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죽었다. 그를 우상 삼은 자들은 음모론을 쏟아낸다.
공작이니 타살이니, 꽃뱀이니 미인계니, 불륜이니 사랑이니, 뭐 잘 모르겠다.
그런 답답함과 울분을 나도 겪었기에 이해는 하지만 자신의 마음도 의심해봐야 한다.
아주 오래전 그의 책을 우연히 보고서 깊은 호감을 가졌고 그래서 먼저 알았단 이유만으로
그가 서울시장으로 처음 나올때 조금 더 확신을 가지고 지지했었다. 그의 삶을 존경했었다.
그렇지만 지난 대선에서 보인 언행을 보고 추상적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느꼈다.
함정이든 아니든 박원순 그 자신의 잘못이 있고 결국 자업자득이겠지.
안희정은 불륜이고 진정한 피해자는 그의 아내라고 생각하지만 그 또한 자업자득이라 생각했다.
제왕적 권력은 그래서 위험하다. 견제받지 않으니까.
작은 회사의 사장이든 지자체장이든 대통령이든 견제받지 않으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기 쉽다.
사소한 모임에서도 권력을 갖게 되면 비슷해진다. 명시적 권력이든 묵시적인 존경이든.
프랙탈처럼 세상은 어디든 다 비슷하다. 가부장제는 희미해져 가는데도 정작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
가부장제는 원인이 아니라 현상의 하나였을뿐이라는 의미가 된다.
세상의 구조 자체가 그렇게 계층적인걸 뭐 어쩌겠나. 작은 피라미드들이 쌓여 큰 피라미드를 이룬다.
진실이 뭔지는 알 도리가 없다. 세상에 음모나 공작이 없는 것도 아니니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미 나버린 사고에서 과실비율을 따져봤자 무슨 소용인가.
자신이 조심했더라도 사고는 날수있고, 그럼 자기만 손해다.
파란불에 건너더라도 좌우를 살펴야 한다. 옆에서 누가 건넌다고 아무 생각없이 따라 건너선 안된다.
신호를 어기고 무단횡단을 했을수도 있다. 무고한 사람을 밀쳤을지도 모른다.
그는 두 얼굴을 가진 철면피였을수도 있고, 실수는 했지만 억울함이 더 큰 경우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잘못이 무엇인지 얼마나 뭘 잘못했는지, 그가 죽지 않았더라도 우린 알 도리가 없다.
언론, 검찰,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엉망인 나라이므로 법적인 결과를 무작정 믿을수가 없으니
선택적으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어려운 일이다.
잘못하면 진실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을 믿게 된다. 그게 내로남불과 뭐가 다를까.
그걸 알기에 그가 죽음을 택한걸지도. 그 모든 혼란의 제물이 되는걸 거부한 것이다.
위인들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도 실제론 온갖 기행과 성편력을 가지곤 했다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적 이유 역시 성적인 욕구 때문이라지.
돈을 벌고 권력을 추구하고 예술을 하는 것 역시 모두 다 이성을 유혹하고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라고. 물론 스스로는 깨닫지 못한다고 한다.
그 욕구는 다층적이다. 저급한 성욕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교감의 사랑까지.
사람마다 다를것이다. 각자의 결핍에 따라 다른 성애를 추구한다.
하여튼 결국엔 생존과 번식을 위해 우리의 마음이 작동한다는 거다.
완벽한 사람은 없고, 사람의 마음은 균질하지 않다. 그도 어딘가 이상했던 거겠지.
쇼하듯 옥탑방에서 한달을 살고, 암행한다면서 기자를 대동하고,
굳이 사람 키만큼의 서류를 가득 쌓아 놓은 책상에서 환하게 웃는 그의 사진을 보며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그런 것도 그의 이상한 면이었던 거겠지. 누구나 그런게 있다. 스스로 조심해야할 그런게.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덕분에 많이들 밝혀지지 않았나. 그 이전에도 기억난다.
존경받는 시민사회의 원로급 인사가 성추문으로 몰락하듯 사라진 것.
알고보니 성범죄자였다고 비난하며 상대의 삶 전부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하려는 이도 있다. 이번에도 그렇다.
누가 성욕을 이기겠나. 난 인간적 연민을 느낀다. 인간은 100% 동물이니까.
그를 의심하는게 아니라 그 누군들 충분히 그럴수 있다는 얘기다. 흔한 일이니까.
과장되고 무고한 미투는 문제지만, 미투 덕분에 더 조심들 하겠지. 사람다워지려 노력들 하겠지.
어딘가 튀어나온 곳이 세상의 어딘가에 걸려, 높이 튀어올라 땅에 내동댕이쳐져 와장창 부서졌다.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높은 곳으로 오르면 더 펄럭여야 하고 어딘가 걸리기도 쉽다.
증거를 남기고 알리기 쉬운 세상이기에 그렇다. 과거의 제왕들과는 다르다.
그러니 높은 자리에서 꼬꾸라지기도 쉬운 세상. 권력역전의 시대다.
