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핫한 결혼의 단점 글 보고 아내 입장에서 써봤습니다.
써놓고 보니 결혼의 단점이라기보다는 육아의 단점 같습니다.
1. 몸
동년배 미혼 (혹은 출산 안한 기혼) 친구들에 비해서 넓어진 골반, 모유수유로 인해 처진 가슴, 육아로 인해 허리와 팔목 통증, 임신으로 생긴 탈모, 처진 뱃살 등등. 한번 출산에 +5년쯤은 몸이 확 늙는게 느껴짐. 관리 빡세게 해도 이전으로 돌아가기도 힘든데 육아에 관리는 애초에 할 시간도 없음.
애 둘 낳고 살쪘다는 얘기 듣기 싫어서 체중은 그대로 유지했으나 몸매 곡선이 망가진 건 복구 불가. 운동할 시간도 없음...
2. 경력
다행히 회사가 복지가 좋은 편이라 애 둘 낳고 육아휴직 쓰고서도 복직은 겨우 가능했지만, 시간단축 근무에 잦은 휴직 때문에 관리직으로의 승진은 그만둠. 주변에 관리직으로 겨우 올라간 언니들도 육아 후 자원해서 팀원으로 내려옴. 심지어 남편보다 잘 버는데도 시가에서 압박줘서 승진 포기한 사람들도 많음. 그나마 이건 나은 케이스고 주위 친구들 절반 이상이 육아휴직 후 퇴사.
그나마 복직한 친구들도 부모님 도움 100% 받으면서 일하지 않는 이상 경력 관리 불가능. 대학 시절 남편이랑 똑같은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더 잘했던 친구들이 출산을 계기로 그만두거나 경력 관리 손 놓는거 너무나 많이 봐서 구구절절 이야기하기도 힘들 정도.
전업주부로 남은 친구들은 편할 것 같지만 결국 금전적으로 부족한 가계, 자아 실현에 대한 생각 때문에 비교하고
워킹맘을 선택한 친구들은 돈 조금 벌자고 이게 뭐하는 짓인지 (특히 아이 아플 때, 아이가 문제 일으킬 때) 하루에도 여러 번 고민.
3. 자기생활
미혼이거나 아이 안낳은 친구들은 여행 자주 다니고, 먹고 싶은 거 먹고, 예쁜 옷 입고 피부 관리에도 힘쓰고 취미생활도 하지만,
육아 이후 자기시간은 오로지 애들 재우고 나서 드라마나 책보고 카톡하는 거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음. 집안일 (요리 등)은 제외하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쓰는 시간은 하염없이 0에 가까움. 본인을 위해 쓰는 돈도 거의 없음. 애초에 쓸 돈도 시간도 없음..
4. 집안일
남편들은 '쓰레기 버리기' '설거지'를 하면서 집안일을 본인이 다 전담한다고 하는 거 보면 정말 할말이 막 샘솟습니다.
남편이 모르는데 나 혼자 하는 집안일만 해도
현관 청소, 베란다 청소, 욕실 물때 청소, 변기 청소, 머리카락 치우기, 바닥 걸레질, 청소기 필터 청소, 개수대 물때 지우기, 후드 청소, 각종 가구 먼지 닦기 등 기본적인 빨래 청소 이외에도 집안과 가전을 관리하는 것만 해도 산더미같고... (남편은 로봇청소기를 사고 나서 청소가 줄었다고 좋아했지만 그 청소기의 먼지를 털고 필터를 가는 일이 있다는 건 상상도 안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 외에 가족 경조사 챙기기 (생신, 선물, 용돈 이런거 일일이 고민하고 보내고), 아이들 어린이집 관련 업무 (보육료 결제, 알림장쓰기, 준비물 챙기기), 예방접종, 건강검진, 교육 관련 (장난감 뭘 살지부터 책은 뭘 읽힐지, 하물며 중고거래를 해도 연락하는 일, 이래저래 물품 주문) 는 워킹맘인데도 전부 엄마가 다 하고,
식단을 뭘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식재료 주문하고 식재료 정리해서 요리하고 밥 차리고..
저희 집도 아침에는 시리얼 먹는 날이 많지만 남편은 한번도 그 시리얼을 직접 주문한 적이 없습니다.
항상 제가 비어가기 전에 주문하고, 채워넣고요. 저는 가급적 집에서 다 요리하는 편이지만, 반찬을 사와서 내놓더라도 당장 그 반찬을 고민하고 사는 것도 모두 노동에 포함된다는 사실 잊지 말아주세요. 집에서 아무 생각 없이 휴지가 떨어질 걱정 없이 볼일을 봤다면, 그 휴지가 다 떨어지기 전에 재고를 확인해서 주문하는 것도 집안일입니다.
