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랑종 리뷰가 많이 올라오던데 저는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태국 문화 및 무속신앙의 의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태국 문화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스포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영화를 본 다음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바얀 신
랑종에서 주인공 '님'은 바얀 신을 대대로 섬기는 무당이라고 소개됩니다. 바얀 신이라고 해서 태국에 그런 신이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바얀 신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바얀 신은 영화를 위해 새롭게 창작된 신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실제 신을 내세운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그런 듯 합니다. 바얀은 영어로 bayan 이라고 쓰던데, bayan을 구글링하면 오타로 banyan tree가 검색이 됩니다. 우리에게는 반얀트리 호텔로 친숙하지만 반얀 나무는 동남아 전역에서 유명한 나무입니다. 이 반얀나무가 영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의식을 치르는 바얀 신 주변이 반얀 나무가 휘감고 있고, 특히 마지막 퇴마 의식을 치르는 공장 내부를 감싸고 있는 나무가 반얀 나무입니다. 추측이지만 반얀 나무의 신을 모티브로 하여 바얀 신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입니다
2. 장례식
영화에서 님의 형부이자 노이의 남편 위롯의 장례식이 초반부에 등장합니다. 태국의 장례식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데요. 보통 태국의 장례식은 3박 5일정도 진행됩니다. 영화에서도 나오지만 4명의 스님이 염불을 외우십니다. 보통 3일장례를 지내고 마지막날 사원으로 가 화장을 합니다.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길게는 7일까지도 합니다. 또한 고인의 명복을 빌 때 한국에서는 절을 두 번 하지만, 태국에서는 합장(와이)을 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더운 날씨 때문에 시체가 부패할 수 있어 냉장이 가능한 관에 넣어둔다고 하네요. 화장 이후 사원에 유골을 보관하거나 강에 뿌린다고 합니다. 태국에서는 화장을 하지 않으면 귀신이 되어 이승을 떠돈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 화장을 한다고 하네요. 화장터에서 조금 특이한 장면을 볼 수 있는데요. 폭죽을 터뜨리고 폭죽 중 하나가 사원으로 들어가 화장할 관에 불을 붙입니다. 마지막은 마치 축제처럼 이 곳까지 조문하러 온 조문객들에게 감사하며 사탕 꾸러미에 동전을 넣어 조문객들에게 뿌린다고 합니다. 불교의 윤회사상처럼 좋은 생으로 다시 태어나길 기원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또한, 한국에서는 장례식장을 방문한 조문객들에게 밥과 술을 대접하지만 태국에서는 간단한 스낵거리 정도만 제공합니다. 영화에서 특이한 점은 태국의 장례식에서 음주는 금기시하고 있는데 위롯의 장례식에서는 도박과 술판이 벌어집니다. 다만, 태국 일부 지방은 화투와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고 하니.. 이산 지방인점을 고려하면 그럴 수도 있을거 같네요.
태국 (북부) 전통 장례식 문화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길 (tistory.com)
생소하고 신기한 태국의 장례(화장)문화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3. 개고기
영화 초반 님이 언니 노이의 집에 갈 때 로드킬 당한 개를 만납니다. 게다가 노이는 가업을 이어받아 태국에서 불법인 개고기를 팔고 있습니다. 태국은 필리핀, 싱가폴과 함께 동남아에서 개고기를 금지시킨 국가입니다. 하지만 태국 북동부 일부 지역에서는 암암리에 개고기를 먹는 곳들이 있다고 하네요. 한 블로거 글에서 사콘나콘 타래 마을을 방문하여 유일하게 개고기를 파는 곳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2010년 글이니 지금은 없을 수 있겠네요.) 태국에서 금지라고 해도 태국 북동부 이산 지방은 마약과 함께 개고기 밀수루트로 매우 유명한 지역입니다. 개고기 최대 수입국인 베트남과 중국이 바로 위와 옆에 있어 골든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동남아 주요 밀수루트로 이산 지방이 활용됩니다. 게다가 밀림과 낙후된 인프라로 중앙 정부의 힘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죠. 아마도 이러한 개고기에 대한 감독의 강력한 혐오감이 반영되고 아직도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이산지방의 개고기 밀수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나 싶습니다.
