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배달전문점을 운영하시는 자영업자인데, 지난 주말 오랜만에 만나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 자영업자들 많이 힘들다고 하는데, 그래도 배달전문점 쪽은 영업 제한에 대한 직격을 맞지는 않았고 비대면 트렌드 때문에 오히려 나아진 부분도 많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배달전문점을 힘들게 하는 이른바 진상 손님들 얘기를 들었는데, 미처 몰랐던 부분도 있고 혹시 저도 모르는 새 저도 진상 손님이 된 적은 없었는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하튼 재미있게 들었던 얘기라 심심풀이 삼아 공유해 봅니다.
1. 잠수 빌런
배달기사님이 음식 갖고 도착했는데 벨을 눌러도 답도 없고 전화도 안 받는다고 합니다.
이러면 그 기사님은 가게로 음식을 다시 갖다 주면서 음식회수비를 또 받는다고 하네요. 그 음식은 당연히 폐기해야 하고요.
그러다가 한 30분 있으면 그 손님이 가게로 전화해서 음식 왜 안 오냐고 한답니다. 씻고 있었다느니 자고 있었다느니 보통 잠수의 이유는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음식을 다시 만들어 보내야 하므로 추가 식재료 비용과 처음 발생한 배달비, 회수 배달비를 포함해서 대략 1만원 이상을 보상해 주셔야 한다고 하면, 십중 대여섯은 "그냥 주문 취소할게요."라고 한다는군요.
배민 같은 곳에서 선결제로 주문했으면 손님이 주문 취소를 하려고 해도 배민 고객센터에서 가게에 연락해서 확인을 하기 때문에 상황 설명하면 조정을 해 주고 어느 정도 보상을 해 주기도 하는데
만나서 카드 결제로 주문한 손님이 저렇게 나오면 보상을 받을 길이 아예 없답니다. 가장 공포스러운 손님 유형 중 하나라고 하네요. 게다가 이 손님이 외국인인 경우 말도 안 통해서 그냥 아예 보상 생각 없이 포기하게 된다고 합니다.
2. 협박 빌런
주문할 때 요청사항에 "시간 재고 있습니다. 다른 집 들렀다 오면 주문 취소합니다." 또는 "리뷰 잘 쓸게요. 배 많이 고프니 서비스로 ~~ 추가해 주세요." 등의 말을 적는 손님들이 있답니다.
우리가 음식을 주문하면 쿠팡이츠나 또 배민의 무슨 서비스, 요기요의 무슨 서비스 등은 기사님 1명이 주문 1건만 배달하는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이건 배달이 빠른 대신 배달비가 비싸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주문하는 경우 가게가 배달원을 고용하지 않고 대행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대행사 기사님들이 배달해 주는데 이 분들이 동선을 짜서 보통 한 번에 4~5 가게를 돌면서 음식을 받아서 4~5 손님 집을 돌면서 배달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사님도 수입이 적고, 가게도 배달비가 너무 많이 나와 운영이 안된다는군요.
그 시스템을 아는 손님이 자기 음식 빨리 받고 싶다고 다른 집 들렀다 오지 말고 바로 자기 집으로만 빨리 오라고 협박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그럴 거면 배달비 더 내고 1건만 배달하는 시스템으로 주문해야 한다고 합니다. 구조적으로 여러 집을 돌면서 배달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인데 그렇게 하지 말라고 협박하고, 배달이 조금 늦어진다 싶으면 5분 간격으로 가게에 전화해서 재촉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리뷰이벤트라고 손님이 좋은 리뷰 써 주기를 약속하고 음료수나 사이드 메뉴 같은 서비스를 추가해 보내 주는 게 있는데
이거 때문에 홧병 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별점 1점 주면서 "~~가 불만인데 리뷰 이벤트 받은 거 때문에 리뷰를 쓰긴 씁니다." 이렇게 리뷰 올리면 전체 평점이 내려가기 때문에 차라리 리뷰 안 써 주는 게 낫다는군요.
그리고 가끔 손님이 리뷰이벤트 신청했는데 깜빡하고 서비스를 안 넣고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가지고 난리나는 손님들이 있다고 합니다. 어차피 공짜로 받겠다고 신청했는데 그게 빠졌다고 당장 그거 추가해서 보내라고 가게에 계속 전화하면 음료수나 사이드 메뉴 하나 주는 건 문제가 아닌데 배달비가 한 번 더 나간다네요. 서비스 하나 다시 보내 주자고 몇천 원 비용이 발생한답니다.
물론 손님과 약속한 것이므로 리뷰이벤트 서비스가 빠졌으면 다시 보내주는 게 맞긴 한데 그거 빠졌다고 업주에게 인격 모독까지 하는 손님이 은근 많은 모양입니다.
3. 홍길동 빌런
이 분들은 평소 배달 자주 시키고 회사나 집, 친구집, 부모님댁 등 여러 곳에서 배달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다니면서 배달 주문 자주 시키는 분들이시죠.
그러다 보니 주문할 때 깜빡하고 배달지 주소를 확인하지 않고 주문하면 배달 주소는 회사로 되어 있지만, 자기는 지금 집에 있는 거죠.
