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병아리 직장인이자 졸업을 앞둔 미국의 한 지방 대학원에 다니는 대학원생입니다.
이전에 제가 수강했던 갈등전환수업의 교수님께서 며칠전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투하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성을 해야할지 온라인 화상대담회를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단체 메일이 왔었습니다.
저는 이 메일을 보자 불편했습니다.
미국사회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투하에 대한 역사적인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본이 어떻게해서 핵을 맞게 되었는지
아직 해결되지 못한 동아시아 외교상황은 모르는것 같더라구요
일본의 의도대로 전범국가가 피해자가 되어가는 느낌도 들었구요
글쓰기가 많이 부담되고 영어로 저의 생각을 말해야해서 망설였지만 저의 불편함 마음이 망설임보다 컸기에 전체답장 이메일을 보냈었습니다.
OO교수님께
교수님의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참담한 사건은 저도 많이 슬픕니다. 이 일은 정말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동아시아 외교에 관련된 염려를 표명하고 싶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떨어진 이후, 일왕은 미국에게 항복하였고 일본제국군과 제국정부를 대한민국과 중국, 인도네시아같은 동아시아 국가에서 철수하였습니다. 한국은 이 두개의 폭탄으로 독립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해는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이 핵폭탄투하에 대해서 옹호하는것이 아닙니다.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이 일본 국내정치를 장악하고 정부를 구성했을때 가정 먼저했던 행동중 하나가 전범국가로서의 진실규명과 화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을 향해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의 피해자로서 죄책감을 계속해서 안겨주는 것입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그 당시 성노예, 강제징용, 인체실험과 같이 끔찍한 피해를 받은 피해자들이 수없이 많으며 조부모 세대들중 살아남은 분들은 아직도 진실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지만 아베신조 총리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원폭피해국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일본은 현재 모든 폭력과 학대의 역사들을 외면하면서 다음세대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만약, 이 대담회가 이러한 역사배경없이 진행된다면 일본에게 면죄부를 주는 행사가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본의 악의적인 의도들을 보는 한편 우리 조부모세대들의 눈물보고있고 비통의 소리를 듣고있습니다. 부디 저의 이 글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쓰면 쓸수록 너무 화가나고 속상했습니다. 문장을 다 마쳤을때 저는 전송을 눌렀고 30명 이상의 다른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보는 메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동양인이 문법도 안맞으면서 무슨 장문을 이렇게 쓰나?" 라고 생각하면 어쩌지라고 많이 걱정했었는데 대부분의 반응이 "고맙다, 이러한 역사사실을 몰라서 부끄럽다" 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놀란 마음을 다독이며 말했습니다. "보내길 잘했나보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놈들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거 보면 토나와요.
토론으로 가게 되면 그럼 왜 일본은 원폭을 맞았을까에 대해 이야기 해보면 좋겠네요.
당장 진주만 얘기만 나와도 잘했네 소리 나올지도..
/Vollago
감사힙니다.
교수님과 동료 학생들의 피드백좀 더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교수1: "한국인의 관점에서 경험한 것들과 현재의 외교 상황은 정말 중요합니다. 당신의 의견을 이야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교수2: "핵무기를 사용했다는 미국의 죄책감이 일본과의 대화방식에 영향을 많이 주는것 같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뒤를 알지 못했기때문에 저의 자신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교수3: 개인적으로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이 말한것 처럼 한 사건을 한사람의 관점으로 본다면 놓치는 것들이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백인우월주의 수업에 확장된 주제로 미국안에서 아시아인 공동체들 사이에 힘과/혜택이란 주제로 당신을 수업 발표자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관심을 알려주시겠습니까?
학생1: 저는 나이가 60대이고 저희 아버지는 2차대전 참전 용사입니다. 그 당시 전쟁을 빨리 끝내야했던 상황이였기 때문에 핵무기는 불가피한 결정이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핵무기를 옹호하는것이 아닙니다. 다른 관점을 볼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계속 답장이 올것 같습니다. 와서 한시간정도 가르쳐달라고 초대하는거보고 좀 당황스럽지만 최대한 일본과 한국의 외교관계를 잘 설명할수 있게 준비해보고싶습니다.
