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하고, 국내에서 10년 넘게 일 하다가 미국 회사로 이직한 뒤 5년차로 접어 들었습니다. 개발을 시작할 때 부터 오랫동안 여러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어떤 일들이 있는지 지금까지 살펴 보았습니다. 제 생각을 나열 하듯 적어 보려고 합니다.
2005년 제 초봉이 2300었는데, 15년이 지난 아직도 영세한 SI 업계에서는 이 초봉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더 답답한 건 첫발을 내 딛는 많은 사회 초년생 들이 그래도 기술직이라고 하는 업계에서 최저 임금 이나 그 보다 못한 임금으로 일을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계약서를 쓰지 않고 입사를 하는 경우도 많고, 순진한 사회 초년생에게 경력을 속이고 그 위의 고객에게 더 많은 돈을 받아 내는 것이 아직도 행해 지고 있습니다. 현재 SI라고 하는 개발 환경은 많은 보도방 ( 개발 업계에서 은어 처럼 사용 되는 용어인데, 중간에 하는 것 없이 상위 업체에게 돈을 받아서 개발자에게 적은 돈을 주는 악덕 업체 ) 에서 경력을 속여서 돈을 부당하게 착복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건 범죄이자 사기 행위라고 봅니다.
이 악순환 중에 사회적으로 개발자 초봉 인상을 막는 것 중에 하나가, 국비지원을 통해 많은 개발자들이 수료를 하고, 경력이 없거나 전공자가 아니라는 약점(?)을 업체들이 이용하여 부당한 계약들이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흡사 피라미드와 같이 초급으로 개발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고, 위로 올라갈 수록 사람을 구하기 힘들거나 그 중에 영어를 하거나 연차가 쌓여서 실력이 되면 해외를 나가게 됩니다.그 와중에 국가에서 내일 채움이라는 적금 제도는 이 부당함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회사에서 동의를 해주어야 하고 2, 3년동안 부어야 하는 적금으로 인해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되거나, 그 기간동안 부당한 일들을 감수해 내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됩니다.
SI 업계가 가지고 있는 카르텔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여러 각도로 봐야 할 문제 입니다. 고객으로 부터 1, 2, 3, 4차까지 내려가는 하청의 고리도 문제이긴 하지만, 저를 포함한 SI에 종사하고 있었던 경력자들의 잘못도 분명 있다고 봅니다. 어찌보면 무리한 일정과 야근이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저항하거나 질문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은 잘못이 분명 있습니다. 이 관습이 너무 고착화 되어서, 이제는 고칠 수 없는 지경까지 왔습니다. 아직도 SI 업계는 제가 일하던 15년 전과 거의 비슷하거나 더 나빠졌다고 봅니다. 이런 업계의 현실들로 인해, SI 업계 전체가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 것 같고 그로 인해 기술적 논의를 위한 도구의 다양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며, 오직 자바만이 개발자들이 해야 할 시작점이 되어 버렸습니다.
소프트웨어 기술에는 다양한 스팩트럼이 존재하는데 국내 업계에서는 그것을 잃어버린지 오래 되었습니다. 오직 자바와 스프링만 하는 개발자가 살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 같은 것을 보는 착각까지 들게 합니다.
그로 인해 천편 일률적인 국비지원으로 인한 학원 교육과 그 수료생들이 필드로 나오고, 수요와 공급이 무너지면서 보도방들이 가격을 더 내리고, 전반적인 하향화된 임금에 경력자의 임금도 덩달아 정체가 됩니다. 체계화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영세한 업체에서 사수 업이 혼자 투입되는 프로젝트에서 단지 돌아가게만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고, 그 이전에 누군가 쌓아놓았던 똥같은 코드가 진리로 포장되어서 그 부채와 같은 코드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됩니다. 결국 완성을 했다고 하지만 오픈을 하면 많은 장애 버그들이 발생을 하게 되고, 또 다른 고도화라는 이름으로 무의미한 프로젝트가 재귀적으로 반복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TDD, 기술 디자인 리뷰, 코드리뷰, Devops와 같은 전설로만 보던 것들을 우리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발자가 나타나면 비난의 화살이 이어집니다. 일정 쫒아가기도 빠듯한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냐, 그거 하면 뭐가 좋아지냐, 아직 한국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등등 이 큰 문화적 차이는 기술의 발전에 장애가 됩니다.
품질은 시간을 투자한 만큼 나오고,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요구사항을 줄여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젝트 메니징의 논리를 우리는 거의 무시하거나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 문화의 차이는 기술적 도약에 있어서 큰 성과를 내게 합니다. 사람은 오류를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걸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눈으로 그걸 보고, 시스템적으로 발견해 내는 것을 인정하는 것. 잘못된 것에 Lesson learned 논의를 하고 개선점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논의 하는 것. 이런것들 없이는 국내 소프트웨어 발전이 없다고 봅니다.