배달기사님이 음식 갖고 가서 아무도 없어서 전화하면 "어? 저 지금 집인데요? 주소가 그리로 되어 있나요?"
보통은 죄송하다, 추가 배달비 낼 테니 이쪽으로 갖다 달라 등등의 반응을 보이는 게 정상적입니다만,
"여기 차로 10분 거리인데 오토바이 빠르니까 그냥 갖다 주시면 안 되나요?"
하는 손님이 나타나면 골치 아파진답니다.
배달기사님은 배달 1건 추가된 셈이므로 배달비를 추가로 받아야 하고, 가게는 손님 잘못이기 때문에 손님이 배달비를 내야 한다고 하고, 손님은 내가 뭘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다고 돈 몇천 원을 더 내야 하느냐? 못내겠다 하다가 감정 상하고 결국 주문 취소하겠다고 하고
그러면 다시 또 가게는 식재료 값과 배달비를 손실로 날리고 주문 취소 당하고, 그 와중에 주문이 아직 취소되기 이전에는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권한이 손님에게 있기 때문에 앙갚음하려고 1점 리뷰를 남기기도 한답니다. 주문이 취소되어도 이미 올라간 리뷰는 삭제되지 않는다네요.
홍길동 빌런은 특히 주말에 많다는군요.
4. 대장금 빌런
이 분들의 특징은 리뷰를 아주 정성껏 길게 올린답니다. 그리고 평소에 요리에 관심도 많은 편이고요.
그런데 자신의 요리 실력에 너무 자신이 있는 나머지 가게의 음식을 평가할 때 온갖 전문적인 얘기들을 길게 늘어놓는답니다. 무슨무슨 재료가 들어간 것 같은데 그게 맛의 밸런스를 해친다느니 어느 향신료가 너무 과하게 들어간 것 같다느니 등등등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하는 얘기들 중 90% 이상은 틀린 얘기랍니다. 전혀 들어가지 않는 향신료를 언급하기도 하고, 식재료를 착각하기도 하는 등 틀린 얘기가 많다고 합니다. 전문 셰프가 아니고서야 사실 그런 걸 맛만 보고 다 알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전문 셰프들은 배달 음식 무시해서 안 시켜먹는다네요.
대장금 빌런의 리뷰에 사장님 댓글 다는 건 정말 조심스럽다고 합니다. 저희 가게는 그런 식재료 안 쓰는데요? 등의 말을 달면 대장금 빌런께서는 엄청나게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틀림없다느니 왜 거짓말 하냐느니 뭐니 하면서 리뷰로 사장님과 배틀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좋게 좋게 뭉뚱그려셔 좋은 조언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뭐 이렇게 반응해야 뒷탈이 없다고 합니다.
5. 변호사 빌런
이 손님들은 진짜 변호사는 아닙니다. 보통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는 이슈로 이 빌런들이 등장한답니다.
보통 진짜 이물질이 나오면 환불해 주거나 주문 취소해 주는 등 당연히 가게가 보상을 해줘야 한답니다. 이물질은 머리카락일 경우가 가장 많고, 가끔 제대로 손질되지 않은 식재료 껍질이나 수저 포장 비닐조각 그런 것도 있고, 여름에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날파리가 빠진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하네요.
어지간히 관리 안하는 가게가 아니고서는 벌레나 그외 정말 문제 있는 이물질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물질이 나오면 보통 가게로 전화를 하고 환불 받고 사과 받는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는데
어떤 손님은 이물질이 나왔다고 구청 위생과에 신고하시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거야 뭐 위생에 아주 민감한 분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 경쟁 업체에서 주문해서 이물질 얘기하면서 별점 1점 리뷰 달고 나아가 위생과에 신고하기도 한다는군요.
그런데 우리 변호사 빌런들께서는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라 보다 프로다운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고 사진을 보내는데 도저히 들어갈 이유가 없는 이물질인 경우가 많고 때로는 음식이 상해서 배탈이 났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 빌런들의 결론은 그러니 보상해라, 그렇지 않으면 고소하고 언론과 공권력에 너를 제보하리라 이렇답니다. 아예 주문한 적도 없으면서 전화해서 협박하는 사람은 그냥 무시하면 되는데, 진짜로 주문해 놓고서 저렇게 나오면 굉장히 골치아프다는군요.
보통은 보상금액으로 수십에서 수백 만원 정도를 요구한다는데 어쩌다가 이런 변호사 빌런이 등장하면 위생과에 소명하는 것도 너무 번거롭고 고통스럽고, 계속 전화해서 보상금을 낮춰줄 테니 합의하자고 괴롭히는 것도 힘들고 여하튼 끔찍한 상황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어지간한 배달집들은 주방 곳곳에 아예 CCTV를 설치해 놓는다고 합니다.
흔히 자영업자들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은 신도시이고, 애엄마들이 가장 공포스러운 손님이라는 말도 많은데, 배달전문점의 경우 엄마들보다는 오히려 20대 초중반 손님들이 더 무서울 때가 많다고 합니다.
