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년쯤 된 거 같습니다.
매우 우발적인 동기에 의해 고슴도치 성체 한 쌍을 데려왔습니다.
그 중 한 녀석(수컷)이 시름시름 앓고 있네요.
올 때부터 어딘가 부실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습니다.
고슴도치는 장염에 잘 걸리고 또 한 번 걸리면 치명적이기도 한데
울집에서만 두 번 고비를 넘겼습니다.
기쁨도 많이 준 녀석이죠.
새끼를 세 마리나 보게 해줬고. 지금 그 아이들 각자의 집에서 잘 크고 있습니다.
저나 집사람이나 반려동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애들이 아플 때마다 현타가 옵니다. 적지 않은 병원비를 들여 이 녀석을 살려야 하나..
그 치료비마저 없어서 곤란한 사람들도 많은데...ㅠㅠ
(이 생각을 이해 못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우리 부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치료비도 꽤 센 편이죠. 이른바 특수동물이라고....ㅠㅠ)
이 녀석이 두 번째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병원을 나설 때 집사람이 그러더군요.
한 번 더 아프면......그땐 그냥 놓아주자구요.
개나 냥이가 아니고
고슴도치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반려동물들에게 정을 떼기가 어려워서였습니다.
아이들과 헤어질 때 정이 깊은 만큼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겠죠.
예전에 개를 키울 땐 한참 맞벌이를 할 때라
잘해주지도 못했고..
그래서 떠날 때 더 아쉬웠습니다. 다시는 새식구를 안 들이리라 결심도 했었구요.
그럼에도 고슴도치를 들이게 된 건...
얘네들은 사람과 교감을 할 줄 모릅니다. 그냥 지 본능대로만 삽니다.
때마다 밥 주고 똥 치워주면 하루 스무 시간 이상을 잠만 잡니다. 야행성이라 밤에만 쳇바퀴를 타구요.
아이 때 길을 들이면 사람 손에서 잘 논다는데 울집 아이들은 성체가 되어서 와 그런가
그런 맛도 없었구요.
그래서 정을 떼기가 그만큼 쉬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네요.
아이가 아프면서 아내가 펑펑 울기 시작했고, 제맘도 생각 이상으로 편하지 않습니다..ㅠㅠ
다른 집 애들은 간식도 좋아해서 넙죽넙죽 잘 받아먹다는데
이 녀석은 이도 부실하고(어금니가 이유없이 빠지더군요..ㅠㅠ) 사료 외에는 먹을 줄 아는 게 거의 없고
유일하게 닭가슴살을 삶아 찢어주면 좋아했습니다.
얼마 전 어디가 안 좋은지 먹는 사료량이 부쩍 줄어들어서
마누라가 입맛 돌라고 가슴살을 삶아서 발라 넣어줬는데..
먹는 걸 보다가 펑펑 울더군요. 얘가 진짜 죽을라나 보다고. 씹어서 삼키질 못한다고...ㅠㅠ
하루하루 힘이 빠져가는 모습이 완연합니다. 지금은 그냥 눈만 뜨고 있어요.
집사람에겐 들여다보지 말라 하는데..
캐이지 앞에 달아놓은 카메라를 휴대폰으로 밤새 들여다보며 징징 우네요..ㅠㅠ
당장 오늘 밤사이 숨이 끊어진 걸 발견할 수도 있고...
내일이건 모레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길면 10년 짧아도 7~8년은 산다는 녀석들인데 이 녀석은 왜 만 세 살도 안 돼 이빨 다 빠지고 골골대다 저러는지..
안타까워 죽겠네요.
숫놈 죽으면...
암놈도 다른 주인 찾아서 주자고..도저히 못 보겠다고 마누라가 그러는데..
어찌됐든 앞으로 반려동물은 더 못 키울 거 같네요...
그 마음 잘 이해합니다..
지금 애들이 개를 키우자고 그렇게 졸라도 안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고요....
예전과 같이 밥만 줘서 키우는 것도 아니고 반려동물 하나 키우는게 애하나 키우는 거랑 비슷한 노력과 비용이 들죠
지그은 구피를 키우고 있는데, 그나마 정 안주려고 노력하는데... 한두마리씩 죽어서 떠있으면 그것도 못할 짓이더군요
그런데 그 생명은 참 짧습니다
그래서 원치 않는 생과 사의 자연법칙을 좁은 집안에서 겪게 되죠
2년이란 시간 동안 생명의 온기를 나눠준 반려동물에게 끝까지 잘 대해 주세요
/Vollago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