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BP: 연대-이익보다 사람을, SF: 신페인, GREEN: 녹색당, SOC DEM: 사회민주당, LAB: 노동당, AONTU: 통합, IND: 무소속, FF: 피어너 팔, FG: 피너 게일)
2020년 아일랜드 총선 개표 결과
신 페인(좌익민족주의): 24.5%(+10.7), 37석(+14)
피어너 팔(중도-중도우파): 22.2%(-2.2), 38석(-7)
피너 게일(중도-중도우파): 20.9%(-4.7), 35석(-14)
녹색당(중도좌파): 7.1%(+4.4), 12석(+10)
노동당(중도좌파): 4.4%(-2.2), 6석(-1)
사민당(중도좌파): 2.9%(-0.1), 6석(+3)
연대(반자본주의): 2.6%(-1.3), 5석(-1)
통합(보수주의): 1.9%(+1.9), 1석(+1)
I4C(사회주의): 0.4%(-1.1), 1석(-3)
Others: 0.9%(-1.7), 0석(=)
IND: 12.2%(-3.7), 19석(=)
신 페인 득표 1위 등극
피어너 팔 의석 1위 등극
범중도 의석(FF+FG): 73석(-21)
범좌파 의석(SF+GREEN+LAB+SOC DEM+S-PBP+I4C): 67석(+22)
기타/무소속(AONTU+IND): 20석(+1)
총 의석: 160석(+2)
과반 의석: 81석(+1)
투표율: 62.9%(-2.2)
2월 8일 치러진 아일랜드 총선 개표결과, 강경 민족주의 좌파 신 페인이 청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득표 1위로 올라섰으나, 집권 제2여당인 피어너 팔(공화당)이 집권 제1여당 피너 게일(통일 아일랜드당)을 누르며 득표 2위에 오르고 선호투표제 하에서 2-3순위 중도표를 대거 받으며 의석 1위를 차지했습니다.
신 페인이 다득표에도 불구하고 의석 1위를 놓친 원인으로는 3-5인을 뽑는 40개 중선거구에 전원 당선 가능 후보로 채우기 위해서 후보를 겨우 42명만 냈던 것과 아일랜드 유권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도층의 2-3순위 표가 피어너 팔, 피너 게일 양당에 집중되었던 것이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총선 결과, 혹독한 긴축정책에 대한 반발로 기존의 어느 당도 단독 과반을 얻는데 실패하자, 피너 게일과 피어너 팔이 오랜 반목을 잊고 대연정(신임과 보완 형식)에 동의하면서 아일랜드 정치는 크나큰 지각변동이 일어났습니다.
본래 중도 양당 간의 노선 차이는 그리 크진 않았으나, 아일랜드 독립방식(불완전한 자치, 북아일랜드 분리)에 대한 갈등 문제로 1920년대에 갈라진 이후 지난 2016년 총선 이전까지 수십년간 한번도 서로 연정 했던 적이 없었던 만큼, 연정이 성립된 것은 큰 이변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아일랜드 통일을 지향하는 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신 페인(우리 자신)이 2016년 총선에서 기존에 아일랜드 좌파를 대변하고 피너 게일의 연정 파트너로 활동하던 노동당을 누르고 3위로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이후론 브렉시트로 촉발된 북아일랜드 문제 대형이슈화를 기회로 호시탐탐 2위를 노리는 등, 3당 구도로 흘러가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5월 24일 치러진 아일랜드 지방선거에서 금융위기 이후 기세를 올리던 통일 강경파 및 급진 좌파 신 페인의 득표율이 급락했습니다. 경기가 호전되며 안정을 중시하게 된 아일랜드 유권자의 표심 변화가 원인으로 보입니다.
신 페인의 부진으로 친EU 중도 양당 구도는 다시금 확고 해졌으며, 그 사이를 기후변화 불안감을 공략한 녹색당이 침투하면서 같이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3위를 하는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반면 주류 정당이던 노동당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으며, 의회 4위 자리도 위태로워졌습니다.
이후 보수적인 가톨릭 국가였던 아일랜드의 첫 번째 동성애자 총리가 된 피너 게일의 리오 버라드커 총리가 브렉시트에 관련된 성공적 대응, 높은 경제성장률 등을 내세워 차기 총선 승리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반면 피어너 팔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 불만, 치솟는 월세 등 주택시장 정책 실패 등을 공격해 정권을 탈환하려 했습니다.
이후 지지율 추세를 보면 피어너 팔 측의 전략이 비교적 더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으며, 피너 게일은 연립정부의 주택,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실망감을 파고들어 1위를 노릴 정도로 지지세를 재회복한 신 페인에게도 밀려버렸습니다. 그러나 1-3위간 격차가 고작 3-4%p에 불과했으므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총선 개표결과, 순수한 좌파정당들만으로 67석을 얻는 등 아일랜드 정치의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졌으며, 피너 게일은 창당 이래 두 번째로 낮은 득표율을 얻게 되는 등 아일랜드 정치에 희대의 격변이 벌어졌습니다.
현재, 피너 게일은 신 페인과의 연정 협상에 매우 부정적이나 피어너 팔 측에선 1, 2위간의 거국내각 구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지표가 여럿 감지되는 중입니다. 하지만 돌고 돌아 지난 총선처럼 범중도내각을 재구성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협상과정이 틀어질 경우, 어느 진영도 과반을 얻지 못했으므로 캐스팅 보트를 쥔 무소속들의 표 가치가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만약 위의 시나리오가 모두 실패하여 재총선이 벌어지게 될 시, 신 페인이 높아진 득표율을 발판삼아 후보를 확충하여서 의석을 더 늘릴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또한 브렉시트 이후 높아진 북아일랜드의 통일 찬성여론(최근 50% 돌파)을 신 페인이 등에 업고 적극적인 추진에 나설 경우, 영국 내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는 내각제의 성격이 강한 이원집정부제 국가이며 현 대통령은 노동당 출신의 마이클 D. 히긴스입니다.
일제강점기때 아일랜드 기네스에서 독립운동 지원한걸로 알고있어요
님은 정치덕후 .. 전세계를 다 아시는군요!
한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중도(중도우파) 피어너 팔, 피너 게일 두 정당이 가장 큰 것 같은데, 두 정당의 스탠스가 많이 차이나나요? 우리나라의 민주당 vs 자한당 정도는 아니겠지요?
본문에 언급한 것처럼 양당간 성향차이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독립투쟁 이후의 내분으로 골이 깊어져 정부구성이 2016년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피너 게일은 화이트칼라, 피어너 팔은 블루칼라에 좀 더 인기 있었다더군요.
감사합니다. 연정이라는 걸 제의하셨던 노대통령이 생각나서 질문드렸어요. 우리나라의 민주당 자한당은 연정을 하기엔 너무나 먼 거리라..
경기호황인데도 주택 문제로 의석을 가져오는것 보면 여기나 거기나 비슷한가 봅니다. 자유경제의 이 맹점은 해결방안이 있는건지 약간 답답해져오네요.
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3 배는 높여주시는 분
항상 감사합니다.
이제 문제는 아일랜드의 경제적 모순 극복이겠죠. 아일랜드의 세수의 근원인 금융업과 법인세를 어떻게 건드는가가 순서가 될거라 보네요. 분명 EU와 OECD는 벼르고 있었을거구요.
제 생각으론 저 결과로 웃는건 룩셈부르크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더 많이들기도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