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앙 눈팅만 몇 년 하다 작년에 정식으로 가입하고 처음으로 글 올려봅니다.
저는 공익인권법재단에서 자원활동가로 지원, 활동하면서 고인이 되신 박 시장님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그가 설립과 지원을 제안하면서 처음 시작된 재단입니다.
순수한 열정을 지닌 공익변호사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은 참 보람있었어요. 세상에 여전히 존재하는 부조리와 차별에 대해 단순한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닌 법이라는 틀 안에서 세상의 약자를 대변하는 일. 그것은 백 원 천 원을 지원하는 것보다 백 배, 천 배는 더 의미있고 실질적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당시 그의 존재는 제게는 센세이션이었고, 그 영향으로 (세상의 한 편에는)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들을 세상의 양지로 이끌어 내어 다수의 행복을 실현해야 된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정치 신념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 때 MB와의 친밀을 이유로 고인을 미워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정치에 입문하면서 MB가 뒤를 봐주었다는 소문도 있었고, MB서울시장 재임시절 월급의 대부분을 박시장님이 있었던 재단에 기부 했다는 이유로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지만, 아마 그의 순수함을 모르는 사람들은 당시의 저와 같은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기레기들이 양산해 내는 고인의 명예를 들쑤시는 컨텐츠에 휘둘릴지도 모르겠네요. 사람은 모두 자기 기준에서 현상을 바라볼 수 밖에 없을테니 말이죠.
허망하게도 고인께서 세상을 떠나고, 많은 우울과 슬픔이 밀려드네요. 그를 미워했던 일들로 죄책하며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이 눈물이 맺히기도 하고요.
어젯밤에는 확인되지 않은 성추문을 단정하는 와이프와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했어요. 사실은 알 수 없는 것이니 왈가왈부 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이죠. 이 글에서도 혹시 제가 알지 못하는 사실로 인해 고통받으신 분이 계시다면 미리 사과드립니다.
원순씨,
정치인으로서 높은 지위에 있었던 당신께서 품었을, 제가 모를 번뇌와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해보고 싶어 지난 일들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담아 끄적여 봅니다. 그 동안 당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그것들을 실천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