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글 반응이 뜨거워서 저도 놀랐습니다.
살면서 이런 벅찬 감동과 여운이 남은 날이 또 올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시상식 후기 요청이 많아서 새벽에 비행기타고 오면서 몇자 적어 보았습니다.
1. 아침에 일어났더니 미국 라디오에서도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92년 전통의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처음 나온 “사건”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사실 난리가 난겁니다.
후보에 오른 영화를 보시면 미국적인 흥행요소 및 수상요소를 갖춘 영화들이 즐비한 가운데 기생충이 상을 휩쓴것은
가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카데미시상식을 문재인 정부가 매수했다는 어이없는 태극기부대적인 글이 나오겠죠? )
2. 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신것 같은데요 저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광의로는 관련업에 종사하나 영화관련 종사자는 아니구요 CJ측 인사도 아니고 봉감독이다 송강호다 추측/억측은
아니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단역배우다라고 했다는 분이 계시던데 이분은 좀 너무 가신듯 합니다)
여기 제가 누군지 아는 선/후배들이 계시는데 아마 입이 근질 근질 하실겁니다. 정체는 안밝히는걸로 ^^
3. 시상식 참가자들은 미리 표를 수령해야합니다. 금요일에 입장 패키지를 수령했습니다.
자동차 입장패스, 좌석표, 입장 안내서가 들어있습니다. 입장 당일에는 시상식표와 신분증을 지참하고 들어가게 됩니다.
Dolby극장 주변 길은 교통이 통제되고 sidewalk에는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철창이 쳐집니다.
Hollywood길은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공항들어가듯 폭팔물 검색을 합니다(차밑,트렁크등)
입장티켓에는 $150이라고 써있으나 비매품이며 일반인은 구할 수 없습니다.
관련 종사자들에게 사전에 Quota로 수량이 내려진다고 합니다.
결국 인맥으로 갈 수 있는 행사이지 돈이나 클릭으로 갈 수 있는 행사가 아니라 더 귀한 자리인것 같습니다.
4. 배우들과 관련 인사들은 정문으로 입장을 하게되며 저처럼 객석으로 들어가는 고객들은 오른쪽 옆에 마련된
보안게이트를 지나야 입장이 가능합니다(여기서 부터 30분 소요됨)
참석자들은 모두 드레스에 턱시도를 입습니다.저도 턱시도를 입었고 와이프는 드레스를 입었죠.
비가온 관계로 레드카펫이 다 젖어서 배우나 참석자 드레스가 물에 젖어서 좀 안타깝더라구요.
5. 돌비극장은 총 5층으로 되어있습니다. 1층은 방송으로 보시는 배우들 및 관련 인원이 앉는 자리이고
2-5층은 초대장을 소지한 인원들이 앉게 됩니다. 1층으로 내려가는 길과 엘리베이터는 통제가 되어있고
내려가려면 골든패스가 필요합니다. 각층에 칵테일바가 설치되어있었으며 행사시작 전 부터 술과 음료가 제공되었습니다.
시상식 내내 제공이 되었고 시상식을 안보고 밖에서 술만 주구장창 마시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기생충팀은 3층에서 술을 드셨다는 후문. 저는 늦게 도착해서 못 봤으나 옆에 앉아 있던 교포부부는
CJ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네요. 사진 보는데 어찌나 부럽던지!
저는 먼 발치에서 기생충팀을 보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6. 저랑 집사람은 맨꼭대기 5층에 자리가 있었습니다. 오래된 극장이다 보니 꼭대기층은 정말 경사가 어마어마 합니다.
난간으로 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경사를 자랑합니다. 역시 돌비의 기술력인가요 바로 앞에서 스피커를 틀어놓은것 처럼
소리가 들립니다. 신기한 경험이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수상할때마다 “봉준호”라고 크케 외쳤는데
조선일보 중계라 클리앙분들는 많이 못보셨을것 같아요. 각본상, 감독상수상하고 해외영화상까지 수상하고
사실 Best Picture 까지 탈수 있을까 했었어요 사실. 근데 각각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을때 객석반응은 심상치 않았습니다.
저희 부부와 옆 교포 부부가 너무 환호를 하니 봉준호 감독 가족이냐며 묻더라구요.
8. 영화제에서 스타들을 만난다는건 당연한건데 눈앞에 타란티노 감독, 지나데이비스가 떡하니 서서 옆에서 말하는데
뭐 사진찍자 이런 말이 안나오더라구요.멀리서 기생충팀을 보았는데 멀리서도 빛나더군요.
시상식이 다 끝나고 한참을 단상에서 사진을 찍고 환호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도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사진을 찍었는데 여러분께 공유하기에는 너무 도촬같은 느낌이라 생략할께요.
9. 한국사람으로 보이는 분들이 몇분 있었는데 CJ분들인줄 알았는데 기사로 보니 단원고 아이들 부모님들이셨어요.
“부재의 기억”이 후보작에 올랐다는걸 몰랐거든요. 수상을 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10. 시상식 준비 진행은 가히 상상을 초월합니다. 92년을 진행했으니까요.진행도 매끄럽고.
