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DovJ입니다.
경기도 남부는 스콜처럼 비가 내리는 하루였습니다. 다른 지역은 어땠나요?
비가 그친 뒤 잠이 오지 않는 습한 밤을 어떻게 보낼까..하다가
문득 제 이야기를 글로 남기고 싶어졌습니다.
최근 일생일대의 큰 결심을 했습니다. 바로 '단주' 하기로 결심한 겁니다.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40일 정도 단주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40일간 단주를 한 것은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술에 취하지 않은 상태를 영어로는 "Sobriety" 라고 한다는 것도 최근 처음 알았습니다. 별도의 단어가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그만큼 술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는것은 아닐까 합니다.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출근하기 싫었는데,
백수생활을 이어오다 보니 머리가 이상해졌는지 회사가 그리울 때도 문득 있습니다.
모아둔 돈을 까먹으며 1인가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정말 술 마시기 이상적인 조건인 것 같습니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실거에요.
주말 오후, 나른한 햇살이 비칠 때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서 좋아하는 술 한잔 하는 것 만큼
따뜻하고 느긋한 시간은 없을 겁니다.
그 주말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는 백수생활, 완벽하죠!
제 음주습관은 단시간에 대량의 술을 마시는 형태입니다.
참이슬 빨간뚜껑 640ml짜리와 레몬 탄산수(주로 트레비) 몇 개를 준비합니다.
물론 술이 모자랄 것을 대비해서 500ml 맥주 몇 캔도 항상 함께 준비합니다.
술을 자주 마시니까 10000원 4캔 맥주도 부담이 돼서, 1600원 짜리 보리맛 알콜 탄산음료(필라이트 등)를 주로 이용했습니다.
손잡이 달린 유리 자(Jar, 400ml 가량)를 꽉 채웁니다. 소주와 탄산수 비율은 몇 번 마셔보며 취향껏 조절하구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나 유튜브 등을 틀어놓고 잔을 꿀꺽꿀꺽 비웁니다.
맛있는 안주와 함께하면 금상첨화지요. 라면도 좋고 햄버거나 피자, 소시지 등과 함께 했습니다. 사실 안주로 뭐든 다 좋습니다.
대량의 알코올을 단시간에 마시니, 금방 취합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자제력을 잃고 참이슬 640ml 짜리를 다 비웁니다.
좀 모자라면 맥주도 한 캔 정도 섞어 먹습니다.
제가 술이 센 편은 아니라 그 쯤 되면 이미 황홀경에 빠져 있습니다.
(아, 입에 침 고이네요... (ˉ﹃ˉ))
40여일 전, 여느 때와 같이 술을 퍼마셨습니다. 이미 이전 4일간 연달아 술을 마신 상태.
그렇게 4일간 연달아 술을 마신 상태에서, 술이 다 깨지도 않은 채로 또 640ml 페트를 다 비우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9시간 정도 잔 뒤 오전에 눈이 떠졌습니다. 그런데 몸이 이상했습니다.
양 손과 발이 저립니다. 식은땀이 나고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어지러운 것이 참 희한했는데, 괜찮다가 갑자기 한 쪽으로 휙! 쏠리고, 또 괜찮다가 반대쪽으로 휙! 쏠리고...
숙취 때문에 힘든건가 싶었지만 일반적인 숙취와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숙취라면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져야 하는데
밤이 되어도 손저림과 현기증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옆으로 누워 있으면 귓속에서 삑, 삑, 삑...하고 심장박동에 맞추어 소리가 납니다.
전 의학에는 문외한이지만, 분명 몸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했습니다.
올 게 왔다.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난폭한 음주습관을 가지게 된 것이 꽤 오래 되었거든요.
10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20대 초반에는 술을 거의 먹지 않다가, 술자리에 한 번 두 번 참석하기 시작하면서 술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술 종류는 또 왜 그리 많은지. 마트의 주류 코너 앞에서 서성이며 술을 고르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습니다.
취향을 찾아가는 느낌이 들었고, 황홀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술자리는 점점 멀리하게 되었고 혼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술의 힘을 빌려도 낯가림이 심하고 사람과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속 편하게 혼술하는 시간이 힐링타임이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부터 3학년까지 자취를 했는데, 자취방은 혼술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였습니다.
여기서 2년동안 제 맥주 취향을 섭렵하고, 주량을 350ml 맥주 한 캔에서 500ml 두 캔까지 늘렸습니다.
시험기간을 빼고 주 3회 가량 술을 마셨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제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길래)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고 본격적인 타지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숙사 1인실을 사용했기에 술을 마음껏 마실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맥주 정도만 먹다가 어느날 갑자기 '자몽에 이슬'이 등장했습니다.
자몽에 이슬로 1절을 시작하더니 별의 별 맛이 다 나오더군요. 포도맛, 유자맛 등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1병을 다 못 마셨는데, 어느덧 1병을 비우기 시작했고, 슬슬 양이 모자라다는 느낌이 왔습니다.
