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을 받았습니다. 받은진 좀 되는데 오늘 20프로 세금 계산이 세무사님을 통해 끝났네요.
물론 저는 은행대출 2억9천 있는 빚쟁이이고 받은 1억은 아내님 통장에 쏘았습니다.
국내 최대 IT 회사에서 있을 때, 신입으로 채용된, 제가 데리고 개발을 가르치며 인연을 맺었던 동생과 2018년에 공동창업을 했었어요. 같이 회사를 하자고 한 동생이 기획쪽이고 사업 아이템 상 업계 인맥이 있어서 대표를 맡고 전 기술을총괄하는 CTO를 맡았지요.
공동대표까진 아니었지만 공동대표 역할을 하겠다고 초반에 얘기를 했었고, 제 회사라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사업 초반이라 매출은 안 났지만 10명 내외 직원들을 데리고 급여도 못받기도 하고 투자자들 앞에서 IR도하고 사무실 없이 대학 강의실 빌리기도 하며 처절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10억을 투자할 의사가 있다는 투자자가 나타난 순간부터였던 거 같아요. 동생이 변하기 시작하더군요. 법인 회사고 제가 15프로 정도의 지분이 있어 회사는 공동의 소유인데 본인을 대표도 아니고 사장이라 얘기하고 다니더 라구요.(대표이사와 사장은 다릅니다) 단지 투자를 쉽게 받기 위해 동생에게 지분을 몰아준건데..직원들을 부품처럼 여기는걸 보고 형으로서 여러번 쓴소리를 해줬습니다.
1년 반쯤 함께 했었네요. 동생의 횡포로 초반 동업자 2명은 이미 나가버린 뒤였고 휴가 가 있는 동안 지인으로 부터 동생이 절 내쫓으려 한단 얘기를 들었습니다.
휴가를 다녀오니 "CTO는 대표의 아래인 걸 인정하던가", "회사를 그만두고 사외 이사로 물러나라"고 적은 종이를 내밀더군요.
사실 이사를 내보내려면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고 결격사유가 없는한 쉽지 않지만 진흙탕 싸움을 하기 싫어서 "인간이 되길 바래. 중요한건 사업이 아니라 사람이란 걸 기억하길 바래" 라고 해주고 그길로 바로 회사를 나왔습니다.
이사라 퇴직금도 못준다 하고 못받은 급여도 있었고 나중에 챙겨주겠다던 5프로 추가주식에 대한 약속도 서류없이 말로만 남겨두고...
내 회사라 생각하고모든걸 바쳐도 대표가 아니면 소용없구나. 주식수가 다구나. 믿었던 동생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며 주식 15프로만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고 3년이 지났네요.
제가 해당 회사의 2대 주주인데 추가 투자를 투자사가 하려고 보니 사외이사 한명이 눈에 걸리는겁니다. 투자사가 대표 다음 주주가 되고 싶을텐데 웬만큼 투자해선 제 지분을 넘을 수 없으니 전량 구매하고 싶은데 할인해달라고 하더라구요.
반값에 전량 팔고 돈이 들어왔네요. 고생한거에 비하면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오늘 세무사님한테 세금계산이 끝났단 얘길 전해들으니 이제 다 마무리되었구나 싶습니다.
지금도 꽤 규모있는 회사의 CTO로 있습니다만 공동 창업 했던 회사 이후 4번째 회사네요.
그 이후, 개발자를 무시하는 대표를 못참고 개발자들 데리고 공동 퇴사도 해보고, 이름만 들으면 아실만한 다른 유명회사 exit한 분을 소개받아 공동창업했다가 빛의 속도로 몇개월만에 5억정도 소진하고 망해도보고,
특정분야 1위인 친구 회사에 데리고다니던 개발자들 데리고 직책 없이 조인했다가 어린 친구들 텃세에 고생도 해보고(나이 많으면 직책 없이 함부로 회사 가면 안됩니다. 정말 힘들어요)...
언젠가 이런 경험들을 몇년후엔 책으로도 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젠 동생에게 미운 감정도 없습니다. 절반의 금액이지만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기도 하네요. 살림살이에 보태야겠어요.
