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으로 저희 회사에 들어온 경리 아가씨가 있었죠.
그당시 회사에는 다들 어르신들만 계시던 시절이라..
그나마 스물아홉인 제가 그나마 나이차가 가장 적었습니다.
그래서 회사 업무상 도움이 필요하면 거의 전적으로 제가 많이 도왔죠.
그러다 보니 친해지게 되었고.. 그분은 제게 '퇴근하고 뭐하냐' '일요일에 뭐하냐' 하면서..
퇴근하면 술사달라
일요일에 놀러가자
그런식으로 사적인 만남을 많이 가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집이 지방인데 취업을 위해 상경해 혼자 살다보니.. 친구도 없어 그랬나보다 싶습니다.
같이 밥먹고 술먹고 일요일이면 놀이동산으로 놀러다니면서 저도 차차 마음이 기울게 되었습니다...
일요일에 만나면 손잡고 다니는건 기본이고 허리를 손으로 감싸면 가슴에 닿는데
굳이 피하지도 않고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서 같이 골뱅이에 소주를 마시는데 애가 골뱅이를 입으로 넣어주는겁니다.
그리고는 진하게 키스를 했죠.
저는 그게 첫 키스였어요. (첫키스가 골뱅이 키스라니!!)
아. 지금이다.
진지하게 만나보자고 얘길 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면서...
'주임님하고 사귀면 제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ㅠㅠ'
갑분싸 되서 그대로 헤어졌습니다.. (9살 차이인데 나이차가 너무 많이 나서 그랬답니다)
집에 가서 이불킥 보다 다음날 얘를 어떻게 볼지 고민스럽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애 표정이 아무렇지 않더라고요.
어제 혹시 필름이 끊겼나? 그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그.러.나.
그 뒤로는 퇴근후에 보자고 얘기를 안 하는겁니다.
Aㅏ... 잊은건 아니구나.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말도 안 걸고 연락도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지나 가나보다.
그리고 2주쯤 지났을 때.
그 당시 카발이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 길드장이 벙개를 쳤습니다.
카발은 공성전이 있는 여타 게임과 달리 길드라고 해봐야 그냥 지역 친목 모임이 전부예요.
우리 길마는 보험설계 하는 양반이랬는데 벙개치면 PC방에서 좀 놀다가 애들 밥사주는게 전부였습니다.
(길드원들도 죄다 2-30대 직장인이지만..)
종로쪽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모임이라.. 주로 교보문고 있는 그쪽으로 많이 모였습니다.
그래 얼굴이나 보자길래 쫄래쫄래 지하철 타고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뭐해요?'
....
아니 얘는 파토난거 아님? 뭐하러 전화는 하는거임???
그대로 얘기 했습니다. 길마가 벙개쳐서 PC방 가는 길이다.
그랬더니 자기도 그 게임 한다고 같이 가도 되냐는겁니다.
아니 말이 되냐 이런 마이너한 게임을 하는 여자가 있다고? 구라같은데???
일단 길마한테 얘기 했습니다. 사람 한명 달고 가도 되냐고.
나가면 PC방비부터 밥값까지 이 형이 다 쏘니까... 먼저 물어보는게 예의라고 생각 했거든요.
당연히 여자라니까 반색을 합니다.
교보문고 입구에서 기다렸다가 모임 장소인 PC방으로 갔습니다.
가서 로그인 하는거 보니 정말 계정이 있기는 하네요.
근데 서버가 달라요.
'야야 버스태워줄게 캐릭 새로 만들어 우리 서버에 와라'
애들 달라붙어 서포트 해주는거야 뭐 일입니까..
6시간정도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리고 2차로 삽겹살에 소주~~~
가 아니라 소고기를 사줘요? 으잉? 아니 형 평소에 이러지 않았잖습?? 오늘 무리하는데??
괜찮답니다.
그리고 10시반쯤.. 저는 집이 인천이라 먼저 일어났습니다.
걔는.. 뭐.. 서울사니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 후 습관적으로 길드 카페에 들어갔더니.. 게시판이 난리가 났습니다.
길드에 커플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보니까 길마랑 걔네요.
이게 뭐야. 길마는 애도 있는 유부남인데 - _-??
길마한테 쪽지도 와 있습니다.
대충 읽어보니... 집까지 바래다 줬는데 얘가 먼저 들어왔다 가라고 했다네요.
요즘 와이프와 잠자리 한지도 오래되서 의기소침해 있던 참인데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네요.
내게 너무 고마워서 접속하면 아이템을 주겠답니다.
아이 시앙
그 후, 게임을 하다 걔가 들어오면 죄다 '형수님 오셨습니까~' 그러고..
11시쯤 되면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들를테니 먼저 씻고 있어' 그러고..
꼴 사나워서 게임을 삭제 해 버렸습니다. - _ -
아이 시앙.
너무 진지타서 방어기재 발동한거라고...
자연스럽게 손잡고 모텔을 갔으면 성공(?)했을거라더군요 - _ -!!!
거길 왜 데려가죠 ㄷ ㄷ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2854308CLIEN
접은 뒤에는 어케 되었는지 몰라도..
시간 오래 끌지말고 가볍게 빠르게 진도를 달렸어야 했고, 사귀자는 진지한 제안은 해선 안 되는 거였겎죠
자유로운(?) 길드분위기가 더 충격!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