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 헬마우스채널을 유료구독해주신 동지들께 한주에 한 번씩 제공해드리는 칼럼, 이번주는 양교수의 칼럼입니다. 동지들을 위한 칼럼이오니 다른 곳으로의 공유는 이틀 뒤인 2월 9일부터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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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봉쇄가 한국 경제의 길인가?
현 정부에 대해 흔히 쏟아지는 비판이 ‘친중반미'다. 흔히 도는 말을 따르자면 ‘중국몽'(중국과의 단꿈)을 꿈꾸며 현실정치에서 중요한 미국을 무시하면서 중국과만 잘 지내려 하는 정권이라는 것이다. 오늘(2020년 2월 7일)도 주한 중국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 사이에 나눈 대화는 양극으로 나뉜 정치적 해석 속에서 표류했다. “신종코로나 해결을 위한 지원"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라는 말에 감동을 받았다"는 싱하이밍 신임 주한 중국대사. 중국인 입국을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여론과 반대 여론 사이에서 이야기는 겉돌았다. 물론 그 사이 의미심장한 상황 변환이 감지된다.
1985년 김일성주의(주체사상)가 김영환이라는 서울대 철학과 82학번 학생의 ‘강철서신'이라는 문건으로 대학가에 배포되고 전대협-한총련으로 이어지는 NL(National Liberty: 민족해방파) 운동으로 이어지면서, 일제로부터의 독립 이후 민족 자주성을 지켜낸 ‘유격대 국가' 북조선을 좋아했던 대학생들이 운동권의 다수파를 이루었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민족끼리'를 주장하며 북조선과의 연대를 강조하고, 다른 한편으로 ‘미국놈'들을 증오했다. 그런데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죽고 김정은이 1인자가 되면서, 도무지 고모부까지 총살한 30대 초반의 북한 권력의 ‘뇌수'(수령)를 찬양할 수는 없으니 대신 선택한 것이 중국이었다. 북조선은 그렇다 치고, “마오쩌둥이 만들어낸 중국은 다를 것이다!” 그리고 진보진영의 다수파들은 중국이 ‘G2’가 되고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될 것이며, ‘동아시아 문명' 관점에서 중국과 잘 지내서 그 질서의 ‘균형자'가 되길 바랐다. 노무현의 ‘동북아 균형자론'도 사실은 이미 늙어가는 미국과 신생국으로 떠오르는 강대국 중국이라는 셋팅을 갖고 있었다. 보수 우파의 그에 대한 반감 역시 일리가 있는 것이었다. 맹목을 맹목으로, 혹은 나이브한 생각을 나이브한 생각으로 견제하고 비평하는 일은 흔히 벌어진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몽과 ‘한미일 동맹론'(한국과 일본은 동맹을 맺지 않았음에도..)은 정치와 정무, 정책을 단순하게 보는 일련의 편향 속의 상상일 때가 많다. 2020년 한국은 친중주의와 친미주의를 오락가락 하는가?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정무적인 시민들을 보유한 국가인 만큼, 가장 정무적인 판단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소음 속에서 신호를 분리해서 봐야 하는 것. 그게 조금 더 건강한 해석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한국산업은 중국으로부터 손해만 입었나?
그렇기 때문에 오늘 언급하려는 것은 산업 측면에서의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 GVC) 속에서의 중국의 위상과 현재 정부가 취하는 전략에 대한 평가다. 쉽게 요약하자. “한국은 중국을 패싱하면서 경제적 번영과 성장을 약속할 수 있는가?” 300만 장의 마스크를 공급하는 행위, 앞으로의 치료를 약속하는 행위, 공동 번영을 위한 약속을 하는 행위 모두 멈춰도 되는가? 즉, 현실 진단으로서의 한중 관계이다. 나는 내 책에서 진행했던 것과 같이 산업의 이야기를 통해서 상황을 진단해 보려 한다.
