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도발적이지만, 최근 진행되는 코로나바이러스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며칠전까지는 사실 국경 통제까지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최근 발달되는 사안들, 발표되는 논문들, 그리고 우한 시내 상황들을 보면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노벨 경제학자인 폴 사뮤엘슨이 말했듯이 사안이 바뀌면 생각도 바뀌어야한다고 봅니다.
"Well when events change, I change my mind. What do you do?"
1)
생각을 바꾼 가장 큰 논문은 독일의 건을 연구한 것입니다.
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c2001468
무증상 전파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려져 있으나, 무증상 전파가 어느 시점부터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독일 건에서 볼 수 있듯이 무증상 전파의 시점이 매우 이를 수 있다는 점이 무섭습니다.
여기서 환자 3과 4는 중국에서 온 전파자를 직접 만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성 반응이 나온 환자입니다.
이들은 환자1과만 만났는데, 환자 1이 중국에서 전파자를 만나는 날 만났습니다.
즉 중국에서 온 전파자는 당일 날 환자 1을 감염시키고, 환자 1은 바로 환자 3을, 다음날 환자 4를 감염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무증상 전파의 시점이 매우 이를 수 있다는 점은 전파력 R0가 매우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
일반적인 환자 한 명이 평균적으로 몇 명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의 지표가 R0이고, 현재로서 대다수의 연구 결과 R0는 2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앞서서 봤던 1)과 같은 케이스를 보면, 그리고 우한 시내의 병원들의 상황을 보면 R0가 정확하게 측정되고 있는지에는 의구심이 남습니다.
https://www.medrxiv.org/content/10.1101/2020.01.27.20018952v1
Peer review가 진행되지 않아서 당장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는 논문이지만, 비교적 최근(1/27)에 나온 논문으로 논문 내에서 중간에 날짜를 뛰어넘어서 계산하긴 했지만, 최근의 데이터들까지 넣어서 계산한 결과 R0는 4.08로 나왔습니다.
이는 평균적으로 환자 1명이 4명 정도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며, 기존 평균 2 수준의 약 2배 정도입니다. 전파는 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R0의 값이 커질수록 감염자의 수는 기하급수로 영향을 받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논문은 최근에 나온 것으로 아직 peer review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만 가장 최근 데이터들을 담고 있다는 점, 최근 논문들의 경우 R0가 높게 나오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전파력에 대해서는 가능한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3)
미국의 케이스 역시 생각을 바꾸게 만든 이벤트였는데, 미국의 경우 현재 감염자가 8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의심 환자는 121명인데, 독감 시즌과 겹치면서 독감 환자들 중 음성 판정이 나오는 케이스가 꽤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cases-in-us.html
미국은 현재 대선 경쟁에 진입중에 있으며, 트럼프 현 대통령의 가장 큰 무기는 안정적인 경제, 그리고 높은 주가 지수입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이하 경제팀이 계속해서 2019-nCov를 평가절하하는 이유는 이를 큰 이슈로 만들 경우 미국 내 경기에 좋지 않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감염자가 단지 8명뿐이고 최근 테스트한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모두 음성 판정으로 나왔음에도 미국이 빠르게 국경 통제에 돌입한 것은 미국 CDC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입니다. 말은 매우 절제되어서 하지만, 행동은 매우 과격합니다. 격언처럼 말보다 행동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미국의 급격한 선제적인 통제, 중국의 급격하고 선제적인 격리조치를 감안하면 사태는 말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4)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통제 방안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https://www.pbs.org/newshour/health/cdc-issues-quarantine-orders-to-prevent-spread-of-novel-coronavirus
- 자국민의 경우 최근 14일간 허베이성 방문 경험이 있을 시, 최장 14일간 무조건 격리조치
- 자국민의 경우 최근 14일간 중국 방문 경험이 있을 시, 모니터링 이후 14일간 자가격리
- 타국민의 경우 최근 14일간 중국 방문 경험이 있을 시, 입국 불허 (미국내 가족이 있을 경우 예외)
한국에서도 한국 국민의 경우 최근 허베이성 방문 경험이 있다면 격리 조치를 진행하고, 타국민의 경우에는 입국 불허를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2주는 증상 발현 기간의 95% 신뢰구간 상단을 감안해서 책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5)
국경통제 관련 글들의 반박으로 a)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음성적으로 들어오는 케이스가 많아져서 오히려 추적이 어려움, b)국내 확진자들의 경우 중국인이 아니다 등이 보입니다. a)의 경우 본격적인 국경 통제에 들어가면 밀입국이 그리 쉽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는 케이스는 해상 아니면 항공인데, 해상의 경우 조금 구멍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항공의 경우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어 보입니다. b)의 경우에는 중국인을 막는 것이 아니라 중국 여행 여부를 가지고 판단하자는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해당 조치로도 100% 다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어차피 100% 다 막을 수 없습니다. 해당 조치로 50% 막던 것을 95% 수준으로만 막을 수 있어도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국경 통제 조치는 상황에 따라서 빠르게 해제할 수 있습니다. 시작은 어렵지만 상황이 호전될 경우 통제 정도를 느슨하게 하는 것은 비교적 쉬울 것입니다.