누구든 약점이 있고 실수와 잘못을 할수있다. 누구든 추락할수 있다. 누구든 언젠가 죽는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함정을 파고 어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스스로의 이상한 점을 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큰 걸 바란다면 그만큼의 인내심도 필요한거 아닌가? 감수해야할걸 감수하지 못한 탓이다.
잘못한 만큼만 벌을 받길 바라는 것도 이기심이다. 어물쩡 넘어간적이 있었기에
과한 댓가로 고통받는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야 오히려 공평한거 아닐까. 누구를 탓할수도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빌 마음이 난 들지 않았다. 그는 나의 우상이 아니기에.
다들 명복을 빈다는 사회적 행위를 하며 본인들의 마음을 쏟아낸다.
내가 야박한게 아니라, 나는 쏟아낼 마음이 없다는 얘기다.
어제도 한국에서만 40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텐데
누군지도 모를 그 사람들과 박원순 시장과의 차이를 난 잘 모르겠다.
하루에 40명씩 명복을 빌고 안타까워할 너른 마음이 이제 내겐 없다.
이입할 감정이 남아있질 않다. 이젠 내 자신에 대한 연민마저 남질 않아서.
다만 CCTV에 찍힌 뒷모습과 유서를 보니, 삶의 끝을 본 기분이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결심한대로 몇시간만에 저렇게 간단히 죽을수 있는거구나 싶어 이상한 허탈감과 경외감도 든다.
단호한 끝맺음. 결코 쉬운게 아닐텐데. 부럽다. 한편으론 안도했다. 나도 간단히 해낼지도 몰라.
서울시장으로서 뭘 했는지 실감하지 못하겠다.
그를 탓하는건 아니다. 대통령도 못하는걸 시장이 뭘 어쩌겠는가.
기울어진 운동장, 여전한 기득권 카르텔, 야수자본주의 - 이런 환경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어렵다.
토지공개념 대신 땜빵식의 정책들만 난무하고, 이젠 못하는건지 안하는건지도 잘 모르겠다.
민주당이기 이전에 정치인이고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많이 가졌고 많이 얽혀있다.
단순하게 니편 내편 갈라서 생각하는건 순진하고 위험한 접근이다.
그가 치열한 삶을 살았다는건 대충 알지만 그건 서울시장 되기 전의 일이고,
스스로 이렇게 결론을 내버리면 그의 삶이 통채로 부정당하고 만다. 또는 그대로 박제되어 우상이 된다.
무엇이든 바람직하지 않기에 이런 선택은 옳지 않다. 세상을 더욱 극단적 대치로 이끌고 만거 아닐까.
수단일 뿐인 권력 자체가 목적이 되고, 동물적 본능을 이기지 못해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괴물과 싸우다 보면 괴물을 닮는 것처럼 그도 혼동을 일으킨걸까. 권력에 취해 환각처럼.
아님 정말 한쪽 사람들의 바램처럼 티없이 깨끗한데, 억울함과 세상에 대한 환멸로 그리 훌쩍 떠난걸까.
모를 일이다. 믿음의 영역이 되고 만다. 난 그만큼의 믿음이 그에게 없었으니 판단이 어렵다.
그의 마지막 선택이 어떤 계산이나 도피는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참회의 댓가로는 너무 크다.
그저 고통과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택한 한 인간의 불가피함. 내 오컴의 면도날은 그리 느낀다.
12년 전처럼 극단적 선택을 할만큼 정치지형이 극단적인 것도 아니니, 억울한 희생으로는 보이질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언뜻 보였던 그의 권력욕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도 평범한 정치인임을 너무 쉽게 드러냈었지.
사람들의 반응이 낯설다. 온갖 커뮤니티와 기사의 댓글들에서 양 극단으로 갈라져 옹호하고 비난한다.
세상이 어떠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실은 자신의 입장을 투영하는 것일 뿐인 바램들.
정작 삶의 이쪽 편엔 그 자리에 서본 이가 하나도 없음에도, 다들 참 말이 많다. 산 자들의 세상이니까.
이곳과는 이미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는데도 여전히 붙들고서.
나도 한때 진영논리로 세상을 봤지만 세상은 훨씬 더 복잡하고, 그런 시선 또한 바램일 뿐이다.
그의 진실과는 상관없이 자기가 믿고 싶은대로 믿으며 새로운 우상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냉정하게 말하는 나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부당한 정치적 탄압에 맞서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의로운 죽음이라 확신한다.
나는 베트남 틱광득 스님의 소신공양이 떠올랐다. 끝까지 꼿꼿했던 마지막 모습.
그렇기에 누군가의 확신을 의심하거나 조롱할 생각은 없다. 그저 각자의 마음일뿐.
내가 이리 냉담해진건 더는 세상에 어떤 기대도 없기 때문인거 같다. 당신들과는 달리.
가장 우스운건 사회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 정치인, 정당, 공무원, 언론, 온갖 시민단체(이익단체)들.
정의당과 미통당을 보면 인간의 강력하고 원초적인 권력 본능을 실감한다. 진화가 덜된 미개함을 본다.
