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에서 한 분기 정도 모자란 기간을 보냈던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휴가가 좀 남아있어서 그거 다 소진하고 공식 퇴사일은 이달 말일이지만, 여튼 내일부터 출근은 안해도 되니까요.
나름 회사라는 조직에 몸 담은 기간이 십수년인데 자진퇴사는 이번이 처음인지라, 뭔가 느낌이 좀 다르네요. 그간은 서비스하고 묶음으로 이직하거나, 관계사 간 이동이거나, 해고를 당하거나(곧 복귀하긴 했지만),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서 나오거나 하는 식의 비자발적인 퇴사였지만, 이번에는 제발로 나왔습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극심했고, 멘탈이 너무 흔들려서 뭔가 딴 생각할까봐 담배피려고 한층만 올라가면 되는 옥상 올라가는 것도 겁났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흡연 동료가 있을 때만 골라가기도 했고, 그게 안되면 1층에 내려가곤 했죠. 그 원인을 제공한 분이 분명히 있지만, 뭐 본인이 그랬을꺼라 생각을 안할 겁니다. 어쩌면, 그럴 의사가 있었는데 제가 눈치가 없어서 모르고 있다가 늦게서야 깨달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그래도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몰라서 퇴근 하기 전에 인사라도 하고 가려고 했는데 쥐도 새도 모르게 사무실에 안 계시더라구요. 허허.
마지막 출근했던 지난주 금요일, 같이 일했던 팀원들, 다른 팀 동료들도 같이 모여서 조촐한 송별식을 열어줬습니다. 나이 든 삼촌뻘 되는 사람 퇴사하는 날 그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내색은 안했지만 울컥했습니다. 제가 그만한 대접을 받을만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름 열심히 하려고, 같은 동료들에게 우산이라도 씌워주려고 몸부림친 것들에 대해 위로받은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제가 빠진 자리로 인해 부담이 더 얹어진 동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더 컸습니다(어떤 회사 부회장이라는 사람이 SNS에서 犬소리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이니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잘 못해줬는데, 그래도 같이 일해서 고마웠다고 케익도, 꽃도, 선물도 받았습니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 건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수고했다고, 고생 많았다고, 앞으로 더 잘되라고 건네주는 그 한마디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 어찌 업무를 마무리하고, PC를 포맷하느라(Windows 10 초기화는 예상 퇴근 시간 약 2시간 이전에는 시작합시다..)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사무실을 나섰습니다. 차 안에 짐을 싣고, 선물 상자에 들어있던, 송별식 자리에서 열어보지 말라고 해서 진짜 안 열어봤던 편지를 열어봤습니다. 그리고 한 10분 뒤에 눈이 뻘개져서 주차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이건 나이가 들어서 남성 호르몬이 줄어서 그런거라 생각합니다(ㅠ).
여튼 이래저래 우여곡절이 있던 마지막 퇴근일을 뒤로 하고, 출근 안해도 되는 월요일이 다가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니는 병원을 회사 근방으로 정하지 않았을테지만, 병원에 갈때만 하더라도 회사 퇴근해서 검진 가기 편하려고 했는데, 세상 제 맘대로 되는 일 하나 없고, 당장 내일 오전에 회사 근처로 또 가야합니다(-_-). 오래 걸릴 일은 아니긴 하지만.. 여튼 병원 끝나고 뭘 할까 생각을 해봤는데, 일단 이력서 낸 곳들의 연락을 기다려보면서 그냥 핸들 돌려서 아무데나 가보기로 했습니다. 딱히 꼭 갈 곳이 있는 건 아니지만, 아직 국내에서 안가본 곳은 많아서 뭐 다니다보면 재미난 곳도 있겠죠. 그러면서 걸레된 멘탈을 좀 추스려 보려고 합니다.
나름 열심히 했고, 그래서 후회는 없지만, 같이 일했던 동료에 대한 미련은 남아서 당분간은 생각날 것 같습니다. 회사니까 뭐 어떻게든 돌아갈테고, 똑똑한 친구들이니 잘 해내겠죠. 부디 그냥 스치듯, 저란 사람이 있어서 그때는 괜찮았던 것 같았다는 잠깐의 기억이라도 남겨주길 바랄뿐입니다.
곧 또 다른 일상으로 돌아가실거에요.
또 다른 평온한 일상을 맞이 하시길..
앞으로 새로운직장에서 건승하십시요!!
멋지십니다👍
저는 퇴사했더니 단체방 덜나갔다고 연락와서 나가는게 좋겠다고 하드라구요.
알아서 나가지 그걸 뭐또 나가라그 하는지 있고 싶지도 않은걸 ㅋㅋ
되도록 빠른 출근을 하셨으면 좋겠는데, 잠깐 쉬는 동안은 회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Vollago
다 잘 될 겁니다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길 빕니다~~
옅어 질것입니다
그리고 건강이 최고 입니다
몸 잘 추스리시고 다시 일상으로 힘차게 나아가시길
기원합니다
그곳에서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이 꼭 기다리고 있을것 입니다
왜 배려심있는 좋은분들 먼저 퇴사하는건지요
또 평소 하고 싶었던 집에 iot구축, 대형운전면허 취득 등등을 했는데, 이 또한 즐거웠습니다 ㅎㅎ
화이팅 하십시요
... 근데 제가 아는 그 닉네임이군요. ㅋㅋ (사이트내 친목질 아닙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