건도 해봤는데, 정말 힘들게 이겼습니다.
아무런 증거가 없었음에도
판사님도 일단 범죄자라고 예단하였고
피해자의 증언을 탄핵하기위한 질문도
번번히 제지당해
판사와 거의 싸워가며 겨우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고소가들어오면
내가 100프로 무죄라고 확신하는 경우에만
승소확률이 있습니다.
처음 경찰 수사시 변호인대동이 없었던게 좀 아쉽네요.
대부분 범죄는 사실 피의자 수사시 변호인 동석할때 변호사는 별 준비 안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범죄는 열심히 준비하고 들어가야해요.
일본의 경우에는 검찰 기소하면 유죄가 거의 100% 나온다고 하더라구요(무죄율 0.2%, 유죄 99.8%). 한국도 무죄율은 3%(유죄나올 확율이 97%)라고 나오네요.
https://www.yna.co.kr/view/AKR20200213162600502
판사입장에서는 검찰에서 유죄가 확실할 때만 기소한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명목적으로는 무죄추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유죄추정인 것 같네요.
cctv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찍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들이 주장하는 추행당한 장소를 모두 찍고있는게 아니라면 탄핵증거로서의 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도 문제같구요....무튼 대법에서라도 꼭 진실이 밝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아본 바
고작 그 몇 번의 경찰서, 검찰청 방문이지만 그들이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지 겪어본 바
공감 가는 꼭지가 많네요.
괜히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일러주는 것이 아닙니다.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지난 겨울이었고 거의 만취한 저희 처남이 유흥가였지만 대로변에서 지나가다 여자랑 부딪혔다고 합니다
크게 부딪히지 않아 그냥 지나가는데 처남이 택시를 타려는 순간 쫓아와 본인 엉덩이를 만졌다며 신고를 했습니다. 추운 겨울이어서 둘다 긴 롱패딩 형태를 입고 있었고 부딪힌 이후 사과를 요구했다고 했고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고 말다툼이 벌어지고 맘대로 하라고 한 이후에 경찰신고 이렇게 벌어진것 같습니다
경찰출석전에 변호사 선임을 했으나 글쓴분과 같은 벌금과 교육시간을 구형을 받았다고 합니다
얼마전 1차 재판이었으나 연기하였고 변호사와 어쩔수 없이 인정하는냐 아니면 재판에서 싸우느냐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Vollago
신고만 하면 그냥 유죄인가 봐요
경찰 정말 썩었죠. 자기들 실적이 중요하지 진실이 중요하지 않아요.
그 어떤 증거보다 말한마디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걸 보고있자니 자연스레 펜스룰이 필요하다고 느껴집니다.
경찰은 믿을게 못됩니다. 자기 이익이 있는 부분에만 적극적으로 하고 전형적인 공무원 마인드죠 .. 고생하셨습니다..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 혹은
“유죄 추정의 원칙”
이런 단어가 도는걸 보고 참 착잡하더군요..
법이란 것이 한명의 진짜 범죄자를 놓치는 것 보다, 한명의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것을 조심하고 또 경계해야 하는데, 유독 성범죄는 직접 증거없이 정황 증거만으로 범죄자를 만들어도 되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었을 뿐 아니라, 성범죄자를 잡는 것은 고과에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여자들의 무고는 실질적으로 처벌이 되지 않아 리스크가 없어 신고가 남발되는 와중에, 변호사를 쓰지 않으면 이길 가능성이 없는 재판부의 분위기가 법조계 파이를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상황이니, 이 모든 것이 어울려 점점 더 글쓴 분 같은 피해자가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잘못 된 인센티브의 굴레를 하나 하나 깨야 하는데, 아예 그런 얘기를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이니 세월이 얼마가 지나야 제대로 공론화가 될지 모르겠네요.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응원을 해드리고 싶지만 응원을 할 방법도, 응원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보여 죄송합니다. 힘드셨겠습니다.
힘내시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래봅니다
뭐라 드릴 적당한 말이 없군요...
보통 사람들이 경찰이라면 무서워서 가서 그냥 조사 받는데,
변호사 알아보고 최대한 늦게 가서 조사 받으라고 하더라구요.
진술에 의해서만은 아닌것 같은데..
일단 펭수배 만지는게…
@버섯이님
스치기만해도 재판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온걸까요?
깊은 빡침을 느낌니다.
부디 건강 잘 챙기시고 앞으로의 일들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마음속이 체한것마냥 답답해지네요...
술이 웬수구나 싶습니다.
억울하시겠지만 마음 다스리시기 바랍니다.