창업이, 스타트업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향후 10년정도는 회사 조용히 다닐려구요. 맥주 한잔 해야겠어요.
고생했다. self 쓰담쓰담..
/Vollago
그동안의 경험이 블랙독님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줄 발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억을 받았습니다.라고 제목만 보고 달은 성급한 댓글이었네요. 너무 죄송합니다.
앞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마시고 즐거운 라이프 생활을 하시길 빌께요. ^^
물론 큰돈이지만...
몸고생 마음고생 대비 1억은 그리큰돈이 아니라고 생각이...
2000억 투자라니.. 능력자시네요.. ㄷ ㄷ ㄷ ㄷ
좋은 리더로써 많은 좌절을 겪으셨겠습니다!
타이밍은 언젠가 다시 올거리 믿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30대 중반 어리지만... 토닥토닥)
앞으로 좋은 일 가득하시길~~
그래도 저와는 다르게 절반의 해피엔딩(?)이신것 같네요
앉은자리가 사람을 짧은시간안에 변하게 만들더군요.
결국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었던겁니다. 동상이몽..
개업시기에 잠깐 의지할사람 혹은 이용할 사람이 필요했던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구요.
사람이 중요하다는거 알게될날이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저는 운영비용을 같이 부담하자, 덜가져가도 좋으니 길게봐야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끝까지 욕심을 내려놓치 못하더군요.
남일 같지가 않아서 더 공감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급적 대표자 90 이상을 가져가라고 해요. 보통, 매출 못 내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시리즈A 투자 이전에도 엔젤이니 시드투자, pre A 같은걸 받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시리즈B 정도 되면 이미 대표자 지분은 절반 이하가 됩니다. 대표 믿고 투자했는데, 대표 지분이 너무 일찍 짜그리가 되어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성장이 둔해지는 것을 투자자들은 원하지 않죠.
제가 이것저것 찾아보고 읽어보고 내린 결론은...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대표자 지분이 짜그리가 되어도 기업 의사결정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환경이나 기업의사결정구조가 아직까지 고도화되어 있지 않다고 봐요.
실리콘밸리에는 SAFE 투자(조건부지분인수계약)나 스톡옵션이 1년클리프 4년베스팅으로 어느정도 공식화되어 있는 것, 스타트업의 가치와 리스크를 산정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클래스B 주식을 통한 의사결정권 확보, 투자환경을 구성하는 VC들의 수준도 높고 다양합니다.
사업에서 사람이 전부인데, 그 동생은 다른 생각이었던거죠.
모퉁이 한 굽이 도신 것 축하 드려요,
1억도 (어쨌든)부럽습니다, ^^
그 동생이란 사람 참... 뒤통수 조심하라고 하고 싶네요.. 제 손이 다 부들부들....
"인간이 되길 바래. 중요한건 사업이 아니라 사람이란 걸 기억하길 바래"
그 사람, 이 말을 훗날 기억하게 되는 일이 있을겁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댓글이나 글중에 이 표시가 있을 때마다
참 특이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개발을 하시는 분이시군요... 부럽습니다.
개발을 하면 대표이사를 하기 좋고, 창업하기도 좋고 투자를 받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지분은.... 이게 참... 처음 시작할 때는 지인이고 친구고 가족이고 하니까
서로 딱 그부분에 대해서 서로 정확하게 말하기도 좀 그렇고 잘되면 정리하자는 이런 좋은 말들도 나누지만,
결국은 나중에 돈문제라... 결국 마지막은 글쓴 분과 비슷한 일을 겪게 되지요.
한두번 겪은것이 아니라 저도...
돈없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지분에서 늘 밀리고 정리도 안되고 회사를 키워놓고 결국 남좋은 일만 하고...
그래도 아이들이 돈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을 정도...
늙어도 계속 일할 수 있을 정도만 되는 것도 참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아내분에게 1억 플랙스... 멋지십니다.
글쓴 분같이 사람 귀한 줄 아는 사람이 대표인 경우도 없구요.
그래서 결국 사람들 다 떠나고, 그 회사들 잘나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겨우 유지하고 있지요.
곧 그런 보상 받으실 듯!!!
/samsung family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