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량 회원님들의 격려 덕에 위안을 얻고 장례식까지 치루고 왔습니다.
장모님께서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정말로 불꽃처럼 불사르고 가셨습니다.
한 엄마의 딸로서, 한 남자의 처로서, 두 딸의 엄마로서, 두 사위의 장모로서, 세 손주들의 할머니로서, 그 어떤 자리에서도 순위가 있다면 항상 일등이셨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장모님을 처음 만난지 20년이 되었는데, 그 때의 장모님 연세가 지금 제 나이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그 때 부터 찍어드린 사진을 모두 저장하고 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고우셨네요..
저는 지금도 어린 아이 같은데 그 때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범접하지못할 어른이셨거든요..
지금 제 딸이 신랑감을 데려온다면..? 상상도 못할 이야기 입니다..
참 신기한 일들이 있습니다.
재작년 아이와 장모님께서 집에서 노는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혼자 한 장 찍어달라고 하시며 의자까지 가져오시고 곱게 화장하고 앉으셔서 찍어드린 사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었습니다.
보는 조문객마다 마치 눈앞에서 웃고있는 것 같다며 한참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그리고 장모님께서 처제에게 뜬금없이 상조회사에 가입하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장인어른께서 지병이 있으시고 건강이 좋지 못하셔서 하신 말씀인데 우스갯소리로 내가 쓰는거 아녀? 라고 하셨었다고 하네요..
누구보다 열심히 사시고 운동도 꼭 하셔서 누구보다 건강하셨기에 현실이 될 줄은 정말 꿈도 못 꾸었습니다.
항상 자식들 걱정하시더니 가시는길에도 힘들지않게 해주신 모양입니다.
얼마전 가족 여행으로 마지막 가족의 추억을 만들어 주시고, 바로 지난주말에는 모두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않은 장모님 자매분들이 모두 모여 여행을 다녀오시고 추억을 만드셨습니다.
넘치는 에너지로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헌신적인 사랑과 봉사를 나누어 주시는 분이셨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가장 든든한 이해자이자 버팀목이 되어주셨었습니다.
한번도 서방이라고 부르지 않으시고 항상 살갑게 아들처럼 이름으로 불러주시며 딸만 둘이라 진짜 아들 생긴것 같으시다며 해맑게 대해주셨습니다.
조문객마다 제 손을 잡고 장모님께서 그렇게 자랑하던 사위냐며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해 주셨습니다.
착해서.. 사진을 잘 찍어서.. 아들 같아서.. 정말 보잘것 없는 저를 자랑해 주셨습니다.
제가 와이프를 만난것은 장모님을 만나기위함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입니다.
하지만 왜 평소에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해 드렸는지.. 너무 아쉽습니다.
왜 더 잘 못해드렸는지 아쉽습니다.
아이가 좀 더 크면 효도해 드려야지..
둘째 아이가 좀 더 크면 효도해 드려야지..
너무 늦어버렸네요.
사랑에는, 효도에는 유통기한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입 밖으로, 행동으로 꺼내지 않으면 유통기한이 지나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져버린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하는 클리앙 회원님들께서는 꼭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게 표현해 주세요..
내일 삼우재를 치루러 갑니다.
살아생전 여행을 좋아하시고 답답한 것을 싫어하셔서 탁 트인 자연공원형 수목장을 해 드렸습니다.
철부지 39개월된 막내 녀석은 내일 할머니 보러 소풍간다고 좋아합니다.
이 녀석이 커서도 할머니을 잊지않고 영원히 마음속에 살아계시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찍은 사진을 지금 모두 구글포토에 백업중 입니다.
그러면 장모님 얼굴로 분류가 될 것이고, 아이들이 잊지않게 사진과 동영상을 계속 보여주려고 합니다.
두서없이 감정대로 적다보니 끝맺음이 어렵네요.
좋은 주말 보내시고 저희도 아이들과 소풍가는 기분으로 삼우재를 다녀오겠습니다.
좋은 어머니 이자 좋은 사위..
좋은곳으로 가셨을거에요.
좋은곳으로 가셔서 항상 지켜보고계실테니 힘내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프랑지파니님께서 장모님과 정말 따뜻한 관계였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만큼 상실감이 크시겠지만 모쪼록 잘 추스르셨으면 합니다. 좋은 추억들 기록으로 남겨두신 거 잘하셨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으로 가셨을겁니다.
작성자님보에 비하면 장모님 뵌지 얼마 안되었지만
저희 장모님도 정말 좋으신분인데..
좀더 잘해드리고 표현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제가 만약 결혼하게 된다면 프랑지파니님
같은 사위가 될거라고 상상하곤 합니다.
아내분 더 잘 해주시고요.
하늘나라에서는 아프지않기를 바랍니다.
그 사진이 영정사진이 되어버렸습니다. 삼일 내내 혼자 그 밑에서 잤는데..그 사진을 볼 때 마다 눈물이 났었죠..남들은 영정사진이 꽃을 배경으로 어찌 저리 자연스레 웃으시냐 했는데. .그 웃음은 첫 외손주를 보고 짓는 저만의 것이었거든요..
프랑지파니님 글을 읽으니 11년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나네요.
장모님도 남편분의..따님들의..사위들의..손주들의..그리고 다른 주변분들의 마음에 오래오래 남아계실거에요..어떤 때는 늘 곁에 계신 것처럼..어느 순간은 문득문득..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결혼하고 일년 안되서 저희 장모님은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결혼전에도 계속 투병 중이셔서 처음 여자친구 집에 인사드리러 갔을때 먹은 진수성찬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장모님께서 해주신 밥이었어요~ 그때 배불리 잘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고 그 기억이 항상 너무 감사합니다.
솔직히 돌아가셔서 안타깝지만 장모님과의 20년 추억이 많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