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친목에 관심없고 오래 모공에서 놀아도 어그로나 일베 메모말고는 닉들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성향이 원래 사회성 부족이기도 하고
아끼는 온라인 놀이터에서의 친목질은 다른 유저에게 배타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실제로 배타적이고)
자신이나 상대의 자아상을 과장되게 만듭니다. 뭐 결과는 그 커뮤 망하는 지름길이죠.
제가 모공을 좋아하는 건 대부분의 유저들이 적당한 선을 지킬 줄 안다는 겁니다.
이건 '선비질'이란 것과 다릅니다. 정치적 올바름이 아니라 온라인상에서의 예의범절 같은 거죠.
아마도 친목하고-인간적으로 가까워 지고- 싶은 다른 유저가 있는 경우,
양식이 있는 분들은 쪽지 같은 걸로 사담을 나누고, 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인맥자랑 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만 봐도 모공이 매우 괜찮은 커뮤란 뜻이죠.
근데 친목말고도 커뮤를 망하게 하는 게 몇 개 더 있죠.
다 아시다시피 관리자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을 때 입니다.
물 흐리는 유저(어그로, 친목질, 완장질 등등)들을 적절히 솎아내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유저들 사이에 개입해서 자율성을 해치는 겁니다.
근데 이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커뮤니티 게시판은 동물의 숲 같아서 놔두면 잡초가 무성해지는데
너무 가꾸고 꾸미면 인위적이라 질립니다.
참 어려운 문제죠... 결국 민주주의+자본주의랑 좀 비슷한 것 같아요.
뭐 인생사에서도 적절한 선은 어렵지 않습니까?
쫌만 지나치면 꼰대질이고 쫌만 멀어지면 방관이나 직무유기니까요.
심지어 상대에 따라 다 다릅니다. 어려워요. 어려워;;;;
그래서 저는 맥락을 읽고 대응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말하는 '맥락'은 매우 피곤하고 섬세한 작업입니다.
이번 사태의 원인 비슷하게 되면서 자주 거론되는 두 닉네임이 있습니다.
저는 그 중 한 명의 징계에 대해 고개를 갸웃한 반면 다른 사람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개인을 특정하지 않으려 하는 저 조차도
'저 사람은 앞장 서서 빈댓글 달고 누군가를 낙인찍고 쫓아다니면서 비아냥대는구나.'
하는 인상이 남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나중엔 메모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죽 보다보니 그 사람의 닉네임도 같이 호출이 되어 마치 이 사태의 피해자 인 것처럼 나오더군요.
흠...
반짝이에다 여러 성향이 커뮤랑 잘 맞고 가끔은 나서서 어그로들에게 쎈 말도 하니까요.
근데 전 선을 넘는단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완장질하는 느낌? 뭐 그런 거요.
이건 하나의 건으로 판단하긴 어려워요.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요.
그래서 피곤하게도;;; 그의 과거 글이나 댓글을 대충이라도 함 봐야됩니다.. 아, 피곤해;;;
근데 어쩔 수 없죠. 그래야 내가 그를 '오해'하지 않을 수 있고, 그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저 역시 최근 징계를 당했습니다.
막말에 해당하는 워딩을 상대가 먼저 해서,
그 워딩을 반복해서 더 세련(?)되게 반박한 저의 댓글은 삭제가 된 반면
상대의 댓글은 그대로였습니다. 전 삭제에 징계를 당했는데!!???
(물론 저의 이의제기로 그의 글도 나중에 삭제했더군요)
제 기준에서 억울한 지점은 왜 그의 글을 먼저 삭제하지 않았나? 와
왜 혐오발언을 한 그는 놔두고 그의 워딩을 미러링한 나부터 징계하고 삭제하나였습니다.
이게 바로 내 맥락을 제대로 읽어주지 않았구나 하는 불만이었습니다.
관리자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겁니다.
어그로들, 그들이 기본적인 룰(욕설, 경어체 비사용)을 어기지 않는 이상 제재가 어렵습니다.
우리 나라나 미국에서 인종을 차별하고 광주항쟁을 비하하는 정신병자들이 멀쩡히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원리죠.
저는 대안을 제시할 능력은 없습니다.
그럴 능력이 있고 경험이 있으면 제가 커뮤를 하나 만들어서 전업으로;;;
일단 저는 관리자란 존재가 일종의 신으로 군림하지 말고,
개별성을 가진 존재로 보여졌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우린 개별적인 어떤 관리자가 실수를 했는지 알게 됩니다. 이거 중요해요.
삼성은 나쁜 짓을 했지만 거기 속한 사람이 다 나쁩니까?
나쁜 짓은 다 각각의 주체와 개별의 무게가 있고, 그걸 구별하는 것이야말로 공정의 기본입니다.
그래서 저는 최소한 관리자들 여럿이 개별로 구별되게 하고
처벌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공개처형하잔 말은 아니고, 요청하면 보여주잔 말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맥락'이 읽혔으면 좋겠어요.
어그로를 정화하는 방법은 흐름을 읽고 맥락에서 차단하는 거라고 봅니다.
물론 이건 자유와 평등처럼 다소 양립하는 부분이 있어요.
정확한 규정없이 애매하게 너 그동안 좀 그랬어! 하면서 쫓아내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어그로들을 따로 신고해서 축적되면 쫓아내는 방법이 지난 번에 생긴걸로 압니다.
(허들이 높아서 실제 적용이 잘 안되는데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허들이 낮으면 악용될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머리를 맞대야합니다.
저는 대화가 정말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티 관리자들이 어떤 형식이든 간에
대화를 하자는 제의를 한 건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당연히 그 대화는 공개되어야합니다. 온라인에서요.
안그러면 그냥 밀실회의인거죠.
여튼 잘 되면 좋겠습니다.
텍스트와 컨텍스트가 적절히 조화되어야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야 친목, 어그로, 작전, 완장질이 구분되니까요.
좋은 방향이 되길 빕니다.
다소 사회성이 떨어지며 페미 내지 개빠 라고 메모되었을, 영화 좋아하는 국희아빠가 글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