언론은 양심은 고사하고 염치를 모르는 상업집단에 기자들은 완장차고 특권의식에 찌들었고,
온갖 단체들은 정체성으로 선동하며 이익을 따라 이합집산한다.
세상의 중심에는 빈 공간이 있고, 거기엔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엉켜 뒹굴고 있다.
이번에도 다들 그러고 있다. 아전인수의 거짓말과 거짓 비방을 뻔뻔하게 해댄다.
다 큰 어른들이 근엄한 얼굴로 자신의 사적인 욕망을 포장하며 그러는게 나는 정말 우습고 끔찍하다.
짐승의 추한 알몸을 보는것 같고, 괴물의 내장을 보는것 같아 구역질이 난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벌거벗은 임금님 같은데 스스로도 알겠지. 자신의 악취를 모를리 없겠지.
그걸 견딜 뻔뻔함과 연기력이 없고서는 세상의 달콤한 열매를 얻을수 없는거다.
그게 끔찍하니 평범한 사람들은 중심에서 멀어지고 그 곳엔 빈 공간이 생기는 것.
하지만 그 곳에 세상을 움직이는 깃발들이 나부끼니 우리는 따를수밖에 없고
먼곳에서나마 발을 동동거리며 소리치고 때론 돌이라도 던진다.
선량하고 양심있는 극소수의 사람들은 그 미개한 곳으로 용감하게 나아갔다가 이내 도망치거나 장렬하게 전사한다.
아주 가끔 다함께 돌진하지만 혁명은 번개처럼 찰나일 뿐이다.
한국이 일본이랑 싸우면 당연히 난 한국 편에서 싸울거다.
하지만 한국인이 일본인이랑 싸운다면 난 사정을 들어볼거다.
한국인 건달이 선량한 일본인을 괴롭히는 거라면 난 일본인 편에서 싸울거다.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 사람과 싸울때도 마찬가지며, 노동자가 재벌과 싸울때도 마찬가지다.
남자와 여자가 싸울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선량한 사람 편을 들거다.
내가 남자라고 남자편만 들지도 않을거며, 여자가 궁하다고 여자편을 들지도 않을거다.
한국인이라고 다 착하고, 노동자라고 다 옳으며, 여자라고 다 약자이고 억울한건 아닌거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싸운다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잘잘못은 가려봐야 하는거다.
무조건 여자가 약자이고 피해자이고 선량하다는 생각이 옳을리가 없다.
하지만 내가 여자이고 우리가 여성이익단체이기에 여자만을 위한 변호인인양 행동하는건
KKK와 같은 인종우월주의와 다를바 없는 폭력적이고 반사회적 행위이다.
지금 이 시대의 여자들과 여성이익단체, 여성정당들이 하고 있는 짓들이다.
정체성 정치는 끔찍하다. 그게 인종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 종교극단주의와 뭐가 다른가.
그건 폭력이 되고 파쇼가 되며 전쟁을 일으킨다. 그렇게 해서는 평화와 공존은 불가하다.
선악과 옳고 그름, 정의의 잣대로서 정체성을 넘어서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아직도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했고, 이제는 무지하고 극단적인 젠더주의가 기승이다.
디테일에 숨은 악마처럼 야수자본주의가 만악의 근원처럼 자리잡고 있는데
이 악마의 거대한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면서 얼마 되지도 않는 것들 갖겠다고
온갖 해괴한 이념과 억지 주장을 펼쳐가며 악다구니를 쓰고 있다. 정말 부끄럽지도 않은건가.
동감하니까 퍼오신 건가봐요.
냉정이라고...
박원순이라는 사람의 생애를 모른다는건
한국사회의 시민운동을 모른다는 이야기죠.
이런 건 뭐하러...
--> 여기서 입 닥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쿨 합니다
그냥 쿨 해요
인권변호사 로서 시민사회 운동가 로서 하신일이
참 많으시더군요.
무지하면 냉정한건 줄 착각하는 것도 환각입니다.
Phoo
2020-07-10 22:53:39 222.♡.26.176 작성글
붸스트팔렌
2020-07-10 22:50:58 1.♡.48.192 작성글
2. 명성이 생기며 성직자 적인 추앙을 받음
3. 남자의 욕망과 인간적인 외로움을 유명인으로서 해소하기 어려움
4. 자신의 인기와 주변 사람들의 존경은 자신이 매력있는 남자일지 모른다고 여기게 만듦
5. 착각속에 잘못된 감정 이입과 실수를 범함
6. 자기가 정적을 공격할때 적용하던 도덕적 잣대가 자신을 공격하는 칼로 되돌아옴
7. 자기 민낯이 드러나는 형벌보다 차라리 생을 마감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됨
서명: 과거를 잊지말아요. ( 기억하자 차떼기당 )
또 그 생각들 중에
한가지 생각을 꽤 길게 쓰셨습니다.
뭔가 있어보이는척 길게는 써놨는데...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저는 그런 사람의 글을 알바의 글과 동격 취급합니다
하지만 퍼온님을 인신공격하거나 빈댓글 조롱할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