먹는티여우 - 태국에도 개고기를 먹는 마을이 있다(싸컨나컨의 타래시장) (natteetour.com)
눈 빠지고, 다리 잘려서... 팔려가는 태국의 개들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4. 태국 예쁜이 산업
태국은 최대 관광국이면서 동남아 최대 유흥국가이기도 합니다. 특히 예쁜이 산업이라 불리는 접대부 및 매춘 산업이 태국 전역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님의 오빠인 마딧이 접대부가 있는 노래방에 있거나 빙의된 밍의 발언에서 젊은 여자를 좋아한다고 하는 등, 개인적으로 태국 예쁜이 산업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년 10월에 일어나 티티마 사망 사건은 태국 예쁜이 산업에 대한 충격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연예인이 자신의 파티에 접대부 여성을 고용했다가 알콜 과다로 사망한 사건이었죠. 태국에서는 여성 인구 100만 이상이 성매매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경제규모만 7조원 이상 될 것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낙후된 지역인 이싼 지역 출신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예쁜이 산업 비리, 터질 게 터졌다” 태국 발칵 뒤집은 모델 사망 사건 | 일요신문 (ilyo.co.kr)
5. 빨간색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빨간색은 태국에서 여성의 색이자 귀신을 속이는 색깔입니다. 영화에서 차에 이 차는 빨간색 차이다. 라는 문구를 써놨는데, 감독 인터뷰에서 차를 빨간색으로 도색할 수 없어서 글자를 써놓는 차선책을 택했다고 합니다. 빨간색은 이산 지역에서 건장한 남성들이 이유도 없이 죽는 사건이 일어나 빨간 셔츠를 집 앞에 걸어놓아 이 집에 남자가 없다고 귀신을 속이는 행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비슷하게 루즈를 바르거나 손톱에 빨간 네일을 칠하는 행위로 남자임을 속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귀신을 속이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네요.
Red shirts keep 'widow ghost' away (bangkokpost.com)
6. 라이따이 (Laitai)
Lai (꿈꾸고 비명을 지르다) 와 tai(죽다)의 합성어 입니다. 님이 갑작스레 사망했을 때 자막으로 태국에서 라이따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합니다. 1992년 처음 보고가 되고 1994년 태국 북동부 마을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조사 당시 60건의 라이따이로 인한 사망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주로 30대 중반 남성이었고 어떠한 심장 질환이나 죽을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하네요.
태국 북동부 시골에 있는 젊은이들의 수면(라이타이)의 갑작스럽고 설명할 수 없는 죽음 - PubMed (nih.gov)
7. 귀신의 정체
태국은 귀신의 나라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온갖 종류의 귀신들이 있죠. 랑종에 나오는 귀신은 아마도 피 따이 홍(ผีตายโหง) 귀신으로 추정됩니다. 피따이홍은 살해되거나 폭력적인 죽음일 경우 원귀가 된 귀신입니다. 태국 귀신들 중에서도 매우 강력한 귀신입니다. 피따이홍이 되려면 준비되지 않고 갑작스럽게 죽어야 하는데, 공장에서 억울하게 갑자기 불타 죽은 원혼들이 악귀가 되어 나타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나 복수심과 증오심이 강력하여 위험하고 공격적인 귀신입니다. 특히 자신을 대신해 죽을 사람을 찾아다닌다고 합니다. 피따이홍 중에서 가장 위험한 귀신은 피 따이땅클롬입니다. 바로 임신한 채 죽은 여자 귀신입니다. 임신 중이므로 배가 불룩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깊은 원한 때문에 죽은 곳을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며 자신을 대신할 희생양을 찾아 죽이기까지 계속 떠돈다고 합니다. 또한 사랑과 관련된 흑마술에 이 귀신이 쓰인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귀신들(동물, 자연까지 전부 포함)이 모두 모였다고 나오는데 주요하게 등장하는 부분은 아기 형태, 공장 저주, 개의 형태로 주로 드러납니다. 아기의 형태는 아마도 처음 빙의할 당시 귀신으로 추정되며 아마도 마닛 혹은 할아버지가 공장에서 미성년자 혹은 젊은 여성을 상대로 임신 시키고 부정한 짓을 한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그래서 아기같은 행동을 하고 마닛의 아내의 배를 아프게 하고 유독 마닛에게 공격적으로 대합니다. 두 번째로 돌팔이 신내림 굿 이후 공장에서 발견 되는데 그 때 공장의 원혼들이 모여든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이후 개들부터 온갖 잡귀가 다 달라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태국 귀신] 재밌는 태국의 귀신 이야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8. 흰 실
