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생각나 적어봅니다. (20년도 더 된 일이긴 하네요..)
왜 군대가면.. 여친있냐 물어보고..
여친 있다면 사진 보여달라 하고..
사진보고 괜찮으면 새끼쳐달라고들 많이 하잖습니까?
제가 그걸 당했습니다.
내 사수가 3명 있었습니다.
한명은 왕고참이고, 이제 곧 전역이었죠.
이 사람은 내 손 붙잡고 PX도 데려가고.. 뭐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내 입장에서는 그냥 좋은 사람이죠.
이 사람을 '왕사수'라 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상병 말호봉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일단 키가 무척 작습니다.
못 생겼습니다.
성격도 아주 안 좋습니다.
뭐 좋은 거 있으면, 지만 다 합니다.
챙겨주는 거 1도 없습니다.
이 사람을 '실세'라고 하겠습니다.
그 다음은 상병 중간쯤이었을 겁니다.
이 사람이 제 직속 사수죠.
엄청 깐깐하고, 저를 엄청 갈궜습니다.
좀 염세적인 사람이었죠.
그래서 인간적인 정 이런걸 일부러 배제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사람은 챙길건 챙겨줬습니다.
이 사람을 '사수'라고 하겠습니다.
'실세'. 이 자식이 갑자기 웃는 얼굴이 되어..
(이넘이 웃는 얼굴이 되면 불안해 집니다.)
새끼좀 쳐 달랍니다.
키 작은 땅딸보에 그지같은 성격인 걸 떠나..
뭐 하나 챙겨주는 적 없는 자식이..
특히, 왕사수 전역 후, '실세'가 왕사수가 되었을 때..
이자식이 병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구박을 좀 받았었습니다.
이 때, 뭐 하나 커버쳐 주는 것도 없습니다.
그 왜.. 우리 팀 신입이 실수하였고, 다른 부서가 피해를 입었다고..
그 부서 대리가 우리팀 신입 갈구면..
그래도 우리 부서 과장이 좀 커버쳐 주고, 어디 조용한 데 데려가서 갈구고..
뭐 그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이자식은 이런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수'가 왕사수가 될 때 까지..
참 이상한 구박도 많이 받았더랬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실세'가 왕사수가 된 이후의 일입니다.
'실세'와 '사수'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짬이 얼마 차이가 나지 않기도 했었지만..
'실세'가 정말 챙겨주는게 없는 놈이었거든요.
그런데, 중대본부의 한 상병이..
우리 사무실 프린터가 좋다고..
저보고 매일 퇴근하면 들고 오라는 겁니다.
이게 말입니까 방굽니까?
잉크젯 프린터라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걸어서 10분 거리입니다.
잉크 빨리 달면, 우리 간부에게 갈굼당할 것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수'에게 말했습니다.
중대본부의 그 상병놈은 '실세'보다는 밑이고, '사수'보다는 위였습니다.
'사수'는 '실세'에게 이야기 했고..
'실세'는 씹었습니다.
헐~
헐~
헐~
결국 저는 10분 거리를.. 잉크젯 프린터를 들고 다녀야 했습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이것을 교묘히 우리 간부에게 들켜서..
들고 다니는 것은 막았습니다만..
나는 이 '실세'를 도대체 어떻게 대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놈이.. 저보고 새끼를 쳐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할 말도 없었어요.
그랬더니, 특유의 '사람 좋아보이는 척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실세놈: 왜? 소개시켜 주기 싫어? 괜찮아~ 싫으면 싫다고 해. 내가 언제 이런 걸로 갈구고 그러든?
저: 아.. 아닙니다.
실세놈: 야! 진짜 괜찮아.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 해.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냐~
저: ...
실세놈: 아~~ 자식이. 진짜 괜찮다니까? 부담갖지 말고 말해 봐. 시켜줄꺼야, 말꺼야?
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고, 실세놈은 계속 다그치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스운 상황입니다만.. (이런 게 내공이라고 하는 가 봅니다. ㅋㅋ)
그 때는 엄청 당황하고.. 할 말도 없고.. 본심은 소개시켜 주기 싫고..
뭐 그랬습니다.
계속된 다그침에.. 저는 결국 실토하고 말았습니다.
저: 괜찮다고 하시니 말씀드리겠습니다. 소개시켜드릴 수 없습니다.
아.. 이 때의 그 몇 초의 적막감이란..
그런데 이 실세놈의 대응이 정말 웃깁니다.
아무리 내가 눈치없기로.. 직설적으로 말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지도 지 입으로 한 말이 있다 아닙니까? (괜찮으니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해..)
보통은 알았다고 하고, 나중에 다른 거로 갈구거나 뭐 그런게 일반적인 대응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약간의 적막이 흐른 후 이놈이 한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실세놈: 아~~ 18. 군대 정말 많이 좋아졌다. 이등병이 왕사수 이야기 하는데 대놓고 싫다고 하고.
뭐 이러면서 욕을 엄청 해 댔습니다.
뭐 때리진 않더군요. ㅋㅋ
물론, 저도 좀 더 부드럽게 말할 수 있었겠지만..
저도 한 성격 하는지라..
지금은 저렇게 안 했겠죠.
하지만, 저도 단호하게 거절하고 싶었었습니다.
ㅋㅋㅋ
뜬금없이 생각이 나서 주절거려 봤습니다.
땡복이 이 자식아.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너 진짜 길에서 나 만나면, 완전 돌아버리게 만들어 줄 꺼다.
ㅋㅋㅋㅋㅋ
마음에 소리에 쓰기만하면...
오오, 좋게 바뀌었군요.
다행입니다. ^^
선임에게는 많이 말해도 되죠~ ㅎㅎ
자기가 짝사랑하던 여사친 사진으로 왕고참들 총애받던 사람.
그건 '사기' 아닌가요?
나중에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