이 문화적인 기반에서 국내에서 주요한 포털 및 인터넷 상거래 기업을 제외하고는 코드 리뷰를 하는 회사가 드문 편입니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서는 직급과 경력이라는 명목하에 낮은 직급이나 경력자가 윗 사람에게 잘못된 것을 지적하면 무례하거나 예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코드 리뷰를 정말 원칙대로 모든 사람들이 수평하게 있는 회사라면 사람의 가치를 알거나, 연봉이 높거나, 문화가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틀린 것을 바로 그리고 자주 인정하는 것이 저 조차도 해외에서 근무를 하면서 처음 받았던 충격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편안하게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 향후 발생할 문제를 미리 예방하여 뻘짓을 하지 않게 해주거나, 유리창이 깨져도 방치하지 않고 바로 고칠 수 있게 해줍니다.
아직은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전반적인 SI 업계의 시스템적 폐혜, 고객사들의 소프트웨어에 지불하는 돈에 대한 인식, 개발자들의 매너리즘 및 변화를 두려워 하는 문화 등등. 그래도 그 자리에서 경력자들이 조금씩 목소리르 높이거나 개선하려는 행동을 한다면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진짜 IT 강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보다는 많이 제도적 인식적 개선이 있었습니다.
여전한 곳은 여전한게 남은 과제지만요.
주로 계정계와 정보계의 차이죠. 계정계는 인프라도 메인프레임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됐습니다. 아 KB는 아직도 메인 프레임이던가?
반면 정보계나 인터넷뱅킹은 나름 온갖 신기술이 적용되죠.
천편일률적으로 금융IT는 변화가 느리고 정체돼있다! 라고 말하는건 업계를 모르거나 단편적으로 아는 이들이나 그런말 많이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카르텔에 의한 저 구조는 모든 산업분야에 퍼져있는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
쉽게 바뀌진 않을겁니다. 하청구조 개선, SW기술우대정책, 정부주도의 기술공개 및 기술번역사업, 실리콘밸리와 같은 엔젤투자 확대 등이 나가야할 방향이라고 봅니다.
뭐 틀린게 있다면 일부 대기업 주도로 진행된다는게 좀 틀리긴 합니다.
안하는데가 더 많죠.
그 얘기를 하시는거 같아요
SI쪽은 더...;;
엑셀 vba 랑 같은거라.
제가 할땐 닷넷코드로 포팅해주는것도 있었네요
그래서 SI 탈출한 1인이고
예전동료들 보면 아직 똑같은거 보고
할말이 없어서지지만
결국 나도 어느시점에 이세계로 돌아가야 함을
알고 있는 슬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흙
지금 자동차 쪽 일 하는데 commit 보고 해당 내용 지적하기는 힘들죠 직급이 저보다 낮더라도...
(확실히 지적해야 할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런 경우 제외하면..)
모두가 수평한 위치에서 code를 보고 review 한다는 게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이 곳에서는 PC 제어라는 이름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젊은 사람 구경하기가 무척 어려워져서, 나같은 노땅들이 점유하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큰 회사들이 투자를 줄이는 바람에 조금 힘들지만, 일이 끊길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 코드등을 짜깁기 하는등 하는 일의 수준은 낮게 보이지만,
살펴야 되는 일이 많고, 무엇보다 고갱님들께서 사양서나 시방서 같은걸 안 만들어서, 일을 제대로 모르면, 고갱님들이 무척 싫어하는 넘이 되어 버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 보다 20살정도 많은 내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여턴 궁금한게 있으시면 쪽지로라도 물어보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요즘 게임쪽 일을 하시던 분들을 가끔 만날 수 있으나, 멘탈 털리는 일이 많으니 힘들어 하시더군요.
다들 힘내시기 바랍니다.
SI라면 계약 조건을 만족시켜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더군요. 애초에 비용과 캐파를 못맞추는 중간 도급사의 역량 부족이 문제지만...
그나저나 저도 태국사는데 여기서 개발자일 하시는거 궁금하네요 ㅎㅎ
제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기에 이 글은 제 시각에서 보는 단편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위의 FA 분이 써주셨지만 게임쪽도 고령화되고 있는거 같습니다.
일정이 빠듯한 게임회사 특성상 신입을 받아서 몇년간 투자하는 그런 문화는 대기업 빼면 없기도 하고
일처리가 늦어지면 서로 갑갑하니 차라리 경력을 찾게 되는 그런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프로그래머들끼리만 있는게 아니라 아트, 기획, 사운드등 여러팀이 물려서 협업을 하다보니 더 그런거 같습니다.
이런 것 때문인지 경력같은 신입(?)을 찾는 공고가 많아보이는것도 게임 업계 특성이라고 봅니다.