흰 실은 이전글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었지만 싸이씬이라 불리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디테일한 흰 실의 역할은 이전글을 참고하시기 바라며 흰 실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합니다. 태국 불교 의식에서 중요한 역할로 나오며 불상과 스님의 손을 실로 연결하며 사람들의 머리에 흰 실을 연결합니다. 불상의 힘과 스님의 기도가 싸이씬. 흰실이 쳐져있는 구역 안에는 성스럽게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흰실로 크게 울타리를 치거나 건물내를 연결하며 이 곳을 부처님 혹은 신의 성스러운 영역으로 만들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9. 주술 문신 싹얀 (สักยัน)
타이인들은 주문을 통해 어떤 사물이 특별한 힘을 갖는다고 믿습니다. 주술이 걸린 사물로 목적을 달성하려고 합니다. 대게 주술사가 주문을 읊으며 제의를 주관합니다. 그래서 부적이나 목걸이, 팔찌등 자신을 보호하고 행운을 가져오는 주술이 걸린 사물을 가지고 다닙니다. 특히 몸에 새기는 문신이 주술력이 높은데, 자신의 몸 자체가 주술력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주술 문신은 자신을 위험으로 보호하며 질병이나 사고도 막아준다고 믿습니다. 17세 이상 남성 성인만 문신을 받을 수 있고 전문 문신 주술사만이 문신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일부 승려도 한다고 합니다.) 님에게는 특별한 문신을 볼 수 없었지만 쌴티의 팔과 쇄골 주변에는 수많은 문신을 볼 수 있습니다.
10.태국의 신 피(Phi)와 콴(Khwan)
피는 강, 나무, 산 등에 거주하는 자연의 정령, 죽은 자의 망령, 조상신, 지역신, 기타 타이인들의 일상생활과 관 련된 모든 초자연적 존재들을 망라하는 넓은 의미의 신을 지칭합니다. 특히 이산 지방에서는 마을마다 대개 세 가지 종류의 지역 신을 섬기는데, 첫째 마을의 조상신에 해당하는 ‘피뿌따’로서, 그 사당은 마을의 변두리에 있습니다. 둘째 ‘짜오포 파카오’(cao pho pha khao: “흰옷의 수호신”)라고 알려져 있는 절의 수호신 으로서, 그 사당은 절 경내에 위치해 있습니다. 셋째 ‘피반’(phi ban) 즉 마을신으로서, 마을의 중심에 그 사당이 놓여져 있습니다. 태국에서 와이 피(wai phi)라 부르며 신에 대한 경배는 기본 의무입니다. 또한 핏 피(phit phi)라고 하며 신을 거스르고 잘못 섬김 행위를 했을 경우 위험한 결과는 낳는다고 합니다. 이럴 경우 신을 달래기 위해 제사 등 적절한 의무를 해야 합니다. 피(Phi)는 보통 도움을 주고 수호하는 신이지만 거스를 경우 위험한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콴(khwan)은 좁은 의미로는 머리 위 정수리를 뜻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생명의 정수'를 의미합니다. 태국에서는 한 사람당 하나의 수호정령이 정수리에 깃들여져 있다고 믿는데 이 것이 콴입니다. 그래서 머리, 특히 정수리를 만지는 행위는 굉장히 무례한 행위입니다. 태국에서는 이 콴이 없으면 무언가 결여되고 모자란 사람으로 여깁니다. 즉, 어딘가 모자란 사람처럼 보인다면 이 콴이 없다고 믿죠. 콴은 평소 몸 속에 있지만 잠을 자거나 아플 때 잠깐 몸을 떠날 수 있다고 합니다. 사망시 완전히 떠난다고 믿습니다. 태국 중부에서는 콴이 떠나있으면 몸이 아프게 된다고 믿으며 이를 시아 콴)(Sia Khwan)이라 부르며 다시 콴을 불러오거나 받아들이는 의식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상이 영화에서도 반영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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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소승불교 동남아 사회의 민간신앙 - 태국과 미얀마를 중심으로 - 조흥국(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태국의 공덕지향적 불교신앙과 민간신앙 - 조흥국
태국 다이어리, 여유와 미소를 적다 - 박경은, 정환승 지음, 눌민출판사
태국 불교와 국왕의 나라 - 조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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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올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무서운 영화는 잘 안보는데 이런 글은 또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올리신 다른 글도 읽어보겠습니다!
장례식이라든가 무속같은 것들이 우리와 비슷한 것들이 있어 참 흥미로웠네요.
아시아권은 다른듯 하면서도 비슷한 구석이 많네요
보고싶긴 한데.. 반려견 키우는 사람들은 트리우마? 온다고 하여 못보고 있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