5. 성생활
여자도 욕구가 있습니다. 근데 정말 너무 지쳐서 아무 생각도 안날만큼 지쳐 죽겠어요.
그런데 점점 남편들은 자기 하고 싶을 때 상황, 때를 가리지 않고 들이대는데, 최소한 분위기나 상황이라도 봐가면서 시도하면 모를까, 지쳐서 침대에 쓰러져있는데 갑자기 자기 좋다고 달려들 때 보면 진짜 화가 납니다. 그래도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거부(?)한 적도 없지만, 솔직히 연기한 적도 많아요. 저희는 아직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아주 적은 편은 아니지만, 솔직히 이제 정말 의무감이 듭니다.
그런거 다 떠나서, 아이 태어나기 전만 해도 제가 세상의 중심같이 대하던 남편이 정말 요새는 말도 막하고 저한테 딱히 관심도 없는 걸 보면 내 정체성은 애들 엄마, 집안일 하고 밥해주는 엄마 말고 대체 뭔가 싶어요. 그래서 엄마들이 그렇게 드라마라도 보면서 대리만족이라도 하는건가 싶더라구요. 이건 남자들도 뭐 마찬가지겠지만... 여자들이야말로 평생 여자라는 사실을 잊고 싶지 않은 존재들인데 애를 낳는 순간 엄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게 너무 슬픕니다.
6. 돈..
미혼이거나 아이 안낳은 친구들 다들 자유롭게 잘 쓰더라구요.
전 결혼 전에도 그 흔한 가방 하나 없었을 정도로 딱히 돈을 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아이 낳고 나서 아예 제가 쓸 돈은 그냥 없다고 생각하고 삽니다. 미용실 가는 게 아까워서 머리를 짧게 잘랐고, 예쁜 옷 같은거 이제 관심도 없고, 돈 모아서 하루 빨리 대출 갚고 아이들 교육비로 쓸 생각밖에 안들어요. 저도 남편이랑 비슷한 수준으로 벌고 남편보다 결혼 전에 모아놓은 돈도 더 많았고, 친정 생각하면 평생 일 안하고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지만 그래도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요. 용돈 몇십만원이 아니라 그냥 아예 없습니다.
7. 가족관계
결혼 전에는 부모님만 챙기면 되었죠. 친정 부모님이랑 그렇게 막 살갑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피곤한 관계도 아니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시가가 생기고 시댁 친척들도 만나고 경조사가 생기고... 남편은 저희 부모님 생일 때 제가 준비한 식당에서 밥만 먹고 오면 끝이지만, 시부모님 생신 때 많은 며느리들은 직접 요리를 해서 생일상을 차리고 선물을 준비하고 그러죠. 남편은 딱히 친정 식구들이랑 정기적으로 통화하고 안부 여쭙지도 않는데, 많은 며느리들은 정기적으로, 의무적으로 시부모에게 연락하죠. 제사라도 하면 뭐... 가족 관계 챙기는 스트레스가 두배가 아니라 다섯배쯤 늘어납니다.
결혼 안하고 혹은 애 안낳았으면, 감정 왔다갔다하면서 울고 불고 할 일도 지금보다 95%쯤 없었을 거에요.
몸도 젊을 적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을 거고, 돈도 조금 더 자유롭게 쓰고, 시간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자유롭게 쓰고, 마음껏 사랑받고,
친구들 만나면서 자유롭게 살고 (공감글에 술자리를 눈치보며 한다고 하는데 엄마들은 술자리를 갈 수가 없어요. 아빠들은 가끔이라도 밤에 모여서 술마시고 놀지만 엄마들이 가끔이라도 애들 맡기고 술마시고 노는 건 왜 보기 힘든가요. 차 마시는 모임도 애들 좀 크고 전업주부라도 되어야 하지...) 무엇보다 경력 단절 이런거 없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시댁 눈치 이런거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살았을 거에요.
그래도 불평 안하고, 아니 불평 못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건 이 길이 모두 내가 선택한 길이라서 그럽니다.
결혼의 단점이 이만큼이나 많다는 거 다는 아니더라도 주위에서 주워들었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가족을 꾸리면서 그렇게 살아가는 삶을 살고 싶어서 내가 직접 선택한 삶이라서요. 누가 납치해서 억지로 결혼한 거 아니고, 내 스스로 내 시간과 돈과 삶을 바쳐서 그렇게 가족과 하는 삶을 살고 싶어서요. 아이들 얼굴 보고 행복해하고, 내가 서툴게 한 요리 맛있게 먹어주는 게 고맙고, 가끔 여행이라도 가면 가족들과 함께 좋은 풍경 보고, 사소하게 맛있는 거 나누어 먹고, 그렇게 나와 남편과 아이들이 함께 나이가 들고 세월을 보내는 그 시간을 보내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고 판단해서에요.
