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싸운 적이 없고 싸우기 전에 대부분 대화로 해결을 했습니다.
기분이 상하는 일이 생기면 숨기거나 꿍쳐두지 않고
나는 왜 그렇게 행동했고 어떤 기분이 들었으며
다음번엔 상대가 어떻게 행동해주기를 바라는지
대화하면서 그렇게 털어내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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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단 안 싸우게 된 이유는 제가 잘나서 마음이 넓어서 그런건 절대 없고 저와 결혼해서 사시는 분이
더없이 인격자이면서 자기객관화가 되는 분이기 때문입니다ㅠ 물론 화도 안 냅니다.
2. 안 싸우게 된 이유에 제 지분이 있는 것은 단 하나. 저는 화를 내지 않는 제 배우자가 화를 낼지도 모른단게
정말로 정말로 무섭기 때문에 절대로 선을 넘거나 속을 긁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럴 건수도 없고요.
3. 일단 저희는 둘다 혼자서 잘 노는 자들이고, 근데 같은 방에서 각자 딴걸 하면서 노는 것도 좋아합니다.
상대에게 한번 권해서 안한다는 대답이 나오면 두번은 물어보지 않는 불문율이 있습니다.
4. 한명이 무언가 집안일을 할 때는 다른 사람도 반드시 몸을 일으켜서 돌아다닙니다.
5. 4가 되지 않았을 때는 '오죽하면' 을 이용해 생각합니다. 오죽 피곤하면 그럴까.. 오죽하면 안할까..
6. 중요한건 '이러고 사는 나'를 내가 좋아하는 것이고, '이러고 사는 저사람'도 내가 좋아하는 것입니다.
둘중에 하나라도 이뤄지지 않으면 부부의 균형추는 무너집니다.
7. 말을 꼬아 듣는 내가 되지 않도록 나는 최선을 다해 삽니다.
위와 같은 사소하다면 사소한 암묵적 룰을 유지해 온 결과 저희는 지금도 잘 살고 있고, 연애를 시작했을 때만큼 여전히 좋아하고 있습니다. ㅎㅎ 사소한 불만같은 것도 딱히 없고, 굳이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을 때 생각을 더듬다 보면 뭔가 상대에 대해서 미안한 기분이 들어 금세 멈춰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사실 결혼을 하고서 훨씬 자유로워지고 더 가벼워졌습니다.
뭐라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전의 제가 어딘가에 보이지 않는 줄로 묶여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살고 있었다면.
컴퍼스의 축처럼 상대에게 매여서 그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다면은.
지금의 결혼 생활이란 제 배우자가
제 주변을 감싸는 것 같은 기분으로
어딜 가도 제 주변에서 항상 머물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저는 안전하고 따뜻하고 평온하고
어디든지 제 마음대로 갈 수 있습니다. ㅎㅎ
저는 안전한 궤도를 따라 공전하고 있어요.
개인주의자인 저지만 제 안에 저의 배우자가 있기 때문에
저 개인을 존중하는 것으로도 상대를 존중할 수 있어요.
말로 적고 나니 이상한데 여튼 기분은 그렇습니다. ㅎㅎ
까마귀는 모두 검다고 말하지만
세상 어딘가엔 하얀 까마귀가 있을 수 있어요.
단지 잘 안 찾아질 뿐이죠.
개인주의자 둘이 만나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고
한번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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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이게 좌담에 올라올거라곤 생각도 못해서
당황스럽긴 합니다ㅠ
왜냐면 그냥 그런 이야기이고 크게 자랑할 것도 없는 소소한, 저한테만 중요한 이야기라..
그래도 왜 이 이야기를 썼냐면 그냥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선택지의 열림에 대해서요.
좋게 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덤으로 제 배우자에게 하고 싶은 말.
나한테 당신의 인생을 통째로 빌려 줘서 고맙습니다.