저였으면
쳐맞을만 했으니 쳐맞았을 뿐입니다
하고 한 줄 써서 보냈을거 같아요
클량에서는 세계최고 대학이라고 농담삼아...역설적으로 말하는 것이죠. ^^;; (실제로도 그렇구요.)
팩트와 팩트와 팩트만으로 드라이하게 쓰는 것이 효과는 좋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15년쯤? 전에 미국에서 비슷한 일을 겪다가 막판에 뼈맞는 질문을 받았었는데 요새는 상황이 많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네요.
제가 받았던 질문은, (제가 일본의 만행을 나치의 그것과 많이 비교했기 때문에) 왜 일본의 그런 과거 전범과 반인륜적 만행이 나치의 그것만큼 규탄받지 않고 있는가? 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질문이 일본에 대한 제 비판이 진실인가?였어서 정말 화가 났었습니다.
제가 했던 당시의 뼈아픈 답변은 이것이었습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며, (당시로써의)현재 대한민국은 일본에 비해 현저히 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어떠한 피해당사국도 일본보다 강하지 않으며 오히려 일본경제 체계에 종속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일본의 전범, 반인륜적 만행이 나치의 그것만큼 규탄받지 않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요새는 정말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곧, 우리국력이 일본을 압도하기를 기원합니다.
좋은 경험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이 더 많아지네요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면 당시의 패전국인 일본은 승전국이 아닙니다.
패자의 기록이 피해자의 기록으로 둔갑한 경우인데 그 근간에는 미국이 일본에 원폭을 투하했다(=그러니 미국은 일본을 잘 봐줘야 한다)인거죠.
어디까지나 대한민국 입장에서나 일본이 강자였지 미국에는 독일 나치와 같은 패전국입니다.
나치와 똑같은데도 미국은 원폭이라는 원죄가 있다고 생각하니 나치와 같은 취급을 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봅니다.
점령국이었으니 니들이 약해서 그런거라 할말이 없는거라면
당시 유럽의 거의 대부분이 독일 등에 점령되었으니 유럽 또한 니들이 약해서 점령된거라 나치를 나무랄 자격이 없겠죠.
약소국의 한계와 전범국의 잘못이 연결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해당 사회에서 외국인이자 학생으로서 쉽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용기있는 행동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
/Vollago
작은 메일 한통 같지만 정말 큰 울림을 주는 메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되네요^^
그 후에 토론 주제는 어떻게 변경이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호.. 공감 숫자 가 기록을 세울 듯 하네요.
일본인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진짜 역겨울지경입니다.
한국은 수십년간 수탈당한 피해자인데도, 일본의 전쟁 범죄의 댓가를 대신 치르고
지금까지 남북이 갈라져 가족들이 만나지 못하고 전쟁위기를 겪고있고,
전범인 일본은 한국전쟁의 불행을 발판으로 지금 국력을 만들고
아직도 미안함은 커녕 한국에 대한 야욕을 못버렸다는게 생각할수록 치가 떨립니다.
훌륭한 일을 하신겁니다.
생각하는것은 쉽지만 행동하는 것은 어려우니까요.
같은 상황에서 저도 그럴수 있었을지....생각이 드네요
지성인다운 피드백을 받으셨네요. 잎으로도 무지한 미국인들이 동아시아 역사와 진실에 눈을 뜰수 있도록 힘써주세요~
히로시마에 오바마가 방문했을 즈음, 저도 비슷한 경험을 이 곳에 쓴적이 있었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9144802CLIEN
전쟁에서 승리하였지만 핵무기를 사용하였다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윤리적으로 꽤나 크게 적용하는 컴플렉스이고 그를 일본인들은 적당하게 잘 이용하는 것 같네요.
저도 미국에서 지내고 있기때문에 어떠한 심정으로 회신을 보내셨을지 백번 이해합니다.
행동하는 지성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멋지십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Playing the Victim | Historical Revisionism and Japan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전략폭격의 비윤리성을 내세워 선동하는걸 비판하는 영상입니다.
Scars of History: Allied Bombings were justifi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