시상식 중간 중간의 퍼포먼스도 정말 구성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중간에 집사람이 와인 마시자고 해서 나왔는데
맙소사...에미넴이 공연을 하고 있네요. 그거 하나 못 보고 다른건 다 봤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마음인지
매 쉬는 시간마다 나가 보면 칵테일바는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11. 아이러니 하게도 이 전세계를 열광시킨 명작 기생충은 이명박근혜 보수정권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봉준호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게 된거라 들었습니다. CJ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온갖 압박과 극악무도한 협박에도 불구하고
문화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것에 대해서는 정말 깊은 찬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12. 오후 2시40분에 집에서 출발해서 모든 시상식이 끝나고 집에 도착하니 10시반이였습니다.
간간히 스낵을 먹긴했지만 집에 오니 너무 배가 고프더라구요.
와이프랑 키토다이어트 중이지만 기쁜 마음에 진리면하나를 끓여 둘이 나누어 먹었습니다.
인생을 반정도 살면서 깊이 기억될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중 Top 5에 들어갈것 같습니다.
온 국민이 열광했던 2002년 월드컵때의 기억처럼 두고두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보석처럼 빛나는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벅차고 흥분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아주 짧게 요약하기가 제 자신에게 미안할 정도로 멋진 하루였습니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샌호세 공항에 내려서 출근을 하니 회사 동료들이 너무 반갑게 다가와
기생충의 수상소식과 저의 할리우드(?) 데뷔기를 듣고서는 너무 부러워 하네요.
이상은 외노자가 회사에서 그리고 SNS상에서 친구들에게 단박에 핵인싸되는 아카데미 시상식 참관기였습니다.
누굴 부러워 하는 성격은 아닌데 진심 부럽네요
실리콘밸리에 영화 관련 업체에서 일하신다니 혹시 넷플릭스에서 일하시는 분이 아니실지요? 컨퍼런스 출장 갔다가 한국인 직원을 몇 분 뵌 적이 있습니다.
부럽습니다. 일생 멋진 경험 중 한번을 하셨네요.^^
제 인생에서 다시 오기 제일 힘든 이벤트의 현장에 같이 있으셨다는 것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본 것이라도 위안을 삼아야 겠지요.. 부디 제 인생에 이런 일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화려한 아카데미 시상식을 즐기셨지만
결국 집에 와서 진라면 한 봉지를 드셨다는 점에서도요. ㅎㅎㅎㅎ
기왕이면 짜파구리를 드셨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래서 진리면 드셨죠? ㅋ
다이어트의 문턱이 더 높은...ㄷㄷㄷ
후기 감사합니다 ㅎㅎ
축하드립니다.
결국 도도하던 오스카는 92번째 만에 로컬영화제를 포기하고 국제영화제가 되는 영광을 봉준호로 인해 얻게 되었으니 이또한 역사 입니다.
키토다이어트중에 라면하나로 둘이 나누어먹었다니...놀랍네요.
그 뜨겁던 현장에서 돌아와 라면 한사람당 하나가 아니라 하나로 둘이..
멋진 하루였네요. 부럽~~
사진도 많이 찍었을텐데..좀 나눠주시죠.
/Vollago iPhoneXR
하지만 두분이서 라면 하나 끓여다는 대목은 이해할수가 없네요..
그것도 기생충 4관왕을 찍은 어제 같은 날에..
부럽습니다..ㅎㅎ 잘 읽었습니다..
재밌게 잘 봤습니다.
추천!
부럽습니다~
제가 사람들 잘 몰라서 누군데 마지막 소감을 하나 궁금했습니다. 옆에 남자분 팔장끼고 발표하신 분요.
평생 남을 한 장면이였겠네요. 축하드려요~
Video /Audio 표준 또는 장치 개발자신가봐요 😀
참 디테일한 후기 잘보았습니다.
차후 이용에 도움되겠...ㅜㅜ
저는 월드컵 때 광화문 나가던 심정으로 집에서 집사람이랑 애들하고 짜파구리랑 같이하는 기생충파티 했답니다 ㅎㅎ 너무 좋아서 ^^
읽는 내내 제가 갔던 것 마냥 가슴이 벅차고 두근두근했어요. 완전 부럽습니다!!!
이정도면 글로벌 핵인싸시네요ㄷㄷㄷ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행복하시겠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
스크린을 통해서 봐도 감동적이었는데, 현장에서 직접 느끼는 그 감동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지 않네요.
글도 넘 잘 쓰셔서 거기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
혹시 입장 패키지 디자인은 어떠세요? 디자이너 입장에서 디자인이 어떤지 궁금하네요.
어제 단역배우라 했던 '메모' 외노자로 수정합니다...ㅋㅋㅋㅋㅋ
저는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실리콘밸리 가 평범이라굽쇼??? ㅎㅎㅎ
좋은 글에 그저 감사 드립니다. 해외에서 늘 건강하십시요 ~~
글솜씨 좋으셔서 현장에 있는듯 실감나는군요. 감사합니다.
그때 느끼셨을 감정 알거 같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