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쿠팡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노동자분의 명복을 빕니다.
저는 작년까지 모 회사의 물류센터에서 일을 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현장 중간관리자쯤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재구매기획인데요 , 업종은 식품유통이었고요.
제가 현장 말단부터 일해서 올라온 사람이라 현장도 가끔 관리하고 그랬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택배회사도 아니었고 대기업도 아니어서 업무강도는 할만했습니다.
작년쯤 어떤 기업에 인수되고, 새로운 부서장이 오기 전까지는요.
새로운 부서장은 식품 유통에서는 전혀 일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만은
자신만의 비전이 있고 그걸 강요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현장에서 10여년 이상을 근무한 저와 몇몇 사람에게는 전혀 납득가지 않는 일들을
업무지시하면서, 업무과정에서 그 지시로 인해 실수나는 부분들을 교정해주면
자신이 교정한 것처럼 본사에 보고를 했죠. 그만둘때쯤엔 분위기가 아주 안 좋았습니다.
행동경제학 이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으로 쉽게 말하면,
고전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합리적 판단을 한다' 가 주요골자인데,
행동경제학은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 인간의 심리에 따라서 적당히 타협한다...가 되겠습니다.
제가 너무 함축적이고 의역을 한 부분은 있는데, 일단은 이 글에선 대충 그렇게 알고 가시면 됩니다.
물론 자유기업원 같은 보수경제연구기관 같은데서는 큰 쓸모가 없다고 단평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저, 고전경제학이든 행동경제학이든, 중요가치에 따라서 기준점을 삼거나 참고해야한다고 봅니다.
이론이 항상 우선일수도 없으며, 상황이 항상 우선일 수도 없다...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새로 온 부서장은 그런 고전경제학적 방식의.... 이론적인 부분에 충실했습니다.
수치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문제가 된다고 말하느냐
업무를 왜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데 왜 마감까지 가져오지 않느냐 라는 방식이었죠.
현장에서 수치상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납득하지 않는 것,
그 사이에 벌어지는 돌발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와 해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또 그 사이사이 전화나 문서상으로 보고하라면서 지시를 변경하기도 하기도 했습니다.
불필요한 의사결정과 업무혼란에 초래한 부분에 대한 책임은 완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왜 지시를 이행하지 않느냐 라는 식으로 접근했죠. 업무적 불만의 해소가 되지 않았어요.
다른 부서장을 통해서 다른 경로를 통해서 알려도 일축되기 일쑤였습니다.
사장의 심복의 심복이었거든요.
특히 제 퇴사에 가장 결정적이었던 부분은 10여년이나 약 80개 거래처를 담당했던 업무를
개선시키겠다는 이유로 자신이 데려온 반년 근무한 신입사원에게 전부 이관하고
저는 그 신입사원이 하던 말단업무를 대신 받아 하라던 것이었습니다.
제 업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은
결과적으로 저는 그렇게 되면 그 신입사원의 업무를 백업하면서 말단 업무까지
떠안을 공산이 보였고 그에 대한 처우나 대우도 좋지 않았고 출근거리도 길어져서 그만두었죠.
업무량이 많이 늘어서 힘들어 한다는 얘기가 들려오긴 하는데
그 신입사원에게 미안하긴 하지만, 현장과 연계된 업무를 만만하게 본 부서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배경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경제학이론을 노동법과 관련하는 것은 좀 억지일지 모르지만,
이론적으로 보자면, 쿠팡의 상황은 당연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계약이 된 노동에 따라
문제가 없는, 그냥 안타까운 상황일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선의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업무상황이 발생했고 업무지침이 내려졌을 뿐 누가 일부러 죽으라고 괴롭힌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은 이제 법적으로 따질 뿐이지,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할 얘기가 아닐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저의 이야기를 썼듯이, 이론만으로는 현장의 모든 돌발상황을 커버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회사가 두는 중심가치가 있다면, 그것을 위해 현장의 상황을 맞춰가야하고
그럼에도 현장의 상황이 불가피하다면, 때로는 중심가치보다 현장의 개선에 중심을 둬야하는 거죠.
저는 쿠팡의 조직분위기가 어떤지는 모르지만, 특히 그 방송으로
"업무 명단이 올라오면 관리자가 조치하겠다" 따위의 방식으로 현장상황을 진행시킨다는게
도저히 납득이 되지도 않고 있어서는 안되는 운영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안타까운 희생이 따랐습니다만, 희생이 없었더라도
단편적으로 뉴스에서 비춰지는 물량의 상황이나 회사대 노동자, 개인대 개인으로도
그런 식으로 업무지시를 하거나 운영을 하는 건 윤리적으로도 효율적으로도 잘못된 방식입니다.
한 편으로 그냥 저의 소박한 바람이라면, 일반 소비자들도, 고객들도, 시민들도,
그렇게 맨날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해놓고 '왜 내 물건 택배배송이 늦는데요?' 라고 화를 내시기보다
내가 그렇게까지 편할 필요가 있나 라고 한 번쯤 생각해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길거리에 쓰레기, 커피컵, 휴지 안 버린다고 해서 환경미화원의 할 일이 줄어드는게 아닙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게 아닙니다. 와우새벽배송 한 번 덜 시킨다고 일자리 줄어들지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와우새벽배송 쓰시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저도 가끔 씁니다.
그러나 한번쯤, 한번쯤은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그냥 말로만 '잊지 않겠습니다'가 아니라
정말, 꼭 이런 모든 편리함의 과잉이 나에게 정말 필수불가결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요.
다시 한 번, 쿠팡 물류센터 화장실에서 외롭게 돌아가신 노동자분의 명복을 빕니다.
아마존의 근무 환경을 알고 나면
쿠팡이 하려는 그 물류센터의 현실은 로봇이 아닌 실제로는 사람을 잔뜩 굴려서 나오는거라고 보면 되죠.
(카메라 AI등 온갖 신기술을 동원한 사람 한명 한명당 분단위 동선 추적 그리고 매시간당 처리량을 기준으로 인사조치등등
[아마존이 평균 시간당 300박스 기준일겁니다 1인당.] 화장실 5분가는것도 많이 간다고 바로 실적에 방영되서 인사조치)
그래서 여러가지 사항을 무시한 이론적 숫자가 나올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달성되면 자기가 한것 처럼 연봉 올려받고요
저희는 영업이 저렇습니다. 바이어 상대가 어려운 건 알지만 지네들이 전화 한 두통으로 바꾼 업무요청으로 이 쪽은 30분 넘는 시간을 그냥 허공에 날려버리는 걸 전혀 이해하려 들지도 않죠. 급하게 필요하다고 해서 발주해서 들어온 자재들은 보관 공간도 없는데 한 두달 뒤에 작업요청하고...아오 진짜..
생산에서 분명 불량 나거라고 테스트 해봐야 한다고 하는거 억지로 진행해서 수율이 한 자리 정도로 나오면 그 양품만 가지고 지 영업실적에 넣고 나머지 불량은 생산 불량으로 떠넘기고...
그 영업도 이해가 안 가지만 우리 부서장도 이해가 안 갑니다.
제발... 사람, 자체를 그 무엇보다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그럴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요
이런 일들 보면 진심으로 마음이 안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