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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키우는 고슴도치가 곧 죽을 거 같습니다. 15

18
2020-10-16 00:00:33 182.♡.175.144
forgotmind

만 2년쯤 된 거 같습니다.

매우 우발적인 동기에 의해 고슴도치 성체 한 쌍을 데려왔습니다.

그 중 한 녀석(수컷)이 시름시름 앓고 있네요.

올 때부터 어딘가 부실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습니다.

고슴도치는 장염에 잘 걸리고 또 한 번 걸리면 치명적이기도 한데

울집에서만 두 번 고비를 넘겼습니다.

기쁨도 많이 준 녀석이죠.

새끼를 세 마리나 보게 해줬고. 지금 그 아이들 각자의 집에서 잘 크고 있습니다.


저나 집사람이나 반려동물을 꽤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애들이 아플 때마다 현타가 옵니다. 적지 않은 병원비를 들여 이 녀석을 살려야 하나..

그 치료비마저 없어서 곤란한 사람들도 많은데...ㅠㅠ

(이 생각을 이해 못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우리 부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 건 아니지만 치료비도 꽤 센 편이죠. 이른바 특수동물이라고....ㅠㅠ)

이 녀석이 두 번째 죽을 고비를 넘기고 병원을 나설 때 집사람이 그러더군요.

한 번 더 아프면......그땐 그냥 놓아주자구요.


개나 냥이가 아니고

고슴도치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반려동물들에게 정을 떼기가 어려워서였습니다.

아이들과 헤어질 때 정이 깊은 만큼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겠죠.

예전에 개를 키울 땐 한참 맞벌이를 할 때라

잘해주지도 못했고..

그래서 떠날 때 더 아쉬웠습니다. 다시는 새식구를 안 들이리라 결심도 했었구요.


그럼에도 고슴도치를 들이게 된 건...

얘네들은 사람과 교감을 할 줄 모릅니다. 그냥 지 본능대로만 삽니다.

때마다 밥 주고 똥 치워주면 하루 스무 시간 이상을 잠만 잡니다. 야행성이라 밤에만 쳇바퀴를 타구요.

아이 때 길을 들이면 사람 손에서 잘 논다는데 울집 아이들은 성체가 되어서 와 그런가

그런 맛도 없었구요. 

그래서 정을 떼기가 그만큼 쉬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네요. 

아이가 아프면서 아내가 펑펑 울기 시작했고, 제맘도 생각 이상으로 편하지 않습니다..ㅠㅠ


다른 집 애들은 간식도 좋아해서 넙죽넙죽 잘 받아먹다는데

이 녀석은 이도 부실하고(어금니가 이유없이 빠지더군요..ㅠㅠ) 사료 외에는 먹을 줄 아는 게 거의 없고

유일하게 닭가슴살을 삶아 찢어주면 좋아했습니다.

얼마 전 어디가 안 좋은지 먹는 사료량이 부쩍 줄어들어서

마누라가 입맛 돌라고 가슴살을 삶아서 발라 넣어줬는데..

먹는 걸 보다가 펑펑 울더군요. 얘가 진짜 죽을라나 보다고. 씹어서 삼키질 못한다고...ㅠㅠ


하루하루 힘이 빠져가는 모습이 완연합니다. 지금은 그냥 눈만 뜨고 있어요.

집사람에겐 들여다보지 말라 하는데..

캐이지 앞에 달아놓은 카메라를 휴대폰으로 밤새 들여다보며 징징 우네요..ㅠㅠ

당장 오늘 밤사이 숨이 끊어진 걸 발견할 수도 있고...

내일이건 모레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길면 10년 짧아도 7~8년은 산다는 녀석들인데 이 녀석은 왜 만 세 살도 안 돼 이빨 다 빠지고 골골대다 저러는지..

안타까워 죽겠네요.


숫놈 죽으면...

암놈도 다른 주인 찾아서 주자고..도저히 못 보겠다고 마누라가 그러는데..

어찌됐든 앞으로 반려동물은 더 못 키울 거 같네요...