6)
경제 여파와 보복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는데, 경제 여파는 어차피 중국이 춘절 이후까지 계속 쉬는 상황에서 한국이 뭐 어쩔 수 있는게 많지 않습니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어차피 중국 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한국이 국경 통제를 안 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이 없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입니다(물론 국내 항공사 및 공항은 추가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보복 가능성, 즉 중국 내 앙금이 남아 추후 우리 나라에 불리한 행동을 하는 것인데, 이는 국민 건강과 저울질 했을 때 국민 건강이 더 큰 사안으로 보입니다. 앙금의 경우 시간으로 풀거나 경제력으로 풀 수 있지만, 국민 건강은 잃어버리면 풀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아보입니다.
7)
개인적으로 저는 미국에 있어서 체감은 사실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만 금융 시장에 몸담고 있다 보니까 비교적 빠르게, 그리고 깊게 접근하게 되었으며 보면 볼수록 상황이 녹록치 않아 보이는 것에 상심이 큽니다. 하루종일 관련 뉴스, 논문, 전문가 의견, 현지 상황 등을 체크하다 보니까 진짜 사람이 비관적이 되고, 심신이 지치네요..
아버지와 장인어른 모두 한국에 계시고 60세가 넘으셨으며, 합병증의 위험이 있는 상황으로 어떻게든 한국에서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있습니다.
이런 글을 적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싶겠지만..최근 클리앙에서 국경 통제 글이 올라오면 알바로 매도되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남겨 봅니다.
ps. 우물에 독 타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한당의 논리와 궁극적으로 같냐고 한다면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사실 자한당 주장하는 바 궁금하지도 않고, 걔네들은 그냥 국민이 죽던 말던 나라 망해서 현정권 욕하고 정권 탈환할 생각밖에 없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국민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남기는 글입니다...
ps2. 개인적으로 트위터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트위터로 이벤트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트위터 핸들은 @macroespresso입니다. 2019-nCov 관련한 내용들 중 개인적으로 매우 유익한 정보라고 판단되는 것들은 보는 족족 like와 retweet을 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 피드를 통해서 트위터에서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한가지, 주로 영문인 점 양해 부탁 드립니다.
ps3. Black Swan으로 유명한 Nassim Nicholas Taleb의 말에 공감이 많이 가서 공유합니다.
"The cental rule in life is that it is much, much better to panic early than late "
패닉할 거면 차라리 먼저 하는 것이 좋습니다.
Bonus: 이 아저씨가 한장짜리 논문도 썼습니다. 일반 예방 원칙 아래 반복시행에 따른 필연적 파멸 부분과 결론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https://www.academia.edu/41743064/Systemic_Risk_of_Pandemic_via_Novel_Pathogens_-_Coronavirus_A_Note
개인적으로 검머외 분탕 종자를 너무 많이 겪어서 그렇습니다.
외국에 퍼진 환자가 더 확산될지 아닌지 아직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잘 막아내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나라 발표를 믿는 겁니다
중국이 숫자를 속였다면 해외환자의 비율은 훨씬 낮아지겠죠 그렇다면 중국이 그렇게 난리인데도 불구하고 해외국가들은 잘 막아내고 있다 이렇게 봐야 하죠
@학바위님
치료에 대해서는 동의합니다. 사망률은 허베이성보다 선진국일수록 매우 낮게 나올 것으로 판단합니다.