한국의 1960~2010년대를 혁신연구자들은 흔히들 ‘추격형 경제성장'이라고 묘사한다. 한국의 경제성장이란 한국의 국가가 테크노크라트(이공계 출신의 기술관료)들과 기업가적 정신을 가진 재벌들을 위시한 산업동맹을 통해 미국이나 유럽의 원천기술을 ‘베껴오고', 설비를 기술원조를 통해 ‘들여오고', 저렴한 인건비를 ‘갈아넣어', 미국과 독일과 일본을 쫓아왔던 경제성장이라는 것이다. 50년 동안 한국은 1인당 GDP $100 국가에서 5대 제조업 대국이 되었다. 낮에는 현장 시찰하고, 밤에는 목격했던 제품을 ‘눈썰미'로 도면에 그려내서, 유럽에서 ‘공짜'로 지원받은 설비를 통해서 OEM 제품을 만들면서도 새로운 제품 개발을 몰래 수행해서 노조를 탄압하고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기름밥 청춘'들이 ‘잔업'을 통해서 생산해 구미+일본이라는 선진국의 산업을 이겨냈다는 것이 한국 제조업의 신화이다. 2000년대부터 이러한 ‘추격'의 신화는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기술력이 좋은 일본, 노동력이 저렴한 중국, 둘 사이에 껴서 ‘샌드위치'가 되어버린 한국 산업. 즉 ‘샌드위치 위기론'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2020년이 된 지금도 경제지들이 심심치 않게 펼치는 샌드위치 위기론은 사실은 그 때 펼쳐진 시나리오의 재탕에 불과하다. 산업부의 오래된 녹을 먹은 안현호의 <한중일 경제삼국지>(1편, 2편)은 그러한 인식에 대한 평가를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20년이 지났지만 망하지 않았다. 요점은 글로벌 가치 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을 요리조리 잘 재편하면서 한국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기술의 일본은 도요타만 제외하면 ‘Japan No. 1’의 신화만 믿고 산업 전반이 느슨하게 침몰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2019년 7월 이후 신문의 헤드라인을 수 놓았던 한일 경제분쟁의 주인공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정도다. “기술의 일본"의 도전은 예전 같지가 않아졌다. 최종 생산품에서의 우위는 사라졌다. 물론 화낙 등의 몇 개 소부장 분야의 ‘하이엔드 제조 장비'가 남아 있지만, 엔지니어들이 입을 모아 말하던 “현업에 있는 사람 말고는 모르는 일본에서 밖에 없는 회사"들은 이번 위기를 통해 생각보다 가치사슬 안에서 입지가 약함을 스스로 증명했다. 대체가능한 존재였단 뒤늦은 깨달음을 가지고, 본인들이 한국에 공장을 세우는 등 수출규제를 어떻게든 우회해 볼 테니 제발 납품을 받아달라고 하는 판이다. 그마저도 한국 정부는 단호하게 국산화 테크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대로다.
‘노동력'의 중국은 어떻게 됐을까? 중국은 이제 1인당 GDP $10,000에 도달했다. 만불 국가. 더 이상 중국은 노동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중진국에 도달했다. 단순 가공비를 통한 납품과 저렴한 단순 부품류 등을 수입하는 나라로서의 가치는 점차 사라지는 중이다. 그건 1990년대 OEM 생산지로서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했던 대한민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의 기술력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아메리칸 팩토리>가 보여주듯 ‘하이엔드 마켓'의 일부 제품(샤오미, 화웨이 등)을 제외하면 아직은 미국, 독일, 한국, 일본의 제품의 품질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긴 하다. 중국 제품은 ‘싼 중국제'의 모습은 빠져나와 ‘그럭저럭한 가격에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 상품'의 생태계로 진행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17억의 인구와 막대하게 집중 투하할 수 있는 예산을 통해 ‘시공간 압축 혁신'(넓은 영토와 인구를 통해 빠르게 그리고 더 넓은 풀을 활용해 진행하는 혁신)을 할 수 있기에 그 저력을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그 저력을 무시할 수 있었다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구태여 씨알도 먹히지 않을 ‘관세 폭탄'을 몇 개월 간 유지하면서 무역전쟁을 진행했을리 없다. 그냥 굽히면 될 것을 구태여 뺨을 후려쳐서 굴복시키려는 골목대장 꼬맹이의 모습을 할 리가 없지 않나. ‘G2’ 이야기가 어리석다며 결국 ‘팍스 아메리카나'의 시대이기에 한-미-일 동맹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미국과의 분쟁에서 결국 버텨 이겨낼 수 있었던 중국의 저력을 설명하지 못한다.
서서히 가라앉지만 여기저기 여전히 성가신 일본, 1월 말과 2월 내내 뉴스 헤드라인을 수 놓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예처럼 어딘가 아직 믿음직스럽지 않고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중국. 한국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하나? ‘그럭저럭한 가격에 생각보다 나쁘진 않은 상품'의 중국 제조업 생태계를 무시하고 한국의 제조업은 수위를 차지한 부문에서 공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추격하는 부문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치고 나갈 수 있을까?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이야기다.
**우리 산업은 이미 후세대로 나아가고 있다
2018년 정의선 체제로 도약한 현대자동차가 ‘내수용 흉기차, 수출용 하이엔드차'의 이미지를 벗으면서 실적 개선을 냈던 것이 2019년까지의 이야기다. 독점계약을 통해 다른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폭스바겐, 도요타, BMW, 벤츠 등)에 납품하지 못하게 빗장을 걸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정의선 체제가 되면서 부품 회사들에게 글로벌 브랜드에도 충분히 납품해도 된다는 신호를 줬다. 다양한 브랜드에 납품을 하면서 얻게 되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서 현대자동차의 생태계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와 수소차의 약진과 내연기관차의 동반 상승은 그러한 경영진의 마인드 혁신에 기초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중국의 부품 생산라인에 힘입은 것이기도 했다. 당장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후베이성 우한 지역 외에도 중국 전역이 공장을 제대로 돌릴 수 없게 되자, 현대기아차 뿐만 아니라 르노 삼성자동차 모두가 라인을 세우게 됐다. “중국인 입국금지"를 말하고 있을 때, 사람 뿐 아니라 자재가 안 들어와 한국이 자랑하는 제조업 5대 강국의 탑티어 브랜드 모두가 멈추게 되는 것이다. 조선업의 경우에도 대우조선해양의 산동 조선소(DSSC)에서 블록과 래싱 브릿지(컨테이너 고정 칸막이)가 오지 못해 선박 건조가 지연된다. 기분대로 인력을 멈춘다고 하기 전에 이미, 물류의 흐름이, 가치사슬이라는 생태계 자체가 박살이 난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와 유학생의 교류를 막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다 죽자고 하는 일이 된다.
