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른들은 요즘 노래를 모를까?’
어릴 때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90년대였고, 각종 가요 차트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오르내릴 때였지요. 우리는 트로트도 신나서 부르는데, 학교 선생님은 민중가요를 불렀고 부모님은 나훈아 아니면 남진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궁금했었습니다.
시대의 청년 혹은 세대를 통칭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는 ‘X세대’라고 불렸고 우리보다 앞선 세대 중 몇몇은 ‘오렌지족’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았지요. 2000년대 이르러서는 386, 7080등등의 다양한 숫자로 조합된 세대를 통칭하는 말들이 만들어졌습니다.
읍단위의 시골서 학교를 다녔지만, 음반 매장이 두 군데나 있어서 카세트 테이프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녹음하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었는데,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몇 번 해보다 때려 치웠습니다. 이상하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녹음을 할 때마다 간주 중에 DJ의 음성이 흘러나왔거든요.
대학을 가고 연애를 하고 그랬던 20대를 지나 사회에 뚝 떨어졌습니다. 서른이었지요. 유행하는 노래가 뭔지는 아는데, 가사를 모르네요. 몇 번 흥얼거리다 말게 됩니다. Lonely lonely lonely….
제게 노래는 과거를 기억하는 매개체입니다.
이문세의 ‘첫사랑’을 들으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심훈의 상록수를 읽던 중학교 1학년 겨울 밤이 생각나고, 김민종의 ‘하늘아래서’를 듣게 되면 ‘혼자서도 충분한 사람이 왜 굳이 듀엣을 했지?’라는 생각을 했던 체육관이 떠오릅니다.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는 고등학교때 체육대회에서 미친듯이 불렀더랬지요. 탄산 먹고 환장해서 광란의 하루를 보낸 흥분이 가라 앉지 않은 채 책방서 퇴마록 혼세편을 샀습니다. 그게 1권 ‘와불이 일어나면’편인가 그랬습니다.
서울에 유례없는 폭설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학원 강사 시절이었는데, 짝사랑하던 사람을 정리하고 혼자 쓸쓸하니 어쩌니 자기 연민에 빠져 집에 들어가다 미끄러져 길바닥에 두어 번 뒹굴었습니다. 그때 듣던 노래가 김장훈의 ‘가난한 날이 노래가 되어’. 그때는 참… 쪽팔린 나날들이었네요.
나의 노래는 30대 초반쯤, 그쯤에서 멈춘 것 같습니다.
이젠 추억과 노래가 매치가 안됩니다. 파편이지요.
‘왜 어른들은 요즘 노래를 모를까?’
어쩌면 제가 10대 때 했던 고민을 요즘 아이들도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 우리 기분 꿀꿀한데… 신나는 노래나 하나 들을까요?
군 입대하는 날과 자대배치 받던 날 들었던 노래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그 노래를 들으면 당시 느낌이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제가 걸... 노래를... *__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2000년대 초만해도 걸그룹이 일단 부대를 스쳐 지나가야 뜨네 마네 막 우리끼리 난리도 아니었지요. 같은 시절 군생활을 했어도 좋아하는 걸그룹은 달랐더군요.
저희는 샤크라였어요. ^^
그냥 애초에 주류 음악을 꼭 들어야 한다 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음악은 제게 의미 있는 것만 좋아하고 찾아 듣거든요.
그래서 요즘에도 제게 어떤 의미를 주는 음악은 찾아 들어요.
멋지네요. 스파이크님께 좋은 노래는 어떤 것이었나요? 저도 들어 보고 싶어요.
위쳐3 사운드 트랙이 요즘 들었던 음악 중에선 제일 남습니다.
지금 듣고 있습니다. 와! 게임 음악 ost가 웅장하게 귀를 때리는 군요!
네게로 빠져드는 내가 두려워 이런 제길 이런게 어딨어~
이예~!!
네게로 빠져드는 내가 두려워~!!
