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목을 보시고 파악하셨겠지만,
과거형입니다. 지금은 다행히 퇴원하시고 집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오늘 새벽 근무라,
저녁에 출근하는 도중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버님께서 공원에서 운동하다 쓰러지셨대, 지금 아버님께 가고 있어"
"의식은 있으셔?"
"응, 근데 말씀이 어눌하셔"
'아..뇌 관련인가...'
고속도로 위였어서, 급하게 근무자를 바꾸고
멀리 출구로 돌아 집 근처에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원래 운전을 하면 안되는데, 고속도로 위다 보니 어쩔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일부러 평소보다 더 천천히 운전했습니다(70-80km)
질환인지, 사고인지.. 아무 것도 듣지 못한 상태라,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최악의 경우 어떻게 해야하지...
그리고 병원에 다다를 때쯤, 다시 전화를 받습니다.
"벌에 쏘이셨었대"
차라리 벌에 쏘여서 그런 거면 다행인데, 이게 정말 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문제 때문인지, 후유증은 남지 않을지 검사 전에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더더군다나, 지금은 코로나때문에 응급실에 보호자조차도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구요-
그렇게 초조하게 밖에서 1시간을 넘게 기다리는데,
아버지께서 안에서 의식이 있으신 상태에서 낮아진 혈압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제서야 약간 한숨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다시 안으로 넣어드려서
쓰러지신 후에 처음으로 다시 통화를 했습니다.
"아버지, 몸에 감각은 괜찮아요?"
(어눌하신 말투로)"응, 다 잘 움직여"
"의식은요?"
"지금은 또렷해, 약 맞아서 많이 나아진 것 같아"
그렇게 한참을 통화하다보니 어눌하셨던 말투도 조금씩 원래대로 돌아오더라구요..
그리고는 30분 후에 의사선생님께서 보호자를 찾으십니다.
"벌에 쏘이셔서 아나필락시스가 오셨어요, 지금은 다행히 수액 처방 받으시고 혈압도 정상적으로 돌아오신 상태입니다."
"후유증은 없나요?"
"후유증은 전혀 없어요, 물 많이 드시면 되구요.. 대신 절대 다시 벌에 쏘이시면 안돼요, 그 땐 기도가 부어서 정말 위험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환자복을 입고는 스스로 걸어나오셔서(당황스러웠네요)
퇴원수속을 하셨습니다.
나중에 다시 얘기를 듣고보니,
아버지께서 집 근처 공원에서
일주일 전에 오른쪽 복숭아 뼈에 벌에 한번 쏘이셨다고 합니다. 그 때는 반응이 없었는데-
일주일이 지나 오늘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부위에 벌에 또 쏘이셨다고 합니다.
의사선생님 말씀으로는, 같은 알러지에 대한 원인을 다음에 두번, 세번 생기게 되면
증상이 더더욱 심해진다고 하시더라구요. 아마 그런 게 영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엔 쏘였나보다하고 100m 정도 걸으시다가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 걸 느끼셨대요,
그 때 저에게 전화를 하셨었어요..
아버지한테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아무 말도 없으셔서..
한달에 한두번 있는, 아버지가 실수로 버튼을 누르셔서 잘못 전화하는 경우라고 생각하고는
개의치 않고 그냥 끊었는데, 그 때가 처음으로 밖에서 이상한 걸 느끼고 전화하셨던 거였나봐요.
근데 하필 오늘따라 비도 오다보니 사람이 없어서,
비를 피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셨다가 다시 쓰러지셨다더군요..
그런데 천만다행히도 근처 마트에 일하던 직원이 화장실에 왔다가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하고는 119 먼저 연락 후 아버지께 여쭤보고 며느리에게 전화를 했대요.
전화를 받은 와이프는 출근하던 제게 전화를 하고는 곧장 공원으로 뛰어가다가,
아버지를 향해 가는 응급차를 봤구요..