물론 요즘엔 그거보다 그냥 혼자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고,
저도 그런 선택을 지지하고 공감하지만, 그래도 단점이 더 많다는 말은 쉽게 하지 않아요.
실생활의 면에서만 보면 단점이 장점보다 백만가지쯤 더 많은 것 같지만, 객관적인 시간과 돈의 부족함보다도 정서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그 정서적인 면을 채우지 못한다면 그땐 정말 결혼생활의 의미는 많이 사라진 상태겠지만요.
결혼은 더이상 필수도 아닌 그냥 인생의 선택이죠.
그러니까 결혼하신 분들은 최대한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노력해보시고 나서 그 때도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지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게다가 교육도 잘 받고 자유롭게 커온 80년대생 중후반부터는 더..
애가 어릴때는 정말 힘들어서 귀찮아 하더니, 좀 크고 나니 제가 와이프의 폭발하는 성욕을 맞춰주기가 바쁘네요.
써주신 모든 말이 구구절절 이해가 되네요..
참 이게 힘듭니다. 중간을 유지하기가...
용돈이 40만원이다. 부인도 자기에게만 40만원 이상 쓰는 가정 별로 없죠. 아무리 맞벌이라고 해도요. 남편들의 불만은 그냥 사소한 투정정도로 느껴집니다만 부인들. 특히 맞벌이 부인들에게는 전쟁입니다. 당장 이번주만해도 아이의 온라인개학때문에 저는 25년의 제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나 하는 고민을 해야 하는 처지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행복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내가 선택한 삶이고 내가 낳은 아이를 내가 키울수 있다는 것만으로도요. 육아의 시기에는 부부모두 힘든게 맞지만 긴 인생에서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간 동반자가 있고 그 결실인 자녀가 있는 편이 노후가 더 행복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늙어 가고 있고 10년만 더 지나도 지금보다 확연히 모든 능력이 떨어져 있을 텐데 그때 자녀가 있고 배우자가 있다는 건 큰 차이가 있겠죠.
경제적으로 자녀에게 기대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당장 저희 양가부모님들만 봐도 저희 부부가 사소하지만 챙겨드리는게 많은데요. 은행일이라던지 병원이라던지. 가전제품이 망가졌다던지. 보일러가 터졌다던지.. 제가 자녀가 없는 노인이라면 참 막막할 것 같습니다.
제주위는 아이없어도 집 냉장고에 물이랑 맥주만 있고.. 밥은 외식 주말엔 여행 집청소는 아줌마가.. 이런집들만 있네여 ㄷㄷㄷ
감내하는 희생이라고 하는게 전 쫌 웃긴거 같네요.
엄마로써 하는 역활을 왜 손해보는 희생이라고 해요? 그럴거면 애 낳지를 말지;;;
묵묵히 역활해내시는 분들은 존경스럽고 대단하고 그런데... 아예 그런 개념도 없고 할생각도 없고 존중만 받고 챙김만 싶은사람들이 가짜죠;;;
딱 하나.. 아이들이 너~무~이뻐요..ㅠㅠ
여전히 손해라고 느껴진다면 결혼은 안하는게 맞는것 같습니다.
아직 마음가짐이 변화를 감당하기엔 준비되지 않은거니까요!
저도 바쁘게 달려가는 한번도 일 쉬어본적 없는 워킹맘이지만 (살면서 출산휴가 4개월 쉰게 전부)
그래도 마음맞는 파티원인 남편 만나서 재미있게 잘 살고있어요.
물론 서로 삽질하면 화내고 마음에 안드는 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만을 위한 고정 파티원이니 맘도 편하고, 뭔가를 할때도 항상 든든합니다.ㅎㅎ
중요하죠~
그렇습니다. 인생이라는 길을 파티를 짜서 갈 것인지. 혼자갈 것인지 결정해서 가는 거죠. 어느쪽이 낫다고 왈가왈부할 거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쪽을 선택했으니 그만큼 책임을 지는 것 뿐.
저도 좋은 파티원을 만나서 같이 갈 수 있다는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혼자 분들 화이팅입니다.
다만 너무 쌓아만 두지 마시고 살살 꼬시면서 이것저것 분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