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고 일어났을 때가 제일 아픕니다. 그래서 통증에 시달리다가 겨우 밥먹고 진통제 먹고 씻고 수업 다녀오는 게 평일의 전부입니다. 좀 상태 괜찮을 때는 책 읽는 정도요?
근데 이러니까 평일에는 수업 조금 하는 것 외에는 필요한 일들을 하지 못해서 심지어 병원 진료 가는 것도 뒤로 밀리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아무리 이 일이 좋다고 해도 당연히 건강이 더 중요하고 제가 건강이 여기서 더 나빠진다면 일은 물론 일상생활도 어려워질텐데도 그래도 수업은 가는데 병원 가는 건 미루게 돼요. 진짜 아파서 못 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번주는 시작할 때부터 벼르고 별렀습니다. 정형외과 진료를 꼭 보겠다(발목 인대) 요리를 하겠다(펭 페르뒤)
그래서 하긴 했습니다.
수요일에 정형외과를 가긴 갔습니다. 사실 못 갈 줄 알았어요.
이 날도 많이 아팠거든요. 4시 30분에 신입생 상담이 있었는데 겨우 하고... 비도 오는 날이지만 그래도 발목 인대가 더 나빠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상담 끝나고 정형외과로 갔습니다. 가서 엑스레이도 찍었고요. 2013년에 다친 부위가 다시 아픈 건데...엑스레이에 인대가 찍히지는 않지만 인대 주변 뼈가 벌어졌는지를 보면 인대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해요. 아무래도 손상돼서 벌어진 것 같다 싶으면 인대를 따로 촬영해서 알아볼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엑스레이 상으로는 뼈가 별로 벌어지거나 하지 않아서 더 찍을 필요는 없을 거라고 하셨고요. 사실 엑스레이 사진만 봐서는 통증의 원인이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한테 물리치료와 진통제 처방을 내리셔서 제가 그랬죠. 제가 먹는 약이 많아서 진통제는 먹고 싶지 않다고요.
그랬더니 의사쌤이 "아니 37세에 무슨 약을 그렇게 많이 먹어요?"라고 물어보시기에 제가 앓고 있는 수많은 병 중에 뭣부터 얘기해야 하나 좀 난감했지만 섬유근육통부터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진작 얘기하시지~하면서 그렇다면 엑스레이상(구조상) 큰 문제가 없어도 인대 부위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진통제는 어차피 섬유근육통 진통제랑 겹치니까 처방 안 하시겠다고요.
어떻게 보면 걱정했던 것보다 나은 상황이고, 물리치료나와서 비가 오니 추워서 가디건 사고 수업 두 개 학생들이 재밌게 하고 돌아오는 길에 생리가 시작되었습니다. 혹시 생리란 말이 야하게 느껴지시나요? 경우에 따라선 제가 언급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이 성희롱이 될 수도 있는 단어지만 저에게 생리가 시작된다는 건, 극심한 생리통과 과다출혈로 인한 빈혈에 시달린다는 의미입니다. 산부인과도 가봐야 하고 결혼은 안 했지만 생리통 해소를 위한 시술도 생각해봐야 하고요.
그래도 그 와중에 식빵을 샀어요. 펭 페르뒤를 만드려고요. 아프니까 요리 포기했었는데, 최근 아플수록 요리를 해야한다로 생각이 바뀌었거든요.
그래서 목요일에는 오전에 일어나 펭 페르뒤를 만들었습니다.
수업 하나도 즐겁게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다음 수업이...평소 몸도 늘 안 좋고 피곤하고 해서 택시 타고 다니는 길인데 오늘 강남은 차를 타면 그대로 길에 갇히는 상황이었습니다. 폭우가 왔거든요.
그래서 폭우 속에 수업하러 가는데 이미 가는 길에 겉에 입은 얇은 야상과 신발 속 까지 다 젖었구요. 수업은 좋았는데 수업 끝나고 학부모님 상담은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원피스는 물론 머리도 머리 감은 것 같이 젖고, 우산이 바람에 자꾸 뒤집혀서 우산 피는 게 힘들었어요.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이제야 멘탈이 돌아왔습니다. 저도 알아요. 제가 겪은 고난은 다른 분들이 겪으신 것에 비하면 그냥 흔하고 일상적인 고난이라는 걸요. 학부모님과의 힘든 상담, 폭우에 머리부터 속옷까지 젖는 것... 일상적인 일이죠.
그걸 알아서 저도 힘들어도 누구에게 표현을 안 해요. 클리앙에도 이렇게 이미 그 힘든 감정이 지나간 뒤에. 좀
'자기 파괴적이지 않고 자기 발전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회복된 뒤에야 글을 씁니다.
자고 일어나면 수업 가기 전에....드디어 대학병원 류마티스 내과 예약을 해야겠다고 말이죠. 저는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이 맞아요. 그래도 저 자신도 귀한 사람이기에 끝까지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ㅎ 건강하시고 앞으로 요리도 파이팅입니당 :)
감사합니다 ^^ 저도 퇴근길에 그렇게 완전히 젖고 힘들었던 상담 때문에 멘탈도 좀 나간 상태였어요.
너무 힘든데... 모공에 부산에 계신 분들 힘든 상황 올라오는 거 보니 ㅠㅠ 차마 "제가 지금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라고 쓸 수가 없더군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몸도 마음도 회복이 좀 되어서 이렇게 어제 그제 힘들게 보냈다고 글을 적습니다.
이렇게 글을 적으면서 마음이 더 정리돼서 편안해 지는 것도 있고요.
자고 일어나면 또 엄청 아프겠지만
그래도 병원 류마티스 내과 예약은 꼭 해야지 하고 다짐도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저는 그 왼쪽 발목인대 때문에 2013년에 고생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같은 부위가 또 아프니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다시 파열되거나 크게 손상됐나해서요. 통증 느끼는 거에 비해 실제로 물리적으로는 손상이 별로 없는 듯하다고 하니 다행이에요.
성공한 하루라고 얘기해주시니까 빗속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젖어서 돌아다녔던 것들에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또 성공한 하루를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