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었을까 PS4를 선물받으며 DL판 라스트오브오스 리마스터도 선물받았습니다.
선물해준 사람은 회사 대표님이었는데 이 게임은 선물과도 같은 게임이니 꼭 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처음 라오어1을 할 때 1시간 반 정도 플레이한 후에 접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전투나 전개를 경험하지 못 한 상태였습니다만,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까지 거쳐야만 하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더군요.
액션 게임 매니아다보니 그 시간을 견디질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 시간 느낀 짜증이 처음 조엘이 엘리에 엮인 퀘스트를 받고 느낀 감정이 아니었을까. 그때 개인적으로 막 결혼은 했었지만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게임을 그렇게 몇시간씩 잡고 있을 시간은 별로 없었죠. 여튼 라오어는 그 후로 2년 정도 창고에 쳐박힌 PS4의 하드 안에서 고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다시 라오어를 킨 것은 첫째딸이 태어나고 돌이 아직 안 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첫 아이다보니 초보 엄마빠로서는 너무나도 힘들었던 1년이었지요. 아이가 태어나면 바로 생길 것만 같았던 부성애는 사실 생기질 않았습니다. 대신 1년의 시간동안 매일 부대끼며 쌓아올려진 시간과 애정과 탈진의 모든 궤적 후에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감정이 있었습니다. 제겐 그게 부성애더군요. 스스로의 배 속에 아이를 잉태하고 세상에 내보낸 엄마와는 다른 방식이었습니다만 아무튼 저도 부성애라는게 생기는 정상적인 아빠라는 사실에 꽤나 안심하던 때였습니다.
이제 곧 돌을 맞이하는 첫째, 그리고 전쟁같던 하루하루는 아주 조금씩 여유가 생겨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뜩 다시 게임이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운로드되어 있던 라오어를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전 아내에게 핀잔을 들어가며 거의 1주일 이상의 시간을 온통 이 게임에 빠져 보냈습니다. 그것은 제가 죠엘이라는 캐릭터에 완전하게 몰입하게 되면서 시작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잘 맞지 않던 혹은 서로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야 좋을지 몰라하던 성인 남성과 어린 여자아이의 이야기는 마치 저와 제 딸의 이야기같았습니다. 여러 고비를 넘어가며 스물스물 생기는 둘 사이의 유대는 제게 생긴 부성애와 꼭 닮아 있었죠.
파이어플라이고 뭐고, 세상의 구원이고 뭐고, 백신이고 뭐고간에 엘리의 생사만이 제게 유일한 관심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대립구도라면 딸의 의지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 예전 방식의 스토리텔링이었다면 그런 결말의 게임이 아니길 빌었습니다. 그리고 죠엘은 마치 제 의지에 부응이라도 하려는 듯, 자신과 엘리의 생명 그리고 함께 있는 일상을 위협하는 모든 것을 부수고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포자보다, 클리커보다 무서운 사람들을 뚫고 죠엘이 병원에서 인류의 희망과 염원을 져버리고 엘리를 구해 나올 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도망치기까지 어떤 결말이 기다릴지 가슴 조마조마해하며 패드를 놓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의 안전과 평온함이 확인되며 엔딩크레딧이 올라올때 비로소 패드를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이야기의 끝이야! 완벽해!
그 후 아이를 키우며 비슷한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에버랜드 사파리에 아이를 데려갔을 때 기린이 다가와 아이가 손에 쥔 나뭇잎을 긴 혀로 감아 먹을 때 기린을 처음 본 엘리의 신나하던 모습이 떠올랐고,
아이가 넘어지고 다쳐 얼굴과 몸 군데군데 반창고를 혼자 덕지덕지 붙이던 모습에선 눈폭풍 속을 헤메던 엘리가 떠오르더군요. 저희 딸 아이는 아직도 어디 부딪혀 아프면 반창고를 붙입니다. 붙이기만 하면 낫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죠엘을, 그런 엘리를, 그렇게 그리는 것은, 원하지 않았습니다.
개발사는 원하는 스토리의 작품을 만들어낼 권리가 있습니다만,
게이머는 그 게임을 플레이할지 하지 않을지 선택할 권리가 있는 법이지요.
PC논란 때는 사실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스토리 관련해 린치와 골프채 이야기가 떠돌면서 혹시 하는 마음으로 스포 가득한 리뷰들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 라오어2를 플레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모든 사람의 정의와 생각은 다른 법이지만, 그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방식이 아닌 교조적인 절대선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라오어1의 유산을 스스로 패드를 눌러가며 골프채로 머리를 깨부술순 없었습니다.
참 웃긴 일이지요. 유저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의 다름을 인정해달라며 그것을 게임으로 녹여낼 생각은 하면서, 정작 유저들이 가진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인정할 용기는 제작진 혹은 닐 드럭만에게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이 게임이 복수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라 홍보하는 것은 정말 거대한 위선과 모순을 접하는 기분입니다.
어떻게 보면 라오어2에 그린 현실이 진짜 현실에 더 가까울 수 있겠죠.
하지만 이미 강하게 연결된 죠엘과 저의 감정선, 그리고 강하게 연결된 엘리와 제 딸의 동질성을 훼손하면서까지 게임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너무나도 아끼던, 인생 최애게임 프렌차이즈의 급격한 몰락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글 적어봤습니다. 저와 죠엘, 엘리의 이야기는 응급실에서 나온 상태에서 오픈결말로 남겨놓으렵니다.
라오어2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버지의 눈으로 바라본 조엘과 엘리의 관계는 각별할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그 관계를 자신의 메세지를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버린 2는.. 아이고
라오어2는 나중에...생각나면 그때 할지말지 결정을하고 지금은 유보할랍니다
1편을 했던 사람들은 그 부성애 때문에 게임내 살인도 스스로 정당화 하고 인류의 미래보단 한명의 목숨을 구하고자 한 조엘에 감정이입할수 있던건데, 2편에서 그 모든걸 부정당했죠. 다른 이유도 아니고 pc로 도배된 캐릭 하나 띄워주기 위해서.
창작자 입장에서 그 유대를 깨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이번 스토리는 파트3로 미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조적으로 두 주인공의 입장에 깊이 공감하도록 설계돼어있기 때문에
타인의 주관이 들어간 요약본만 보고는 절대 그 느낌을 알 수 없어요.
이미 스포일러까지 다 당하셨으니 이제와서 플레이해도 그 느낌을 온전히 받는건 불가능할테구요.
제가 모공거 본것만도 세분 이상이라....
어찌 보면 저의 이 감상은 1편에 너무 깊이 공감해서 생긴 문제라고 봅니다.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섣불리 갈라버리는 행위를 '닐이 드럭만했다'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글쓴이가 느낀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제 다커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성인문턱의 내 아이가 겪는 일이라는 관점에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애비라는 캐릭터와 전작에서 죠엘에게 희생당한 사람들의 넣어서 자연스레 갈등구조가 추가되고 고조되는 가운에 파트2를 마무리했다면 파트3까지 자연스럽게 설정이 이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럼 파트3는 자연스레 엘리와 애비의 대립구도가 메인이 되고, 애비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놓으면서 유저들이 애비의 입장에서 죠엘의 행적을 되돌아 볼 수 있는거죠. 그러면서 자연스레 애비의 입장도 이해를 하게 되고, 진정한 복수와 용서에 관한 대서사시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