배달전문점에 1만원 2만원 내고 주문하는 손님들 중에서 그 1만원 2만원이 너무 소중한 소비이므로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악착같이 챙기고자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젊은 분들이 그런다고 합니다.
특히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건 20대 남성 손님이라고 합니다. 이 분들의 특징이 뭔가 따지고 항의할 때 아무리 상황 설명을 하고 오해라고 해명을 해도, "나는 굉장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식당이나 하는 너보다 난 교육 수준도 높은 엘리트이고 니가 감히 나와 말로 뭔가 대적을 하려고 들다니 건방지구나. 내가 옳고 너는 틀렸다!" 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제 지인은 본인이 졸업한 학교 앞에서 가게를 하시는데, 손님인 20여 년 후배가 자신과 통화하면서 "저 OO대 다니거든요, 제가 그렇게 머리 나쁜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틀린 말 하는 게 아니라 사장님이 생각이 짧으신 거거든요." 등의 말을 듣고 나면 하루 종일 멘탈 관리가 어렵다고 하네요.
물론 모든 20대 남성분들이 다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고, 뭔가 문제 상황에서 저런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합니다.
이런 빌런 손님들도 있고 배달기사님들도 실수해서 엉뚱한 집에 배달하거나 아니면 손님이랑 싸우거나 오만 사고가 매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게 배달집의 일상이라고 하네요.
그런데 막상 손님들 중에서 저런 진상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합니다. 주문 건 50건 중 한 번 나올까 말까 하고, 실제로는 자영업자들 힘들다고 배려해 주기도 하고, 위로와 격려의 말도 해 주는 등 생각보다 세상에는 좋은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좋은 손님도 많지만 어쨌든 그래서 직장 다닐 때보다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훨씬 더 힘들다고 합니다. 돌이킬 수만 있으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퇴사를 결정했던 자기 자신을 말리고 싶다는군요.
그리고 배달 음식 시켜 먹는 팁에 대해서도 들었는데,
일단 주문수 높고 별점 높은 집은 주문이 많아 배달은 느린 편이지만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되는 데다가 위생 면에서 괜찮다고 합니다. 주문이 많다는 건 식재료 회전이 빠르다는 얘기이고, 오래 묵은 재료를 쓰지 않는다네요.
게다가 그렇게 주문 많은 가게들은 외부 평판에 엄청 신경 쓰고, 방문해서 포장하는 손님도 많아서 위생에 신경 많이 쓰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피해야 할 배달집은 배달전문점인데도 주문수가 너무 낮아서 식재료 회전이 느린 집이거나 리뷰에 위생 때문에 1점 많이 받는 집 등이랍니다.
단골이 되고 싶으면 일단 포장 주문을 해서 실제로 가게를 방문해 보고 안심할 수 있어야 자주 시켜 먹어도 된다네요. 포장 주문 안 받는 가게는 위생에 자신 없어서인 경우가 많답니다.
요즘 배달집이 많아지니까 오만 사람들이 다 시장에 유입되면서
극단적으로는 1~2평짜리 작은 가게에서 댕댕이 한마리 데리고 앉아 멍때리며 놀다가 아주 가끔 주문 들어오면 댕댕이 털 날리는 그 공간에서 손도 안 씻고 언제 들어온 건지 사장도 모르는 식재료로 음식 만들어서 보내는 가게도 있다네요. 그리고 규모가 큰 가게라고 해도 사장이 위생 안 챙기면 직원들도 나태해져서 식재료 더럽게 다루는 집도 많다고 하니 직접 가서 보는 게 가장 나은 것 같습니다.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은 없다지만 저런 얘기 들으면서 역시 자영업은 정말 힘든 세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자영업자가 힘들지 않은 시기가 없었던 것 같은데, 코로나 같은 엄청난 위기 상황에서 더욱 많은 자영업자분들이 고통받고 있는 요즘 얼른 잠잠해져서 조금이나마 나은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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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들은 이야기이고 제가 잘 아는 분야는 아니므로 댓글 올려 주신 분들께 구체적으로 피드백 드리기는 어려워 글 말미에 댓글을 읽고 든 생각을 추가해서 피드백을 갈음하고자 합니다.
제가 들은 진상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다, 사장님들 참 힘들겠구나 생각하면서 지나갔습니다만,
20대 남성 손님들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는 저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는 제 지인의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이야기이므로 일반화할 수는 없고,
다만 보통 가장 무난한 소비자 계층이라고 얘기되는 20~30대 남성도 경우에 따라서는 진상이 될 수도 있구나, 역시 모든 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므로 함부로 어떤 법칙처럼 편견을 가지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면 업무를 수반하는 모든 직종은 다 어렵기 마련인데, 필수적으로 고객 관리를 직접 하셔야 하는 자영업 사장님들은 정말 힘든 것 같습니다. 많은 사장님들께서 모쪼록 스트레스 덜 받으시면서 영업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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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주문하면서 말들이 그렇게 많을까 몰라요.
찐따들인가.
ㅎㄷㄷ 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