 


 


forgotmind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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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
인디아나존스
IP 210.♡.160.160
10-16 2020-10-16 00:04:21
·
아.. 마음 아프네요..
zo202
IP 222.♡.163.97
10-16 2020-10-16 00:06:45
·
아이고... 고생 심하게 하시겠네요...
그 마음 잘 이해합니다..
BlueX
IP 182.♡.138.69
10-16 2020-10-16 00:08:47
·
전 그래서 도저히 못 키울것 같아요...
forgotmind
IP 182.♡.175.144
10-16 2020-10-16 00:10:16
·
@BlueX님 고슴도치 정도는 쿨하게 보낼 수 있을 줄 알았어요..ㅠㅠ....저도 이젠 못 키우겠습니다.
오펜하이머
IP 219.♡.157.90
10-16 2020-10-16 00:10:17 / 수정일: 2020-10-16 00:10:56
·
맴찢이네요.... 저도 어렸을 때 개를 키워봤지만... 그 헤어짐의 아픔 때문에 다시는 키우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애들이 개를 키우자고 그렇게 졸라도 안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고요....
예전과 같이 밥만 줘서 키우는 것도 아니고 반려동물 하나 키우는게 애하나 키우는 거랑 비슷한 노력과 비용이 들죠

지그은 구피를 키우고 있는데, 그나마 정 안주려고 노력하는데... 한두마리씩 죽어서 떠있으면 그것도 못할 짓이더군요
웃음바람
IP 118.♡.176.54
10-16 2020-10-16 00:10:53
·
집에 온기가 돌게 하는 건 생명이 내뿜는 기운이죠
그런데 그 생명은 참 짧습니다
그래서 원치 않는 생과 사의 자연법칙을 좁은 집안에서 겪게 되죠
2년이란 시간 동안 생명의 온기를 나눠준 반려동물에게 끝까지 잘 대해 주세요
/Vollago
포이즌아이비
IP 218.♡.219.59
10-16 2020-10-16 00:19:56
·
생명을 잃어가는 모습은 너무 안타깝죠,,, 그 슬픔은 초등학교때 학교앞에서 산 병아리가 죽어갈때나, 키우던 강아지가 죽어갈때나 다르지 않네요... 그래서 전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습니다 ㅠ 이별의 순간이 너무 가슴아파요
중간보스
IP 175.♡.231.34
10-16 2020-10-16 00:20:16
·
가려면 차라리 심장마비로 편하게 갈 것이지... 힘들게 죽으면 더 맘 아파요 ㅠㅠ
때늦은비
IP 165.♡.225.240
10-16 2020-10-16 00:21:40
·
아. .. ㅠㅠ
와이본
IP 183.♡.107.76
10-16 2020-10-16 00:23:12
·
에구, 이번에 치료하고 계속 건강했으면 좋겠네요...ㅜㅜ
제리엘
IP 221.♡.43.216
10-16 2020-10-16 00:52:49
·
햄스터도 좀 큰 골든햄스터를 키웠더니 보낼 때 딸애가 어찌나 울던지.. 저도 참느라 힘들었네요.
꼬마탱이
IP 117.♡.1.23
10-16 2020-10-16 02:03:02 / 수정일: 2020-10-16 02:05:10
·
저희집 고슴도치도 이빨다빠지고 사료 갈아서 물에 개어서 주고 했는데 일년정도 더 살다가 결국 하늘나라로 갔네요 ㅠ
/Vollago
forgotmind
IP 182.♡.175.144
10-16 2020-10-16 03:07:13
·
@꼬마탱이님 얘가 딱 그렇게 1년 정도 밥먹은 거 같네요. ㅠㅠ
레드핏클
IP 106.♡.128.61
10-16 2020-10-16 03:48:20
·
그래도 그아이는 두분에게 사랑과 보살핌을 받고 최고로 행복했을거에요...^^ 마지막 잘 보내주세요..ㅜ
깊지않은바다
IP 220.♡.2.166
10-16 2020-10-16 05:47:25
·
어느 동물이냐에 달린 게 아니라 마음을 주고 정성을 들이는 내가 있어서 가능한 일들이고 벌어지는 상황들이겠죠 두 분의 그 마음들이 너무 상하지는 않으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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