후반은 아니고 초반이에요. ^^
음악 듣고 한가롭게 출근하기에 요즘이 험하긴 하지요.
화이팅 입니다. 우리 힘냅시다!
저도 90년대 노래를 듣는 이윤 그노래들이 각각 다 하나씩의 추억을 가지고 있어서입니다. 그 추억이 비록 모두 소중하거나 대단한것이 아님에도 제 20대의 일상을 기억나게 해서입니다.
케바케이지만 과거 이벤트가 많이 없던 진짜 루즈한 삶을 산 친구는 지금 나이 40중반 임에도 최신노래만 주로 듣는데 제 이야기에 공감 못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어떨때는 함박눈이 내리는 소리가 막 기억 나고 그래요. '내사랑 내곁에' 들을때가 그렇거든요. 같은 느낌, 같은 기분...을 공유하는 사람을 만나서 막 반갑습니다.
그죠? 사는게 뭔지... 참 그래요.
마음의 여유가 찾아 오길 바라요.
그나마 듣더라도 예전 10대때(이른바 결정적시기인)와 20대때의 곡들을 듣습니다
그래서 요즘 노래들을 멀리 할 수 밖에 없죠
그렇치 않은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그러합니다...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최신 유행 가요나 팝송은 10대~20대 초중반의 전유물.. 대부분 그들도 나이먹으면 최신곡들을 안 듣고 또 모르게 됩니다
자연스런 현상이군요.
오래 되었어도 들어볼만한 음반은 뭐가 있을까요?
일단 찬우물님이 소싯적에 들었던 음반들이나 노래들을 정리하는것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그 속에 의외로 보석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가시나무'만 알고 있었는데, 명곡이 많군요! 며칠째 듣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예전 앨범은 간혹 뒤적거리고 있습니다. 늘 손이 가던 앨범에 손이 가더군요.
말씀대로 선뜻 손이 안가던 앨범들도 찾아서 들어봐야 겠습니다.
존 덴버 좋아시나요? 컨트리 로드~ 했던 사람이요.
기타는 제가 준비 하겠습니다. 노래는 도도님이... *__
아... 아직 준비가... 벌써 우리가 어르신인가요? 흑! ㅠ.ㅠ
왜요! 요즘도 엘비스나 비틀즈 좋아하는 사람 많아요. 엘베스의 wooden heart 가 얼마나 좋은데요.
아이고... 제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있군요.
군대에서 이등병시절 기상과 동시에 청소하면서 오디오로 듣던 음악이라..
딱 추억에 매칭되는 음악이에요.
그 추억이... 참... 아련한 추억이겠네요. 하지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추억이고요.
근데... 군시절 체리필터를 들으셨다면, 00군번인 저와 군 생활이 겹치겠군요.
어릴때 TV 보면서, 나는 만화를 보고 싶은데...아버지는 재미없는 뉴스만 주구장창 보는게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상황
이제는 이해 합니다..
아침부터 모니터에 뿜을 뻔했습니다. '내가 너보다 피땀눈물 먼저 좋아했으나...' 이런... 센스쟁이...
형님이시군요! 존경합니다!
신병교육대때 점심 짬밥먹으려고 줄서서 대기할때 나오던 일과이분의 일도 생각나구요.. 노래는 기억소환의 훌륭한 매개체입니다.
훈련소에서 투투를 들으셨다면... 강릉 사건을 겪으셨겠군요. 저희는 군대서 주야장천 들었지요.
오! 멋지군요!!
노래방 스타시군요! 이 곡 하나로 분위기가 확 살아나지요.
하지만 저는 음치라... *__
걸그룹 빼고는 다 아신다는 얘기죠? 음... 인간 쥬크박스... 그저 부러울 뿐입니다.
그날 너무 많이 와서 서울지하철 개통이래 처음으로 무료였었죠. 밖에 나가보면 여기가 러시아구나 싶었던...
