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요금은 저렴하다'는 사실은 많은 분들께서 공감하실탠데, 재미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2018년에 나온 '1인당 월소득 대비 지하철 이용 지출 비중'이라는 통계입니다. 한국의 경우 약 3%를 사용합니다. 지하철 요금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은 2.7%, 미국은 3.3%를 사용합니다. 생각보다 큰 차이가 없죠? 좀있다 소개할 프랑스는 4%입니다. 참고로 가장 높은 축에 속하는 건 영국(9.6%)입니다. 굴 나빠요.
아무튼, 영국처럼 별나게 비싼 경우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국민들이 지하철 요금에 지출하는 비중이 다른 국가 대비해서 큰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 분명 저렴하다고 그랬었는데? 다른 나라랑 별 차이가 없네? 왜 그럴까요?
사실 글을 쓰면서 처음에는 km당 요금이 어디는 얼마고 저기는 존마다 얼마고 이렇게 쓰려고 했다가, 이렇게 쓰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 실제 사례로 비교해보겠습니다. 비교 대상지는 수도권의 경우 최근에 가장 핫한 곳, 해외는 대륙별로 하나씩 잡고 각 국가의 수도 근처에서 구글 지도를 돌리다 꽂히는 데에 하나씩 짚어봤습니다.
1. 한국, 김포
김포한강도시의 장기역에서 강남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요금은 1,950원 입니다.
2. 일본, 도쿄
사이타마시의 사카도 역에서 신주쿠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요금은 670엔(6,800원) 입니다.
3. 프랑스, 파리
파리 Gare du Nord역에서 베르사유 궁전에 가까운 Versailles-Château–Rive Gauche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요금은 7.1유로(9,710원) 입니다.
4. 미국, D.C
워싱턴 SHADY GROVE역에서 GALLERY PLACE역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5분, 요금은 5.35달러(6,000원) 입니다.
여기에는 정기권, 워싱턴 메트로의 경우 오프 피크 요금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더 있는데 그런 것까지 넣어버리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일단 기본적인 요금으로 잡아봤습니다.
아무튼 확실한 건, 어느 지역의 무엇과 비교하더라도 수도권 지하철의 요금이 저렴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명백하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그런데 왜 '월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은 한국과 다른 나라가 비슷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나라 대중교통 요금이 저렴하다는 건 기본요금이 저렴해서가 아니라(물론 이것도 비싼 건 아니지만), 거리 비례 요금이 저렴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즉, 거리를 길게 잡으면 잡을 수록 해외에서는 택시기 미터마냥 요금이 억소리나게 오르는데 수도권의 경우 5km당 100원, 그나마도 초장거리의 경우 추가로 요금을 할인하는 식로 요금을 누르고 있어서 부담이 작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지하철 요금 인상은 상대적으로 반발이 작은(?) 기본요금을 올리는 형태로 진행했는데, 정말로 지하철 요금을 '현실화' 하면 기본요금이 아니라 거리 요금을 올려야 합니다. 지하철만 한 시간 반을 타고 편도 50km에 가까운 거리를 오가는데 2천 원도 안되는 요금만 내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으니 적자는 쌓이고, 노선 사업자들은 노선을 길게 잇고싶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런 식의 요금 현실화, 즉 거리 비례 요금의 인상은 아무리 필요한 것이라고 해도 교외 지역에서 서울을 오가는 통근 여행객들을 대놓고 저격하는 것이고, 서울 내에서도 장거리 이동 수요가 많습니다. 그러니 어떤 정치인도 이 문제를 들고 나서기는 힘들껍니다. 표떨어지는 속도가 SK텔레콤 본사 앞 한정 5G 속도만큼 빠르게 떨어질테니까요.
결국 구조적으로 우리나라는 대중교통 요금을 영원히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억눌러야 하고, 거기서 발생하는 교통 적자는 오롯이 교통사업자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지자체가 떠안아야 합니다. 이게 어떤 의미냐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는 서울시민의 예산으로 메워야 하니까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을 경기도까지 늘리고 싶지 않게 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9호선-인천공항철도 직결은 인천구간 유지비 서울이 못 내! 하는 걸로 요즘 싸우고 있고요.
최근에 서울시에서 '서울 지하철의 교외 직결을 중단하고 전부 환승으로 유도하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가 깔려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환승이라는 큰 불편이 생긴다는 소리니 말도 안된다 싶지만 연간 적자만 1조를 바라보는 서울교통공사의 사정을 생각하면 마냥 욕만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된거죠.
적자분을 보조하는건 맞지만 터무니없이 낮은금액을 유지할 이유는 없단겁니다. 수혜받는인원이 적정수준은 내야죠.
Mb가 환승요금제와 준공영 하면서 버스회사도 2~3천억씩 세금 때려붓게만들어놨죠. 여기도 경기도랑 시비많이생기고있구요
그런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지금 도시철도의 적자는 중앙정부가 아니라 재정 여력이 작은 지방정부가 떠앉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김포골드라인은 적자가 쌓이다 못해 자본잠식으로 파산의 카운트다운을 밟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죠. 의정부, 김해 등 다른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경전철도 상황이 좋지 않은 건 마찬가지고요.
결국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의 대중교통 운송 손실을 더 많이 보조해주는 형태로 나아가야 할탠데, 이렇게 되면 또 발생하는 문제는 일반적인 도시철도 건설에 있어 타 도시는 6 : 4로 정부가 더 많은 분을 부담하지만 서울의 경우 한정적으로 4 : 6으로 서울이 더 많은 돈을 부담하게 되어 있습니다.
운송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준다는 대원칙을 세운다면 그럼 현재 서울과 비서울의 차이는 어떻게 조절할 것이냐도 논의해야 할 과제가 되고, 현재 분담비 수준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서울은 다시 교외로 나가는 전철사업을 더 강하게 쪼아버릴껍니다. 지금은 서울시장들이 전부 대권주자니까 표 날라가는 짓을 대놓고 하진 않지만 지금 서울시 재정만 생각하면 수도권 통합 요금제에서 탈퇴하고 시계외 요금을 부활시키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을까 할 정도로 적자가 심하니까요.
대중교통 관리가 중앙정부가 아닌 각 지방정부의 사무로 되어 있는 이상 수혜자 부담 원칙이라는 문제는 계속 제기될 수 밖에 없고, 이게 수도권 전체의 효율적인 대중교통 자원 관리라는 점을 계속 가로막을껍니다.
지방의 경우에는 구간별 금액이 아니라 그냥 무제한 이용가능한 정기권도 있고요.
월 단위나 연 단위로 구매하는데, 어떻게 보면 한국보다 더 저렴한 편이죠.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합니다만 개선은 필요한 상황이네요.
버스도 동일한 문제가 되긴 할텐데...
실현되지는 않겠지만 어느정도 올라야 현실적인지 실제 적자 감소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살아보니 버스 1회에 2불인가 되었는데 학교에서 발급하는 학기권이 70불이었던가 한학기 타고 다닐 수 있는 티켓이었습니다. 일반인도 월권이라는 것이 존재하더군요
역대 시장마다 대권욕심에 나몰라라 하는거죠
한동안 아무리 올려도 (2배로 올려도!)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