본격적으로 도수가 약간 더 높은 참이슬 후레쉬를 먹기 시작하고,
양이 모자라서 640ml 짜리도 먹어보고,
도수 높은 빨간 참이슬도 먹어보고..
그렇게 알게 모르게 한 번에 먹는 양이 증가했습니다.
이제 적어놓고 보니까, 내성이 생겨서 알콜 섭취량이 증가했던 모양입니다.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도 이 음주 습관은 계속되었습니다. 이 때도 주 3~4회 정도 마신 것 같습니다.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았는데 모텔방에서 혼자 술을 까기도 했고
금요일 밤부터 일요일 아침까지는 거의 내내 취해 있었습니다.
가끔 주말에 약속이 있을 때만 술을 마시지 않았구요.
이제는 주종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소주+맥주면 뭐든 OK였고, 가끔 기분전환 할 때 비싼 술을 마셨습니다.
정말 목구멍을 넘기지 못할정도로 향이 독특하지만 않으면 어떤 술이든 다 OK였습니다.
올해 초 퇴사한 뒤에도 별 생각 없이 술을 마셨습니다. 맘대로 술판을 벌여도 뭐라 할 사람 없고
아침에 먹든 밤에 먹든 제 마음대로였으니까요. 그러다 몸이 망가진다는 느낌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봤을 때, 술을 마시면서 마냥 좋았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아이러니하죠.
맨정신에는 '아 술 땡겨! 오늘 달려야지!' 하고
다음날 숙취 속에서는 '내가 오늘 또 술 마시면 사람이 아니다' 합니다.
즐거움과 죄책감이 공존하는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단주하기로 결심한 뒤, 집에 있는 술을 모두 하수구에 쏟아서 버렸습니다.
병은 잘 헹궈서 말린 뒤 깔끔하게 분리수거 했습니다.
마트에 장을 보러 가도, 편의점에 가도 의도적으로 주류 코너는 그냥 지나쳤습니다.
생각이 날 때 금주 일기를 씁니다. (TheDayBefore 라는 디데이 앱을 이용중입니다. 한두 마디 정도만 술이 땡길 때 감정이나 느낌을 적어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저의 음주 습관과 단주 결심을 알렸습니다.
친구들과 술약속이 간간히 잡히는데, 제가 좋아하는 트레비(이건 못 끊겠습니다)만 두 병 정도 사갔습니다.
친구들이 저를 상당히 흥미롭게 봅니다.
어떤 친구는 '술 안먹을거면 음료를 시켜먹지, 상도덕이 없다'고 우스개소리를 했습니다.
'이 가게에서 트레비 파냐?' 라고 응수했지요 :) 물론 콜라 사이다를 간간이 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저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즐겼기에 술값도 당연히 1/n 뿜빠이!
눈치 채셨겠지만 20대 이후로 이런 생활습관을 가지고 살아왔기에
체중이 많이 나갑니다. 악순환이지요. 체중 증가 -> 스트레스 -> 술 -> 체중 증가..
일반적인 지하철 7인석에 앉으면 옆 분들이 불편해하실 정도입니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단주를 시작으로 식습관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중이고
약한 운동도 곁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8000보 ~ 10000보를 걷습니다)
이 글은 술의 해악성을 알리기보다는 제 마음을 다잡기 위해 쓴 글입니다.
저는 의지가 아주아주 약한 사람입니다.
제가 결심한 것을 이렇게 박제해 두면 제가 좀 더 의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술을 좋아했던 사람이기에, 남에게 술을 끊으라고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술을 마시면 분명히 재밌거든요!
술에 취한 나날을 보냈음에도 여기까지 온 것이 천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다짐을 잘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염치 불구하고..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휴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단주도 좋은 단어라 생각됩니다.
아주 훌륭하세요. 멋집니다!!
지금까지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 가득하시길요!
저는 (펑) 이런식으로 핑계거리로 단주를 못하고 있네요.. ㅜ
건강하십시오 :)
미래의 글쓴분도 응원하실겁니다.
이따금 안주성 음식을 볼때 술생각 간절할때도 있지만 지금이 더 좋습니다...^^
앞날을 또 건강을 응원합니다!
담배도 끊기 어렵지요. 잠깐 한 5년? 피웠었는데 끊고 1달동안 금단에 시달렸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흡연자 그 누구에게도 금연을 추천한 적이 없습니다...
금주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용인이 잘 안되는 측면이 있는데, 용감하게 이겨내시고 입사 후 첫 회식 때 꼭 트레비 챙겨가세요!
다음날 아침엔 뭐 괜찮네 싶었는데 하루종일 몸이 무겁고 오후무렵부터 배가 거북해지더군요.
그때 느꼈어요.
아! 이게 술안마시기 전 이십여년동안의 나의 평균 컨디션이었구나...
