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이신 할머니가 지난주부터 의식이 없으셔서 어제 요양원에 가서 할머니 옆에서 같이 잤는데, 오늘 뭔가 인생에 현타가 오네요.
남편없이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고생하시며 아들딸 잘 키우시고, 노년에는 지인들과 소소한 장애인 장학재단도 만드시고 그랬던 분인데
결국에 말년에는 의식없이 요양원에서 하늘나라 갈날 만을 기다리는게 인간의 인생이구나 싶어서요.
드르렁 드르렁 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계속 코고는 소리 같은게 들리면서 주무시고 계신건 아닌가 싶었어요.
나는 어떤 모습으로 죽게 될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모습으로 아쉬움없이 죽었으면 좋겠다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먼훗날 제가 제 몸을 못가눌 정도로 나이가 들거나, 병이 들면 결혼식같이 사람들을 모아서 인생의 작별식을 하면서
같이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고 안락사하는 것도 당사자로서는 좋은 죽음이 될수 도 있겠다는 공상을 해봤네요.
물론 참석자들에게는 지금 인식으로는 기괴한 경험이겠지만요...
그렇게 요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서 아내와 두 아이를 보는데 뭔가 뭉클합니다.
오늘밤 6세 딸아이를 목욕시키고 옷을 입히고 머리를 말려준다음에 침대에서 잠을 재우는데,
아 이 순간이 내 인생의 전성기구나 싶었습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순간, 내 딸 아이의 말랑말랑한 볼에 입술을 대고 있는 이 시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임을 오늘 느꼈습니다.
할머니가 너무 오래 고생하시지 않고 편안히 가시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수고하셨어요. 할머니한테 배운대로 잘 살게요. 제 딸과 아들도 그렇게 가르킬게요.
사랑합니다.
헌데 1인가구가 대세가 되는 요즘에
최근에 제가 고독사 및 무연고 사망 관련해서
이런 저런 기록과 인터뷰를 쭉 봤었는데
1인 가구의 사람의 죽음은 정말이지 외롭고 쓸쓸하고 고통과 슬픔뿐이더군요.
참........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 많이 걱정되었습니다.
그 글 보고 정말 열심히 살았던것 같네요..
요즘 주위에 아픈분들도 생기고 하니 그 일도 떠오르고 글에 너무 공감이 됩니다...
DP에도 ㅎㅂㅎㅇ란 회원분도 계셨었죠..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6737837CLIEN
진짜 또 열심히 살아 봐야겟습니다
아버지는 50대 초반
할아버지는 70대초반
에 건강하시다가 유언 한마디 못하고 급사 하셔서.
(심장마비.뇌출혈..)
저도 오늘이 마지막일수 있겠다 라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렇다고 막살다 가자는 건 아닙니다. 말씀하신 내용에는 충분히 공감하네요.
사우루스님이 적어주신 말씀이 제가 요양원에서 집까지 50km 운전하면서 생각한 내용이라 전부 공감합니다.
그런데 논외로 사람의 말년을 보니 가족 외의 인간관계는 의미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가족에게 더 잘해야겠다 싶습니다. 휴우...
건강하게 행복합시다!!!
좋은 글 잘 봤어용