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조선이란 나라는 배가 외국에 통하질 않고, 수레가 나라 안에 다니질 못해서, 온갖 물화가 제자리에 나서 제자리에서 사라지지요. 무릇, 천 냥은 적은 돈이라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열로 쪼개면 백 냥이 열이라, 또한 열 가지 물건을 살 수 있겠지요. 단위가 작으면 굴리기가 쉬운 까닭에, 한 물건에서 실패를 보더라도 다른 아홉가지의 물건에서 배미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이를 취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장사치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만 냥을 가지면 족히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수레면 수레 전부, 배면 배를 전부, 한 고을이면 한 고을을 전부,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 내듯 할 수 있지요. 물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한 가지를 슬그머니 독점하고, 물에서 나는 만 가지 중에 슬그머니 하나를 독점하면, 한 가지 물종이 한 곳에 묶여 있는 동안 모든 장사치들이 고갈될 것이매, 이는 백성을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당국자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병들게 만들 것이오."
허생전(연암 박지원 저)
후세에 당국자(새누리 의원)들이 물건(특정지역 부동산)을 독점하고 법을 바꾸어 자기 이익을 챙기는 일이 벌어졌네요. 이러니 나라가 병들지요. 이런 자들은 당장 쫓아내야 한다고 박지원은 생각한 것 같습니다.
이와 의를 이분하고, 의를 추구하고 이를 멀리하라고 가르치는 사상이라서, 욕망추구를 전제로 물질을 번영시키는 자본주의와는 상성이 좋지가 않습니다.
반면에 정치의 공적 토대에 대한 철학은 심화시킬수 있는 면이 있죠.
"엄마, 호질은 박지원이 쓴 게 아닌 거 알아요?"
하면서 소설 속의 소설 구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생각이 납니당.
ps. 아, 제가 잘못 이해했네요. 호질도 열하일기 내의 액자 구조로 되어 있고, 허생전도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네요. 박지원은 예나 지금이나 능구렁이였던 듯 싶습니다. 할 말 다 하면서도 빠져나갈 구멍은 항상 만들어 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