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5월 23일 인가요? 그리고 그 일도 벌써 11년 전이네요.
미국에 있기에 다음에 한국에 가면 꼭 봉하마을에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도 벌써 훌쩍 흘러버린 지금 입니다. 서거 후에 한국을 몇 번 갔는데, 봉하마을에는 한 번도 못 갔었네요. 분명 가면 펑펑 울테니까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짤이 참 많은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는 자전거에 애기 트레일을 끌고 손녀를 태우고 가는 사진입니다. 그냥 흔한 동네의 자전거 좋아하는 사람 좋은 할아버지 모습이라서요.
대통령직을 끝내고 "시민 노무현" 으로 돌아오고, 자택에서 사람들이 오면 손 흔들어주던 모습을 참 보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거기에 조금 더 소망을 담아보자면 막거리라도 한 병 사들고 가서 한 잔 따라서 드려보고 싶었는데 말이지요. 수고하셨다고 하면서요.
만약 지금 가서 막걸리라도 한 병 사들고 가면, 목이 메서 그 한마디를 못하고 울기만 하고 올듯 합니다 ㅎㅎㅎ (이 글을 쓰는데도 울고 있으니, 가면 오죽할까요 ㅎㅎㅎ)
저도 그렇고 많은 분들도 그렇겠지만, 참 고생만 끼쳐드리고, 빚만 드리다가, 지금은 그때 드린 그 빚을 대신 지고 + 기억하고 사는듯 합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 빚을 지고, 기억하고, 빚을 갚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고요. 자신의 안위와 편안이 아니라, 죄송해서, 미안해서, 눈물이 나서, 가슴이 벅차서, 그 빚을 기꺼이 지고 사는듯 합니다.
그건 "운명이다" 라는 한 마디로 친구의 몫을 지고 묵묵히 그 험한 길을 가시는 분 에게도 해당되는 것이겠지만요. 그래서 멀리서나마 더이상의 빚을 지워드리지 않게 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앞으로 저는,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분에게 빚을 지고, 빚을 지우고, 그 빚을 다시 기억하면서 살게 될까요? 말로는 이리 "나도 빚을 갚고 싶다" 라고 말하면서, 저는 얼마나 그렇게 살고 있는가... 싶습니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억하는 것,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고 이야기 하는 것, 가끔씩 혼자서 우는 것 정도겠지요. 한국에 살았다면 촛불이라도 들었을테고, 투표라도 했을테지만, 그것도 못해서 더 죄송스러울 따름이고요. (그런 점에서 클리앙 분들과 다른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노무현이 없는 노무현의 시대를 살면서, 또다시 노무현 이라는 이름을 되새겨봅니다.
아직도 기억 속에서는 밀짚모자를 쓰고, 사람 좋은 웃음과 이마에 깊이 패인 한 줄의 주름이 사진이라도 보는듯 선명한데, 이제는 사진과 미디어로만 남아계시다는게 슬프네요
바보 노무현...
평생 가슴에 짊어져야 할 빚과, 가슴 속 한켠에 콕 박힌 변하지 않는 그 미소와, 영원히 잊지 말아야할 숙제를 남기고 멀리 떠나가신 그분이 참 그립습니다.
편히 쉬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평생 보고 싶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