그래서 다시 안마시고 있어요.
안마시니 정말 좋습니다.
저는 결국 몸이 술을 이기지 못해 주량이 엄청 줄었는데 이게 참 좋다가도 좋지않은 기분입니다 ^^: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색상 등 4개 부문 수상작이어요
알콜중독의 끝을 보여줘요ㅠ.ㅠ 다행히 해피엔딩이어요. 힘내셔요!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7628
이제부터는 꽃길만 걸으세요~^^
/Vollago
이렇걱 글 많이 남기시는것도 도움이 많이 되니 글 많이 쓰시며 근황을 알리세요.
피검사를 주기적으로 하시구요
본인이 의존성이 있다고 자각하는게 첫번째인데 성공하신거에요
건강검진을 9월 초에 예약했습니다. 당장 받으면 좋겠지만 사정이 있어서.. 그때 병원에서 알콜중독도 함께 상담을 받을 예정입니다.
저는 자고 있었지만 제 몸이 살려고 발버둥을 쳤던거군요. 그래서 어지럽고 저리고... 여러 생각이 듭니다.
마우스피스를 썼었는데 별 효과가 없어서 중단했습니다. 양압기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리
트와이스
응원합니다
그 어려운 걸 잘 해내고 계신 것 같아 박수를 보냅니다.
40일이 400일, 4000일 될 때까지 화이팅하세요!!!
기대하며 지켜보고 따라 하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
너무너무 공감되네요.
쓰신 글에 자극받고 오늘부터 단주 시작해보려합니다!
몸에 신호가 와서 금주를 시작한지 약 10년정도 되었습니다.
물론 100% 완벽한 금주는 아니고, 업무상 접대 자리 등의 술자리에서는 가벼운 음주는 하고 있습니다. (그래봤자 분기 1~2회정도) 당연히 회식 등에서도 술은 안마시고 있습니다.
이게 처음 몇달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 (원래 사람이 안하는것보다 못하는걸 더 하고 싶어하는거 같아요.) 좀 지나고 나니 술 자체에 흥미도 점점 사라지는 시점이 오더라구요.
건강상의 이유로 금주를 시작하신거니 꼭 성공하시고, 더 건강한 삶이 이어지실 수 있기를 바랄께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이팅!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운동, 갈망감에 대한 기록, 단주에 대한 공개... 정말 중요한 사항들을 스스로 하고 계시네요
응원합니다.
그리고 성남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유튜브가 매우 내용이 좋습니다~
말씀해 주신 내용들을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주변에 알리고 기록하는 것이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실천했습니다!
추천해 주신 유튜브 꼭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리빙라스베가스 니콜라스 케이지가 생각이 나네요..
금주결심 잘하셨습니다.. 저도 조금씩 줄여 나가야겠네요..
정기적인 검사 꼭 받으시고 힘내세요
응원합니다.
늘 간간하세요!!! ^^
이렇게 글을 쓴 제가 좀 특이한거고, 아마 망설이는 분들이 많이 계실 거라 생각해요. 같이 참아가면서(?) 이야기 나누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응원 감사합니다.
스스로 방법을 찾으셨다는게 정말 대단하신거에요.
보통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그게 안되시거든요.
건강하세요!
좋은 방법들이 생각나면 가끔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
저도 끊어야하는데 힘드네요
건강해지기로 해요 ..하..
이글을 쓰면서도 술한잔이 생각이 나네요
아침(아점) 꼭 챙겨 드시길 바라요.
힘내세요 ~~
그냥 이대로 쭈욱 참았으면 좋겠네요 ㅠㅠ
저도 40일, 100일... 쭉 노력해보렵니다.
함께 화이팅해요!
저도 술, 담배 끊은게 10년차 인데... 술 끊는거에 비하면 담배 끊는건 일도 아니더라구요.
담배야 그냥 참으면 그만이지만 술은 끊으면 인간관계의 단절도 동시에 오거든요.
금연 금주 10년차가 된 지금, 담배는 거의 생각 안나는데 술은 아직도 계속 생각나고 목마릅니다.
특히 맛난 음식 앞에선 정말 힘들더라구요.
힘내보아요..!!
근데 벌써 힘드네요 ㅠㅠ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이 글을 되새겨 읽도록 하겠습니다!
"돌이켜 봤을 때, 술을 마시면서 마냥 좋았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아이러니하죠.
맨정신에는 '아 술 땡겨! 오늘 달려야지!' 하고
다음날 숙취 속에서는 '내가 오늘 또 술 마시면 사람이 아니다' 합니다.
즐거움과 죄책감이 공존하는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이 부분이 특히 공감이 갑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이틀째인데 벌써 힘드네요 성공하시길 빕니다.
함께 건강을 찾으러 한 발짝씩 나가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식사 꼬박꼬박 챙겨 드시고, 날이 습하니 물도 많이 드시구요.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