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남겨봅니다.
저희집에는 아주 아주 아주 오랜시간을 함께 한 2004년 12월생 노견이 계십니다.
할멍님이 워낙 차분하시긴 한데, 어딘가 아프면 아프다는 티를 조금이라도 내주시면 좋겠는데, 십여 년을 함께하면서도 아픈 내색 한번 없던 멍멍이가 8월5일 목요일에서 6일인 금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제 머리맡에서 주무시고 계시다가 혈뇨를 봤습니다.
그 순간, 7월말쯤 멍멍이가 몸을 계속 바들바들 떨면서 활동량이 줄어든 것이 생각나면서, 큰일났다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그렇게 엄마랑 멍멍이랑, 셋이 거실 바닥에 누워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금요일 아침에 멍멍이가 정기검진하러 다니는 서울에 있는 큰 동물병원 오픈 시간에 맞춰 출동을 하게 됐습니다.
의사쌤이 멍멍이를 보시더니, 이것저것 검사를 해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멍멍이를 진료실로 들여보내고는 한두시간정도 엄마랑 바깥에 앉아있었는데, 의사쌤이 저희에게 "멍멍이 비장이 파열됐는데, 어디 쿵-하고 세게 부딪힌적이 있나요? 이정도면 애기가 정말 아팠을텐데.. 비장이 한번에 파열된게 아니고, 비장에 염증이 생겨서 부었던게 악화되면서 파열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수술을 피해갈 수가 없는데, 일단은 오늘 하루 입원시키시고, 염증 수치를 좀 낮추고 수술을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병원 방문 첫날, 멍멍이는 그렇게 입원을 하게 됐고요,
그 다음날인 토요일 오전에 병원에서 연락을 받고 또 다시 엄마랑 함께 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에 가니, 의사쌤께서 수술동의서를 내미시면서 "멍멍이가 워낙 나이가 많아서, 수면마취에서 무사히 깨어날 수 있을지 정말 걱정스럽긴 합니다만, 수술을 안하면 애기는 계속 속에서 피를 흘리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가게 될 거에요. 오늘 수술을 안하면, 많이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의사쌤 말을 들은 엄마와 저는 울고불고 난리가 났는데, 의사쌤께서 병원에 빈 방을 하나 내어주셔서 애기가 수술하러 들어가기 전까지, 2시간정도를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다. 비장을 떼어내는 수술은 대략 1시간-1시간반 정도 걸린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비장은 떼어내도 살아가는데에 큰 무리는 없다고 합니다).
애기를 수술실로 들여보내고나서야,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고 서울로 달려왔던 엄마와 저는 편의점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커피를 마시면서 애기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니, 애기 수술이 끝났다고 안내를 받았습니다.
멍멍이를 보러가기전, 진료실에서 애기 몸 속에서 떼어낸 비장을 봤는데, 퉁퉁 붓고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정말 많이 아팠을 것 같은..
의사쌤께서 마취가 깨려면 1시간정도 걸릴테니, 조금 기다리셨다가 애기 깨어나는 것까지 보고 가시라고 하셔서, 병원 로비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15분정도 지나니까 멍멍이가 깨어났다고 저희를 급하게 부르시더라고요.
워낙 저희집 멍멍이가 건강한건 알고 있었지만, 상상이상이라 매우 놀라우면서도, 그 힘든 수술을 잘 버텨줘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입원실로 들어가니, 엄마와 저를 발견하고는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애쓰는 모습이 너무 짠했습니다.
일요일엔 병원 방문이 안되는 상태라, 일요일엔 사진과 문자로 멍멍이 상태를 업데이트 받았고요, 월요일에 다시 병원에 방문해서 멍멍이를 보고 돌아왔습니다. 의사쌤이 멍멍이가 빠르면 화요일 오후, 조금 늦어지면 금요일에 퇴원이 가능할거라 말씀을 하셨는데, 화요일 아침에 병원 오픈시간이 되자마자, "언능 오셔서 멍멍이 데려가셔야 할 것 같아요." 라는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애기를 데리러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알고보니, 멍멍이가 삐져서... 아무것도 안먹는다고 투정을.. 허허허
그렇게 수술 3일만에 퇴원을 하고 집에 모시고 왔는데, 입맛도 없으시고, 기운도 없으셔서 어떻게든 뭔가를 먹여보려 많이 애썼습니다.
일단은 회복을 위해, 멍멍이가 먹겠다는게 있으면 무조건 먹여야겠어서 소고기도 굽고... 아주 극진히 모셨습니다.
그 결과, 퇴원 일주일만에 다시 병원에 내원해서 실밥제거도 하고, 수술 16일차인 오늘은 완벽하게 회복을 하신 상태입니다. (수술후 일주일정도 지나니, 힘이 생겨나는지, 집에서 조금씩 돌아다니기도 하고, 밖에 나가겠다는 표현도 했습니다. 지금은 아주 아주 건강하시고, 쌩쌩하십니다.)
노견이라 완벽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기전까지, 가족 모두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가족끼리 '아이고, 애기가 이렇게 건강한데, 수술 당일에 우린 뭐 그렇게 울고불고 난리였나 몰라~'라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만약, 멍멍이가 잘못됐었다면, 이렇게 '노견 수술후기'글을 남길 수 없었을 것 같은데, 멍멍이가 무사히 버텨준덕에, 이런 글도 남겨보네요.
모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건강히 잘 살다가는게 중요하다'
대학 갈 나이까지 건강하게 살거에용
노견이 그 큰 수술을 버텨낸다는 건 평소에 관리를 잘 했다는 증거죠.
수술한 건 너무 안타깝지만, 잘 이겨내고 버텨낸 의지와 체력이 그저 부럽습니다.
우리집 뽀부장도 부디....
정말 지금보다 더 아프지만 않길 바랍니다. 더 욕심 안부리기로 했어요. ㅠㅠ
뽀부장님도 별다른 잔병치레없이... 지금의 건강상태만 유지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어요
원래 건강체인 댕댕님 + 신속하고 현명한 대처를 한 보호자님 + 정확하고 빠른 진단 및 제대로된 술기를 가진 수의사님 의 콜라보로 노견인데 이렇게 잘 위기를 극복했네요!!
진짜 고생 많으셨습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병원명을 알 수 있을까요? 쪽지나 댓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저도 괜찮은 병원들좀 알아놓고 있으려고요
멍멍이랑 무탈하게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글 보면서 눈물이 글썽글썽ㅠㅠ
작년에 무지개다리 건넌 저희 댕댕이도 살아있음
동갑인데,,, 문득 보고싶네요😅
/Vollago
저희집도 14살 할배를 데리고 있어서 요즘 몸이 영 예전같지 않으니 하루종일 잠만자는 녀석 볼때마다 가슴이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