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 전처리를 하다 대뜸 말했습니다. "아까.. 고기 내리다 옛날에 만났던 사람 봤다. 이십 년도 넘은 것 같은데.." 아내가 솔깃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물었습니다. "누구? 그.. 첫사랑?" 나는 아내의 적극적인 관심에 괜한 말을 했다 싶어 "그냥.. 예전에 만났던 사람.."이라고 얼버무렸습니다. 그럴수록 아내는 더 채근했습니다. "아는 척 했어? 서로 알아봤어? 얘기해봐~" 나는 "나만 보고 그 사람은 나 못 봤을지도 몰라!"라고 급히 정리했습니다. 아내는 뭔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근데.. 그 여자, 나보다 더 예쁘나?"라고 물었습니다. "풉!"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한참 낄낄거린 뒤 말했습니다. "아니.. 니가 더 예뻐."
이십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항아리처럼 방긋한 단발머리, 세월이 그녀만 비껴 흐른 것도 아닐텐데 옛모습 그대로 입니다. 그녀도 금새 나를 알아봤는지 훔찟 놀라며 발길을 살짝 틀어서 나를 지나쳤습니다. 하필 이십 년 만의 재회가 요리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입고 있는 모습이라니. 아.. 쪽팔려.
아내는 니가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가게에 하루종일 90년대 발라드를 틀어 놓습는다. 왠만하면 흘려 들으려 노력해 보지만 그놈의 신파 가사가 뇌리에, 가슴에 팍팍 꽂힙니다. 마치 그 시절로 돌아 간듯 심장이 콩닥거립니다. 뭐지? 이 여까트면서도 설레이는 이 기분은, 도파민이 온몸에 쏴하게 퍼져버린 듯한 나른한 소름은.
이 혼돈의 와중에도 아내의 눈치를 살핍니다. 혹시 이런 내 꼴을 눈치 챌까 싶어 수시로 눈치를 살핍니다. 다행히 아내는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시시때때로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혹시 아내도 흘러간 가요를 들으며 이십 여년 전 그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련함과 함께 행복도 같이 느껴지네요 :)
작가시죠?
사진, 그림, 영상... 가끔은 이런것보다 한문장이 눈에 선명하게 그려지고 느껴지는 떄가 있네요.
....
군요
찰싹찰싹~~ 안심시켜놓고 한방 쑥 들어옵니다.
글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