일은 힘든데 보수는 짜고 예전 같았으면 대박이라도 나면 집한채 살돈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건 어디 신화속 이야기 마냥 게임이 대박쳐도 받는건 적당한 인센티브 정도이다 보니
요즘엔 같은 공부할 양이면 다른 쪽으로 간다고 듣긴 했습니다.
거기다 개인 or 수퍼 개발자 아닌 이상 팀단위로 작업하게 되어 있어서 내가 뛰어나다고 한들 팀에 맞춰줘야
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게임 만들려고 들어갔는데 로비 UI, 친구찾기 같은 거만 하고 있으면 게임 만드는 건지 어플 서비스를 만드는 건지
모를때도 많고 처음부터 신입이 인게임 컨텐츠를 만들게 되는건 작은 회사이거나 인디팀 정도 아니면 찬스가
안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큰 회사로 가면 무슨 좋은 기회가 있냐?
어차피 작은회사들도 차이가 없기 때문에 연봉 많이 주는 큰 회사가 낫긴 합니다.
또한 큰 회사로 가면 이직할때도 좋습니다. 그러나 수익성에 민감한 회사들은 결과가 안나온다 싶으면
팀을 폭파시키는게 다반사라서 직업의 안정성도 떨어집니다.
팀이 폭파될때 다른 팀으로 전배라도 되면 상관없는데 나가야 된다면 골치 아프게 됩니다.
인맥 찾기라도 해서 어케든 되면 상관없는데 안되면 다시 또 헤딩해서 면접부터 시작해야 하고
출시한 게임도 없고 작업한 걸 봤을때 인게임은 취급도 못해보고 그랬다면 그냥 그렇게 몇년씩 흐르는
되는데 이렇게 되면 나이 먹고 갈데 조차 없어집니다.
요즘 유니티 or 언리얼로 가는 추세이다보니 개발이 쉬워진 부분들이 있어서 1~2년 정도 빠르게 배우고
잘하는 친구들도 많다보니 고령자들도 쉽지 만은 않다고 느낍니다.
요즘 같은 세상이야 게임이 넘치지만 아직도 게임타이틀 하나 없는 개발자들도 많다고 봅니다.
다른 부분보다도 게임쪽 일하는 프로그래머들은 대박의 꿈을 가진 분들이 많다보니
계산적인 사람들을 거의 못본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너무 착한(?) 사람들이 많아요
대박 타이틀이 되도 돈버는건 사장인데 ㅋㅋㅋㅋㅋㅋ 어쩔때보면 연봉 테이블이 엉망으로 뒤죽박죽일때가 있거든요
15년차의 감상이라고 하셔서 저도 간단히 게임 쪽에 대해 써본다고 하는데 내용이 참 많아지네요 ㅋㅋㅋㅋㅋ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지만 따로 써야 할거 같습니다. ㅋㅋㅋㅋㅋ
일요일 오후 늦은 시각에 조금이나마 글 남겨봅니다.
다들 힘내시고 감사합니다.
저도 신입때 에이전시에서 근무했는데 원리원칙 지키면서 프로젝트 진행 해본적은 거의 없습니다.
그냥 무조건 결과에만 집착하지요
코드리뷰, 소스관리, 클라우드 등 도입의 필요성을 3년넘게 어필했지만 그중에 이루어진 것은 없었습니다.
국비로 교육받은 사람들에게 자격증 취득할 수 있도록 해주고 무조건 저가에 필드로 내몰아 버리는 행태가 문제입니다.
보도방(처음 듣는 얘기이긴 하지만 듣자마자 공감되는군요) 구조로 인한 계약하는 순간 갑을병정이 되어 버리는 행태도 문제구요.
대기업의 몰아주기도 문제입니다. 대기업 IT계열사는 PM, PMO 딸랑 두명만 보내면서 전체 프로젝트를 쥐락펴락하며 이익을 챙겨가는군요.
요즘들어 조금 바뀌긴 했지만 야근과 휴일근무의 압박도 여전하구요.
언제쯤에야 바뀔 수 있을까... 하지만 요즘은 그리 기대도 안되네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가 있는 분야는 아직까지는 개발로 먹고살수(?) 있다는 점 정도?
아까 강성범님 유튜브를 보고 이 글을 보니 괜히 울적해지네요...
다들 편안한 주말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
배민 등을 기준으로 새로운 기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접목시켜보고 그걸 다시 자기회사 블로그로 공유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좀 폐쇄적인 회사에서 혼자 오랫동안 개발하다보니 새로운 기술 적응하는게 늦어 3개월째 쉬고 있네요.
벌어놓은 돈은 있어 좀 더 쉬면서 저들에겐 당연한, 저에겐 새로운 것들 공부하며 이직 준비중입니다.
변화가 너무 빨라 적응하기가 힘든 상황이네요. ㅎㅎ
45 55 66 75
현실이죠 아 특급은 안뽑죠 고급으로 내려오시던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