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경험에 기반을 둔 성급한 일반화일수 있다는 것을 먼저 밝힙니다.
저는 서독 국경근처 소도시에서 살고있다보니 벨기에는 소소히 자주 방문했습니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여태까지 큰 문제는 없었고 약간의 비꼼같은 장난을 당한적이 있는데, 유럽에 살면 의레 보일법한 수준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인터넷에 나오는 벨기에의 인종차별 이야기는, 스쳐지나가는 여행지로서 브뤼셀을 많이들 방문하시기에 표본집단의 편향이 생긴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절대로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몇가지 케이스로 인해 그 이미지를 한 국가 전체로 손쉽게 확대하는것 아닌가는 생각이 들어 조금 뜸을 들여 적어보았습니다. 예전에 겪었던 이탈리아의 경험으로 시작해서, 벨기에를 둘러싸고 있는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를 바라보는 개인적인 관점을 기술하고, 마지막으로 벨기에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이야기를 돌려서 시작하겠습니다. 예전 이탈리아에 살때의 경우 주거지의 평균 사회수준에 따라 사람들의 외향적인 친절도가 큰 차이가 있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연구일을 하고 있었고 제법 수준이 높은 동네에 살고 있었습니다만, 대중교통을 타고 일반적인 관광지나 혹은 조금 경제적으로 낙후된 변두리 지역으로 갔을때는 (그래봐야 지하철타고 10분입니다) 어느덧 전혀 다른 성향의 사람들에게 둘러쌓이곤 했었습니다. 여행의 주된 목적지가 되는 관광지에는 여러 인간 군상들이 모여있고, 관광객에 의한 일반 주민들의 스트레스도 많은 편입니다. 문화를 조금 이해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스트레스가 여행객은 잘 모르는 형태로 해소되는 모습들을 한번씩 봅니다. 예를들어, 유럽 전반적인 식사문화는 조금 느긋하고 이탈리아는 특히 식사를 하게되면 몇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많은 주거지의 적당한 수준의 식당에서는, 간접적이라도 식사를 다 하고 난다음에 좀 나가달라는 뉘앙스의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반면 관광지에서, 특히 동양인의 경우에는 질문을 빙자한 간접적인 메세지를 보내오지요. 어떤 곳에서는, 동양사람들이 보통 음식을 함께 먹는다고 전체요리와 메인을 함께 내오는 황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 사실 이건 이탈리아가 아니라 프랑스에서의 경험입니다 -. 물론, 이런부분은 조금 상호 작용하는 느낌이 있는게, 이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여행객이라지만 여유시간이 한시간밖에 없는 사람들이 느긋히 몇시간이고 식사하는데 와서 식사하는게 답답할 수 있습니다. 몇년 살면서 느낀 이탈리아의 식사문화는, 어떤 요리는 어떻게 나오는지 질문하면서 메뉴를 정하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물론 저는 이탈리아어를 못하므로..), 전체요리가 나온 이후에도 접시를 정리하러 온 다음에 본 메뉴요리에 들어가기에 전체 식사기간이 3시간이 넘어가는 경우 역시 자주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야기하는 식당은, 결코 미슐랭 스타같은데가 아니라, 그냥 살던 곳 근처와 자주 여행가는 곳들에 있는 뜨라또리아들의 경험입니다. 보통 파스타 한접시에 10-20유로정도하고, 세컨디를 나눠먹고 와인도 적당히 마시고 하면 식사비가 1인당 50유로정도로 나오는 곳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식당에 와서, 문화를 잘 모르는 관광객이 트립어드바이저만 보고 와서 음식늦게 나온다고 종업원 부르고, 계산서 달라 그랬는데 10분이 넘게 그냥 기다린다고 짜증내고 있으면 이 사람들도 스트레스이지요. 오히려 극단적으로 관광이 발달한 동네는, 오히려 관광객에 의한 스트레스가 적은 편입니다. 이미 지역 주민들 및 산업구조가 여기에 맞춰서 발달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의 좁은 경험으로는, 일반적으로 ‘제법 유명한’ 관광도시이거나 혹은 매우 유명한 관광도시이면서 일반적인 주민들이 섞여있는 동네의 경우 관광객에 의한 스트레스가 많아 보이더군요. 관광객의 발전에 따른 지역 경제의 오염효과 (젠트리피케이션도 이중에 하나이지요) 역시 주민들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원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독일의 생활애서 느끼는 점도 비슷한데,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면 기본적으로 비교적 잘 살고 교육수준이 높은 소도시와 아닌 곳의 사람들의 인식 차이가 제법 큽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로 한국에 자주 이야기나오는 유럽의 인종차별적인 행동들은, 제가 사는 동네에서는 적어도 제가 아는 분들 사이에서는 회자되는 이야기가 없어서 다행이라 여겨지네요.
제가 사는 근처의 독일의 대도시들은, 관광 자체로 극단적인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편이다보니 적당한 관광객들은 오히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라고 여겨지는 듯 합니다. 이는 근처 대도시의 주된 기능이 비지니스 및 쇼핑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지레짐작해봅니다.
