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낮춤으로 상대를 높여주는 높임말입니다.
자기가 속한 나라를 낮추는 경우는 없습니다. 예외적으로 상대방의 속국인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죠.
따라서, 상대방이 다른나라 사람이든, 우리나라 사람이든, '저희 나라'라고 말해서는 안됩니다.
특히나, 세미나나 과제 발표 자리에서 '저희 나라 제품은 어쩌구', '저희 나라는 어쩌구' 이런식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는데, 잘못된 것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같은 회사 사람들 간에 발표하면서, '우리회사'라고 해야 하는데, '저희회사'라고 하는 것은, 듣는사람을 '회사' 집단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맞춤법 좀 어렵죠 ^^
문장이 "저는"이 아니라 "나는"이라고 시작하더라구요.
아 이렇게 스스로를 칭하는 것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라' 말고 특별히 낮추면 안 되는 것이 혹시 또 몇 가지 더 있나요? 예를 들어 '저희 신'은 좀 곤란하다거나... 낮추면 안되는 대상의 목록에 대해 맞춤법에서 명확히 규정한 것이 있다면, 그 표준 목록을 예를 들어 국립국어원 같은 곳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예를 들어 우리 나라 종교 지도자들이 만나서 평화롭게 얘기하면서, '저희 신은 그런데 말이죠...' 같은 식으로 이야기하면 참 정답고 좋을 것 같습니다.)
관습적인 자긍심은 존중합니다만 싸잡아 민감해 질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그런 권한이 정해진 바가 있나요?
가족, 학교, 면, 동, 읍, 구, 시, 국가, 대륙, 행성, 은하 중에서 어디까지는 싸잡아서 '저희'이고 어디부터는 '우리'라고 해야 한다고 정해져 있을까요?
어디까지 저희고, 어디까지 우리냐 역시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위에 적었듯이) 관계의 밀접성이 낮아질 수록 그럴 필요는 (급격히) 사라집니다.
네 정해진 바가 없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느낌을 일반화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는 어디까지 겸손할 수 있을까요? 혹은 겸손할 권리가 있을까요?
저희집과 저희나라의 차이는 그런 겸손이라는 미덕의 범주에 대한 이해의 차이라고 보시면 어떨까요.
그러니까 그런 차이를 느끼시는 거나 그런 범위를 정할 필요를 느끼신다는 건 Seno님의 개인적인 느낌인데, 한국어 언중의 문법 규칙을 개인적인 느낌에 의해 정할 수는 없죠.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있어 존중받아 마땅하고 열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생각을 강요하지 말구요.
정말 그런지는 이 글을 보는 제삼자분들이 판단하시겠지요. 저는 님의 의견 내용에 대해 찬반을 논할 지언정, 님의 의견 제시 자체를 놓고 표현의 자유 침해니, 생각의 강요이니 하는 식의 문제제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의견 잘 들었습니다.
의견의 제시와 생각의 강요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이 이야기는 언어학의 영역이 아니라 이념의 영역에 속한 이야기가 아닌가 합니다. 저 역시 한국어를 모국어로 삼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저희 나라'가 문맥과 무관하게 _불가능_할 수 있다는 언어학적 직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이상하게 들리지도 않고요. 오히려, 이념이니까 내 관점이 맞다는 것을 어떻게든 관철시키려고 하는 거겠죠.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이 '맞춤법' 규칙의 일부라고 주장하기까지 하면서...반대로 말해, 이것이 정말로 언어학적인 문제였다면 여기에 대해 찬반을 다툴 여지는 훨씬 적었을 겁니다. 어느 쪽 방향으로든...
사실, 한국어의 특성 상, 여태까지는 실제로 '저희 나라'가 '우리 나라'에 비해 더 적절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그다지 자주 생길만한 일은 아니기도 합니다. 따라서 여태까지는 이 이야기는 대체로 그냥 이론적인 영역에 속해있다고 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대부분의 문맥에서 '우리 나라'가 '저희 나라'보다 더 적절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과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최소한 지금보다는 더 자주 일어나게 될 겁니다. 그런 상황이 제게 실제로 일어난다면... 음... 저는 그냥 그때 그때 이런 거 신경 안 쓰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편하게 한국어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한 사람의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변변찮은 화자로서 그 정도는 제 사소한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Seno님도 말씀하신대로 '그런 건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게 사실입니다. 저는 제 개인적인 느낌에 의한 반론을 한 게 아니라 저 사실을 이야기한 겁니다.
그 사실 외의 다른 게 개인적인 느낌이나 주장일 뿐이죠.
저랑 사유리랑 크리스티나랑 한국어로 얘길 하는데, 사유리랑 크리스티나는 꼬박꼬박 '저희 나라'라고 하고 저만 '우리 나라'라고 하면 이상한 거죠.
그리고 제가 '저희 동네' '저희 가족'라는 말은 하는데 '저희 나라'라는 말을 쓰면 안된다는 것도 이상한 거구요.
아예 이렇게 생각한다면 일관성은 있게 되지요.
모든 '저희'라는 말의 쓰임 중에 '나라'에 대해서만 틀렸다고 하는 건 너무 이상한 사고방식인 것 같습니다.
"저희나라에서 한달연봉2억 vs 무기징역3년 어떤게 더 낳나요?"
또 국과 방은 비슷한 뜻이지만, 굳이 나누자면.. 폐방이라고 쓰면 폐국보다 겸손한 것이고, 귀국이라고 쓰면 귀방보다 높이는 것이에요. 그래서, 폐방-귀국(저희지역-당신네나라)이면... 비굴한 느낌이 들고, 폐국-귀방(저희나라-당신네지역)이면 대등한 느낌이 조금 더 강해질거에요. 요즘도 쓰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예전에... 현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 만화에서 외교관인 캐릭터가 사용하는 것을 본 것 같긴 해요.
이 상황을 타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우리 나라'냐 '저희 나라'냐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나의 나라', '저의 나라', 혹은 '내 나라', '제 나라'와 같은 일인칭 소유격 단수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겸손의 대상은 어디까지나 정밀 유도 폭격하듯이 단 하나의 대상으로 국한되어 버리죠. 얼마나 간단합니까.
'나라' 뿐만이 아니라, 너무 많은 곳에 복수형이 남발되고 있고, 그게 언어적 관습이 그렇다는 것은 알지만, 솔직히 그다지 바람직한 언어적 관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 '우리 아기' 같은 경우에야 가족이 있는 경우라는 문맥에서는 자연스럽긴 한데, 일인 가구의 경우에도 '우리 집'이라고 해도 되는 건가? 나는 복수인가? 나는 누구인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거기서 한 발 나아가서 '우리 애인' 같은 표현을 보면 언어적 관습이 그래서 그런가 보다 싶기도 하다가도, '거기에서 "우리"의 구성원은 정확히 어떻게 되는 건가', 혹은 '그러면 "저희 애인"이라는 표현하고 "우리 애인"이라는 표현하고 둘 중에서 어느 게 옳은 건가, 이런 이슈는 없는 건가'라는 엉뚱한 상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잖아도 일인칭 복수형이 어색한데, 거기에다가 '네가 겸손을 표현하고 싶다면 좋아. 하지만 그러려면 말을 하기 전에 네가 그럴 권리가 있는지 좀 생각해보는 게 좋을걸'이라는 요구가 추가로 들어오면 더 정신없어집니다. 그냥 복잡하고 귀찮은데 존대말 관둬? 싶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