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려고하니 두피도 변해갑니다.
해마다 요맘때만 되면 두피가 몹시 나빠져서 많이 괴롭습니다. 평소에도 미용실 갈 때마다 두피케어는 하고 있지만 이렇게 특별히 안좋을 땐 좀 더 돈을 써야 합니다. -_-;
헤어쌤은 같았지만 담당 스탭분이 바뀌었네요.
예전 스탭이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덕목(말 안걸고 조용히 자기할 일 하기)을 훌륭히 갖춘 분이셔서 헤어디자이너만큼이나 제겐 소중한 분이셨는데....직원들 로테이션 제도에따라 그분은 1호점으로 가시고 거기 계신 스탭들이 오셨나봅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미용실에서 꿀잠을 방해하는 쓸데없는 말 걸기여서 새로 옆에 서 계시는 그녀가 좀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딱 자기 할 일만 하고 꼭 다문 입술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군요. 아싸-!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은 건 지나가던 다른 남자 스탭이 '다 해가요? 도와줄까요?' 하는 물음에 '제가 다 합니다.' 한마디 하시는데 오.....포스보소 하면서도 목소리는 의외로 아이즈원 최예나양의 가늘고도 허스키한 소리여서 그것도 맘에 들었습니다.
한가지 걱정스러운 점은...제가 바라는 두번째 덕목! 바로 힘있는 샴푸질이었는데요, 전에 계시던 스탭은 손 끝이 매워서 샴푸 뿐만아니라 지압도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뉴 페이스의 팔과 손목을 보니....;
제가 손목이 덩치에비해 좀 가는 편인데 그녀는 저보다 더 가늘고 뼈밖에 안보일 깡마르고 연약한 몸집인 것입니다. 샴푸 한 번 해주셨다가 손목이 똑 부러질 것 같은...
대망의 샴푸 시간이 왔습니다.
딱 봐도 파워 손끝은 포기해야할 것 같아 완전히 힘 빼고 샴푸의자에 눕는 순간,
'뜨허.....;'
외마디 소리를 냈습니다.
제 머릴 만지는 손이 과연 그녀의 것인가 의심하여 눈을 빼꼼히 뜨고 위로 올려다보았는데 그녀네요!
와...두피에 멍들진 않았을까 싶을만큼 손 끝의 힘이 어마어마했습니다. 문지르고 두들기고 꾹꾹 누르는 그녀의 힘이 대체 어디에서 발생되는 건지, 혹시 그녀의 팔 어딘가에 전기선이 달려있어서 벽 어디에 꽂고 작동시키는건가 하는 유치한 상상까지 하게 됩니다.
'마사지' 라는 게 뭔지를 확실히 보여주네요.
너무 만족한나머지 저 또한 한마디도 안하고 가만 있던 그동안의 습관을 잊고 한마디가 그냥 튀어나왔습니다.
'스탭님 손하고만 결혼하고싶네요...너무 시원하게 잘 해주셔서 오늘 피로가 싹 풀렸어요. 고맙습니다.'
내내 무표정이던 그녀, 씩- 한번 웃다 다시 무표정으로 바뀌고는 저리로 가시자고...
계산할 때 담당 헤어쌤에게 소근거렸습니다.
'저분...딴 곳 못가게 꽉 잡으세요.'
쌤도 웃으며 끄덕끄덕 하시더니 '안그래도 에이스라서 저도 걱정이에요'
뭐, 결론은...
- 두피 케어가 헤어스타일보다 때론 더욱 중요합니다.
- 덩치 크고 ㄸ 못싸고 힘도 잘 못쓰는 저같은 사람도 있지만, 걷기만해도 어디 부러질듯한 몸집에서 울트라슈퍼파워 힘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 사실은 앞머리 셀프로 자르다 실패해서 수습하러 갔는데 역시나 헤어쌤의 깊은 빡침을 몸소 느낀 날입니다.
예나가 새 프로를 시작했습니다
그저 건강하셔요.
그런데 저도 이만하면 괜찮지 않아요?
오랜만에 제 인증샷이나...
엄훠...부끄럽지만 그 단어가 정답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