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전주의 위엄'이라는 제목으로 클리앙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글의 주인공 식당입니다.
전주 한옥마을과 시내라고 부르는 오래된 구상권 사이에 동문길이라는 아름다운 길이 있습니다.
전주성의 동쪽문이 있던 길이라는 뜻이고, 주워듣기로는 백제시대의 문헌에도 근거가 나오는 유서깊은 길이라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웬지 아름다운 길이라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좁은 길과 오래된 로컬가게들의 정겨운 느낌이 좋아
자주 들르는 편입니다.
그 길 초입에는 유명한 콩나물국밥 왱이집, 양귀자작가의 서점 홍지서림, 조그만 중고헌책방들이 있고, 조금 더 들어가면 정감있고 특색있는, 하지만 여행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않은 멋진 가게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저 링크의 주인공 객주입니다.
아무리 전라도라도, 정치적 입장을 이렇게 명확하게 표명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지나갈때마다 내용이 바뀌어있는 대자보를 보고 약간의 놀람과 반가움을 느낍니다. 항상 목마른 정의의 일갈을 힘 좋은 글씨로 적어두셔서 속시원함도 느껴집니다만,
동시에 이런 공개적인 노출은 사업적으로 생업에 도움이 되실련지 주제넘은 우려도 되는 편이었습니다.
주변에 좋은 동지와 단골분들이 많아서 가게가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다가
어느날 저녁에 마침 기회가 생겨서 친구와 함께 방문해보았습니다.
저녁 6시30분쯤이었는데 60대로 보이는 어르신 두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고, 언론쪽 일을 하는 듯한 남성 3분이 모듬소세지에 소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강단있어 보이는 주인 아주머니 혼자 업장을 운영중이셨는데 양쪽 테이블 손님들과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서로 잘아는 단골손님들이 분명했습니다. 대자보의 글씨는 남성적이었어서 이 아주머니가 이 글씨의 주인공이신지는 모르겠습니다.
가게 안에는 노통과 문통의 사진과 기념품이 무심히 놓여있었습니다. 한쪽에는 그 분들의 책과 유시민 작가의 책도 진열되어있는데 저로서는 포근한 느낌이었습니다.
식사용 메뉴는 생각보다 단촐했고, 대부분 메뉴가 반주 또는 음주 위주의 것들이었습니다.
음주생각은 없던 차라 선택권이 유부우동과 시래기국밥으로 좁혀져, 각각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맛 표현은 언제나 어렵습니다만, 둘 다 맛이 좋았습니다. 시래기국밥은 집에서든, 전주에 유명식당이든 여러군데서 자주 먹어보았는데
그런 곳들보다 가격은 더 싸고(6천원), 콩비지향이 나는 고소한 시래기국이 꽤 매력적이었습니다. 사무실 어르신들을 모시고 와 한번 맛보여드려도 좋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는 맛입니다.
우동(5천원)도 더 바랄게 없는 시원한 우동입니다. 유부가 충분히 들었고 면 식감도 적절했습니다. 우동을 밖에서 잘 안사먹는 편인데
선택권이 없어서 오랜만에 맛봤고, 크게 만족했습니다.
맛있게 한참을 먹고 나서 보였는데, 제육볶음(15천원)도 둘이서 밥으로 먹기 참 좋은 옵션이었겠다 싶었습니다.
그건 다음에 또 와서 맛봐야겠지요.
저는 요즘, 정치적으로 저와 비슷한 입장이어야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전주에서 같이 자란, 대학과 사회생활로 오랫동안 보지못한 친구들을 가끔 약속을 잡고 만나는데,
반갑게 만나서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 끝에, 정치사회이야기를 나누면 결국 씁쓸한 구석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너무 당연한 정의를, 어떤 친구는 자기 나름의 식견으로 민주당도 다를 바 없는 또다른 악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나,
무능한 정의보다는 유능한 악을 선택하겠다는 입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어릴적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 예전처럼 지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믿었던 민주당에서도 누가 친구고 적인지 애매해져버린 실망스러운 주말입니다.
촌스러운 말같지만, 이럴때일수록 확실한 것을 잘 골라서 뭉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주에 사시거나, 들를 일이 있으시다면 동문길에 있는 든든한 친구의 가게에서 맛있는 안주와 소주 한 잔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1. 그 옆집 국시코기라는 고기국수집이 또 기가 막힙니다. 여기를 여러번 가느라 객주 방문을 계속 미뤄졌던건데..
두 군데 모두 더 자주 가게될 듯합니다.
(혹시 이쁘신가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정치적인 지향점이라는거,, 그게 정말 많은 걸 포함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주는 커다란 지표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것만이 모든것이라 확대 포장/해석하는 것도 조심해야 하긴 하지만요.
그냥 이래저래 참 힘든 주말이네요. 이번 주말은요. 믿던 도끼에 발등을 심각하게 찍히고 나니까 참..
그래도 맛난거 먹고 또 하루 힘냅시다. 싸울래도 힘이 있어야 하니까요. 다들 시원한 밤 보내자구요.
내일 부산 내려가는데
들렀다가면 좋겠네요^^
전주니 맛도 보통이상일 것인데
가치관도 멋진 주인장이라면 둘러가더라도 갈만하지요~
주차장이 있을라나요^^;
전화해보고 가야겠네요^^
지도에 메모 해 두어야 겠네요
입맛이 크게 까다롭지 않으신 분들은 즐겁게 드실 수 있습니다.
동문길에 있는 장가네왕족발도 추천합니다.
만두집은 이름을 잊었네요...
가면 정신 못차립니다.
또 가고 싶네요.
두곳 모두 가끔 가던곳인데
클량에서 이리보니 반갑네요
코로나가 끝나면 맘편히 가서 술 한잔 하고 싶네요
+ 로컬 맛집하나 추천드리고 갑니다
그길 왱이집 바라보고 왼편골목에 해태바베큐 라고 있습니다
햇반하나 사들고 가시면 맥주와 더불어 화끈한 바베큐맛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