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오렌지쥬스를 만드는 회사 트로피카나는 2008년 Arnell이라는 유명 광고 대행사에 자사의 리브랜딩을 의뢰한다
5개월을 들여 새로운 디자인을 제작하고 런칭하는데 쓴 마케팅 비용은 총 3500만 달러(약 427억원).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리브랜딩은 대표적인 리브랜딩 실패사례에 손꼽힐 정도로 최악의 평가를 듣고만다.
왜 그랬을까.
1. 디자인적인 실수
리브랜딩 이전 표준 패키지 디자인
리브랜딩 후의 디자인
기존 로고는 가로쓰기라 읽기 쉬웠고 폰트 색상도 다른 글자들과 뚜렷이 구분되었지만
새 디자인은 세로로 배치된 데다 다른 폰트와 같은 색상을 써서 로고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2. 패키지 자체의 디자인
기존 패키지는 각각의 면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서 다양한 정보(한쪽은 특징적인 오렌지 전체 그림, 한쪽은 오렌지를 따는 사람)를 집어넣었다.
신 디자인은 디자인 자체만 따로 보면 유리잔에 담긴 오렌지 주스라는 심플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넣었지만 45도 각도에서 봐야만 그 디자인을 알 수 있었다.
보통 한쪽면만 보이는 마트 진열 방식의 특성상 이런 디자인은 음료수 패키지로서는 실패였다.
3. 알기 힘든 상품 정보
트로피카나는 여러 종류의 오렌지 쥬스를 판매하는데 각 종류별로 어떤 과즙을 쓰는 어떤 제품인지 알아보기 쉬웠지만
신 디자인에서는 밋밋한 폰트와 눈에 띄기 힘든 색배열로 인해 소비자들이 한눈에 알아보기 힘들어했다.
위의 디자인 실패 포인트가 겹치고 겹치는 바람에 소비자들은 심지어 이 제품이 트로피카나의 오렌지쥬스라는 걸 모르고 마트 자체 PB상품인 줄 알고 그냥 지나칠 정도였다.
그 결과 트로피카나의 매출은 20% 넘게 떨어지고 금액적으로는 2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은 끝에 결국 모든 디자인은 리브랜딩 이전으로 되돌아갔다.
후일담
이 사고급에 가까운 리브랜딩을 주도한 디자이너는 당시 광고계의 총아로 불리던 피터 아넬(Peter Arnell)이라는 디자이너였다.
그는 의류브랜드 DKNY로 스타덤에 오르고 펩시 콜라의 로고도 새로 디자인해서 많은 호불호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트로피카나 리브랜딩 실패의 충격은 대중적으로도 큰 이미지 손실로 이어지는 흑역사로 남게 되었다.
아래는 리브랜딩 철회 후 한 기자가 그에게 심경을 물었을 때의 대답이다.
'I have my own perspective on it [the disastrous rebranding of Tropicana orange juice].
But it's not my brand. It's not my company.
So what the hell? I got paid a lot of money, and I have 30 other projects.'
'트로피카나 오렌지 주스 리브랜딩 참사에 대해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건 있어.
그런데 뭐 어쩌라고. 그건 내 브랜드도 아니고 내 회사도 아니야.
나는 이미 많은 돈을 받았고, 30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리브랜딩의 유일한 유산. 오렌지 모양 뚜껑.
후에 한 미디어에서는 '트로피카나는 피터 아넬이 디자인한 오렌지팩 디자인을 한달동안 보는데 400억을 썼다'고 평했다.
근데 익숙함이 사라지고 세로 읽기의 거슬림이 남으니까 호응이 별로였던듯
디자인만 보면 바뀐게 낫긴 하네요
다만 아쉬운건 위에서 아래로 읽게 만들지 밑에서 위로 읽게 만들어서 더 거슬리는군요. 아마 가로를 그대로 세로로 올려서 저런거 같은데
트로피카나가 잘 안읽히는 단점은 있네요...
전 바뀌기 전이 훨 낫네요. 바뀌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다들 같은 생각이셨구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회사에서 리브랜딩이라고 하는 일들은 액수의 차이일뿐 대부분 결과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걸 OK한 경영진도 책임이 크겠네요.
트로피카나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구관이 명관.
평론가들이 좋은 평점주는 영화는 대중들은 대부분 재미없다고 하는 것처럼 디자이너가 끌리는 디자인과 소비자가 끌리는 디자인은 다를 겁니다.
상업 디자이너라면 자기가 좋아하는 디자인 말고 소비자가 좋아할 디자인을 해야합니다. 그게 능력이고요.
그런것들을 감수할만한 다른 이유가 없었다면, 대대적인 수정을 요청한 경영진의 잘못인듯...
2년 전에 코카콜라 제로 검정색 바탕 라벨 없어지고 뚜껑이랑 얇은 선으로만 제로슈가 구분해놔서
아무 생각 없이 집었다가 마시자마자 뿜어내고 그대로 버린적도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