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겨울, 지하철 파업을 눈 앞에 두었던 때로 기억합니다.
2012년..2013년... 겨울이었을 거에요.
야근 중이라 꽤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있었습니다.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였는데 하.. 파업하면 어떻게 출근하지..
교통이 엉망진창이겠네 걱정이 참 많았었습니다.
눈이 좀 왔었나.. 하여간 겨울에 도로도 얼고 해서
안 그래도 교통체증이 예상되는 평일 아침이었는데
지하철이 파업으로 마비된다면
사상최악의 출근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밤 박원순 시장님이 노조 측을 방문해서 파업을 막고
극적으로 타결 뭐 이런 속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서울 시장이 지하철노조를 방문한 건 사상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하여간 당연히 그 다음 날 아무렇지도 않게 다들 출근하고 그랬습니다.
만약 박원순 시장이 아니었다면 정말 아비규환의 출근길을 경험해야 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다음 날 출근한 회사 사람 누구도
전날 밤 박원순 시장이 뭘 했는지 몰랐어요.
고담시티가 그렇잖아요.
깜깜한 밤에 는 도시의 명운이 오락가락하다
아침이 밝으면 평소와 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평온하곤 합니다.
다크나이트가 나타나 우당탕탕 해결하고 홀연히 사라지고 나면
다음날 평화로운 도심 속에서 다들 자기 삶을 사느라
아무도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때부터 박원순 시장은 제게 다크나이트 같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서울시를 지켜 준 나의 영웅을 또 그만큼 오래오래 보고 싶어요.
이 땅에 극악무도한 빌런이 한 둘이 아닌데 평범한 소시민들은 무서워서 어떻게 삽니까.
빨리 돌아와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