어김없이 이런 분들 글내역을 보마ㅓㄴ
공개적으로 한다면 중국의 봉쇄령 예고처럼 되버리겠죠. 이렇게 설레발로 여론 호도하는게 더 도움이 안된다고 봅니다.
이는 유증상자가 자신의 증상을 숨기거나, 과거 방문력에 대해 거짓을 말하는 동기로 작용하고, 이것이 정말 위험합니다.
현재 확진자들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이 가해지고 있고, 처벌하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법적인 것은 둘째치고, 실제 처벌하거나 징벌적 손해 배상을 시행할 경우, 누가 나서서 검사를 받으려고 하겠습니까? 감염병 통제는 정보공개와 환자에 대한 보호가 동시에 수행되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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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국을 통해서 해열제 먹고 들어 오는 사람은 어떻게 막을껀가요?
막을려면 북한처럼 다 막아야하는데 그게 되나 싶네요..
국경을 막는다...이건 너무 1차원적 접근 아닌가 싶네요.
"중국에 입국한 사실이 있는 사람중 14일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은 입국 거부"
이렇게 하면 걸러낼 수 있습니다
14일 지나서 해열제 먹고 들어올 수 있다는 뜻 입니다.
또한 14일 지나서 증상이 약한 경우도 애메할 수 있구요..
제가 볼땐 결코 막기 힘들어요.
질병이 딱 14일 이내에 발병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사람에 따라 잠복기가 늘어날수도있고
입국하기 위해 해열제를 복용하고 들어올수도 있습니다.
그걸 다 막을 수 있을까요?
또한 국경폐쇄로 늘어날수잇는 밀입국은 어떻게 막을까요?
제가 보기엔 너무 단편적인 생각입니다.
1. 본문에 적었듯이 14일은 95% 신뢰수준의 상단에서 결정된 사안으로 보입니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면 한 논문의 최장 기간인 18일 이상까지도 고려할 수 있으나 길수록 부작용이 커지기 때문에 14일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 왜 자꾸 해열제를 언급하시는지 모르겠네요. 댓글에도 적었듯이 열이 유일한 지표가 되어서 안됩니다. 오히려 해열제 먹고 들어올 수 있으므로 더 높은 수준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3. 국경 폐쇄라고 적은 적 없습니다. 국경 폐쇄라면 공항, 항만 다 막아야겠죠. 본문에 없는 내용을 지어내면서 단편적이라고 하시는 것은 유감입니다.
국경폐쇄를 이야기 하시는 거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국경폐쇄를 축소하면 집에서 자가 격리하는것과 유사한데
이경우 단기간은 먹고마시는 문제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소득활동에 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국경폐쇄는 결국 국가의 경제활동 자체를 막는 길이니까요
한국 주가와 환율은 별개로 보고요.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중국 내 데이터와 상황, 바이러스 학자들의 의견, 최근 나오는 논문들, 미국의 행보 등이 겹쳐서 그렇습니다.
우한발 입국인도 통제 추적되고 있구요
60년 전의 수준 통제 이런걸 말하는게 아니라, 최근 14일간 중국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통제를 말하는 겁니다.
이런 주장도 있으니 참고로 읽어봐 주세요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4551318?od=T31&po=1&category=&groupCd=CLIEN
결정적으로 밀입국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밀입국자 증가분보다 일반입국자가 감소한다면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본문 5)번에서도 적었고요.
현 한국 체류자 중 확진자를 쫓아내자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외국 국적자라도 확진자로 분류되고 치료를 필요로 한다면 세금을 들여서라도 치료해줘야 합니다. 그래야지 음성화 확산을 막을 수 있습니다.
국경 통제는 새로 들어오는 해외 국적 중국 경유자를 막는 것이지, 현재 입국한 사람이나 치료 여부와는 하등 상관이 없습니다.
메르스의 경우에는 유증상자만 전파력을 가지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증상 전파가 불가능했다면 본문에 적었듯이 국경 통제로 생각을 바꾸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복에 관한 관점은 본문 6)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이 경우 늘어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만큼 해안 감시도 강화될테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