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20대 때에 눈이 무릎까지 쌓인 소백산 꼭대기를 새벽 기차를 타고 가서 회사분들과 오른적이 있습니다. 그땐 아웃도어 개념도 별로 없고 청바지에 조금 두꺼운 가죽 잠바 입고 갔었죠. 새벽4시반쯤 오르기 시작하였을까 생각됩니다.
오르다 보니 눈발이 날립니다. 바람은 정면에서 불어오고 정상으로 갈 수록 바람 뒷편이라 눈은 더 쌓여 허리까지 와 있습니다. 앞서가던 일행은 눈과 어둠속에 보이지 않았고 허리 보다 높은 눈을 팔로 해쳐가며 앞으로 갔습니다. 더 깊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정상에 오르니 정상을 알리는 비석이 있었고, 눈은 점점 거세게 내려옵니다. 바람 맞는 편은 눈이 쓸려 있어 다시 무릎아래까지 있었고, 일행들과 내려오다보니 나무 의자가 있었고, 그곳에서 각자 가방에 가져온 김밥을 꺼냈는데 모두 얼어 있었습니다. 너무 딱딱하게 얼지는 않아 배를 채우고 잠쉬 쉽니다. 청바지는 겨울에 빨래를 해서 널면 딱딱히 굳어버리듯 얼어 있었고, 그래도 그렇게 춥다는 생각은 안들었었습니다.
날이 금새 밝아옵니다. 언제 바람이 그렇게 불었냐는듯 세상은 온통 하얗고 김밥 담아온 비닐 봉지를 엉덩이에 깔고 푹신한 눈을 미끌거리며 장난도 쳐봅니다. 20여년전의 일이네요. 아련함을 글로 남겨봅니다.
하루하루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놓으세요. 언젠가 그런 것들이 살면서 아련함과 활력과 그리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상쾌한 하루 보내세요. 항상 상쾌해 왔겠지만 말이에요.
매년 가던 산인데..올해는 못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