그 와중에 아버지는 출근하는 제가 놀랄까봐,
제 아내에게, 제가 놀란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셨다네요.
그 얘기 듣고 너무 속상했고-
퇴원하시고는 아버지께 당부했어요.
설사 제가 출근을 해서 일하고 있어도, 아무리 아부지가 작은 일로 아프시더라도
119 먼저 전화하시고는 아들한테 제일 먼저 연락하시라고.
이내 알았다고 하시네요.
너무 놀랐던 하루였습니다.
보름 후에 아버지 생신인데,
이제 매번 모임 가질 땐, 핸드폰 카메라로 동영상 많이 찍을까합니다.
질환이 아니셔서,
쓰러지실 때 몸을 크게 다치지 않으셔서,
겨울이 아니어서,
마침 그 때 마트 직원분이 아버지를 발견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하루입니다.
아버지는 5시간 정도 응급실에 계시다가 퇴원 후,
식사랑 약 드시고서 주무시는 거 확인하고 저랑 와이프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신고해주신 마트 직원분,
신속히 달려와 아버지 소지품까지 하나하나 다 챙겨주셔서 전해주신 119 대원분들(방호복까지 챙겨입으셨었어요..)
그리고 아버지 치료해주신 병원 관계자분들,
모두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주절주절,
긴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님의 건강함을 기원합니다.
마트 직원도 고맙고, 119 대원들도 참 고맙네요.
일상이 행복이고 지금의 순간에 감사하자는 마음이 드네요
아버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부모님 연로하심 늘 걱정됩니다
그나마 다행이십니다
아찔했습니다
/Vollago
/Vollago
정말 다행이십니다.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거라
그래도 별일 없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아버지 쾌차하시길 바랄게요. ㅜㅜ
알레르기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수도 있죠. 아직까지 우유, 치즈와 씨름하며 지냅니다. 급식이나 단체생활에서 항상 주변에 감사드리며 지내려고 합니다.
오늘 병원갑니다.. ㅠㅜ
아버님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빌게요!!
저희 아버지도 뇌졸증으로 쓰러지셨는데...
정말 다행입니다.
다음에 또 쏘이면 정말 큰일나실 수 있습니다.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이젠 벌 정말 조심하셔야 겠네요. ㅠㅠ
벌이나 독충이 무서운 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기도가 부풀어 오르면 호흡을 못하게 된다고 하네요.
그게 결국 호흡곤란과 뇌 산소 부족 등으로 연결돼서 사망에도 이른다고... ㄷㄷㄷ
다행입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없던 일러지도 생기는듯 싶더라구요.
저희 어머니 께서 그러셨습니다.
에피네프린 자동 주사기좀 어떻게 구할길이 없나 싶습니다. ㄷㄷㄷ
저에게 정말 많은 위로가 됩니다,
비몽사몽에 눈 뜨자마자 아버지께서 잘 주무시고 계신가 걱정이 되어 어머님께 전화드렸더니-
"...출근하셨는데?"
"....네?"
그리고 아버지께 전화드리니 아침에 일어나니 평소처럼 기운이 나셔서..
아침에 중요한 회의도 있고해서 출근하셨다네요 ㅠ 참.. 하루 정도는 쉬셨으면 했는데-
대신 오후에 에피네프린 자가주사기(에피펜, 젝스트..?) 처방 받으러 가기로 약속하셨습니다.
평소에 꼭 지니고 다니시라구요-
119대원분들은 공무원분들이셔서.. 제가 어떻게 보답할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김영란법 때문에 ㅠ..
마트직원분은 전화드렸더니 오늘은 휴무고 내일 오전에 출근한다고 하셔서,
가서 조금이나마 혼내(?)드리려고 합니다.
걱정해주시고, 공감해주시고, 조언해주신
따뜻한 클리앙 회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마음 잊지 않고 다른 회원분들의 어려움에 찾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