내가 빌린 인생의 주인은 당신이라는 것을 까먹지 않고 소중하게 보듬고 있을게요.
(2차출처)
http://www.inven.co.kr/board/webzine/2097/1458244?iskin=lol
(원출처)
http://mlbpark.donga.com/mp/b.php?m=search&p=1&b=bullpen&id=202007210045300383&select=sct&query=%EA%B0%9C%EC%9D%B8%EC%A3%BC%EC%9D%98%EC%9E%90+%EB%91%98%EC%9D%B4+%EA%B2%B0%ED%98%BC%ED%95%9C%EC%A7%80+10%EB%85%84%EC%B0%A8.&user=&site=donga.com&reply=&source=&sig=h6jjGgtYj3DRKfX2hgj9Sl-Aihlq
펌 글인데 제가 자주 읽고싶어서 저장용으로 클리앙에 올려둡니다. 글이 참 좋네요.
서로의 생각과 방식을 존중해주면서도 서로 사랑하면 개인주의자끼리도 결혼해서 잘 살 수 있다는 거겠죠.
슬픈대구님은 결혼이란 제도에 사람의 신념이 꺾인다고 생각하신거고
저기 결혼하신 분은 개인주의 신념에 결혼이란 제도의 틀을 꺾은 걸 수도 있죠.
결혼이라는 제도 때문에 사람의 신념이 꺾이는 게 아니고 결혼하는 두 사람 사이의 방식이 서로 다를 경우 꺾이거나 하는 거 아닐까요? 제 주변에만 봐도 서로의 개성대로 즐겁게 살면서도 결혼생활 행복하게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결혼은 그냥 명칭일 뿐인거죠.
슬픈대구님이 생각하는 결혼관과 저분의 결혼관이 다를 뿐 인것 같습니다.
음... 개인주의는 개개인은 독립되고 고유한 자아로서 마땅히 존중되고 나와 타인은 당ㅇ넌히 다르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출발합니다. 결혼이랑 전혀 무관하며 집단보단 개인의 서로다른 가치관을 존중하는 겁니다. 올바른 개인주의를 가졌다면 본글의 내용은 전혀 이상할게 없죠
서로에게 "그려려니" 하는 부부들이 큰 문제없이 잘 사는 경향이 있다죠.
이 글을 쓴 분이신가요? 원글 링크가 있는것 보니 펌글인것 같은데, 펌글이시면제목에 펌 표시가 되면 좋겠어요. (이맛...클..?)
저도 저같은 성격의 이성이면 맞을것 같은데
없을듯 ㅋ
육아에 지쳐 있는데 상대방이 혼자 뭘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용납이 안되는 것 같아요.
주변에 잘 안싸우던 커플들도 출산이후에 싸우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누가 뭘 할때 같이 해주려는 마음
그리고 못할 때도 이해해주려는 마음..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결혼하면 서로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게 되는 걸까요? 이혼률이 여전히 높기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글을 보면서 각자의 살아가는 방식을 공유하는 그리고 인정하는 모습을 보며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나눔 감사합니다.
결론은 '그럴 수도 있지, 그러려니'가 나뿐만 아니라 상대에게도 적용되면 마음이 편해지고 삶이 편안해진다는거?ㅎㅎ
아이없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득남녀 하시길 바랍니다 허허허...
서로 싸우기전에 대화로 해결하면 전혀 싸울일이 없죠.
얼마 전 헤어졌는데...헤어지지 않았다면 딱 와닿는 말이엇을텐데...
엠팍에 자주 들렸을 때 서설님의 고양이, 아이 키우는 글 정말 좋아했는데 아직 엠팍에 계시는군요.
이렇게까지 나눠서 살 수 있는건 사실 결혼 이외의 형태로도 가능하다고 봐서요.
제일 중요한건 당사자들이 행복한 것인만큼 계속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다들 이래저래 부대끼고 적당히 조정하고 소소히 다툼하고 잘 살아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