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은 어디로 수학여행 가는지 모르겠지만 90년대엔 대체로 경주 아니면 설악산이였죠.
그 당시 수학여행으로 설악산 다녀온 사람들에게 이야기 들어봐도 설악산에 대한 이미지가 나쁜 경우가 꽤 있더라구요.
제가 다닌 학교는 경주에 갔었습니다. 그리고 경주에 대한 이미지는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최악의 여행지 BEST입니다.
그리고 그 나쁜 이미지에 기여한 요소는 크게 숙소 (숙소 제공 식사포함), 황남빵이였습니다.
그 시절 수학여행이나 극기훈련가면 개도 안 먹을 밥이 나오는건 전국 어딜가나 똑같았죠.
참고로 교사들은 그 밥 안 주고 따로 조리한 식사를 줬습니다.
즉 성인이고 결정권이 있는 교사들에게까지 먹이면 큰일날 개밥이 식사로 나왔다는 이야기겠죠.
주관적인 비교지만 춘천 102보충대 개밥이 인생 전체에서 가장 최악이였고, 그 다음이 경주 수학여행 개밥이였고, 자대배치 받고 제대할때까지 먹었던 우리 대대의 짬밥은 경주 수학여행 개밥에 비하면 사람이 먹는 밥이였습니다.
(참고로 춘천 102보 개밥은 그 당시 시국이 시국이였습니다. 98년 1월 6일에 입대했는데 그때가 바로 IMF 터진 직후였으며, 밀려드는 신병으로 인해 춘천 102보 수용량의 2배가 넘는 인원이 몰려들어 막사에서도 옆으로 누워 칼잠 자야 겨우 구겨 넣을 수 있는 상황이였습니다. 원래 거기도 개밥이겠지만 평소보다 더 심각한 요소가 있던 시절이란 이야기죠.)
앞에서 이야기 한것처럼 그 시절엔 어딜가나 학생 상대로한 단체 여행에서는 학생은 사람이 아니였고 개밥은 기본 상수였던 시절이였습니다. 경주가 억울하다면 다른 지역도 다 개밥 나오는데 왜 우리만 탓하냐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냥 제가 경주가서 먹은게 개밥이였죠. 아마 설악산을 갔으면 거기서 개밥 먹었을 겁니다.
두번째로 황남빵이란걸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동아리 선배들이 황남빵 사오라고 하더라구요. 물론 강압적으로 그런건 아닙니다.
컴퓨터 동아리였는데 90년대 중반의 386,486 시절의 고등학교 컴퓨터 동아리면 죄다 너드죠.
좋은 형들이라 선물할 겸 사러 갔는데, 이건 뭐 다 쓰러져가는 조그만 기와집 같은 곳에서 엄청 불친절하게 파는 그냥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앙금빵이더라구요. 집 근처 가게에서 파는 공장 양산형 앙금빵과 다를바 없는게 몇배는 더 비싸고 몇배는 더 불친절하게 파는 빵이 황남빵이였습니다.
이걸 왜 경주와서 사야하냐고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서울사는 고삐리들이 알리가 없죠.
어른이 되서 알았죠. 우리나라 지역 문화나 특산품이란게 개코나 없어서 죄다 특산품이라고 만든게 어디서나 만들 수 있는 앙금으로 만든 밀가루 빵에 그럿듯한 핑계 붙이고 가격은 뻥튀기해서 파는게 각 지역의 문화라는 것을 요.
저 빵 엄청 좋아합니다.
대사증후군 있어서 적절히 조절해서 먹어야 하는 몸이지만 그래도 참다 참다 폭발하면 미친듯이 먹습니다.
그 중에 더 미치게 좋아하는게 앙금빵입니다.
그래도 지역 특산품보다는 집근처나 회사근처의 친절하게 웃으며 장인정신 비슷하게 빵 만드시는 제빵사의 빵이 훨씬 맛있고 훨씬 싸요.
미성년자고 학생이라고 언제까지 그 나이 일순 없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그 학생들이 성인이 되고 경제 주체가 되죠.
어릴때부터 좋은 추억을 쌓아줘야 어른이 되어서도 또 오고, 다시 가족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더 찾아올텐데요.
우리나라 관광지 상당수는 추억보다는 지금 당장 손님 주머니 털기에 바쁜거 같더라구요.
어쨌거나 출장때문에 경주 간 것 빼고는 자비 여행으로 경주를 그 이후에 간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팥소가 양이 많고 앙금을 진하게 만들 수 있는 팥빵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팥이 소로 만들 때 꽤 관리가 어려운 재료라서요.
어렵기도 어렵고 손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보통 공장에서 사다 만들지 일일이 팥소를 삶는 집도 얼마 없어요.
오죽하면 일본에서도 팥 삶는 내용으로 영화도 만들까요.
이성당이나, 황남빵의 팥소는 별거 아닌 거 같지만,
팥 맛을 좋아하면 인정할 수 밖에 없죠.
강산이 두번 넘게 변햇답니다,,
그땐 첨성대에 울타리도 없던 시절이라... 왕릉에 막 올라가도 제지하는 사람 하나 없던 때네요 사적지 관리자도 없고
실제로 저 그쯤에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ㅎㅎ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요. 상권도 늘어서 맛집도 제법 생겼구요. 꾸준히 관광객 유치에만 세금을 갖다 부은 결과죠.
덕분에 경주시민은 아무런 혜택도 없고 복지도 없지만..
ㅎㅎㅎ
관광업이라는게 결국 추억을 파는 업인데 관광업자들 마인드가 당장 등골 뽑아 먹기 식이니 한번 망친 이미지는 오래 간다는 이야깁니다.
경주를 빗대어 이야기했지만 우리나라의 상당수 관광지들 다수가 그렇죠. 여전히.
한철장사라는 대표적인 이미지가 유명 관광지 이미지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