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혼 직후 돌싱한 다음에 50 다 되도록 혼자 사는 선배가 있는데요.
처자식이 없어서 그런지, 맨날 이런 추석 같은 명절에 심심하면 전화해서
"뭐하니? 놀러 올래...?" 합니다.
근데 이 양반 자신의 취향을 너무 강요하는데다가 취향 차이가 나면 말버릇이 좀 고약할 때가 있어요.
이 양반이 제일 좋아하는게 와인하고 커피인데
와인은 혼자 못만드니까 넘어가고 커피는 직접 집에서 만드는데
맨날 이 원두가 어떻네, 로스팅이 이래야 하네... 저는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도 없는 주제를 한참 이야기 합니다.
'에휴 또 시작이고만, 나라도 들어줘야지...' 하고 "응응" 하고 넘어가다가
언젠가 같이 어디 가서 제가 요기 커피 괜찮은데요? 하니
"너는 이런 쓰레기 같은 걸 커피라고 마시니?" 이런 소리하는 바람에 정나미가 뚝 떨어져서 최근 몇년 간은 연락 오는데도 바쁘다고 안 갔습니다.
(아니 뭐 커피가 설탕 이빠이 넣으면 다 맛있지 -_-;;;)
2.
후배 하나가 있는데 얘가 회사일도 열심히 하고 먼저 형형 하면서 붙임성도 좋아서 저도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느날 제가 휴대폰으로 음악 듣고 있으니까
"형 삼성 번들 이어폰 써요?"
"어"
"에이 사람이 어떻게 번들이어폰을 써요, 그런걸로 음악 들으면 귀 버려요. 공간감이 어떻구... 드라이버가.... 어떻구 "
아니 휴대폰으로 걸그룹 음악 듣는데 무슨 공간감이...
갑자기 위의 선배가 오버랩 되면서 짜증이 확!
뭐라고 한마디 쏴 주려고 하는데 갑자기 이 친구가
"형, 저 슈어 이어폰 좀 괜찮은 거 남는게 있는데 형 그거 쓰실래요?"
하더니 저에게 슈어 이어폰을 가져다 줬습니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요.
ps.
어쩌다 보니 저한테 좋은 이어폰 줘서 친하게 지내는 것 같이 보일 수도 있는데 ... 아니에요.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냥 사람이 좋아서 친하게 지내는 겁니다.
일면식도 없지만 좋은분입니다 \(ㅇㅁㅇ)/
와 좋은 말이네요 자본주의의 오지랍!!
한 수 배워갑니다..
물건에 약한 선배 공략하기 성공
취향 강요나 선비짓은... 나이 먹을수록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네요.
혹여 내가 강요을 하고 있지 않는지 늘 뒤돌아 봐야지...
커피는... 집에 홈카페 하는 분들 중에 스타벅스 커피를 엄청나게 폄훼하면서 욕을 하던데..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구요.. 그 맛 좋아하면 그 사람 취향인거고.. 새로운걸 경험해서 더 낫게 느끼면 그것도 취향인거지... 몇주전에 저도 들었네요.. 스타벅스 커피 쓰레기라고 ㅎㅎ 저는 그냥 ㅇㅇ 만 해줌.
취향 품평 질 로만 끝난다면 짜증나는 인간인건 국룰이죠ㅋㅋㅋ
2는 주기 위한 핑계 스탠스라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막귀도 좋은 거 들으면 고급귀 됩니다 ㅋ
그 형이 와인이나 커피 이야기만 나오면 말투가 좀 그래요.
"이런 걸 맛있다고 하면 그사람한테는 담배 꽁초 우린 물도 맛있는 거야" 이런 식.
시니컬하게 보이려는 건지 왜 사람 불러다가 말을 저렇게 곱지 못하게 하는 건지
다양한 취향이 존재하니까 다양한 블렌딩과 로스팅 방법이 있고 다양한 원두 품종이 있는 건데요..
비슷한 사람이 있습니다. 심지어 연배도 같네여
마침 그 분이랑..와인 같이 마시려고 두 병 사갔는데
이딴 싸구려 사오냐고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그 분 손절..
인정합니다. ㅋㅋㅋㅋㅋ
VS
자기의 취향을 다른 사람도 알 수 있게 해주는 사람
제가 취미가 커피인데 게스트 하우스 근처에 의외로 나쁘지 않은 커피맛을 내는카페가 있어서 아시냐고 하니
그런 쓰레기를 마시냐고 하더라구요.
허허... 나도 어디가면 커피로 안꿀리는데 이건 어줍잖은 지식으로 너무 무례하더라구요.
커피로 flex하고싶으면 게스트하우스에 세인트 헬레나 한포대 두고 모닝커피로 주던가...
참 같잖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ㅋㅋ
우선은 지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성이 없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 어릴적에 탈무드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