프랑스는 출장과 여행등으로 제법 자주 갔었던 것 같습니다. 보통 가면 일주일정도 한 곳에서 머무르곤 했고 출장으로 갔을때와 여행으로 갔을때 머무는 곳이 다르다보니 주변의 분위기도 전혀 달랐습니다. 크게 보면 파리에 갔을때와 리옹/낭트/몽펠리에와 같은 도시들에 출장갔을때 주민들이동양인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다름을 느꼈네요. 물론 파리는 매우 유명한 관광도시이지만요. 특히 리옹의 경우 2주가량 제법 좋은 주거지에 묵으면서 근처 출장지에 버스타고 다녔습니다만, 파리와 다르게 불쾌한 경험을 한번도 받지 못했네요. 오히려 여유로운 사람들의 친절을 잘 누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네덜란드의 경우, 코로나 이전까지는 한달에 한두번은 꼭 다녀오고 간간히 여행으로 몇일씩도 다녀오곤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이 사람들은 이 주변 국가 사람들 중 장사를 가장 잘 한다는 느낌입니다. 대도시 뿐만 아니라 자그마한 도시의 장사하시는 분들도 영어를 잘 구사하고, 덧붙여서 적당하게 겉으로 보이는 친절함도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전반적으로 독특한 물건의 스펙트럼이 많이 넓습니다. 이는 아마 네덜란드 역사 자체가 해양으로 발달했는것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에도 유럽에서 최대규모의 항구도시는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으로 이 근처에서 독일쪽으로 넘어오는 고속도로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트럭들이 매일과 같이 다닙니다. 결과적으로 무역중심의 기업들이 유지되다보니, 사회 구석구석 세상 곳곳에서 다양한 아이템들이 발굴되어 전파되는 것 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바꿔이야기하면, 이 사람들은 오는 손님들에게 물건을 팔줄 아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덜란드 동료들은 저에게 암스테르담 등의 주민들에게서 관광객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다는 이야기들을 자주 합니다. 일상화된 도로나 인도 사이에 복잡하게 연결된 자전거도로에 (처음에 가면 자전거도로인지 인도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사람이 들어오더라도 이 사람들은 본인들이 멈춰서지 않습니다. 외부인들이 잘 모를수있는 규칙등에 대해 크게 관대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물론 핵심관광구역은 조금 분위기가 다르겠지요.
위에 언급한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는 각기 벨기에의 북쪽, 동쪽, 그리고 남쪽으로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벨기에 역시 공식 언어자체가 3개 언어이고요 (주로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를 사용합니다), 지역별로 주된 언어가 다릅니다. 브뤼셀 근처 루벤이라는 지역에 있는 유명한 루벤대학교는 수백년전부터 학교 자체가 KUL (네덜란드어)와 ULC (프랑스어) 두 대학교로 분리되었습니다. 지역별로 사람들의 성향도 매우 다르고요. 괜히 와플도 브뤼셀 와플 리에주 와플로 나뉘는게 아닌 듯 합니다. (물론 네덜란드의 납작한 스트룹와플도 있지만 스타일이 좀 다르지요) 네덜란드와의 국경에 있는 안트베르펜은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네덜란드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패션으로도 매우 유명하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그리고 지정학적으로 매우 큰 항구를 끼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유럽 최대 항만인 로테르담에서 만을따라 조금 깊숙히 내려오면 나오는 항구도시이지요. 공식언어도 네덜란드 어입니다. 조금 내려와서 벨기에 동부인 주된 산업도시인 리에주를 한 번 보면은 분위기는 또 달라집니다. 도시 전반의 건축물은 크게 바뀌는 것은 없어보이지만 상당히 높은 빈도로 터키 및 이탈리아계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운전스타일도 말하는 스타일도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일요일마다 열리는 리에주 주말시장에 가 보시면, 이 근처 시장중에서 이탈리아 식료품 트럭이 가장 많이 들어옵니다. 조금 서북쪽으로 가볼까요? 유명한 관광지인 브뤼헤나 겐트의 경우 중세에 번성한 항구도시인걸 뒤로 한 채 지금은 관광 자체가 주된 산업이 되었습니다. 저는 조금은, 주된 고객이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이라는 느낌을 얻었는데 이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관광지에 갔을때와는 또 느낌이 다르더군요. 조금은 고여있는 느낌이고, 그 중의 한 곳에서는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경험을 했던것도 사실입니다 (인종차별로 분류할 정도는 아니었고, 사소한 무시와 비꼼같은 느낌이었네요). 가장 중심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가는 브뤼셀의 경우는 대여섯번은 다녀온것 같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크게 두 지역을 다녔다고 기억합니다. 하나는 많은 동양 여행객이 돌아다니는 관광지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 의회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편성된 각종 전시관과 의회 기관들, 그리고 그 옆의 비지니스 구역입니다. 재미있는것은 중앙 관광지구의 면적은 다른 유명 관광지에 비해 의외로 넓지 않아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사람들 이야기들을 보다보면, 보통 중앙 관광지에서 유명한 몇가지 스폿을 순차적으로 돌고 수제 초콜릿 맛을 보고 중앙역에서 (관광지역에 바로 붙어있습니다) 기차를 타고 넘어가는 경유 여행지로 많이들 가시는 것 같네요. 또 여기에서 조금만 위로 올라가면 있는 브뤼셀 광장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만남의 광장같은 역할을 합니다. 제 추측으로는 많은 분들이 겪었다고 말씀하시는 벨기에의 인종차별은 이쪽을 관광지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뤼셀의 유럽의회 기구쪽에 구경하러 갔을때도, 혹은 아예 시외쪽에 있는 공원에 갔을때도 관광지구와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곤 했습니다.
벨기에의 인종차별 글들을 보다보면 조금은 확대해석을 하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제 생각에는, 현지에 살고 있는 분들과 여행하시는 분들의 경험은 조금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 자체가 언어로, 그리고 인종으로 파편화된 국가에서 주로 사람들이 가는 여행지에서 발생한 경험을, 국가 전체로 확대하는것은 조금은 이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