이 지점에서 포털의 댓글엔 “그러니 왜 중국에 하청업체를 몰빵해서 이런 사달이 나게 두느냐?”하는 악플도 달린다. 그런데 2017년 이후 정부는 ‘신남방정책'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위시한 국가들에 오프쇼어링(역외 생산공장 진출)을 진행해 오고 있고,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다. 물류 기반은 롯데와 신세계가 뚫고, 제조업은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이 뚫는다. 노동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교적 문화와 한국인의 ‘지랄맞은 피드백’이 베트남과는 맞아 실제로 생산성 관점에서도 좋은 사례가 되고 있기도 한단다.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과 별개로 중국을 당장 내일부터 입출국 제한과 봉쇄로 간다?
혁신에 대한 다양한 혁신 연구는 모기업이 혁신을 해야, 첫 번째 역외 생산공장에서도 혁신이 좀 나고, 그 이후의 역외 생산공장에서도 혁신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인건비가 더 싼 베트남이든 인도네시아든 진출 하려면 결국 애플의 조립을 담당하고 현기차의 부품을 생산하면 삼성 갤럭시의 하위라인인 A 시리즈를 ‘그럭저럭한 가격에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중국’의 경험을 잘 짜내서 또 전개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혁신이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 1명이 할 수 있는 거였다면, 한국은 과학고등학교를 1000개 박아서 1000개의 혁신 대기업을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물론 그렇게 되는 일은 없다.
지난 칼럼에서 한국인의 ‘지랄맞음'에 대해서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완만하게 기술원조, FDI(직접 투자)를 통해서 역외의 공장을 짓고 OEM을 해왔던 구미 강대국과 달리, 한국은 진출하는 국가의 특징에서 ‘지랄맞은 피드백'을 통해 적응하고 또 맞춰갔던 컨트리 마케팅의 전략을 통해서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정착할 수 있었고 최적화에 근접하게 됐다. 체코 자동차 공장의 경험이 미국 앨러바마에 전파되고 중국을 경유해 베트남으로 가는 길이다. 이미 일 하는 사람들은 글로벌 가치 사슬 안에서 최적 효율을 내는 방향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포털과 유튜브에서 중국인 입국 거부를 하고 있는 사이, 국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산을 해내는 사람들은 생산차질을 염려해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 고군분투 하며 애쓰는 중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떠한 문헌을 보더라도 최대 2~3% 선의 치사율을 가진 질병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염병이 항상 가장 많이 ‘희생양'으로 동원하는 숙주는 부자도 아니고, 젊은 이도 아니고, 차별 당하거나 빈곤과 고립 때문에 영양과 사회적 관심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사람들이다. 산업 생산이 멈추고,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질 때 가장 먼저 희생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지금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국 인민들이 다 죽거나 말거나 봉쇄벽을 치는 것일까? 중국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에 대응할 수 있는 동아시아 관점의 지원을 하는 일일까? 혐오를 선동하지 않는 다면 문제는 더욱 선명하게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중국몽 때문이 아니고 당장 한국인들이 밥숟가락을 들 힘을 만들기 위해서 더욱더 협력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세줄요약
- 전 세계는 각자 생산과 조달을 분업하고 있다. 한국도 여러 나라에서 물건을 조달하고 부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밸류체인'의 한 축이다.
- 중국 역시 이 gvc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를 간과하거나 무시할 경우 한국 산업에도 악영향이 발생한다.
-친중반미를 벗어나겠다면서 모든 교류를 폐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또한편의 극단이며 한국에 이득이 되는 선택이 아니다.
나라가 잘되는게 목적이 아닙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노통과 문통, 그리고 그 지지자들은 친중도, 반중도, 친미도, 반미도 아닙니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정책을 수행하고, 그 기준은 국익입니다.
철저한 현실주의자입니다.
반면, 우파들은 오로지 친미,친일이지요.
그들의 심리 속 한국은 언제까지나 구한말 약소국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오로지 굴종하고, 더 굴종하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상황이 바뀌면 가장 먼저 친중으로 갈아탈 놈들이지요.
그리고, '중국몽' 어쩌고는
일본이 한반도 봉쇄전략, 미국 대리인 전략에 기반해 유포하는 허구이론인데
그저 문통이 밉다고 국내 자칭 보수진영이 그 하수인이 돼서 떠받드는 꼴이라니..
참 우스꽝스럽습니다.
그런다고 본국에서 그들을 더 챙겨줄 리 없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