님글 읽으며 잠시 과거여행하고 왔습니다.미소가 절로 지어지며...
어느 날, 어느 때 딱 기억 나는 날이 있지요. 저도 덕분에 추억여행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앗! 그런 연구가 있었나요?
존경스런 분이군요. 혹시 말씀하시는 삼촌이 본인이신가요? ^^;
다만,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은 그냥 습관 같습니다.
고등학교때 메탈부터 시작해서 데쓰와 얼터네이티브에서 로파이와 인디락-팝에서 익스페리멘틀과 포스트락 그 외 알 수 없는 엠비언트 음악이나 EDM 에서 Dubstep 등 닥치는대로 듣게 버릇이 되다보니 그냥 좋은 곡 찾는데 사간을 들이다 보니 새로움 음악을 듣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예전 처럼 오디오 겔럭시를 헤메거나 what.cd나 waffle.fm 같이 대량으로 받아 들을 필요가 없이 주요 스트리밍의 큐레이션 된 플레이 리스트만 잘 받아먹어도 쉽게 접할 수 있어 요즘이 좋은 곡 찾기에 좋은 환경인 것 같습니다.
음악에 국적이 어디 있겠어요. 그저 자기 마음에 와 닿는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사이트는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가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못 찾고 헤맨건가요?
일단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글쓰신 분의 질문에 대한 개인적인 답변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보다 "새로운 음악을 찾아다니지 않는 습관(관성?)"이라는 것을 말씀을 드린 것 입니다. 저는 반대의 습관이 들어서 저는 요즘도 요즘 음악을 많이 찾아듣고 공연도 갑니다. 최근 등장한 밴드 위주로요.
그리고 댓글에 언급한 이름들은 이미 다 없어진 서비스, 사이트 입니다. 오겔은 90년대 중반에 등장하여 후반에 없어지기 전까지 MP3들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곳 이었구요. what.cd와 waffle.fm은 유명했던 2세대 음원전문 private tracker 였습니다. 소위 토렌트 사이트 말입니다. 당시는 큐레이션을 해주는 사람이 특별이 없어서 음악 잡지나 리뷰 전문가들의 글들을 참고도 했지만, 일단 음악을 많이 듣고 추리는 것을 정말 자주 많이 했습니다. 통신에서 앨범이나 뮤지션 추천도 서로 주고 받고요. 덕분에 예전에 사서 뜯지도 않은 음악 CD들이 쌓여 있네요.
지금은 유명 스트리밍 서비스만 보더라도, 나름 훌륭한 플레이 리스트들이 많아서 잘 몰라도 취향에 따라 시작하기도 좋고 일단 들어보고 추리기가 너무 편해져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포티파이를 플레이 리스트 때문에 못벗어나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예전엔 좋은 앨범, 좋은 뮤지션 추천해 달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당시는 그게 은근 귀찮았던 기억인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친구들이 없어서 솔찍한 심정으로 심심합니다. 아내는 6-70년대 포크락-아트락에서 머무는 사람이라 말도 안통하니 말입니다.
그렇게 듣다가 어? 이 노래 괜찮은데? 싶어서 휴대폰에 흥얼흥얼 거리면 노래를 찾아 주는 어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
결론은 접근방식, 투자시간, 주변환경에 따라 극단적으로 바뀐다라는게 결론이었습니다.
장황한 설명 보다는 자신이 잘 알만한 사람이 듣는 노래들을 잘 살펴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케바케군요. 주변 친구들의 음악 취향이 워낙 달라서 잘 몰랐네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 노래 불러주겠다고 '갈대의 순정'을 부른 친구, 남들이 다 아는 노래는 싫다고 스와힐리어 노래를 어디서 배워와서 주야장천 부르는 친구, 클래식을 "빠빠뿌부 삐이 쓰으 흐~" 이렇게 입으로 부르는 친구... 뭐 이런 싸이코 같은 녀석들이라... 에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