검찰이 최근들어 특히나 더 일 안하고.. 억울하면 재판하든지..같은 태도로 이런류의 사건들을 모두 기소해버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변호사들도 이런 상황의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어떻게 하는것이 쉽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 관련해서 단순 현금수거책으로 잠깐 아르바이트 한 사람들에 대해 무조건 1년6월 정도의 실형을 때리는게 관례처럼 유지되다 최근 대법 판례로 고의 부인된 판례가 나오고서야 1심 판사들이 판단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며칠전 이틀가담했다가 3일째 자수한 분 무죄 판결 받았습니다만.. 검찰은 4년6월 구형했었습니다.
글쓴님의 말씀처럼 성범죄류는 일단 혼자 대처하지 않으시는게 좋습니다. 최근 검찰은 일단 기소하고 재판 받든지..처럼 진행합니다.
그리고 구조상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는 달라, 재판에 들어오는 검사는 상황을 거의 알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사건을 공정히 면밀히 판단해서 죄책의 경중을 판단해주길 기대하는것은 불가능합니다.
판사입장에서는 범죄혐의가 인정되는 것으로 가공된 증거를 넘겨 받으므로 지금과 같은 추세에서는 무죄를 판단하는데 스스로가 상당히 부담됩니다.
성범죄 관련해서 무죄추정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무관행은 이제 이슈가 되고 이를 제한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상심이 크고 매우 허탈한 마음이실 것 같습니다. 어려운 상황이겠지만.. 이슈화를 시키는데 모두 힘을 모알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www.law.go.kr/LSW/precInfoP.do?precSeq=186659&mode=0
예전판결이라 최근 추세와는 다릅니다만.. 논리는 빌어오실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은 피고인과 변호사 모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꾸 상고심에서 싸우는 일들이 누적되어야 흐름을 깨는 판결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힘내십시오..
나오면서 모든 사라들이 다 나왔습니다. 근데 그걸 제 탓으로 돌려가면서 어떻게든 저를 ㅈ 되게 하려고
같이 일하던 유일한 자기 편 총무(여자) 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제가 성희롱을 했단 식으로
뭐 남성 음모에 관련된 총무와 대표가 같이 했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며 그걸로 고소를 했더군요.
그래서 조사받으러 가기 전 상황인데, 아직 고소장 열람도 안했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제 그 경찰 연락을 받은지 2-3주가 되어 갑니다. 제가 일이 실제로 너무 바쁜것도 있고
이제 슬슬 열람해서 볼건데, 성희롱으로 신고라기 보다는 자기 명예훼손으로 신고 했다고 하더군요. 총무가,
진짜 답답합니다.
신중해서 나쁠건 없으니깐요.
재판도 엉망이고 기소도 엉망이지만, 그거 이상으로 가공되어 인터넷에 떠도는 글도 넘쳐나기때문에 신중해야죠.
힘내세요.
수정:곰탕집
좋은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이렇게 판단하는 거라면 증거는 무슨 소용이 있으며 재판은 무슨 소용이 있는건가 싶네요.
재판은 그냥 사람하나 잡는 요식행위군요.
글쓰신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에 저에게도 닥칠수있는 이야기라 무섭기도 합니다..
좋은 결과 있으시길 빕니다
성범죄는 유죄추정 원칙으로 가는건가요?
와…
두손 두발 들고 가야 겠네여
남자로 태어난게 죄 입니다
피해자의 눈물이 증겁니다.
개소리 같았는데…
와 짜증나네요
잘 처리되길 바래보며
글 올려주실때 개인정보 지운 공소장같은 서류라도 같이 첨부해 주시면 더 많이 공감을 받으실것같습니다
그리고 경찰이나 검사들은요.... 그냥 아싸 인사고과용 건수하나 잡았네.. 그럴겁니다.
검사실 조사관과 조사가 끝난후 조사관이 문제 없으니 가도 되지만 검사 싸인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담당 검사가 없어 옆방 검사가 와서 저한테 하는 말이 뭘 웃고 있냐고 인생 똑바로 살라고 하더군요.
나이도 어린 검사가 문제도 없는 사람한테 인생을 똑바로 살라고 하는데
조사관도 벙 저도 벙...
그때 실수란걸 알았습니다.
조사 받을때는 꼭 변호사를 대동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보는 저도 답답한데 당사자는 얼마나 힘들까요.. ㅠㅠ
하..ㅠㅠ
이것을 좀 더 공론화할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판검새들도 여론을 보는지라
이런것들도 영향을 받을것이라 생각이 들것든요
억울한것을 못참는 저같으면
유투버 영상찍고 CCTV영상도 넣고 해서
좀 더 크게 공론화 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